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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씨가 꾸미는 술모노가다리
제 77편: 한국의 전통주 설명 3번
경상도 - 경주 교동법주 (法酒)
주종 : 약주 도수 : 16˚ 소재지 : 경북 경주 주원료 : 찹쌀, 누룩
경주 교동법주 (法酒)는 우리 나라 중요 무형문화재(제86호)로 지정된 국주(國酒)중의 하나이다. 법주(法酒)라 하면 예로부터 사찰주변에서 빚어졌던 술인데 문무 백관과 사신들을 접대하던 특별 주로 중국인 앞에 자랑스러웠던 술이다. 빛깔은 노랗고 투명한 담황색으로 찹쌀 특유의 진득한 감촉과 함께 순하면서도 강한 곡주의 맛이 우러난다. 법주란 뜻은 법식대로 만들어진 술이라는 것이다. 경주 지방에서 전해지고 있는 법주의 유래는 다음과 같다. 즉, 지금으로부터 약 200년 전 조선 중엽인 중종때 양반과 천민의 계급의식이 심했는데 그 당시 조정의 문무 백관이나 외국사신들 만이 즐겨 마실수 있도록 제한한 특별주가 법주라는 것이다. 오늘날 신라시대 비주라 일컬어지는 경주 교동법주는 경주의 최씨 문중 비주로 알려져 있다.
신라의 비주(秘酒)라 일컬어지는 술로, 9대진사 12대만석으로 널리 알려진 경주 최부자집의 가양주로 350여년의 역사가 있는 술이다. 조선 숙종 때 궁중음식을 관장하던 사옹원(司甕院)에서 참봉을 지낸 최국선이 관직에서 낙향하여 사가에서 처음 빚었다고 하며, 처음에는 알콜도수 19도가 넘어 당시 국세청의 곡주 허용 규정도수인 11~16도를 초과하다가, 1990년 도수를 낮추는 비법을 창안하여 제조허가를 받게 되었다. 그윽한 향에서 덕을 느낄 수 있고 맑고 화려한 금빛에서 품위를 볼 수 있다. 또한 잔에서 넘은 술이 술잔을 떨어지지 않게 하였다 할 정도로 감미롭고 순하며, 부드러운 맛과 향, 뛰어난 주질로 과음하여도 숙취가 없다고 한다.
경상도 - 경주 황금주 (黃金酒)
주종 : 약주 도수 : 14˚ 소재지 : 경북 경주 주원료 : 멥쌀, 찹쌀, 국화
천년 고도 경주에 가면 가향주(加香酒)로서 황금주(黃金酒)가 있다. 신라시대 국민주로 각광받은 국화(菊花)로 빚은 황금주는 경주인이 널리 애음해 온 토속주이다. 한 가문의 술로 전해져 내려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문헌상으로 기록이 없고 구전으로 전하기는 신라 헌강왕 때 경주 남산 임씨 문중에서 처음 유래가 되었다고 한다. 다른 술에 비해 맛이 부드럽고 향기가 독특하여 애주가들에게 특히 사랑을 받아왔는데 평민층에서 시작되어 경주 전역에 퍼진 평범한 술이 바로 황금주이다. 현재 전통 토속주중 가장 깨끗한 술로 정평이 나있다.
신라 헌강왕 태평성대에 민가에서 황금주를 빚어 마셨다는 삼국사기의 기록에서와 같이 신라천년의 그윽한 맛과 향을 이어온 전통명주로서 독특한 황금빛의 향기가 은은하여 황금주라 불리우는 국화주의 일종으로서 경주 토함산 줄기의 맑은 천연수로 빚어진 전통적 비법의 발효 민속명주이다. 오늘날의 황금주는 토함산의 깨끗한 천연수를 용수로 사용하고 철저한 여과 과정을 거쳐 찌꺼기를 없애기 때문에 변질 염려가 적고 장기보관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다른 술에 비해 맛이 부드럽고 향기가 독특하여 애주가들에게 특히 사랑을 받아왔으며, 민속전통주 중 가장 깨끗한 술로 정평이 나있다.
