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나와 세상을 바꾸는 힘
스타벅스 버거킹 맥도날드 안녕
현지음식 먹고 현지문화 접해야
지난 22일 울산 동구 더불어숲에 120여명의 사람들이 도보여행가 김남희의 강연을 듣기 위해 모였다. Ⓒ 이민진 기자
지난 22일 오후 7시 여행가이자 작가인 김남희 씨(42)가 울산시 동구 대송시장 맞은편 작은도서관 더불어숲에서 ‘여행! 나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는 힘’이란 주제로 강연을 열었다.
김남희 씨는 “여행은 단순한 장소의 이동이 아니라 쌓아온 생각의 성을 벗어나는 것”이라는 신영복 선생의 말을 빌려 이야기를 시작했다. 우리는 여행을 하며 접하는 다양한 경험과 만남을 통해 ‘생각의 성’을 벗어나 자기 자신을 만난다.
김씨는 터키대사관에서 일하다 34살 때 직장을 그만두고 집을 팔아 여행을 시작했다. 일 할 때도 매년 주어지는 한 달의 휴가동안 한 나라씩 여행했던 김씨는 ‘여행을 원 없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었다.
김씨는 남아프리카, 페루, 라오스, 탄자니아, 인도, 네팔 등 여행했던 사진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좋은 여행은 어떤 걸까요?” 여행가 김남희씨가 120여명의 관객에게 물었다. ‘삶에 긍정적 영향을 주는 여행’, ‘생각의 성에서 벗어나고 사랑도 찾는 여행’, ‘꿈을 찾을 수 있는 여행’등 여러 대답이 쏟아졌다. 모두 맞다. 김씨는 자기가 찾아낸 ‘좋은 여행’을 소개했다.
▲ 혼자 하는 여행
우리는 살면서 너무 많은 관계에 얽혀 산다. 관계를 맺는 게 숙명이지만 가끔은 버겁다. 부모와 관계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고, 원치 않는 결혼도 한다. 자식과 가족 때문에 꿈을 포기하는 사람도 있다. 관계 속에선 내 목소리를 내기 어렵다. 김씨는 이런 삶에서 잠시 벗어는 게 혼자 하는 여행이라고 말한다. 혼자 있을 시간과 공간을 나 자신에게 선물 하는 것.
▲ 천천히 하는 여행
현대사회는 점점 빨라진다. 모두에게 같은 속도로 걷기를 강요한다. 김씨는 여행하는 동안 속도감을 잊어도 좋다고 말한다. 여행을 가면 빽빽한 시간표를 짠다. 김씨는 “특히 교사들은 빡빡한 시간표를 만들어, 가는 곳마다 가르치려고 하신다”며 웃었다.
김씨는 교사 일행과 한 여행에서 몸살이 났다. 모처럼 하는 여행이니 더 많이 보고, 많은걸 경험하려는 건 당연하지만 천천히 하는 여행도 맛이 있다. 천천히 여행하면 비로소 그 나라 사람이 보인다.
▲ 주제나 스타일이 있는 여행
김씨가 처음 해외여행을 간 게 1993년이다. 김씨는 대학을 나와 70일 동안 유럽을 돌았다. 당시엔 프랑스로 혼자 배낭여행을 가도 한국 사람과 여러 번 마주쳤다. 여행 경로가 비슷했기 때문이다. 파리에선 루브르, 영국엔 버킹검 궁전과 대영박물관, 식사도 유명한 그 식당.
김씨도 숙소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온종일 돌고 밤엔 들어와 잤다. 같은 숙소의 한국인 남자는 낮엔 자고 사람들이 들어오는 시간에 멋을 부리고 나갔다. 김씨가 밤마다 어딜 가냐고 물었더니 남자가 “클럽에 간다. 나는 춤추러 유럽에 왔다”고 말했다. 그의 여행테마는 춤이었다. 20년 전이니 김씨에겐 충격이었다.
한국사회에서 남들과 다르게 살다보면 질투를 받는다. 김씨가 여행하는 삶을 택했을 때도 ‘뭐가 잘나서 그렇게 사는데?’라는 반응이었다. 획일적이고 일방적인 문화 때문이다. 개성 있는 삶을 사려는 아이를 용기 있게 도와주는 부모도 적다. 한국 사람의 여행스타일도 그만큼 획일적이다.
주제가 있고 자신의 개성에 맞춘 여행이 한층 즐겁다.
▲ 책임 여행(Responsible travel)
‘여행자는 그 지역의 자연과 문화, 경제적 환경을 지키고 보호할 책임이 있다.’
유럽에서 시작된 책임여행은 우리에겐 공정여행으로 불린다. 김씨는 착한 여행을 하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알려줬다.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이동수단은 타지 말 것, 현지에선 전기와 물을 아끼고, 멸종위기 동식물로 만든 기념품을 안 사고, 현지인이 운영하는 숙소와 가게 이용하고, 그 나라의 간단한 말을 익히고, 그 나라의 생활과 문화를 존중할 것.
현지 정보도 필요하다. 인도에선 모르는 사람이 주는 음료수는 마시지 않는다. 약을 타서 주는 강도가 많다. 볼리비아에선 경찰이 요구해도 여권을 내주지 않는다. 볼리비아엔 가짜경찰이 많고 심지어 가짜 경찰서까지 있다.
이민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