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을 만들 당시 입법자들도 이 문제를 깊게 고민했습니다. 허위 신고의 부작용을 몰라서라기보다는, **'피해자 보호'라는 법의 대전제**를 무너뜨리지 않기 위한 법적·현실적 타협의 결과에 가깝습니다.
이 법에 악의적 신고에 대한 직접적인 제어장치를 두지 않은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 1. 진짜 피해자를 침묵하게 만드는 '위축 효과 (Chilling Effect)'
직장 내 괴롭힘은 은밀하고 교묘하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교묘한 따돌림, 은근한 배제, 단둘이 있을 때의 폭언 등은 객관적인 증거(녹취록이나 CCTV)를 남기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만약 법조문에 "허위 신고 시 처벌받는다"는 조항이 강하게 들어가면 어떻게 될까요? 진짜 피해자들은 다음과 같은 공포를 느끼게 됩니다.
> "내가 괴롭힘을 당한 건 사실인데, 증거가 부족해서 '인정 안 됨' 판정이 나오면 도리어 내가 처벌받거나 역고소를 당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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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과적으로 **증거가 부족한 진짜 피해자들이 보복이 두려워 신고 자체를 포기하는 현상**을 막기 위해, 일단은 신고의 문턱을 최대한 낮춰 고질적인 일터의 침묵을 깨고자 한 것입니다.
### 2. 근로기준법이라는 '법의 정체성'
이 법은 형법이 아니라 **근로기준법(노동법)**에 속해 있습니다. 노동법은 역사적으로 힘의 균형이 무너져 있는 관계에서 '상대적 약자인 근로자를 보호하고, 강자인 사용자의 의무를 규정'하기 위해 태어난 법입니다.
따라서 근로자 개인이 법을 악용했을 때 이를 처벌하는 규정을 노동법 자체에 촘촘하게 집어넣는 것은 법 체계상 자연스럽지 않다는 법학적 판단이 있었습니다. 악인(악의적 신고자)을 잡는 법이 아니라, 약자(괴롭힘 피해자)를 구제하는 틀로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 3. 다른 법적 장치로 '해결할 수 있다'는 전제
입법자들은 악의적인 허위 신고를 굳이 괴롭힘금지법으로 처벌하지 않더라도, **기존의 형법이나 사내 사규로 충분히 제어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 **사내 징계:** 허위 사실을 꾸며내 조직을 교란하고 동료를 모함한 행위는 회사의 취업규칙(사규)에 따라 '허위사실 유포 및 업무방해'로 중징계가 가능합니다.
* **형사·민사 책임:** 상대방을 처벌받게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신고했다면 형법상 무고죄나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입은 정신적·물질적 피해는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로 해결하라는 취지였습니다.
### 💡 현실과 이상 사이의 괴리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 전제들이 잘 작동하지 않고 있습니다. 회사는 허위 신고자를 성급하게 징계했다가 도리어 **'신고자에 대한 불이익 조치(보복성 징계)'**로 몰려 형사 처벌(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까 봐 몸을 사리게 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열 명의 악용 사례를 감수하더라도, 진짜 고통받는 한 명의 피해자를 살리자"**는 정책적 결단이 지금의 구조를 만들었지만, 그 대가로 현장 HR 담당자들과 억울한 피신고인들이 치르는 비용이 너무 커진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