경상도 - 김천 과하주 (過夏酒)
주종 : 약주 도수 : 16˚ 소재지 : 경북 김천 주원료 : 찹쌀, 누룩
조선시대의 옛 문헌에 과하주가 많이 나오지만 이것은 김천 과하주와는 내용상으로 아주 다른 것이다. 김천 과하주는 약주의 하나로서 지방문화재의 하나로 지정되어 있다. 현재의 김천 과하주는 경북 금릉군 내향면헤서 50여 평 규모의 공장에서 알코올도수 16도로 월평균 0.7리터 들이 9백여 병이 생산되고 있는 과하주이다. 이 과하주는 1987년 5월 경상북도로부터 무형문화재 11호로 지정된 후 1991년 8월 국세청에서 제조면허를 받아 시중에 출하되고 있다. 원래의 김천 과하주의 특징은 술 빚는데 반드시 과하천의 물을 사용하되 물을 다량 쓰는 것이 아니라, 물 7과 누룩가루 3의 비율로 섞어 울궈낸 누룩물 1에다 찹쌀고두밥 9의 비율로 섞어 반죽한다. 경북 김천의 향토사에 의하면 옛날 금릉(김천의 옛이름) 지방에 신기한 과하천이란 우물이 있어서 이 물로 빚은 술을 과하주라 했다는 것이다. 또 이 술의 명성이 자자해 돈을 크게 벌었으니 금(金)이 솟아 나온다는 샘이란 뜻으로 김천(金泉)이란 지명이 생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과하주의 역사는 임진왜란 때의 명나라 장군 이여송의 사연이 얽혀 있으나 정확히는 고종 19년(1882년0 임광범이 과하천에다 세운 금릉주가(金陵酒家)란 비명(碑酩)으로 알 수 있다.
전주 과하주(全州 過夏酒)
주종 : 기타 도수 : 35˚ 소재지 : 전북 전주 주원료 : 찹쌀, 산약, 인삼
일명 장군주라고도 불려지는 전주 과하주는, 언양김씨 문중에서 13대에 걸쳐 제조비법이 내려오고 있다. 임진왜란 때의 명장 김천일(金千鎰, 1537~1593) 장군은 몸이 허약하여 자리에 눕는 일이 많았으나 과하주를 장기 복용하여 몸이 건강해지고 임진왜란 때 큰공을 세웠다고 한다. 과하주(過夏酒)는 영남, 서울지방에서도 제조가 되었으나 그 제조 방법은 각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전주 과하주는 녹두누룩을 넣고 발효시켜 증류주를 만든 후 찹쌀, 누룩, 인삼, 산약, 백봉령, 댓잎 등으로 약주를 빚어 소주에 혼합하여 만드는 것이 특징이다. 김씨 가문에 전해 내려오는 《만회유고(晩悔遺稿)》에 에 따르면 '우의정 김관이 중국에 사신으로 갔을 때에 연회석에서 과하주를 마셨는데 종일 응대응작하여도 정신이 혼미해지지 않고 오히려 정신이 유쾌해지니 이를 신기하게 여겨 그 비법을 가지고 귀국하여 술을 만드니 위를 보호하고 방풍(防風)되며 장수하는 대방(大方)이라. 임진왜란 때 김천일 장군이 전주 과하주를 마시고 용전승전한 명주이니 자손들은 과하주의 비법을 계속 전승하기 바란다'고 되어있다.
경상도 - 안동 소주 (安東燒酒)
주종 : 증류식 소주 도수 : 45˚ 소재지 : 경북 안동 주원료 : 멥쌀, 누룩
예로부터 이름 있는 가문에서는 집집마다 독특한 비법으로 소주(燒酒)를 빚어 마셨는데 특히 안동 소주는 전국으로 이름을 떨쳤으며 평민들까지 약식(略式)으로 빚어 즐긴 전통주이다. 순곡 증류주 특유의 방향과 입안에 퍼지는 알알한 맛은 뒤끝이 깨끗하고 그윽한 향기 때문에 즐겨 찾는 술이다. 안동 명물의 순곡주로 은은한 향취와 감칠 맛이 있어 인기가 대단하여 한때는 일본과 만주까지 판로가 뻗어 인기를 독차지 했었다. 그러나 지난 1961년 12월 30일 주세법이 개정되어 쌀로 소주를 만드는 것이 금지되면서부터 자취를 감추었다. 안동소주의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지만 고려 때부터 시작된 것으로 전해져 안동지방의 특유한 물로 쌀을 쪄서 술밑을 빚어 증류시킨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안동소주가 대량으로 만들어져 상품화한 것은 1920년대에 참사를 지낸 권대연이 안동시 남문동에 보물 115호인 이천동 제비원 석불상을 상표로 택해 공장을 세우면서 시작되었다. 이때부터 안동조수를 제비원 소주라고도 부르게 되었으나, 쌀 소주가 금지되자 그 동안 몇 사람의 손을 거쳐 지난 1964년에는 안동시 서부동 권휴장씨가 인수하여, 희석식 소주로 순곡주의 맛을 낼 생각으로 숙취를 일으키는 후제루류를 완전히 제거한 알코올에 수질좋은 물을 배합하여 1년 이상 묵혀 두는 방법으로 술을 생산하여 한동안 시판해 왔다. 1971년 경북 도내 금복주를 제외한 23개 소주 양조장이 통합되어 제비원 상표로 판매하게 되니 옛 특유의 안동소주는 영영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이후 안동소주는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12호로 지정받은 조옥화씨가 1987년 5월 정부의 민속주 제조 허용에 따라 민속주로 지정되어 다시 부활하게 되었다.
