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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경요집 제17권
27. 점상부(占相部)
[여기에 세 가지 연(緣)이 있음]
27.1. 술의연(述意緣)
대개 큰 가르침은 사사로움이 없고 지극한 덕은 감응이 같다.
평범한 정(情) 은 업(業)을 행하고 조화(造化)는 방향이 다르다. 다음과 경계가 서로 어긋나고 괴로움과 즐거움의 과보가 다르다.
그것은 마치 밀랍으로 만든 도장을 진흙에 찍으면 도장의 글이 진흙 위에 나 타나는 것과 같아서 엽의 모습이 이미 나뉘어졌기에 과보를 보아 예측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람과 축생이 있음으로써 메아리가 있는 곳을 다르게 하고, 호(胡)와 한(漢)이 있음으로써 모습을 분별하게 한다.
귀하고 천함에는 높고 낮은 구별이 있고 성인과 범부에겐 선(善)과 악(惡)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27.2. 관상연(觀相緣)
『정견경(正見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그 때 부처님의 회중(會中)에 어떤 비구가 있었는데, 그 이름을 정견(正見) 이라 하였다.
그는 비록 법복을 입었으나 의혹이 생겨 생각을 말하였다.
‘부처님의 말씀에 후세에 태어나는 일에 관한 것이 있다.
그러나 사람이 죽음에 이르러도 모두 그 과보를 점칠 수는 없다고 하셨으니, 어떻게 그런 줄을 아시는가?’
이런 질문을 하기 전에
부처님께서는 벌써 미리 아시고 여러 제자에게 말씀 하셨다.
‘비유하면 나무의 근본과 같다. 나무는 본래 한 알의 씨앗이었으나 네 가지 요소[四大 : 地ㆍ水ㆍ火ㆍ風]가 잘 싸서 기르므로 이에 따라 저절로 크게 성장하게 된다.
싹과 잎, 줄기와 마디가 자꾸만 변하고 바뀌어 마침내 큰 나무가 되는 것이다.
그 나무는 다시 열매를 맺고 그 열매는 다시 나무가 된다. 이리하여 세월 이 가변 갈수록 이와 같이 무수히 반복된다.’
부처님께서 여러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꽃ㆍ열매ㆍ줄기ㆍ마디 동을 조심해서 모으면 다시 본래의 씨앗이 되겠는가?’
여러 제자들이 말하였다.
‘그렇게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이미 변화되고 날이 지남에 따라 썩어져서 씨가 다시 생길 것입니다.
이와 같이 그지없이 갈수록 태어나고 바뀌어 나가 끝내는 모두 썩고 말 것이므로 다시는 그 본래의 씨앗으로 회복될 수가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여러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나고 죽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이다.
그것은 본래 어리석음[癡 : 無明]으로부터 나와 자꾸 변화하고 합성(合成)하여 열두 가지 인연(因緣)이 된다.
식신(識神)이 점점 바뀌어 행(行)을 따라가다가 다시 부모를 만나 형체를 받으면 다시는 옛일을 알지 못한다.
그러므로 그 과보를 돌이킬 수 없으니, 비유하면 마치 대장장이[治家]와 같다.
그는 돌을 녹여 쇠를 만들고 쇠를 불려 그릇을 만드는데, 그릇이 다 만들어진 뒤에 다시 그것을 원래의 돌로 만들 수 있겠는가?’
정견이 대답하였다.
‘진실로 죄를 이룬 것은 다시 돌이 되게 할 수 없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식신이 옮겨 가서 중음(中陰)에 머물러 있는 것은 마치 돌이 쇠로 변한 것과 같아서 다른 몸을 바꾸어 받은 것이요,
쇠가 그릇이 된 것은 마치 형상이 사라지고 몸이 바뀌어 다시 본래대로 회복될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식신이 사람의 몸을 받으면 다시 부모가 있게 되고, 이미 부모가 있고 나면 곧 육폐(六閉)가 있게 되느니라.
첫째는 중음에 머물러 있어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것이요,
둘째는 받은 몸이 떨어져서 태 속에 들어가는 것이며,
셋째는 처음 태어날 때 긴박한 아픔 때문에 과거의 식상(識想)을 잊어버리는 것이요,
넷째는 태어날 때 땅에 떨어지기 때문 에 인식작용으로 기억하던 것이 사라지고 다시 새로 본다는 생각을 일으키는 것 이며,
다섯째는 이미 태어나서는 먹는다는 생각에 집착하기 때문에 인식작용으로 기억하던 것이 사라지는 것이요,
여섯째는 태어나서부터 날로 장대(長大)해 지면서 새로운 것을 익혀 묵은 분별이 반복적으로 없어지는 것이니라.’
부처님께서 여러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식신은 선과 악을 지음에 따라, 죽음에 임박해서는 지은 행을 따라가되 보는 것이 옛날 그 몸이 아니기 때문에 다시 식신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러므로 서로 알리지 못하는 것이다.
