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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그곳 낭만의 시간…요즘 사람 여관 여행
한옥에서의 하룻밤은 오랜 추억을 남겨준다
고택에서의 하룻밤처럼 오래된 여관에서의 하룻밤은 어떤가. 새 주인을 만나 달라진 여관의 면면, 우리가 알던 여관이 아니다.
어느 도시를 가도 여관이 있다. 그 가운데는 쓰임을 다하고 새 주인을 기다리는 여관도 있다. 여관처럼 공간 분할이 착실히 되어 있는 건물의 쓰임은 다양하다. 특히 게스트하우스나 호스텔로 활용할 때는 이점이 있다.
무엇보다 객실마다 욕실이 있다는 것. 1인 혹은 2~3인을 위한 프라이빗 룸으로 활용할 때 더 유용한 일이다. 게다가 숙박업에 필요한 모든 공간이 적절히 배분, 위치해 있다. 이를테면 로비, 복도, 식당이나 테라스, 옥상까지도. 보통 1층짜리 여관은 없다. 작지 않은 규모이기 때문에 공간 활용면에서도 좋다. 그래서 숙박업을 시작하려는 이들은 숙박업을 했던 건물을 찾는 것을 염두에 둔다. 이것은 재생 건축의 범주다. 폐공장이나 오래된 여관, 창고에 각 요소마다 가장 접하는 기능을 부여하는 것. 멀리 런던의 테이트모던이나 헬싱키의 카타야노카호텔(감옥을 호텔로 만들었다)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유용한 쓰임새로의 재탄생이 바로 재생 건축이다.
국내에도 많은 사례가 있다. 정선의 폐탄광은 삼탄아트마인으로, 제주도의 극장이나 모텔은 아라리오뮤지엄, 바닷가 전분공장은 카페가 되었다. 건축가이자 도시사회학자인 김정후는 “첨단이라는 표현은 매우 한시적인 개념이고, 그 생명력은 더욱 짧아지는 추세”라고 했다. 더 이상 새로운 건축으로만 신선한 공간과 숨이 트이게 할 필요는 없다. 지역 곳곳 방치된 오래된 여관이 흥미로운 게스트하우스, 여관으로 탈바꿈해 찾아오는 여행자를 반기고 있다. 그 모습 그대로 77년, 때론 100년도 더 된 곳들이다. 새로운 주인을 만났으나 지난 건물의 역사와 이야기를 승계한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누구나 반겨주는 곳, 누구든 좋아할 만한 편안한 여관, 게스트하우스를 소개한다. 모두 새롭지만 어느 하나 오래되지 않은 곳이 없다. 이야기가 많은 오래된 잠자리다. 바야흐로 여행은 이야기를 만드는 여정이니 이만한 잠자리도 없을 것이다.
금산여관 대문, 역시 여관 하면 중정이 매력
1938년 터주의 새 얼굴 순창 <금산여관>
순창은 여행하기엔 지역적으로 좋은 위치다. 전주와 광주, 지리산 등이 지척이다. 하지만 아무도 순창에 오래 머물지는 않는다. 통상 당일치기로 지나치는 순창을 바꿔놓은 건 금산여관이다. 금산이 앞에 있어 금산여관이라 이름이 붙었다는 이 집은 1938년에 지어졌다. 이후 적어도 40년 가량은 금산여관이었던 집이다. 2007년 폐업 이후 8년 동안 비어 있던 이 오래된 집이 새 주인을 만나 수리를 거쳐 2014년 6월에 문을 열었다. 이름은 그대로 금산여관, 골목에서 보이는 인상적인 옛 간판 역시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순창 주민이 묵을 일 없으니 주변 모텔과 경쟁하지 않아도 되고, 터미널에서 걸어 5분 거리니 차 없이 다니는 여행자들에겐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주인장 고향이 순창인지라 주변을 꿰고 있는 것은 물론, 지역 주민과도 어우러지는 사이 좋은 곳이다. 77년 된 금산여관의 생일은 7월 26일. 호방한 주인장은 집 생일은 챙겨줘야겠다면서 생일날 잔치를 생각하고 있었다. 세계 두루두루 여행한 주인장의 배려가 여행자를 덥혀 주는 편안한 곳이다.
