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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같은 국어 문제 없앤다… 수능 꼬아서 안 내기로
올해부터 쉽게 출제, 왜?
김연주 기자 입력 2023.06.16. 03:44 조선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학교 교과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지시한 것은 현재 수능에 학교 수업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항이 다수 출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학원 사교육을 부추기고 과도한 사교육비는 저출산 등 사회 문제로 이어진다는 지적이 따른다. 최근 수능에선 상위권 변별력을 위해 출제된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제)’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국어 문제인데 과학이나 경제 지식을 요구해 수험생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현재 수능은 암기 위주라는 비판을 받은 학력고사를 대신해 대학에서 공부할 사고력을 측정한다는 취지로 1994학년도에 도입됐다. 그런데 30년이 지나면서 사고력 측정이 아니라 지나치게 길고 어려운 지문으로 ‘스피드 테스트’ ‘기계식 문제 풀이’로 변질됐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수능서 이런 문제 사라진다 - 2019학년도 수능 국어 영역 31번 문제. ‘구 껍질’ ‘질점’ 등 생소한 과학 개념이 등장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논란이 된 대표적 ‘킬러 문항’은 지난 2019학년도 수능 국어 31번 문제다. ‘밀도가 균질한 하나의 행성을 구성하는 동심의 구 껍질들이 같은 두께일 때, 하나의 구 껍질이 태양을 당기는 만유인력은 그 구 껍질의 반지름이 클수록 커지겠군’이란 지문이 등장했다. 만유인력과 서양 우주론 등 생소한 개념들이 등장해 응시생 사이에서 “물리 문제냐” “교사도 못 푼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후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킬러 문항을 내지 않겠다”고 했다. 최근 2~3년간 2019학년도 국어 31번 수준의 킬러 문항은 출제되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수능 시험 자체가 학교에서 배운 지식만으로는 풀기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짧은 시간에 많은 문제를 풀어야 하기 때문에 반복적인 문제 풀이를 통해 ‘기술’을 익혀야 고득점을 받는 데 도움이 된다. 일반 학교 수업에서는 수능 문제를 잘 푸는 ‘기술’을 별도로 알려주는 경우가 드물다. 따라서 학원에 가서 모의고사 문제 등을 반복해 접하면서 ‘수능 기술’을 배우는 것이다. 입시 학원 관계자는 “수능은 문제를 많이 풀어볼수록 유리한 시험”이라고 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학교 수업에서 벗어난 내용이 출제되면 학원을 다녀야 하고 이는 결국 부모의 경제력으로 교육의 격차가 대물림된다는 게 대통령 인식”이라면서 “특히 학원을 다녀야만 수능을 잘 치를 수 있는 현재의 제도는 사교육의 ‘이권 카르텔’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확실히 타파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어려운 수능이 학원 의존으로 연결되고, 학원업계의 이권 카르텔로 사교육비가 급증하면 교육 불평등이 더 악화할 것이란 의미다.
그래픽=김성규
윤 대통령은 수능 문제를 ‘통합 교과형’으로 출제한다면서 국어·영어·사회·과학 등 여러 과목을 연계해 난도를 높이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현재 국어 영역은 시나 소설 등 문학 지문 이외에 비(非)문학 지문도 나온다. 비문학 지문에서 과학이나 수학 관련 지문이 나오면 학생들이 어려워하는데 이런 출제 방식을 최소화하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국어는 국어답게, 과학과 역사 등도 그 과목 취지에 맞게 수능 문제를 내라는 취지다. 다만 너무 쉬우면 변별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온다. 수능이 학생 실력을 판별하지 못하면 재수생이 쏟아질 수도 있다.
