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客閑談] 각자도생(各自圖生)의 두 사람(1)
2023년 빨간 토끼해 정묘년(丁卯年)이 저물 무렵인 동짓달 12월26일, 지리멸렬한 현 집행부를 해산하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려는 집권여당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여 위원장으로 윤석열 정부의 초대 법무부 장관 한동훈(존칭생략)을 전격 스카웃하였다.국민의힘과는 적대적일 수밖에 없는 전임 정부인 더불어민주당의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에서 전격적으로 상대당인 국민의힘의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여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의 정치 여정과 어쩜 어상반한 시추에이션이다.정치와는 무관한 정치 문외한인 검찰 출신의 이력에서 대번에 정당의 수장으로의 수직상승은 윤 대통령의 이력과 빼닮았지 않은가 .집권여당 국민의힘 대표격인 비대위 위원장으로 출발하게 되는 한동훈이 이렇게 화려하게 등장하는 그 이튿 날 기다렸다는 듯이 또 한 사람의 젊은 정치인이 국민의힘을 떠난다.이준석이다.
국회의원을 세 차례 도전하였으나 뜻을 이루지 못하였으니 의회경력은 0선에 불과하다.그러나 2021년 6월 전당대회에서 뜻밖에 전국적인 돌풍을 일으켜 국민의힘 대표에 당선되는 파란을 일으킨다.36세 0선의 MZ세대 이준석의 등장은 여의도 정치권에 대한 물갈이를 염원하는 국민들의 간절한 의사표현이라고 당시 언론은 평가를 내린 바 있다. 당내의 지지보다 일반 여론의 압도적인 지지로 대표가 된 이준석은 당소속원들의 지지를 끌어올리려는 정치력을 발휘하여 당내 세력 확보를 도모했어야 했다. 그러나 소속 의원들과의 소통조차 대부분 불협화음으로 일관한 채 아까운 시간을 대통령과 당내 친윤계(소위 윤핵관) 측을 향한 비난에 정력을 소비하곤 한다.이러구러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을 대통령 후보로 내세운 국민의힘은 우여곡절을 겪은 뒤에 가까스로 그를 대통령으로 당선시킨다.
대통령 당선은 당연히 당대표의 공로가 으뜸일텐데, 당내 분위기는 그렇지 않았던 모양이다.대선기간에 벌어졌던 두어 차례의 돌출사건(당대표 역할 방기)이 대선 이후 이준석의 발목을 잡은 건 아닌지.이로인한 윤석열 대통령과의 찜찜한 관계는 새 정부의 출발부터 삐걱거리더니 바야흐로 상대를 향한 양두구육 어쩌구 저쩌구 등의 비난전으로 발전이 된다.정책의 비평과 비판은 모르지만 같은 식구끼리의 낯뜨거운 비난은 정치인에게는 자해행위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그러저러한 사정으로 당대표직에서 밀려나고 결국은 작금의 탈당 사태에 이르른 것일테다.탈당은 몸 담았던 정당의 물적,인적 관계와의 이별이며 단절이다. 이제 이준석의 정치 생명은 앞으로 100여 일 남은 총선(2024년 4월10일)을 어떻게 치르느냐에 달렸다.결국 이준석은 신당 창당으로 가닥을 잡았다.
가칭, '개혁신당'을 기치로 내건 이준석은 며칠 후 창당을 마무리 짓고, 총선을 위한 전열을 정비하여 선거전을 치룰 계획이다.일쑤,선거전은 유권자들을 내 편으로 포섭하는 행위가 우선이다.전쟁터에서의 병력처럼 선거전에서 승리할 수 있는 근본은 세력이다.세력은 곧바로 바람을 잉태하고, 바람은 다시 구도로 이어져 승리를 이끌어낼 수 있는 밑거름이다.그런데 이준석은 대표 시절 쓸데 없이 타인 비방에만 열을 올림으로 대표로써 누릴 수 있는, 당내 세력을 구축할 수 있는 찬스를 아깝게 허비하곤 하였다.내세울 만한 세력도 없이 집도 절도 없는 황량한 벌판으로 불쑥 나선 이준석과 집 칸이 번듯하고 부릴 수족과 즉시 투입할 병력이 오붓한 한동훈 사이의 선거전은 어떠한 형태로 진전이 될까.열한 살 터울의 한동훈(50세)과 이준석(39세), X세대와 MZ세대 사이인 두 사람의 정치 여정이 벌써부터 궁금해지는 2024년,청룡의 해 갑진년(甲辰年) 벽두다. (202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