금산여관
위치 전북 순창군 순창읍 옥천로 12-8
문의 063-653-2735
홈페이지 http://blog.naver.com/tinyss99
시설 및 요금 1인실 3만원, 2인실 7만원, 여성 및 남성 전용 4인 도미토리 2만원
20년 된 여관이 디자인을 만났을 때 경주 <딥 DEEEP 게스트하우스>
주인장의 감각이 돋보이는 곳으로 넓은 공간 구석구석 세심하게 신경 쓴 티가 역력하다. 경주의 경우, 부지런하면 하루 이틀에 거의 다 봤다 싶을 정도로 크지 않은 지역이다. 하지만 이틀, 사흘 연이어 숙박하는 이들이 많은 곳이다. 그만큼 느리고 깊게 여행하자는 의미로 이름도 ‘E’가 하나 더 붙은 딥(DEEEP)이다. 이를 위해 자전거를 무료로 대여해주는 친절한 게스트하우스다. 요즘엔 자전거를 가지고 경주를 찾는 여행자도 많기 때문에 비를 맞지 않도록 실내에 자전거 거치대가 마련되어 있기도 하다. 작지만 사려 깊은 면모다. 도미토리지만 20년 넘게 여관으로 사용되던 곳을 개조해 만든 곳인만큼 방마다 욕실이 있어 편한 것은 더 말할 것 없는 장점. 위치는 역에서 가까워 좋고, 성동시장도 지척이다. 주인장이 추천하기를, 성동시장에는 전국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식당들이 있다고 한다. 한식 뷔페인데 밥과 국 기본에 반찬을 뷔페로 마음껏 골라 먹되, 가격은 5000원이다. 이런 식당은 시장 안 7~8군데에 있는데, 그 가운데서도 주인장이 추천하는 식당은 ‘맛나식당’이라고 했다. 딥 게스트하우스는 규모도 규모지만, 2~3인 객실이 많아 이러한 구성으로 여행하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곳이 될 것이다.
경주 딥 게스트하우스
위치 경북 경주시 북정로 63-7
문의 010-7321-9258
시설 및 요금 2인실 7만5000원~8만원, 3인 구성 도미토리 3만원, 4인 구성 도미토리 2만5000원
40년 미도장의 모던한 변화 제주 <미도호스텔>
모던한 호스텔의 전신은 1977년부터 운영되던 미도장이다. 서른 아홉에 직장을 박차고 나와 1년 간 세계일주를 다녀온 뒤 주인장이 제주에 와 처음 소개 받은 건물이기도 하다. 몇 개월 뒤 결심하고 내려와 미도장의 주인이 되고, 오래된 건물을 고치는 과정은 주인장의 블로그(http://blog.naver.com/ydjblue)에
담백하게 기록되어 있다. 미도장에서 미도호스텔로 모던하게 탈바꿈했지만 과거의 마루, 벽을 이루던 나무, 문과 창문 등은 모두 미도호스텔 곳곳에 남아 있다. 제주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모텔과 호텔, 게스트하우스와 펜션이 있다. 왜 꼭 미도호스텔로 가야 하는가에 대해서라면 고민이 있을 수 있다. 고민의 여지가 없는 이유를 들자면, 우선 서귀포 관광 코스에 접근하기 편하다. 게다가 제주시를 포함, 제주 어디든 이동하기에도 편하다. 또한 호텔보다는 저렴하고 조식이 제공되니 모텔보다 편리하다. 그리고 도미토리부터 프라이빗 룸까지 선택의 폭이 넓다. 무엇보다 다른 여행자들을 만나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사진 제공 이중섭미술관)
미도호스텔
위치 제주 서귀포시 동문동로 13-1
문의 064-762-7627
홈페이지 www.midohostel.com
시설 및 요금 프라이빗 룸 2인 기준 6만원, 3인 기준 룸 8만원, 12인 혼성 도미토리 1만5000원, 6인 남성 및 여성 도미토리 2만2000원, 4인 여성 도미토리 2만4000원

복도와 다다미가 영락없는 일본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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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근대 일본 건축물인 보성여관
근대 역사를 품은 곳 벌교 <보성여관>
일본풍의 근대식 여관이다. 그 당시 여느 근대식 건물이 그랬던 것처럼 차를 마시는 공간이 2층에 마련되어 있다. 일본식 다다미방이라 할 수 있는 구조인데, 규모 면에서는 어느 근대식 건물에 비할 수 없이 크다. 이곳은 오래 전부터 보성여관이었고, 조정래 작가의 대하소설 <태백산맥>에 남도여관으로 등장한다. 소설 속에서 토벌대장 임만수와 대원들의 숙소였던 곳이다. 가치를 인정 받아 2004년에 등록문화재 제132호로 지정되고, 복원 사업을 거친 뒤 2012년 이전 모습으로 개관하기까지 긴 시간을 버텨 온 건물이다. 요즘엔 <태백산맥>의 배경이 되었던 벌교우체국, 읍사무소 등의 시설물을 기행하기 위해 많이들 찾아오는 곳이 되었다. 둘러보면 소설뿐 아니라 흡사 <장군의 아들>이란 영화 안에 들어와 있는 듯한 장소다. 1층 안쪽의 한옥 부분에 있는 온돌방 7개는 숙박이 가능하다. 만일 아쉽게도 숙박할 여유가 없다면 1000원의 입장료로 관람할 수 있다. 분위기 있는 카페에 머물다 가려면 음료 한 잔이 포함된 4000원 입장료를 지불하면 된다. (사진 : 강기원)
보성여관
위치 전남 보성군 벌교읍 태백산맥길 19
문의 061-858-7528 홈페이지 www.boseonginn.org
시설 및 요금 총 7동, 2인 기준 8만원에서 15만원까지.
