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화. 악령 체포 작전
신성한 매실 758
그때 성급한 팀원 하나가 또 물었다.
“언제쯤이 될까? 우리가 나서야 할 시점이.”
최림은 입을 앙다물었다.
“넉넉잡아 3주 후입니다.”
“굿!”
마이클이 상석에서 일어나 손뼉을 쳤다.
이로써 회의는 끝이 났다.
경찰서에 들어가자 팀원들이 매우 분주한 분위기였다.
형사팀은 그가 없는 사이에 초동수사를 완전히 끝낸 모양이었다.
팀장은 전두태를 범인이라고 확신하였다.
그 사흘 동안 형사팀은 전두태의 행적과 비위 사실을 모조리 밝혀내었다.
이제 남은 건 전두태가 있는 건물의 압수 수색이었다.
영장은 어제 청구한 모양이었다.
최림은 팀장 앞에서 어깨를 들썩였다.
“이리도 빨리요?”
“그럼, 소뿔도 단김에 빼야지.”
팀장은 얼른 이 사건을 해결하고 싶어 안달이 난 것 같았다.
그런 그가 최림에게 귓속말했다.
“너희 팀에도 알렸어?”
“네, 방금 갔다 오는 길입니다.”
“음, 좋아. 그런데 말이야. 그, 그 말이야, 뭔고 하면 …”
팀장이 자꾸 뜸을 들였다.
최림이 답답해서 크게 소리쳤다.
“아! 빨리 말씀하세요.”
“알았어. 깜짝 놀랐네.”
“뭔데요?”
“그 말이야, 아무래도 서장까진 아니더라도 팀원들에겐 알려야겠어.”
“우리 팀과 공조한다는 것 말이에요?”
“그래, 그게 더 낫지 않겠어?”
최림은 곰곰이 생각하다가 또 다른 제안을 했다.
“좋습니다. 그런데 이번 작전엔 본청 직원들은 제외입니다.”
팀장은 환하게 웃었다.
“물론이지. 이런 좋은 사건을 왜 그놈들에게 나눠줘? 당근이지.”
“알겠습니다. 내일 압수 수색은 언제 나가면 됩니까?”
“10시니까, 자넨 오늘 집에 돌아가 푹 쉬고 내일 시간에 맞춰 와.”
“그래도 되겠습니까?”
“물론.”
다음 날, 정각 10시 최림을 포함한 형사팀원들은 전두태의 건물로 갔다.
그리고 만약을 위해, 최림은 ‘악령퇴치반’의 A조를 준비하였다.
그들은 경찰이 들어간 뒤, 건물 입구에 대기하고 있었다.
건물 입구엔 일반 경비원 대신 조폭 같은 놈들 몇이 서 있었다.
선임 형사가 영장을 보여주자, 그들 중 한 놈이 전화기를 들었다.
그런데 다음이 가관이었다.
“돌아가십시오. 올려보내지 말라는 분부가 있었습니다.”
“뭐? 이건 공적인 일이야. 법원 영장이라고!”
선임 형사는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오는 지경이었다.
그래도 놈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덩치들이 경비실에서 더 나왔다.
이쯤 되면 일촉즉발이었다.
할 수 없이 최림이 나섰다.
“전두태 회장과 통화할 수 있게 해주시오.”
“뭐야? 일개 형사 나부랭이가 우리 회장님과 통화를?”
그들 중 대장으로 보이는 놈이 최림을 툭, 하고 쳤다.
“가! 가! 다음에 오던지.”
“이런!”
참다못한 최림이 뒤돌려차기로 놈의 면상을 깠다.
퍽!
악!
그러자 놈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제압하라!”
선임 형사가 명령하자 팀원들은 일제히 경찰봉을 빼 들었다.
치리릭~
착, 착, 착.
그런데 역부족이었다.
최림을 비롯한 4명의 형사로선 그 덩치들을 제압할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최림이 호각을 불었다.
삐리릭~.
와장창!
‘악령퇴치반’의 A조 요원들이 문 대신 창문을 깨고 들어왔다.
“뭐야? 뭐야?”
당황한 놈들이 빛의 속도로 돌진해오는 요원들을 보고 기겁했다.
A조 요원들은 무예의 고수답게 놈들을 단번에 제압하기 시작했다.
퍽!
억! 어억! 끅!
닥치는 대로 놈들을 패대기치자, 전세가 완전히 역전되었다.
이 광경을 지켜보는 형사들도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수고했습니다. 서류 챙겨 올때까지 여기서 대기하십시오.”
최림은 형사들을 데리고 여유롭게 엘리베이트를 탔다.
24층, 전두태의 집무실과 사무실이었다.
문이 열린 집무실에서 전두태는 태연하게 붉은 와인을 마시고 있었다.
그러나 그게 와인이 아니라 사람의 피란 걸 최림은 알 수 있었다.
붉은 여우의 형상을 한 전두태는 사람이 아니었다.
악령의 완전체, 놈은 완벽한 적그리스도였다.
“뭐요?”
수행비서인 듯한 자가 형사들을 가로막았다.
이에 선임 형사가 바로 영장을 비서에게 보여주었다.
“압수수색 영장이오. 지금 당장 컴퓨터에서 손을 떼시오!”
형사팀원들은 득달같이 사무실 컴퓨터와 서류를 챙기기 시작했다.
최림은 사무실을 통해 전두태의 집무실로 향했다.
휘리릭~.
그런데 이상한 일이었다.
아까만 해도 분명히 보였던 전두태는 없었다.