도에 대한 생각이 아직 없고 깨끗한 눈이 없이 몸이 죽으면 식신이 떠나가고 행업을 따라 변화하여 자꾸만 다른 몸을 받거늘 어떻게 서로 알릴 수가 있겠는가?
비유하면 마치 깜깜한 그믐날 밤과 같다.
다섯 가지 색깔이 있는 물건을 깜깜 한 곳에 놓아두면 천만억의 사람이 있어도 그 물건을 볼 수 없지만,
만약 어느 누가 횃불로 비추면 그 다섯 가지 색깔을 다 분별할 수 있느니라.
또 마치 어리석은 사람은 어둠에 가려 깜깜해진 악한 세계를 혜안(慧眼)을 얻지 못한 채 오고 가며 서로 알리려는 것과 같다.
또 마치 어두운 그믐날 밤에 다섯 가지 색깔을 보려고 해도 끝내 볼 수 없는 것과 같느니라.
그러나 만약 경계(經戒)를 닦아 그 뜻을 잘 지키고 거두면 마치 횃불을 든 사람이 색깔을 분별하는 것과 같을 것이다.
비유하면 마치 손도 없이 글을 쓰려 하고 눈도 없이 물질을 보고자 하며,
어두운 밤에 바늘을 꿰려 하고 물 속에서 불을 구하려고 하는 것과 같아서 결국 얻을 수 없느니라.
너희 여러 제자들은 부지런히 경계를 실천하고 깊이 나고 죽음을 생각하되,
〈이 몸은 본래 어디서 왔다가 어디로 가는 것인가〉라고 생각하여
깨끗함을 열고 번뇌[結]를 없애면 의심하던 바가 저절로 풀릴 것이다.’
정견이 그 말을 듣고 난 뒤에 기뻐하며 받들어 실천하였다.”
『아육왕태자법익괴목인연경(阿育王太子法益壞目因緣經)』에서 말하였다.
“여섯 갈래 세계에 각각 그 모습이 있다.
(l) 지옥상(地獄相)
대체로 사람의 근원(根元)이
나고 죽음에 유랑(流浪)할 때
떠돌고 막히고 치달리면서
다섯 갈래 세계에 떨어진다.
저기에서 죽어서 여기에 태어나는 것
모두가 인연이 있어서이니
사람의 근본의 모습과 모양들
이제 내가 너희들을 위하여 말해 주리라.
걸음걸이가 엎어지고 비틀거리면서도
스스로는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아찔하고 현혹된 듯이 바라보면서
늘 좋아하며 대부분 잊어버린다.
그 거동이 경솔하고 가벼워서
넓은 들판을 떠돌아 다니면
이 사람이야말로 곧
활(活)지옥에서 온 사람이다.
뼈 마디마다 번열이 일어나고 아프거나
잠을 자다가 놀라서 깨나거나
자나 깨나 흉악(凶惡)하면
흑승(黑繩)지옥에서 온 사람이다.
머리털이 거칠면서 길고 눈길이 사나우며
이가 길고 성질을 잘 내거나
목소리가 탁하고 포악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있으면
합회(合會)지옥에서 온 사람이다.
그 말 소리가 높고 크거나
부끄러움[慚愧]을 알지 못하며
싸움하며 부르는 소리를 좋아하면서
참되고 거짓됨을 분별하지 못하거나
누워 잘 때에 신음을 하고
꿈 속에서 자주 놀라 부르짖으면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 사람은
제곡(啼哭)지옥에서 온 사람이니라.
항상 슬프게 울기를 좋아하고
높은 곳에 올라가 멀리 바라보거나
집안 사람들과 다투기를 좋아하고
친한 사람도 없고 소원한 사람도 없거나
말만하면 곧 성을 내어
하루 내내 음식을 먹지 않으면
이 사람은 본래가
대제곡(大啼哭)지옥에서 온 사람이다.
몸은 크고 다리는 가늘고
근력이 박약하고 적으며
언어(言語)는 목이 메인 듯하고
소리는 깨진 독과 같거나
정신과 의식이 안정되지 못하고
마음에 효도하고 순종함이 없으면
마땅히 알아야 하느니라. 이런 사람은
아비(阿鼻)지옥에서 온 사람이다.
온몸이 거칠면서 추하고
오래도록 괴로워하거나 추위에 떨며
뜨거운 것을 좋아하거나 목마름을 기뻐하고
간탐이 많고 질투하거나
다른 사람이 보시하는 것을 보고
스스로 번뇌(煩惱)를 일으키면
이러한 사람은 곧
열(熱)지옥에서 온 사람이다.
불을 보면 놀라고 두려워하거나
따뜻하고 뜨거운 것을 좋아하며
걸음걸이가 가볍고 편안하거나
시기 적절함을 피하지 않으며
짓고 나선 곧바로 후회하면서도
다시 또 보시하고자 하면
이런 사람은 또한
대열(大熱)지옥에서 온 사람이니라.
