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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내가 새 하늘과 새 땅을 보니 처음 하늘과 처음 땅이 없어졌고 바다도 다시 있지 않더라... 보라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매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계시리니 그들은 하나님의 백성이 되고 하나님은 친히 그들과 함께 계셔서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처음 것들이 다 지나갔음이러라" (요한계시록 21:1-4)
"우리가 즐거워하고 크게 기뻐하며 그에게 영광을 돌리세 어린양의 혼인 기약이 이르렀고 그의 아내가 자신을 준비하였으므로... 천사가 내게 말하기를 기록하라 어린양의 혼인 잔치에 청함을 받은 자들은 복이 있도다 하고" (요한계시록 19:7-9)
"사망을 영원히 멸하실 것이라 주 여호와께서 모든 얼굴에서 눈물을 씻기시며 자기 백성의 수치를 온 천하에서 제하시리라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셨느니라" (이사야 25:8)
1. 역사적 허무주의와 상실의 아픔 : 바벨탑의 붕괴
인간의 역사는 본질적으로 끊임없는 상실과 이별의 기록입니다. 철학자 아르투어 쇼펜하우어(Arthur Schopenhauer)는 세상을 거대한 고통의 바다로 묘사하며, 인간의 삶은 결코 채워지지 않는 맹목적인 의지와 권태 사이를 오가는 시계추와 같다고 비관했습니다. 실제로 우리의 일상을 정직하게 돌아보십시오. 치열하게 살아온 세월의 무게 속에서 우리의 육신은 점점 쇠어가고, 한때 영원할 것 같았던 청춘과 열정은 안개처럼 흩어집니다. 뼈아픈 질병, 사랑하는 이들과의 사별, 그리고 내 뜻대로 되지 않는 현실의 무거운 짐들은 우리 내면에 깊고 어두운 눈물의 골짜기를 만들어 냅니다.
세상의 철학과 이데올로기는 인간의 이성과 과학 기술을 통해 이 지상에 유토피아를 건설할 수 있다고 끊임없이 속삭여 왔습니다. 정치적 혁명과 경제적 풍요가 인간의 눈물을 닦아줄 것이라 장담했습니다. 그러나 현대 역사가 남긴 참혹한 궤적과 지독한 인간 소외는, 인간 스스로의 힘으로는 결코 그 영혼의 눈물을 닦아낼 수 없음을 처절하게 증명했습니다. 인간의 이기적인 에로스(Eros)적 욕망으로 쌓아 올린 바벨탑의 끝은 언제나 허무와 죽음뿐입니다. 끝없는 상실로 치닫는 이 캄캄한 절망의 역사를 향해, 성경의 마지막 장은 파멸이 아닌 장엄하고도 우주적인 '완성'을 선포합니다.
2. 스케네(Skene) : 영원한 임마누엘, 눈물을 닦으시는 창조주
요한계시록 21장은 찢어진 하늘이 열리고 거룩한 성 새 예루살렘이 내려오는 경이로운 환상으로 시작됩니다. "보라 하나님의 장막이 사람들과 함께 있으매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계시리니..."
여기서 '장막'으로 번역된 헬라어 **‘스케네(Skene)’**는 우리가 앞선 제3강 성육신에서 살펴보았던 주님의 장막 치심(스케노오)의 영광스러운 최종 완성태입니다. 2천 년 전 갈릴리의 먼지 나는 길바닥에 임시로 쳐졌던 그 십자가의 비천한 장막이, 이제는 우주적 스케일로 확장되어 인류의 모든 고통과 죄의 역사를 영원히 덮어버리는 완전한 피난처로 완성된 것입니다. 멀리 하늘 보좌에서 세상을 관망하시던 하나님이 아예 당신의 거처를 사람들의 한복판으로 옮기셨습니다.
그리고 성경은 온 우주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 눈물겨운 장면을 묘사합니다.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우주의 절대 주권자이신 창조주 하나님께서, 이 땅에서 상처받고 찢긴 당신의 자녀들, 숱한 배신과 가난 속에서도 묵묵히 십자가를 지고 걸어온 늙고 지친 성도들의 뺨에 흐르는 눈물을 친히 당신의 손으로 닦아주십니다. 이 눈물은 회한이나 절망의 눈물이 아닙니다. 세상의 불의 앞에서도 끝까지 믿음을 지켜낸 자들이 흘렸던 그 거룩한 수고의 눈물입니다. 하나님의 위로는 세상의 심리적 동정처럼 제한적이지 않습니다. 그것은 영원한 생명수로 우리의 모든 상실을 완전히 덮어버리고도 남는 압도적인 공급과 충만입니다. 사망이 영원히 멸망하고, 애통과 아픔의 역사가 종결되는 거룩한 마침표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3. 어린양의 혼인 잔치 : 에로스의 죽음과 아가페의 궁극적 승리
이 우주적 완성의 자리를 성경은 '어린양의 혼인 잔치(계 19:7-9)'라고 부릅니다. 인류 역사의 결론은 무의미한 열역학 제2법칙에 따른 우주의 소멸이나 적막한 무(無)로의 회귀가 아닙니다. 역사의 끝은 창조주와 피조물 사이의 가장 친밀하고 영원한 결합, 곧 완벽한 우주적 연합(Marriage)입니다.