주변 관광지 태백산맥 문학관, 벌교 꼬막시장, 보성 녹차밭, 낙안읍성, 순천만
비선 여인숙의 변화 춘천 <봄엔 게스트하우스>
춘천 구도심 버스터미널 근방에 위치한 이곳은 2007년부터 비어 있던 비선 여인숙을 리모델링했다. 청년사회적 기업인 ‘동네방네’ 4명의 청년이 의기투합해 2년여 준비 끝에 오픈 한 것이 지난해 6월. 한적해진 동네에 새로운 활력이 돌기 시작했다. ‘같이 놀자’는 콘셉트처럼 이곳 이름 역시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한 공모로 지어졌다. 춘천의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는 포부를 더해 원도심 상점에서 사용할 수 있는 3000원 상품권이 숙박료에 포함되어 점이 눈에 띈다. 젊은 여행객을 위해 이제는 추억의 게임이라 할 테트리스, 슈퍼마리오 등을 즐길 수 있고, 한편에 즉석 공연도 가능할 악기도 준비되어 있다. ‘봄엔샵’ 코너도 마련해 여행에 필요한 물품이나 액세서리를 구입할 수 있는 것도 재미있다. 그밖에 셀카봉을 무료로 빌려주는 등 여행객들에게 소소한 재미를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봄엔 게스트하우스
위치 강원 춘천시 공지로 469
문의 070-7527-5401
홈페이지 http://cafe.naver.com/dnbnguest
시설 및 요금 평일 기준(주말 별도) 2인실 4만4000원, 여성전용 4인 및 6인 도미토리 2만원, 남성전용 8인 도미토리 2만원(성수기 요금 별도)
주변 관광지 청평사, 소양댐, 구곡폭포, 국립춘천박물관, 애니메이션박물관, 중도유원지
살뜰한 시간, 새로운 공간
이야기가 많은 곳, 쉬어가기 좋은 두 곳의 문화공간
오래된 가옥의 틔움 공주 루치아의 뜰
할머니 한 분이 살던 집이라고 했다. 좋은 건축가를 만나 주인 부부가 노력을 기울인 결과, 최소한으로 매만져 이전 가옥의 모습을 살린, 멋스러운 집이 만들어졌다. 드는 햇살과 바람까지 헤아린 집, 남아 있던 물건까지도 최대한 활용했다. 자개장은 차 탁자로 쓰이고, 밀가루 포대는 쿠션이 되고, 부엌문은 탁자가 되었다. 낮은 대문으로 훤히 보이는 뜰, 소담한 가옥 한 채. 이름조차 아련한 루치아의 뜰은 작지만 들인 정성만큼의 소문을 타고 있는 곳이다. 15년 동안 다도를 공부한 루치아 씨는 이곳에서 차를 내린다. 메뉴로는 홍차와 수제 티푸드가 있다. 오랑제뜨, 마시멜로께끼, 브라우니와 가래떡구이 등이 있고 애프터눈 티세트가 있다. 말차미숫가루, 레몬티도 있는데 무엇보다 티세트와 계절 꽃차를 마셔보는 것을 추천한다.
위치 충남 공주시 웅진로 145-8 문의 041-855-2233
주변 관광지 공주오일장, 풀꽃문학관, 황새바위성지, 공주역사문화관
영화동의 역사 군산 이당미술관
4층 높이의 영화빌딩은 1969년 지금의 모습을 갖춘 이래 줄곧 목욕탕과 여관이었다. 1층에는 남녀 목욕탕이, 2층부터 4층까지는 20여 개 객실이 있었다고 한다. 이곳을 이용하던 이들은 주로 군산항을 찾는 국제 선원들이었다. 인근에는 번성했던 군산 내항과 그때도 영업한 지 이십 년도 더 된(한국인이 운영한 시점부터) 오래된 빵집 이성당이 있었다. 성업하다 2008년 이후로 방치되었다가 올해 리모델링을 완료했다. 3층까지는 전시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고 나머지 공간은 입주작가 레지던시로 활용되고 있다. 현재 개관전으로 7월 19일까지 김수남 사진전, <아시아의 원풍경>이 진행되고 있다.
위치 전북 군산시 구영 6길 108번지 문의 063-446-5903
주변 관광지 근대역사박물관, 군산항, 동국사, 히로쓰가옥
[글 채정선(프리랜서) 사진 각 여관, 각 지자체, 이영근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