눈이 작고 성내기를 좋아하며
완수해야 할 일들을 흔히 잊어버리거나
지은 바 소견이 짧고 좁으며
넓고 큰 마음이 없거나
큰 것을 보면 두려워하고
작은 것을 보고는 기뻐하고 즐기면
이 사람은 곧
우발(優鉢)지옥에서 온 사람인 줄 알아야 한다.
눈은 붉고 얼굴이 추하게 생겼거나
언제나 다투고 송사하기를 좋아하거나
성인과 현인을 비방하고
도를 증득한 모든 사람들을 비방하며
밤낮으로 끊임없이 모든 사람들의
비법(非法)의 행을 엿보면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런 사람들은
발두(鉢頭)지옥에서 온 사람들이니라.
눈으로 엿보는 모습이 삼각(三角)의 형태이거나
어버이[二親]에게 효도하지 않으며
태어나면서 곧 단명하는 사람은
구모(拘牟)지옥에서 온 사람이니라.
몸에 칼을 차고 다니기를 좋아하거나
억지로 사람을 맞이하여 싸움을 하다가
필시 남의 손에 죽음을 당하는 사람은
빈지(邠持)지옥에서 온 사람이니라.
몸에는 부스럼이 많이 나고
입에서는 악한 냄새가 나서
사람들과 더불어 친근하지 못하면
광(曠)지옥에서 온 사람이니라.
형체(形體)는 장대(長大)한데
걸음걸이는 열악하고 허약하며
머리칼이 적고 피부가 얇고
항상 병이 많아 고통스러워하거나
사람을 보면 성을 내고
탐하여 실컷 먹고도 싫증냄이 없으면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러한 사람은
염(焰)지옥에서 온 사람이니라.
몸뚱이는 하얗고 눈은 푸르며
말만 하면 곧 거품을 질질 흘리거나
말은 끝도 처음도 없고
흙장난 하기를 좋아하거나
깊은 진흙 구덩이를 보고서
그 몸이 그 위에 가서 드러누우면
이런 사람은 곧
회(灰)지옥에서 온 사람이니라.
곱슬머리에 눈이 노래서
사람들이 보기를 싫어하거나
일에 임하여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면
검수(劍樹)지옥에서 온 사람이니라.
손에는 언제나 칼을 들고 있으며
싸움이란 말만 들어도 곧 기뻐하다가
마침내 칼을 맞고 해침 당하면
도(刀)지옥에서 온 사람이니라.
몸은 까맣고 목구멍은 막힌 데다
깜깜한 방에 있기를 좋아하고
입으로 악한 말만 해대면
열회(熱灰)지옥에서 온 사람이니라.
힘은 약하고 기운마저 적어서
몸이 항상 자재(自在)롭지 못하거나
얻고 잃음의 적절함이
어느 것 하나 자기 때문이 아니라고 하거나
설사 짐승을 도살(屠殺)하는 것을 보더라도
그 곁에서 끝끝내 떠나가지 않으면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러한 사람은
박(剝)지옥에서 온 사람이니라.
성내고 기뻐하는 것이 일정하지 못해
이내 곧 변하고 후회할 줄도 알고
때로는 잘 사과하기도 하되
그런 마음 하루도 넘기지 못하거나
그 마음을 간절하게 꾸짖기를
마치 큰 벌을 받는 것처럼 하면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러한 사람은
국(毱)지옥에서 온 사람이니라.
썩은 냄새 나는 곳을 좋아하고
추악하고 더러운 것 먹기를 좋아하거나
몸에 입고 있는 옷이 추하고 더러우면
시(屎)지옥에서 온 사람이니라.
얼굴 빛이 추악(醜惡)하고
입에서는 더러운 냄새가 나며
남을 모함하기 좋아하고 사람들과 싸우기 좋아하면
선향(善香)지옥에서 온 사람이니라.
부디 이런 모양들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그 곳을 잘 관찰하여
그것을 알고 멀리 떠나가되
마치 겁소(劫燒)를 피하듯이 하라.
지옥의 모습은
대략 이와 갈음을 설하노라.
(2) 축생상(畜生相)
다음에는 축생들에 대하여
받는 형태가 특별히 다른 것을 말하리라.
그러니 마음을 오로지하여 생각하고 살펴서
그런 인연이거든 짓지 말아라.
언어가 어눌하고 더디며
성을 잘 내지 않거나
존장에게 겸손하고 본받으려 하면
그는 코끼리로부터 온 사람이니라.
몸이 커다랗고 냄새가 나며
추위와 더위를 잘 견뎌내거나
이해하기 어렵도록 성을 잘 내면
그는 낙타(路駝)로부터 온 사람이니라.
멀리 돌아다니고 씩씩하게 잘 먹으며
험난한 곳을 피하지 않거나
일에 대하여 잘 기억하고 진리를 알면
이는 말[馬]로부터 온 사람이니라.