세상의 혼인 잔치는 시간이 지나면 그 화려함이 퇴색되고 젊음의 매력과 감정이 식어버리는 철저한 유한성 속에 갇혀 있습니다. 그러나 천국의 혼인 잔치는 다릅니다. 이 잔치의 신랑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이미 갈보리 언덕에서 자기 신부를 위해 물과 피를 쏟아내시고 죽음마저 찢어발기신(아자, Azzah) 분입니다. 그리고 신부 된 교회는 핍박과 유혹 속에서도 어린양의 피에 그 옷을 씻어 희게 한(계 7:14) 순결하고 거룩한 무리들입니다.
영국의 위대한 청교도 목회자 리처드 백스터(Richard Baxter)는 그의 명저 『성도의 영원한 안식(The Saints' Everlasting Rest)』에서 이렇게 노래했습니다. "성도들의 영원한 안식처에는 오직 단 하나의 멜로디만이 울려 퍼질 것입니다. 그것은 우리를 구속하신 어린양의 십자가 사랑입니다. 그곳에서는 사랑하는 자를 향한 갈증도, 내가 혹여 사랑받지 못할까 두려워하는 실존적 공포도 영원히 사라질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새 하늘과 새 땅은 우리가 더 이상 누군가에게 내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발버둥 칠 필요가 없는 곳입니다. 창조주의 무한한 본질 그 자체가 우리 존재의 구석구석을 채우는 절대적이고 온전한 사랑의 바다입니다.
4. 사랑은 영원토록 떨어지지 아니하되
사도 바울은 고린도전서 13장을 마무리하며 기독교 신앙의 웅장한 결론을 남겼습니다. "예언도 폐하고 방언도 그치고 지식도 폐하리라... 그런즉 믿음, 소망, 사랑, 이 세 가지는 항상 있을 것인데 그 중의 제일은 사랑이라."
왜 사랑이 그토록 압도적인 제일입니까? 우리가 새 하늘과 새 땅에 들어가는 그 찬란한 완성의 날, '믿음'은 더 이상 그 기능을 다하고 사라집니다. 우리가 희미하게 믿던 실체를 눈과 눈으로 직접 마주하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소망' 역시 폐하여집니다. 찢어질 듯 갈망하고 소망하던 모든 것들이 눈앞에 완벽하게 성취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랑'은 결코 폐하여지지 않습니다. 영원한 천국은 바로 이 십자가의 아가페가 무한한 밀도로 영원토록 폭발하며 진동하는 곳, 삼위일체 하나님의 본질인 그 사랑의 영광스러운 사귐 속으로 피조물인 우리가 완전하게 편입되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 거친 세상을 살아가며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하면서 원수를 용서하고, 오래 참으며, 형제의 허물을 덮어주었던 그 모든 눈물겨운 사랑의 수고는 단 하나도 헛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다가올 영원한 나라, 어린양의 혼인 잔치에서 우리가 영광스럽게 입게 될 빛나고 깨끗한 세마포 옷을 한 땀 한 땀 지어 입는 거룩한 예복의 준비였습니다.
5. 마라나타 : 흔들리지 않는 닻을 내린 자들의 승전보
사랑하는 동역자 여러분, 그리고 이 땅에서 40대, 50대, 60대라는 인생의 고단한 여정을 통과하시며 변함없이 믿음의 자리를 지켜내고 계신 거룩하고 존귀한 성도 여러분.
세상은 끊임없이 우리를 향해 "너희의 화려한 시절은 다 지나갔다"고, "이제 남은 것은 육신의 쇠잔함과 죽음뿐이다"라고 조롱할지 모릅니다. 그러나 속지 마십시오. 그리스도 안에 있는 우리의 인생은 결코 소멸을 향해 추락하는 비극이 아닙니다. 우리는 만물의 마지막이 가까이 올수록, 이 땅의 껍데기를 벗고 영원한 어린양의 혼인 잔치를 향해 가장 찬란하게 걸어 들어가는 영광스러운 신부들입니다.
오늘 당장 눈앞에 닥친 고난과 경제적 어려움, 질병의 공포, 자녀를 향한 애끓는 마음, 그리고 내 가슴을 찌르는 숱한 관계의 상처들 앞에서 결코 무너지거나 좌절하지 마십시오. 우리를 향해 영원 전부터 끊임없이 흘러들어오는 그 마르지 않는 생명수, 성령을 통한 완전한 십자가 사랑의 공급과 충만을 매일의 삶 속에서 깊이 들이마시십시오.
마침내 내 모든 수고의 눈물을 닦아주실 영광의 주님을 굳게 바라보며, 사망의 권세를 짓밟고 영원토록 부를 이 장엄한 승리의 노래를 오늘 우리의 피 흘리는 삶의 한복판에서부터 맹렬하게 부르기 시작합시다. "아멘 주 예수여 오시옵소서!(마라나타)" 이 위대한 초청 앞에 전 존재로 응답하며, 세상을 전복시키는 십자가의 참된 사랑으로 이 땅의 남은 생애를 담대하고 넉넉하게 이기시는 모든 주의 백성들이 되시기를, 영원하신 만왕의 왕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간절히 축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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