학교 수업에서 배우기 힘든 유형의 수능 문제가 많이 출제될수록 학생들은 학원에 의지하게 된다. 지난해 국내 사교육비 규모는 26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최근 중국의 위와인구연구소는 한국에서 자녀를 만 18세까지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이 1인당 GDP의 7.79배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고 발표했다. 서울 거주 2030세대의 80% 이상은 자녀를 ‘경제적 부담’이라고 답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있다. 급증한 사교육비와 주택 비용 등 때문에 자녀 낳기를 주저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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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올초부터 “공교육 밖에서 수능 출제 말라”…이행 안한 교육부 大入국장 경질
李교육, 6월 시험 어렵게 나오자 난이도 관련해 이례적으로 문책
김연주 기자 최은경 기자 입력 2023.06.16. 03:42 조선일보
6월 모의 수능도 어려워 - 지난 1일 경기도 수원시 효원고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 6월 모의고사 국어 영역 시험을 치르던 한 3학년 학생이 답안지에 이름과 수험번호를 표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은 올 들어 일찌감치 이주호 교육부 장관에게 ‘공교육 과정 밖에서 수능 문제를 출제하지 말라’고 지시한 것으로 15일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 장관은 지난 1일 치러진 6월 수능 모의고사부터 쉽게 출제하라고 직원들에게 지시했다. 수험생들은 6월과 9월 두 차례 모의고사를 통해 그해 수능 난도를 가늠한다. ‘올해는 쉬울 것’이란 메시지를 미리 주려고 한 것이다.
그런데 6월 모의고사는 계획했던 만큼 쉽지 않았다고 한다. 이 장관은 16일 자로 교육부의 대입 담당 이모 국장을 경질한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대통령과 장관의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국무위원들에게 “새로운 국정 기조에 맞추지 않고 애매한 스탠스(자세)를 취하면 (관료를) 과감히 인사 조치하라”고 했었다. 이번 대입 국장 경질도 이런 기조에서 이뤄진 것으로 풀이된다. 대입 국장이 수능 모의고사 난도와 관련해 문책당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렵다.
지난 14일엔 교육부에서 ‘해외 유학생 유치’를 담당했던 국장급도 경질됐다. 다른 부처로 발령 났는데 현 정부가 해외 유학생 확대 정책으로 추진 중인 ‘스터디 코리아 3.0′이 지지부진한 데 대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엔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이 ‘탈원전 폐기 드라이브’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사실상 경질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에서 고위직에 올랐던 일부 공직자가 현 정부 기조에 엇박자를 내면서 움직이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있다”고 했다.
정부는 ‘6월 모의고사’를 출제한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들여다볼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원은 수능과 모의고사 등 국가 시험 출제를 담당하는 기관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원장을 맡았던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는 작년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서 진보 진영 후보로 출마했고, 현재 이규민 원장도 문 정부가 임명했다. 교육부 주변에선 “평가원이 현 정부 교육 개혁과 적극 호흡을 맞출 것 같지는 않다”는 말이 나온다.
교육계에선 수능이 어려울수록 학원 등 사교육 업계만 웃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능이 어려워 시험을 못 본 학생이 많으면 재수생이 늘고 입시학원도 주머니가 두둑해진다. 지난 정부 당시 숙명여고 ‘쌍둥이 입시 부정’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자녀의 입시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문 정부는 입시 공정성을 강화한다며 수능 점수로 뽑는 정시 비율을 확대했다. 입시에서 수능 영향력이 커졌고 ‘킬러 문제(초고난도 문항)’도 등장했다. 교육계에선 “정시 확대로 재수생이 늘면서 학생 수가 줄었던 (재수) 학원들이 다시 살아났다”는 말이 나왔다. 학원이 집중된 서울 강남 지역의 경우 의대 합격자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전국 의대 29곳의 정시 합격 신입생 중 강남 3구 출신 비율은 22.7%에 달했다. 이 비율은 2019년 20.8%, 2020년 21.7%, 2021년 22.3% 등 매년 증가세다.
