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6시, 조용하던 송현시장이 사람들의 발길로 시끌시끌하다. 호떡집에 불이라도 난 듯 시장입구부터 방문객들로 붐빈다. 바로 ‘송현 달빛거리 야시장’이 개장을 하는 첫날이다. 시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기대감에 초저녁부터 시장은 벌써 후끈했다.
불금에 더 불타는 야간장터! 어둠이 점점 내려앉자 시장 안의 전등 불빛이 더욱 눈부신 빛을 뿜으며 손님을 맞는다. 시장 안에 길게 줄지어선 음식 판매대마다 마치 음식경연을 펼치듯 익숙한 손놀림으로 다양한 음식을 만들어 낸다. 지지고 볶고 굽는 냄새가 시장을 방문한 손님들의 침샘을 자극하며 눈길과 발길을 유혹한다. 다양한 재료를 이용해 뚝딱뚝딱 음식을 만드는 사람들의 손놀림이 마술을 부리는 것처럼 재빠르다. 가스 토치를 이용해 음식을 익히는 모습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신비로운 불 쇼라도 보듯이 숨죽이며 지켜본다. 사람들의 탄성과 함께 등장하는 갖가지 요리들. 산해진미가 따로 없다. 해외 야시장에서 맛볼 수 있는 음식들이 탄생하는 순간이다.

김현주 씨(35, 동구 송현동)는 “와우~! 솜씨들이 대단한 것 같아요. 예술이네요. 쉽게 맛볼 수 없는 음식들을 가까운 시장에서 만드는 과정을 구경하며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네요. 지인들과 함께 구경 왔는데 다음에는 가족들이랑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즐거운 불금을 보내야겠습니다.”라며 음식을 맛본다. 대게파스타 판매자 박광 씨(47, 부산시 서구)는 “대게파스타는 부산국제시장에서 줄서서 먹는 메뉴입니다. 신선한 재료를 급속 냉동해서 찜통에 쪄내어 치즈를 녹이면 되는데 맛이 끝내줍니다. 한번 드셔보이소.”라며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찜통을 연다.
“저희는 대만에서 유명한 야시장 메뉴인 망고빙수와 소고기 불 초밥을 판매하고 있습니다. 특히 신선한 망고를 아낌없이 넣고 망고얼음으로 만드는 망고빙수는 기계도 대만 것이라서 똑같은 맛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외국까지 가지 않아도 송현시장에 오시면 그 맛을 만나실 수 있어요.” 판매자 박태윤 씨(36, 부평구 부평동)는 초밥에 얹은 소고기를 불로 익힌다.미국, 영국, 일본, 중국, 태국, 베트남 등 각 나라의 야시장에서 맛 볼 수 있는 대표음식들이 송현 야시장에 출장이라도 온 듯 이색적이고 색다른 맛을 선사한다. 밤이 깊을수록 야시장의 분위기도 무르익어간다. 야시장을 지켜보던 상인 신화식 어르신(84세, 신화식품)은 “시장 안에 사람이 북적거리니까 좋네요. 이 자리에서 구멍가게를 시작한지 45년이 넘었어요. 아마 내가 여기서 제일 오래 장사했을 거예요. 점점 장사도 안 되고 찾아오는 손님도 단골 빼고는 없었는데 야시장이 들어와서 사람들이 북적거리니까 사람 사는 동네 같아요. 덩달아 우리도 장사가 잘되면 더 좋겠어요.”라며 진열대를 정리한다.“이 시장은 대부분 오래 장사한 분들이 많은데 모두 연세도 많고 장사가 안돼서 어려워요. 저희도 여기서 40년 넘게 야채장사를 했거든요. 이번 기회에 시장이 홍보되고 활성화 돼서 시장경제가 살아났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야시장 음식도 먹어보니까 맛있네요.” 상인 김재오 씨(72세, 송현야채)는 아내 박연화 씨(66세)와 야채를 다듬으며 말한다.
인천의 새로운 명소로 거듭난 관광 야시장 지난 2일과 3일, 전통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임시 개장한 ‘송현 달빛거리 야시장’. 관심을 갖고 찾아온 시민들로 시장 안이 활기를 되찾은 듯하다. 야시장은 시범운영을 통해 방문객의 불편사항을 점검한 후, 오는 9일부터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정식 개장한다. 한편, 송현시장은 6.25전쟁으로 고향을 잃은 피난민과 산업화로 일자리를 찾아 각 지방에서 모여든 사람들에 의해 1960년 초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었다. 2008년, 문화 관광형 시장으로 확정되었고, 지난해에는 행정자치부가 공모한 전통시장 야시장에 선정되었다. 송현시장 야시장 프로젝트도 동구청과 송현시장 번영회가 손을 맞잡고 시장을 지역의 대표적 야간관광명소로 만들기 위해 준비했다. 이에 서류심사와 음식 품평회를 거쳐 깐깐하게 선정한 매대 운영자들의 독특하고 특색 있는 메뉴들은 야시장의 인기메뉴가 되었다. 매대에서 판매하는 60여 가지의 메뉴들은 길거리음식을 비롯해 퓨전음식, 다문화음식, 외국야시장음식 등으로 운영자들이 창작 개발해 직접 조리하는 음식들이 대부분이다. “대만 야시장에서 먹던 메뉴가 있어서 신기했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와야겠어요. 다음에는 근처에 있는 수도국산달동네박물관도 가볼 예정입니다.” 이민종 씨(36세, 계양구 계산동)는 송현시장을 처음 방문했다며 웃는다. 염광배 번영회장(47세)은 “시장이 노후하고 상인들의 연령대가 높아짐에 따라 전통시장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그래서 특색 있는 먹거리와 볼거리로 젊은 층과 가족들이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야시장을 마련했습니다. 이 사업을 통해 시장도 알리고 주변의 관광지도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여기서 판매하는 음식들은 위생적이고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안심하고 드실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분들이 사용하는 재료 역시 이 시장에서 구입해 사용하고 있고요. 앞으로도 야시장은 지속적으로 이어갈 예정입니다.”라고 말했다.

밤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 요즘 뭔가 특별한 밤을 맛있게 보내고 싶을 때 송현시장에 가보자. 입맛을 사로잡는 소문난 먹거리가 허한 속을 핫하게 채워준다.
<송현 달빛거리 야시장> 개장일 : 매주 금요일, 토요일 이용시간 : 18시~23시 위치 : 지하철1호선 동인천역 4번 출구에서 도보2분 주소 : 인천시 동구 화도진로44번길 18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