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뽕?의 훈센 고등학교 하교 시간. 얼핏보니 학교 이름에다 현 수상의 이름을 붙여놓았다. 이 곳 말고도 다른 지역에도 몇 군데가 더 있다는데 우리 식으로 해보면 이승만초등학교 박정희 중학교 김영삼 고등학교 김대중 대학교 노무현 로스쿨 쯤 되겠다.
그건 그렇고, 이렇게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을 보고 있으려니 사우디 아라비아의 한 어린 소녀가 자전거를 타기 위해 벌이는 고군분투를 그린 영화가 문득 떠오른다. 이 소녀는 왜 남자 아이들만 자전거를 탈 수 있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그냥 자전거를 타고 학교에 가고 싶을 뿐인데 그건 신성한 종교 율법과 오래된 사회적 관습에 심각하게 위배되는 아주 위험하고 불순한 행동이고 따라서 해서는 안되는 '짓' 이란걸 이 소녀는 당연히 이해를 할 수가 없다. 그 크고 맑은 눈망을로 어른들을 당혹스럽게 하면서 어떻게든 자전거를 타기 위해 애쓰던 그 소녀 주인공은 합법적으로 자전거를 타게 되었을까? 왜 결론은 기억에 남질 않는거지.
크메르의 소녀들은 자전거를 타기 위해 투쟁을 하지 않아도 되는 것 같다. 형편이 어려운 친구는 걷고, 조금 형편이 되는 친구는 자전거를 타고, 먹고 살만한 집 친구는 오토바이를 몰고 다닌다. 그래도 이 있고 없음이 이들을 갈라 놓는 것 같지는 않다. 오토바이나 자전거 뒤에는 으례 누군가가 등 뒤에 붙어 우정승차의 즐거움을 맘껏 누리고 있기 마련이다.
흰색 부라우스에 검은 롱스커트를 입고 자전거를 타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소녀들의 모습은 익숙하고 그리운 풍경이다. 육 학년 쯤이던가, 이원면쪽으로 가다보면 나오는 응천리에 살던 이진섭이라는 친구 집에서(김진섭이었나?) 하룻밤을 자고 온 날이 있었는데, 그 날 아침. 가을 안개가 자욱하게 낀 신작로 길을 따라 진섭이의 지전거 짐받이에 올라타서는 등 뒤에 바싹 붙어 무임승차의 기쁨을 맘껏 누리고 있는데 단발머리에 흰 블라우스, 껌정 치마를 입은 (몇몇은 연두색 체육복 바지를 입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옥천 여자 중학교 누이들 여럿이 씩씩거리며 자전거 페달을 밟고 달리는 걸 보게되었다.
키 큰 뽀뿌라 나무가 줄지어선 그 길을 달리는 하얀 자전거 이른 아침, 동생들 도시락에 소여물 까지 챙겨주고 감청색 가방 짐받이에 질끈 동여 묶고 지각에 걸리지 않으려고 바쁘게 바쁘게 가쁜 숨 내쉬면서 학교로 달려갔을 그 누이들이 여기 깜뽕톰에서 야자나무 길을 따라 집으로 돌아가고 있다.
자전거만으로도 참 행복한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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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길에서 자라는 아이들 원문보기 글쓴이: 광나루 물밥
첫댓글 ㅎㅎ 70년대말? 80년대 초인가요?
하얀 교복에 단발머리^^
교복자율화가 되기 전
저도 중 2학년때까지 교복을 입었던 세대랍니다..
언니 교복을 물려받아 또래 아이들보다 누~리끼리한 하얀색 교복에 창피해했던 사춘기 소녀..
그때 락스가 있었더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