안동에서 소주의 제조법이 발달한 것은 원(元)의 한반도 진출과 밀접한 관련이 있을것으로 추정된다. 그것은 원(元)이 한반도에 진출한것이 13세기인데, 일본 원정을 목적으로한 원(元)의 병참기지가 안동에 있었던 것으로미루어 알 수 있다. 안동소주를 비롯한 소주는 고려시대 권문세가 사이에 유행하기 시작했으며 민간 요법으로 배앓이, 독충에 물린데는 소주를 발라 치료하는 등 약용으로 사용되었다는 점이 특이하다. 또한 [조선명인전]에는 연산군때 안동으로 귀양왔던 농암 이현보 선생이 중종 반정 후 지평(持平)으로 복직되어 불요불굴의 정신으로 직무에 충실하여 동료간에 소주도병(燒酒陶甁)이라는 별명을 얻었다는 기록에서 소주의 역사적 일단을 볼 수 있다. [의서(醫書)]에서는 소주가 약용으로 사용되었다는 기록과 함께 현재 안동 지역민의 제보에서도 상처에 소주를 바르고, 배앓이, 식용증진, 소화불량에 소주를 사용했다고 한다. 안동소주는 가양주로 전승되어 오다 1920년 안동시에 공장을 세워 ‘제비원소주’라는 상표로 상품화 되었다가 1962년 주세법 개정으로 순곡소주 생산이 금지되어 생산이 중단되었다. 그뒤 1987년에 와서 안동소주 제조비법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되고 조옥화씨가 기능보유자로 인정되면서 1990년 민속주로 생산과 판매가 다시 이루어졌다
경상도 - 함양 국화주 (菊花酒)
국화는 예로부터 불로장수 및 상서로운 영초(靈草)로서 숭상되어 왔다. 국화주는 알콜농도가 소주보다 약한 16%.달짝지근한 맛과 은은한 국향이 가을을 담고 있다. 술맛이 꿀을 약간 섞은 것처럼 달짝지근하다. 음주 후 머리를 아프게하는 아세트 알데히드등의 성분이 다른 술에 비해 적게 검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화주는 우리나라 재래 술의 하나로서 국화에 생지황, 구기자, 나무껍질을 넣고 찹쌀로 빚은 술인데 '동의보감' '임원십육지' '증보산림경제' 등에 기록되어 전승되고 있다. 국화주는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즐겨 마셨는데 그 이유는 이 날 국화주를 마시면 장수를 누리고 병에 걸리지 않는다는 전설이 있었기 때문이라 한다.
경상도 - 오가피주 (五加皮酒)
오가피는 오가피나무의 뿌리의 껍질을 말린 지라산 일대의 특용작물로서 약용식물이다. 오가피나무는 두릅나무과에 속하는 낙엽활엽관목으로 5월에 자주빛으로 작은꽃이 피고 열매는 타원형의 장과로 10월에 검게 익는다. 특히 정력강장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옛부터 오가피 열매나 껍질을 삶은 물에 쌀밥과 누룩을 섞어 빚은 전통 약용주이다
경상도 - 달성 비슬산 하향주 (荷香酒)
주종 : 약주 도수 : 17˚ 소재지 : 대구 달성 주원료 : 멥쌀, 찹쌀, 누룩, 국화
신라중기 때 비슬산 중턱에 위치한 '도성암'이란 암자가 전쟁으로 전소돼 복원할 때 노역을 맡은 인부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이 절의 스님이 술을 빚어 준 것이 하향주의 유래라 한다. 조선조에 이르러 한 장수가 독특한 맛에 반해 광해군에게 진상했는데 광해군 역시 특별한 맛과 향에 취해 '천하명주'라 하며 매년 10월이면 수라상에 올랐다고 전해지는 술이기도 하다 . 숙취가 없으며 피로회복, 혈액순환 촉진에 좋을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위장이 좋지 않은 사람들이 식사 때마다 한 잔씩 마시면 좋다.