대신 24층 그의 집무실 창문이 활짝 열려있었다.
형사팀장의 전략은 이른바 투 트랩이었다.
하나는 전두태의 살인 교사 입증.
그리고 나머지는 사업상의 불법행위 입증이었다.
그래서 그의 집무실과 사무실을 압수 수색한 거였다.
그런데 문제는 놈의 휴대전화를 압수하지 못한 게 참으로 아쉬웠다.
하긴 24층 창문에서 뛰어내린 놈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이게 최림으로서도 난감한 일이었다.
팀장이 답답하다는 듯 물었다.
“아니, 분명히 전두태가 집무실에 있는 걸 봤다며?”
“그랬죠.”
“그렇다면 놈이 하늘로 솟은 거야, 아니면 땅으로 꺼진 거야?”
최림도 답답했다.
그러니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밖에 없었다.
“전에 말씀드렸다시피, 놈은 사람이 아닙니다.”
헐!
그 말을 팀장이 이해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아무리 귀신이라도 24층 높이에서 뛰어내렸다는 게 말이 돼?”
“그건 추정입니다.”
“뭐야? 그게 아니라면 놈이 순간이동을 했단 말이야?”
“죄송합니다. 무슨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놈의 핸드폰을 압수하겠습니다.”
“됐어. 그건 알아서 할 일이고. 집무실 컴퓨터는 챙겨왔지?”
“네.”
“그것부터 확인해 봐.”
팀장은 나머지 형사들에게도 압수한 사무실 컴퓨터와 자료를 챙기라고 명령했다.
최림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놈의 컴퓨터를 열었다.
행여 여기에 살인사건과 관련된 자료가 있으면 만사 오케이였다.
물론 그런 일은 만무하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놈의 개인 컴퓨터에는 유의미한 범죄행각 자료가 많았다.
불법 오락실 운영 개입부터 세금 탈세 증거 자료까지.
심지어는 불법 동영상 제작과 유출 등의 증거도 나왔다.
그런데 자료를 검색하다 보니 매우 이상한 게 있었다.
최림은 무릎을 딱, 하고 쳤다.
놈의 종교 집회 행사 때 한 설교 영상이었다.
「교회는 우리더러 이단 혹은 사탄이라고 공격합니다.
그들은 사탄이 삼위일체 하나님을 흉내 내어
사탄의 숫자 666을 이용한다고 하는데, 이건 사실과 다릅니다.
오히려 그들이 예수의 재림 전에 즉 7년 대환란 중에
우리를 모조리 제거하려 용을 쓰고 있습니다.
분명히 말하자면
우리야말로, 천년왕국을 건설할 하늘의 용사로서
이 땅의 예수 믿는 사람들 이마에
666을 새김으로써, 천국의 소망을 이루게 할 것입니다.
이제 이 위대한 소명도 멀지 않았습니다.
모두 가열차게 투쟁하여
예수교 신자부터 모조리 제거합시다.」
최림은 기독교인들을 예수교라 지칭하는 게 우스웠다.
악령들이 자신들을 천국의 사자라고 말하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놈들의 목표는 단 하나였다.
이 땅의 기독교인들 모두의 이마에 666을 새기는 날이었다.
‘가증스러운 놈!’
그로부터 2주가 지났다.
전두태 일당의 범행 증거 자료는 차고 넘쳤다.
불법 오락실 영업, 불법 사채, 위법한 기업 합병, 세금탈루.
그 외에도 기업주 감금, 납치. 배교 신자들 테러 등
이것만으로도 검찰에 넘기면 충분히 기소가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수애 부모님 살인 교사 건의 직접 범행에 관련된 증거는 없었다.
팀장은 이 부분을 가장 걱정하였다.
한날, 팀장이 최림을 불렀다.
최림도 염려하는 부분이었다.
팀장은 솔직하게 말했다.
“전두태의 휴대전화가 필요해.”
“…….”
“그래서 말인데, 내가 너의 팀 책임자를 한번 만나보면 어떨까?”
최림은 팀장의 의외 요구에 숨이 턱, 하고 막혔다.
“말씀드렸듯이 ‘악령퇴치반’은 비밀리에 운영되는 조직입니다.”
“알아, 그래서 나도 비밀리에 접촉하려고.”
“만나서 뭐 하시게요?”
“뭘 하긴? 그쪽에서 무슨 방법을 써서라도 놈의 휴대폰을 수거하게 해야지.”
난감했다.
아무리 공조 수사이지만, 마이클을 만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건 불가능합니다.”
“왜?”
“그쪽에선 신분 노출을 염려로 코드화되지 않는 사람은 만나지 않아요.”
“그래? 그래도 네가 한번 부탁해 봐. 아니면 그때 미오인지 그 사람에게.”
최림은 입술을 깨물었다.
“정 그러시면, 사흘만 시간을 주십시오.”
“사흘이면 돼?”
“그쪽과 만남 주선이 아니라, 제가 직접 가져오겠습니다.”
“네가? 어떻게?”
팀장은 의아한 듯 입맛을 가셨다.
“그날 압수 수색 때 출동한 조원 외에 다른 조직이 있습니다.”
“그들 외에 또 있단 말이야?”
“네, 그들과 공조해서 반드시 놈의 휴대전화기를 챙겨올게요.”
그러자 팀장의 얼굴이 변했다.
“그렇게만 된다면야, 내가 따로 만날 필요가 없지.”
“알겠습니다.”
최림은 즉시 ‘악령퇴치반’으로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