은혜롭고 화목하고 너그럽고 어질며
추위나 더위를 당해서도 잘 견뎌내거나
제가 한 일도 기억함이 없으면
그는 소[牛]로부터 온 사람이니라.
큰 소리를 치면서도 부끄러움이 없고
애착하고 생각하는 것이 많으며
옳고 그름을 구별하지 못하면
그는 나귀[驢]로부터 온 사람이니라.
어른이나 아이나 겁냄이 없고
언제나 고기를 탐해 먹거나
모든 일에 대하여 어려워하지 않으면
그는 곧 사자(師子)로부터 온 사람이니라.
키가 크고 눈이 둥글둥글하며
거친 벌판을 다니며 놀기를 좋아하거나
처자들을 미워하면
그는 호랑이로부터 온 사람이니라.
털이 기다랗고 눈은 작으며
성내고 분노하는 일이 적거나
한 곳만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는 새[禽]로부터 온 사람이니라.
성질이 되풀이하는 일 없고
해로운 벌레 죽이기를 좋아하며
혼자서 무덤이 있는 곳을 즐거워하면
여우[狐]로부터 온 사람이니라.
소리는 적고 건장하지 못하며
음욕(婬欲)이 없거나
아내와 아들을 사랑하지 않으면
그는 이리[狼]로부터 온 사람이니라.
고운 옷 좋아하지 않고
간사하고 그릇된 것 엿보아 잡아내며
잠이 적고 성냄이 많으면
그는 개[狗]로부터 온 사람이니라.
키가 작고 털은 길며
배불리 먹고 잠을 많이 자거나
깨끗한 곳을 기뻐하지 않으면
그는 돼지[猪]로부터 온 사람이니라.
털은 노랗고 성질이 급하고 사나우며
혼자서 산릉(山陵)을 좋아하거나
꽃과 과일을 탐내어 먹으면
그런 사람은 원숭이[獼猴]로부터 왔느니라.
거짓말을 많이 하고 얼굴이 뻔뻔스러우며
두렵고 어려운 일 하나도 없거나
실행한 것을 알아 반복(反復)하여 행하면
그는 까마귀[烏]에서 온 사람이니라.
마음에 여색을 탐욕하는 일이 많고
분수와 의리가 적으며
마음에 기억하는 일이 없으면
그는 비둘기[鴿]에서 온 사람이니라.
행동하는 것이 배반을 잘 하거나 사나우며
억지 주장이 심해도 욕됨을 참아내거나
부모에게 효도하지 아니하면
그는 가마우지[鸕鳩]에서 온 사람이니라.
법을 알지도 못하고
또한 잘못인 줄도 알지 못하며
밤낮으로 어리석고 미혹되면
그는 양(羊)에서 온 사람이니라.
거짓말 하기를 좋아하고 기뻐하며
호족(豪族)들과 자주 친근히 하거나
여러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면
그는 앵무(鸚鵡)새에서 온 사람이니라.
하는 짓이 졸렬하고 사나우며
대중들 속에 있기를 좋아하거나
언어(言語)가 많고 번잡스러우면
그는 구욕(鸜鴿)에서 온 사람이니라.
걸음걸이가 조용하고 느릿느릿하며
마음에 정한 규칙이 있고
생류(生類)를 많이 해치면
그는 두루미[鶴]에서 온 사람이다.
몸이 작고 음행(婬行)을 좋아하며
마음이 전일하고 안정되지 못하거나
여색을 보고는 마음이 거기에 미혹되면
그는 참새[雀]에서 온 사람이니라.
눈이 붉고 이가 짧으며
말을 하기만 하면 곧 거품을 토해내거나
누었을 때 곧 온몸을 휘감으면
그는 살무사[蚖]에서 온 사람이니라.
말을 하면 성을 내고 분해하며
닥쳐오는 이치를 살피지 못하고
입에서 화독(火毒)을 내면
그는 짐(鴆)새에서 온 사람이니라.
혼자 살고 있으면서도 음식을 탐내고
목소리와 음향이 기어 들어가듯이 낮으며
밤이 되어도 잠을 적게 자면
그는 고양이[猫]로부터 온 사람이니라.
담을 뚫고 들어가서 남몰래 훔쳐가거나
재물을 탐내면서도 겁이 많으며
친한 사람도 친하지 않는 사람도 없으면
그는 쥐[鼠]에서 온 사람이니라.
그 모습을 심오하게 관찰하여
축생에서 왔는지를 잘 살펴보아라.
(3) 아귀상(餓鬼相)
키는 크면서도 두려움이 많고
털로 몸을 감싸며
입은 옷이 더럽고 해어졌으면
그는 아귀(餓鬼)에서 온 사람이니라.
음란하고 방일하며 간탐(慳食)하거나
남이 잘 되는 것을 미워하며
은혜롭게 베풀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는 아귀에서 온 사람이니라.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고
집안의 대소(大小) 간에
움직였다 하면 다투거나 송사하게 되면
그는 아귀에서 온 사람이니라.