여권 관계자는 “수능이 계속 어려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세력은 사교육 업자들과 결탁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도 이날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문제를 수능에서 출제하면 이런 것은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편(카르텔)이란 말인가”라고 말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시민 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구본창 정책대안연구소장은 “수능을 대비하려면 진도를 찬찬히 나가는 학교보다 ‘킬러 문항’을 수없이 풀어보게 하는 학원이 훨씬 유리하다”면서 “학원에 가야 입시 준비를 할 수 있는 구조를 깨야 사교육비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윤 대통령이 수능을 150여 일 앞두고 쉬운 문제 출제를 강조하면서 수험생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수능을 어렵게 출제해 학생들에게 고통을 주면 안 된다는 취지는 공감하지만, 사전 정보가 없던 학부모와 수험생들이 혼란스러울 수 있다”면서 “6월 모의고사는 끝났고, 9월 모의고사로 올해 수능이 어느 정도 쉽게 출제될지 알아봐야 하는데 아직은 판단이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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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당국·사교육 이권 카르텔”... 尹 교육개혁의 신호탄
尹대통령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는 내용은 문제 출제 때 빼야”
사교육 대책 곧 발표… “어려운 수능, 사교육 이권 카르텔 만들어”
김동하 기자 입력 2023.06.16. 03:24 조선일보
윤석열 대통령이 5월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공교육 교과 과정에서 다루지 않는 분야의 문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출제에서 배제해야 한다”고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 부총리 업무 보고를 받고 “과도한 배경지식을 요구하거나 대학 전공 수준의 비문학 문항 등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부분의 문제를 수능에서 출제하면 이런 것은 무조건 사교육에 의존하라는 것 아닌가. 교육 당국과 사교육 산업이 한편(카르텔)이란 말인가”라고 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국어·수학·과학 등 여러 과목을 접목한 이른바 통합형 문제나 지나치게 어려운 ‘킬러 문항’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능을 쉽게 내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올해 11월 16일 치르는 2024학년도 수능부터 쉽게 출제될 것으로 보인다. ‘킬러 문항’은 사라지고, 비틀어내는 문제도 줄어들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어려운 문제를 반복해 풀기 위해 학원에 의존해야 하는 부담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교육계에선 윤 대통령의 ‘사교육 이권 카르텔’ 발언이 사교육 부담을 줄이면서 공교육에 힘을 싣는 ‘교육 개혁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최근 사교육비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강력히 추진하라”고도 했다.
그러나 너무 쉬운 ‘물수능’이 되면 상위권 학생들은 한 문제만 실수해도 수능 등급이 바뀌는 등 혼란을 겪을 수 있다. 난이도 조절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대학 개혁에 대해선 “교육 수요자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공급자인 대학이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 교육기관이 삼위일체가 돼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대학이 학과와 전공 간 벽을 허물고 구조가 유연해야 경쟁력이 높아진다”며 “대학 안팎의 벽을 허무는 혁신적 대학을 전폭 지원하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세계 최고 수준의 영·유아 교육과 돌봄을 목표로 하라”며 “이를 위해 관리 체계를 교육부로 일원화하고 복지부와 협력해 국민이 체감하는 유보(유아교육·보육) 통합을 완성하라”고 했다. 정부 관계자는 “교육부가 중심이 돼 어린이 돌봄을 맡게 됐다”고 했다.
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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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대통령 “학교서 다루지 않은 내용, 수능 출제 배제해야”
김동하 기자 입력 2023.06.15. 14:31 조선일보
윤석열 대통령./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은 15일 최근 사교육비 증가와 관련해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변별력은 갖추되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문제를 풀 수 있도록 출제하고 학교 수업에서 다루지 않은 내용은 출제에서 배제하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부처 업무를 보고 받고 “정부가 사교육비 경감 방안을 준비해 강력히 추진하라”며 이같이 지시했다고 이 부총리가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을 통해 전했다.
윤 대통령은 “그것이 사실 사교육 대책의 출발점이자 기본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윤 대통령 지시와 관련, “수능이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풀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말씀이지만, 잘 지켜지지 않은 부분도 있는 것에 대한 문제제기라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지금도 그래왔지만 쉽지 않은 원칙인데 확실히 지켜질 수 있도록 교육부가 철저히 하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특별히 (윤 대통령 지시를) 기조로 해서 수능 출제에 대해서는 반드시 수업만 열심히 따라가면 풀 수 있게 출제되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수능 관리에서 (이 원칙이) 반드시 지켜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어 “교육부에서 준비하고 있는 사교육 경감 방안은 추가적으로 곧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정부의 교육개혁과 관련해선 “경제와 산업 수요에 맞춰 교육도 혁신하고 변신해야 한다”고 했다고 김은혜 홍보수석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교육 수요자가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도록 공급자인 대학이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 교육기관이 삼위일체가 돼야 한다”고 했다.
윤 대통령은 또 “글로벌 트렌드에 맞게 교육과 연구도 발맞춰서 변해야 한다”며 “대학 안팎의 벽을 허무는 혁신적 대학을 전폭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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