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건배!” - 금주일지 257(2023.5.28.)
오늘은 뜻깊은 날이다.
살면서 어느 날 하룬들 뜻깊지 않은 날이 있으랴만 그래도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화대종주를 마친 날이다.
사랑하는 아들은 세 번째요.
나는 두 번째요
강하주 씨는 첫 번째다.
나로서는 2020년 2월에 첫 번째 이후 3년 만에 다시 종주를 무사히 마쳤다.
그것도 아들과 강하주 씨와 함께.
치밭목에서 만난 어느 어머니의 음성이 살아온다.
“제 로망이에요. 아들과 지리산 종주하는 것이”
난 그런 아들과 2번이나 종주를 했으니 곱빼기로 로망을 성취한 사람, 거기다 아내인 강하주 씨까지 함께 했으니 트리플 로망의 성취라 할까!
어쨌든 어렵고 힘든 화대종주를 마치고 대원사 앞에서 만세를 부르는 순간은 말로 할 수 없는 희열감을 맛보게 했다.
누가 봐주지도, 알아주지도 않고, 누가 돈을 주는 것도 아니고, 큰 보상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세상을 살아가노라면 세상의 이치와 논리와는 아무 상관 없이 그냥 스스로 좋아서 미친 듯이 하는 일이 있다. 아마 이 일이 그런 일이 아닐까 싶다.
시간을 내고, 힘을 내고 돈을 들여 건강을 도모하기보다는 오히려 해칠 가능성이 있는 이 일을 해 놓고 이렇게 기뻐하고 뿌듯한 마음에 사로잡히다니.
누가 뭐랜들 무슨 상관인가!
누가 뭐라 해도 우리 셋은 기쁘고 잘했고, 장하고 대단하며, 훌륭하고 아름다웠다.
서로가 서로에게
말로 응원했고,
말없이 힘이 되었고,
온몸으로 손과 발이 되었으며,
온 마음으로 하나가 되었다.
이 일체감과 성취감은 세상의 돈과 이익과 편리와는 아무 상관 없는, 아니 오히려 자발적 불편과 스스로의 불리와 자진하여 소모되려는 서로에 대한 사랑과 믿음에 기초한 가족, 하나인 공동체만 느낄 수 있는 참으로 소중하디 소중한 불변의 원석 보물이다.
대원사 입구에서 화대종주를 마치는 인증샷을 하고, 출발할 때 예정했던 것처럼 근처 식당에 가서 완주를 자축하는 파티를 하기로 했다. 원래는 3년 전에 했던 버스 종점 근방의 선술집으로 갈 예정이었으나 시멘트 포장도로를 걷는 일이 무리이고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서 근처 식당으로 정했다.
둘러보니 대원사 옆 계곡을 끼고 휴림이라는 정갈한 식당이 있었다.
주저 없이 들어서서 자리를 정하고 주문을 했다.
해물 부침개와 감자 수제비 그리고 막걸리를 주문했다.
아들은 막걸리를 1병만 주문했다.
아마 아빠는 안 먹을 것으로 짐작한 까닭이었으리라.
나도 사실 조금 주저된 것은 사실이다. 지금까지 어렵게 어렵게 지켜온 금주를 이제 와서 깬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들과 출발 전에 한 약속 또한 지켜야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순간 나 자신과의 금주 약속을 지킬 것인가 아들과의 음주 약속을 지킬 것인가를 판단해야 했다.
그 순간 주문한 막걸리와 밑반찬이 먼저 나왔다.
일단 막걸리병을 들고
“자, 우리 아들 고생했다. 한 잔 해라,”
“강두희 씨도 애썼소. 한 잔 하시오.” 하며 술을 따랐다.
이어서 아들이 술병을 달라면서
“아빠도 한 잔 하시겠어요?”하며 쭈볏거린다.
“그럼 한 잔 해야지” 하며 잔을 내밀었다.
아들은 술을 따르면서도 ‘과연 아빠가 술을 드실까?’ 의문스러운 표정이다.
물론 강두희 씨도 ‘어쩔라고 저러지?‘ 하는 얼굴이다.
그 틈에 아들은 내 술잔에 술을 채웠다.
“자, 우리 가족, 화대종주를 무사히 잘 마치고 이렇게 축할 수 있어 정말 기쁘고, 특히 우리 아들 고생했고, 강두희 씨도 애썼소. 우리들의 무사 완주를 감사합니다. 건배!”하며 건배를 제안했다. 강하주 씨와 아들이 함께 술잔을 들고
“감사합니다, 건배!”
“감사합니다. 건배!”
이렇게 사랑과 감사가 완주 자축파티장을 가득 채웠다.
첫댓글 앗! 교수님의 막걸리. 이 장면은 사모님의 글에서도 나왔었던...?
흠,,,, 답을 찾을 수 없네요.
두 분 치밀하신데요🤔
강하주 씨와 아들이 술잔을 들고 건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