지극히 정성스러운 일이거나
지향하는 일 행하는 것을 믿지 않고
힘이 약하고 지혜가 없으면
그는 아귀에서 온 사람이니라.
소리가 거칠고 음향이 막히거나
갑작스레 진에(瞋恚)를 일으키며
뜨거운 음식 먹기를 좋아하면
그는 아귀에서 온 사람이니라.
항상 재물과 돈이 모자라서
빈털털이로 가난하고 궁핍하여
지혜로운 사람의 비웃음거리가 되면
그는 아귀에서 온 사람이니라.
온 집안[門 : 家門]이 부처님을 섬기지 않고
부처님 법 듣는 것도 좋아하지 않아서
하늘의 길을 아주 끊어버리면
그는 아귀에서 온 사람이니라.
아내와 아들,
형제와 자매를 가르치지 않고
사람들에게 미움을 받으면
그는 아귀에서 온 사람이니라.
태어나면 곧 돌봐줄 이 없는 외로운 고아가 되고
보살펴 줄 사람 아무도 없어
결국엔 몸을 받기 이전의 곳으로 되돌아가서
전생의 인연을 여의지 못하거나
그 마음이 편협(褊狹)하고
화려하게 장식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으며
행동하는 것이 추하고 더러우면
그는 아귀에서 온 사람이니라.
하는 일마다 얻는 것이 없고
하는 일마다 번잡하기만 하며
남에게 줄곧 쫓겨 나면
그는 아귀에서 온 사람이니라.
일에 미혹되어 패망하기 좋아하고
그 근원(根原)을 살펴보지 않으며
사람들이 간하는 말 받아들이지 않으면
그는 아귀에서 온 사람이니라.
고요한 곳을 좋아하지 않고
측간 같이 더러운 곳에 살기를 좋아하며
얼굴 모습이 더럽고 냄새나면
그는 풍신(風神)에서 온 사람이니라.
몸이 큰 것을 기뻐하고 좋아하며
고기 먹는 일 즐겨 탐하거나
혼자서 귀신의 사당을 좋아하면
그는 열차(閱叉 : 夜叉)에서 온 사람이니라.
성내는 일 잘하고 싸움을 잘하며
물건을 보게 되면 탐내고 집착하거나
근심과 잊음이 없으면
그는 열차에서 온 사람이니라.
보는 사람 있으면 털이 곤두서고
곧바로 그의 앞에 가서 뚫어지게 보되
마치 무엇을 잃은 듯이 하면
그는 나찰(羅刹)에서 온 사람이니라.
몸은 협소하고 피부는 앓으며
얼굴 색깔이 온화하고 기쁜 모습이거나
음악을 듣고 기뻐하면
그는 건답화(乾畓和 : 乾達婆)에서 온 사람이니라.
마음에 간편하고 가벼움을 좋아하고
향기를 찍거나 제 몸에 바르며
온갖 기술을 많이 사용하면
그는 건답화에서 온 사람이니라.
항상 노래하고 춤추기를 기뻐하고
남자와 여자에게 전할 때에는
먼저 말하고 나서 뒤에 웃으면
그는 견타라(甄陀羅 : 旃陀羅)에서 온 사람이니라.
마음과 성품이 부드럽고
시절(時節)을 분명하게 알며
번뇌(漏結]를 능히 끊으면
그는 진타라(眞陀羅 : 緊那羅)에서 온 사람이니라.
이상은 아귀의 모습과
열차와 나찰의 모습이니라.
(4) 수라상(修羅相)
눈은 둥글둥글하고 얼굴은 모나며
누런 황금빛 몸과 머리털을 지니고
온갖 기술을 다 갖추고 있으면
그는 아수륜(阿須倫 : 阿須羅)에서 온 사람이니라.
바로 앞에 있는 땅을 보고
의심내는일이 없으며
원수를 보자마자 곧 공격을 가하면
그는 아수륜에서 온 사람이니라.
이상은 아수륜에 대하여
그 모습을 대략 말한 것이다.
(5) 인상(人相)
어느 세계에 가서 태어날지를 알고
가지고 있는 것은 잊지 않으며
사업(事業)에 대하여 분명하게 알면
그는 인간 세계에서 온 사람이니라.
온갖 환상과 거짓을 모두 알아
자기 자신은 그런 일을 하지 않으며
하는 일마다 평등하면
그는 인간 세계에서 온 사람이니라.
착하고 악한 말을
애초부터 잊어버리지 않고
간사하고 거짓됨을 믿지 않으면
그는 인간 세계에서 온 사람이니라.
탐심ㆍ음욕ㆍ인색ㆍ질투에 대하여
집착하여 마음 속에 버리기 어려워하고
지방 풍속까지 다 알면
그는 인간 세계에서 온 사람이니라.
믿는 마음으로 은혜 베풀어 보시하고
법과 법 아닌 것을 다 알며
마음이 편협하지 않으면
그는 인간 세계에서 온 사람이니라.