하향주(荷香酒)는 비슬산에 주둔했던 한 부대장이 광해군에게 진상해 왕으로부터 '천하 약주'라는 칭찬을 받은 뒤, 그후 10월 상달에 술을 조정에 계속 진상해왔던 술로 알려졌다. 국화, 찹쌀, 누룩, 비슬산의 맑은 물 등을 재료로 빚어 술에서 꽃향기가 난다고 해 이름 붙여진 하향주는 술에서 풍기는 향기가 일품인데, 연꽃 향기가 풍긴다고 해서 이름에 연꽃 '하(荷)'가 들어가게 되었다. 100일동안 숙성시킨 약주라고 해서 하향백일주라고도 불리기도 하는데, 빛깔은 은은한 연녹차색을 띠면서 고급스럽다. 동의보감에는 '독이 없으며 열과 풍을 제거하고 두통을 치료한다. 눈에 핏줄을 없애고 눈물나는 것을 멈추게 한다. 또한 몸이 허한 사람은 보하고, 피로와 갈증, 이질, 황달, 폐를 치유하고 토하는 것을 방지한다.'라고 소개되어 있다.
주향이 은은하고 향기를 실은 듯하다 하여 하향주라 이름 지어진 술인데 지방에 따라 유가토주, 또는 음동주라고 불리어 지고 있다. 20도 정도로 주도가 놓은 청주인데 음지에 보관하면 해를 넘길 수도 있다. 지금도 비슬산 계곡을 따라 올라가면 경북 달성군 유가면 음동마을에서 이술을 빚어 내려오고 있다. 일설에 의하면 하향주를 빚기 시작한 것은 대략 신라 시대 중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옛 문헌으로 [산림경제]에 그 제법이 기록되어 있다.
하향주의 특징은 고래의 술이 죽이나 떡을 쓰는 것과는 달리 풀을 끓여 쓰는 것이 특징으로 날 물은 쓰지 않고 높은 주도의 청주를 만들었다. 멥쌀 또는 찹쌀 1되를 빻아 물 5되를 넣어 풀같이 끓여 식힌 후 누룩 가루 한 되를 섞어 버무려 항아리에 넣고 상온에서 3일간 둔다. 이때 풀 대신 떡을 쓰기도 한다. 이어 찹쌀 1말을 고두밥을 만들어서 엿기름 3홉, 밀가루 5홉을 섞은 후 여기에 밑술을 부어 버무려 항아리에 넣는다. 이 때 물은 헹구는 정도로 넣는데 약 5되 정도다. 헹구는 물은 약쑥과 들국화 삶은 물을 쓰기도 한다. 첫 일주일간은 공기가 약간 통하도록 뚜껑을 살짝 열어 두었다가 그 후로는 완전히 밀봉하여 땅 속에 묻는데 전통적인 하향주는 더욱 까다롭다. 즉 멥쌀과 찹쌀은 쌀눈을 제거한 것을 써야 색깔이 맑아진다고 하며 누룩도 왕모래 굵기도 간 것을 낮에는 햇빛에 바래고 밤이슬 맞혀 3~4일 후 써야 공내가 없었다고 하여 까다롭게 빚었다.
경상도 - 문경 호산춘 (湖山春)
주종 : 약주 도수 : 16˚ 소재지 : 경북 문경 주원료 : 멥쌀, 찹쌀, 솔잎
문경군 산북면 집성 촌을 이뤄온 황씨 집안의 가양주로 경북 무형문화재(제18호)로 지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백설기로 술 빚고 밑술과 덧술에 솔잎을 많이 넣는데 쌀 한 되에 900㎖ 한 병밖에 나오지 않는 데다 여름철에는 변질이 심해 생산할 수 없어 희귀성을 더해 주고 있다. 잔을 입에 대는 순간 솔잎 향기와 함께 부드러우면서도 짜릿한 느낌을 온몸에 전해준다. 예로부터 술에는 도수가 높고 단백한 맛이 있는 술에만 이름에 '춘(春)'자를 붙여 왔는데 현재 전국의 민속주중 이 술만이 '춘(春)'자를 사용하고 있다.
이 술은 매우 향기롭고 약간 짠득한 끈기가 있으며, 특이한 점은 똑같은 원료와 똑같은 방법으로 술을 빚어도 산북면 대상리 이외의 곳에서 술을 빚으면 제맛을 내지 못한다고 한다. 그것은 꼭 산북면 대하마을에서 나는 물을 새벽 0시에서 4시 사이에 길러와서 끓이고 식혀서 술을 빚어야 제맛을 낼 수 있다고 하는데, 그것이 그 향기와 맛과 더불어 호산춘의 특징이다. 특히, 첨가되는 솔잎은 향과 약리작용이 뛰어나 독특한 주질을 유지할 뿐만 아니라 성인병에도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1년 11월 경상북도 무형문화재 제18호로 지정)
배종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