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밤 지새우고 풀잎마다 맺힌
진주보다 더 고운 아침 이슬처럼
내 맘에 설움이 알알이 맺힐 때
아침 동산에 올라
작은 미소를 배운다
태양은 묘지 위에 붉게 떠오르고
한낮에 찌는 더위는
나의 시련일지라
나 이제 가노라 저 거친 광야에
서러움 모두 버리고
나 이제 가노라
(김민기 작사. 작곡 아침이슬)
이 노래는 통기타 가수인 양희은의 영롱한 목소리로 기억되지만 작사 및 작곡자는 김민기(1951년-2024년 7. 21)이다. 독재 정권에 항거하며 민주화 시위 때마다 불렀던 가슴 뭉클한 운동 가요의 대표격이다. 그는 ‘지하철 1호선’이라는 뮤지컬 공연의 연출자로서 대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그러한 천재적 재능에도 그는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고 항상 앞것이 아닌 뒷 것으로 자처했다. 수줍은 미소와 함께 대중 앞에 나서기보다 뒤에서 조용히 지내기를 좋아하는 겸손한 인격을 지녔다 . 지난 7월 21일에 타계한 고인은 장례식에 부의금이나 조화도 거부하고 조문객들을 잘 대접하라는 유언도 남겼다.
누구나 자신의 작은 공로라도 내세우고 남 앞에 나서기를 좋아하는데 김민기는 그렇지 않은 걸 보면 참으로 순수하고 겸손한 분으로 여겨진다. 나도 70 평생 살아오는 동안 언제나 앞것이 되고 싶어 안달하지 않았던가. 이제 뒷것으로 살아가는 의미를 깨닫고 더욱 낮아지고 싶다. 이제 하늘의 별이 된 고인의 아름다운 삶에 머리 숙여 명복을 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