시절을 놓치지 않고
또한 게으름을 피우지도 않으며
성인과 현인에게 공경하면
그는 인간 세계에서 온 사람이니라.
사문(沙門)을 만나게 되면
계율을 잘 지키고 많이 들으며
지극한 마음으로 받들어 섬기면
그는 인간 세계에서 온 사람이니라.
모든 부처님은 물론
비른 법과 모든 대중 스님들께 공양하고 섬기며
때를 따라 부처님 법을 들으면
그는 인간 세계에서 온 사람이니라.
법을 들으면 잘 알고
악한 일을 들어도 실천하지 않으며
속히 니원(泥洹 : 涅槃)으로 돌아가면
그는 인간 세계에서 온 사람이니라.
이상은 인간 세계에 대하여
그 모양을 대략 말한 것이니라.
(6) 천상(天相)
수미산(須彌山)을 의지하여
다섯 가지 하늘이 있고
본래 지은 인연에 따라
그 모습이 동일하지 않느니라.
가는 허리에 다리는 굵고
언제나 기뻐서 웃음을 머금으면
지혜 있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관찰해야 하리라.
그는 곡천(曲天)에서 온 사람이니라.
미묘한 것을 좋아하고 기뻐하지만
생활의 바탕이 되는 재물은 적다거나
싸우는 것을 보고 두려워하면
그는 시천(尸天)에서 온 사람이니라.
키가 크고 몸이 희며
얼굴 모습이 단정하거나
불빛을 좋아하지 않으면
그는 바천(婆天)에서 온 사람이니라.
항상 기쁘고 즐거운 마음을 가지고
악한 말을 듣고도 성질을 내지 않으며
그에게서 받은 것을 수치스럽게 여기지 않으면
그는 낙천(樂天)에서 온 사람이니라.
생각하고 고통을 잘 참으며
이치 분별하기를 좋아하고
부모를 사랑하고 효도하면
그는 비사천(毘沙天)에서 온 사람이니라.
전생에도 속가(俗家)를 좋아하지 않았고
숲 속에 노니는 것을 기뻐하며
마음 속에 언제나 여색을 좋아하면
그는 삼천(三天)에서 온 사람이니라.
재물과 보배가 비록 많을지라도
비천(卑賤)한 집안에 태어나서
마음에 청정함을 즐거워하면
그는 삼천에서 온 사람이니라.
자기 마음 내키는 대로 스스로 행동하고
하는 일이 능숙하지 못하며
희망이 끊어지고 소원이 어긋나면
그는 염천(炎天)에서 온 사람이니라.
다른 사람과 간음하기를 좋아하고
자기의 아내를 지켜주지 않으며
귀신에게 부림을 당하면
그는 타화천(他化天)에서 온 사람이니라.
부모님을 잘 받들어 섬기고
항상 법칙과 이치를 본받으며
자신의 단점을 모두 남에게서 받으면
그는 도솔천(兜率天)에서 온 사람이니라.
도를 닦지도 않고 도를 구하는 것도 아니며
마음에 아끼겠다는 생각도 없고
속가에 있기를 좋아하지 않으면
그는 범천(梵天)에서 온 사람이니라.
마음으로 원하는 것과 그 성질이
늘 잠 자기를 탐하며
또한 법을 잘 이해하지 못하면
그는 무상천(無想天)에서 온 사람이니라.
여섯 갈래 세계의 중생들은
저마다 그 근본이 있으므로
성품이나 행실이 같지 않으며
지조(志操) 또한 서로 다르다.
27.3. 귀신연(歸信緣)
『나선비구문불경(那先比丘問佛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그 때 미란왕(彌蘭王)이 아라한인 나선(那先)비구에게 물었다.
‘〈사람이 세간에 살고 있으면서 악을 지음이 백 년에 이르렀으나 죽음에 임박 하여 부처님을 염(念)하면 죽어서 하늘에 태어난다〉고 합니다.
나는 이 말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또 말하기를
〈단 한 번이라도 중생을 죽이면 죽어서 곧 니라(泥犂 : 地獄)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나는 그것도 마찬가지로 믿을 수가 없습니다.’
나선비구가 왕에게 물었다.
‘가령 어떤 사람이 조그만 돌을 주워서 물 위에 놓는다면 그 돌이 뜨겠습니까, 가라앉겠습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그 돌은 가라앉을 것입니다.’
나선비구가 말하였다.
‘만약 큰 돌 백 개를 주워서 배 위에 놓으면 그 배가 가라앉겠습니까?’
왕이 대답하였다.
‘가라앉지 않을 것입니다.’
나선비구가 말하였다.
‘배 안에 백 개나 되는 커다란 돌도 배 때문에 가라앉지 않은 것입니다.
사람에게 비록 본래의 악이 있으나 단 한 때만이라도 부처님을 염하면 이 때문에 니리(泥犂)에 들어가지 않고 곧 천상(天上)에 태어나게 됩니다.
그런데 왜 이 말 을 믿지 않습니까?
저 조그만 돌이 가라앉는 것은 마치 사람이 악을 짓고도 불경을 알지 못하면 죽은 뒤에 곧바로 니리에 들어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왜 이 말을 믿지 않습니까?’
왕이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십니다.’
나선비구가 말하였다.
‘비유하면 마치 두 사람이 함께 죽어 한 사람은 일곱 번째 하늘인 범천(梵天)에 태어나고 다른 한 사람은 계빈국(罽實國)에 태어났다고 합시다.
이 두 사람 이 멀고 가까움이 비록 다르지만 죽어서는 동시에 함께 이르는 것과 같습니다.
또 마치 한 쌍의 새가 한 마리는 높은 나무위에 앉아 있고 다른 한 마리는 낮 은 나무 위에 앉았다고 합시다.
두 마리 새가 함께 날면 그 그림자도 함께 땅에 나타나는 것과 같을 뿐입니다.’
나선비구가 말하였다.
‘가령 어리석은 사람은 악을 지으면 받는 재앙이 크고 지혜로운 사람은 악을 지어도 받는 재앙이 적습니다.
비유하면 마치 뜨겁게 달구어진 쇠가 땅에 있을 때 한 사람은 그것이 뜨거운 쇠인 줄 알지만 다른 한 사람은 그것이 뜨거운 쇠인 줄 모르는 것과 같습니다.
두 사람이 그것을 함께 취할 적에 그런 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손을 크게 데였으나 뜨거운 줄 안 사람은 손이 조금 손상되는 것처럼
악한 짓을 하는 데 있어 서도 그러하여 어리석은 사람은 스스로 참회하지 않기 때문에 받는 재앙이 크고,
지혜로운 사람은 악을 짓고는 그것이 부당(不當)한 것임을 알고 날마다 스스로 그 잘못을 참회하기 때문에 그 재앙이 적습니다.’
또 『사품학경(四品學經)』에서 말하였다.
“평범하고 비속한 사람은 더러는 축생만도 못한 사람이 있고 축생들도 혹은 사람보다 나은 것이 있다.
왜냐 하면 사람이 죄를 짓는 일을 멈추지 않다가 죽어서는 지옥에 들어가며, 그 죄가 다 끝나면 처음에는 아귀(餓鬼)가 되고, 아귀의 죄가 끝나면 다시 축생 이 되며, 축생의 죄가 끝나면 그 때서야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축생의 세계에서 그 죄를 마치면 곧 사람이 될 수 있다.
그런 까닭에 마땅히 부지런히 선행을 해야만 삼존(三尊)의 가르침을 받들어 세 갈래 악한 세계를 영원히 여의고 하늘이나 사람의 세계에 태어날 수 있는 복 을 누리며 그 후엔 길이 해탈하게 될 것이다”
또 『사십이장경(四十二章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천하에 다섯 가지 어려운 일이 있다.
가난하여 보시하기 어려운 것이요,
좋은 종족으로 귀하게 되어 도를 배우기 어려운 것이며,
수명을 제도받아 죽지 않기가 어려운 것이요,
부처님의 경전을 믿어서 보기 어려운 것이며,
부처님께서 계신 세상을 만나기 어려운 것이다”
또 『잡비유경(雜譬喩經)』에서 말하였다.
“세상에 매우 어려운 일에 열여덟 가지가 있다.
첫째는 부처님 계선 세상을 만나기 어려운 것이요,
둘째는 설사 부처님께서 계신 세상을 만났더라도 사람으로 태어나기 어려운 것이며,
셋째는 설사 사람으로 태어나더라도 중국(中國 : 中土)에 태어나기 어려운 것이요,
넷째는 설사 중국에 태어나더라도 종성(種姓)의 집에 태어나기 어려운 것이며,
다섯째는 설사 종성의 집안에 태어나더라도 사지(四支)와 육정(六情)이 멀쩡하기 어려운 것이요,
여섯째는 설사 사지와 육정이 멀쩡하더라도 재산을 얻기 어려운 것이며,
일곱째는 설사 재산을 얻었다 하더라도 선지식을 만나기 어려운 것이요,
여덟째는 설사 선지식을 만났다 하더라도 지혜를 구족(具足)하기 어려운 것이며,
아홉째 는 설사 지혜를 구족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착한 마음을 갖추기 어려운 것이요,
열째는 설사 착한 마음을 갖추었다 하더라도 보시하기 어려운 것이다.
열한째는 설사 보시를 할 수 있다 하더라도 어질고 착하고 덕이 있는 사람을 얻기 어려운 것이요,
열두째는 설사 어질고 착하고 덕이 있는 사람을 만났다 하더라도 그가 있는 곳까지 가기가 어려운 것이며,
열셋째는 설사 그곳에까지 이르렀다 하더라도 적당하고 알맞음을 얻기 어려운 것이요,
열넷째는 설사 적당하고 알맞음을 얻었다 하더라도 설법을 듣기 어려운 것이며,
열다섯째는 설사 설법을 들었다 하더라도 바르게 이해하는 지혜를 얻기 어려운 것이요,
열여섯째는 설사 이해하는 지혜를 얻었다 하더라도 심오한 경전을 받기 어려운 것이며,
열일곱째는 설사 심오한 경전을 받았더라도 그 경전의 말씀대로 수행하기 어려운 것이요,
열여덟째는 설사 심오한 경전을 받아 그 말씀대로 수행한다 하더라도 성과(聖果)를 증득하기 어려운 것이니,
이것을 열여덟 가지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또 『죄업보응경(罪業報應經)』의 게송에서 말하였다.
물이 흘러내려도 언제나 가득 차지는 못하고
불길이 왕성해도 오래도록 타지는 못한다.
해는 떠올라도 얼마 못가서 지고 말며
달은 갔다가도 금새 또 기울어진다.
그런데 저 존귀함ㆍ영화로움ㆍ부유함ㆍ귀한 것들은
무상(無常)하기가 이보다 더 심하니라.
그러므로 알아야 한다. 사람의 몸은 얻기는 어려우나 잃기는 쉬우니, 잃어버리기 쉬운 것이기 때문에 그것에 집착하는 마음을 낼 필요가 없다.
마땅히 알아야 한다. 사람의 몸은 생각생각마다 죽음에 가까워지고 있으니, 그것은 마치 돼지나 양이 도살장으로 끌려가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열반경 涅槃經)』에서 말한 것과 같다.
“관찰해 보건대 이 수명은 언제나 한량없이 많은 원수들에게 둘러 싸여 있어 서 생각생각마다 자꾸만 줄어들며 절대로 늘어남이 없다.
그것은 마치 급히 흐르는 물이 멈추지 않고 흘러가는 것과 같고,
또한 아침 안개가 오래 머물지 못 하는 형편과 같으며,
죄수가 형장을 향하여 갈 때 걸음마다 죽음에 가까워지는 것과 같느니라.”
또 『마야경(摩耶經)』의 게송에서 말한 것과 같다.
비유하면 전다라(旃陀羅)가
소를 몰고 도살장으로 갈 때
걸음마다 죽을 땅에 가까워지는 것과 같으나
사람의 목숨은 이보다도 더 빠르다.
또 『숙가경(叔迦經)에서 말하였다.
“숙가바라문자(叔迦婆羅門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속가에 살고 있는 속인들도 복덕을 잘 닦으며 그 선근이 출가한 사람보다 나을 수 있습니까? 이 일이 어떠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나는 결정된 답을 말하지 못하겠다.
출가한 사람도 혹 선근을 닦지 않으면 속가에 살고 있는 사람보다 못하고,
속가에 사는 사람도 선근 을 잘 닦으면 출가한 사람보다 훌륭하니라.’”
[분석해서 말하면 출가한 사람은 법을 밝게 이해하는 것이 많기 때문에 훌륭하고,
속가에 있는 사람은 그런 일이 드물기 때문에 그래서 출가한 사람만 못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또 『삼천위의경(三千威儀經)』에서 말하였다.
“출가한 사람이 해야 할 업무는
첫째 좌선(坐禪)하는 것이요,
둘째는 경법(經 法 : 經典)을 독송하는 것이며,
셋째는 중생들을 권장하고 교화하는 일이다.
만약 이 세 가지 업(業)만 원만하게 갖추면 이 사람은 출가한 사람의 법에 상응한다. 그러나 만약 그대로 실천하지 못하면 헛되이 살다가 헛되이 죽으며, 오직 죄를 받을 원인만 있을 뿐이다.”
또 『백유경(百喩經)』에서 말하였다.
“옛날 어떤 사람이 불과 찬물을 써야만 할 일이 생겨서 곧 묵었던 불씨로 불 을 피우고 물을 그릇에 담아 불 위에 올려 놓았다.
그 뒤에 볼을 취하려 하였으나 불은 다 꺼져버렸고 냉수를 취하려고 하였으나 물은 또한 뜨거워졌다.
그리하여 불과 냉수 이 두 가지를 모두 잃고 말았다.
세간 사람들이 불법 안에 들어가서 출가하여 도를 구하지만
이미 출가한 뒤에도 다시 처자를 생각하고 다섯 가지 욕락을 생각한다.
그런 까닭에 그 공덕의 불을 잃어버리고 아울러 지계(持戒)의 물까지 다 잃고 마는데, 욕망을 생각하는 사람도 또한 이와 같느니라.”
게송을 읊는다.
악하고 착한 짓은 서로 다르나
범부와 성인은 도에 합해진다.
다섯 가지 음(陰)이 비록 같다고는 하나
여섯 갈래 세계에서는 그 법이 서로 다른 것이다.
사는 곳을 살펴보고 얼굴색을 관찰하면
각각 그들이 전생에 지었던 업을 알 수 있다.
괴로움과 즐거움 그 형상이 다르거늘
그 누가 이것을 막아 그치게 할 수 있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