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일
하나님이 말씀하신다.
“나는 네가 나를 아는 기쁨으로 충만하기를 바란다. 네 손을 내 꿀로 흠뻑 적시기를 바란다.”
<루미지혜>
오늘 걷기명상을 논으로 갔어요. 한줄기 거센 비바람을 온몸으로 받는 즐거움을 누렸네요. 영주군, 중정과 함께 심고 남은 모들을 옮기면서 농사짓는 농부의 발걸음을 생각했어요. 그리고 ‘관옥나무수도원도서관 하늘땅사람이 어울려 숲으로 되는 날’을 더듬다가 김종철선생님께서 보내주신 편지를 다시 읽습니다. 세계와 인간을 살리는 구원의 원리로 제시한 간디의 ‘마을자치’에 대한 질문이 생깁니다. 철저히 공생의 원리에 입각한 공동체, 스스로 낮추고 타자를 드높임.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일수록 우리는 인간이란 과연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정말로 인간답게 사는 것인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을 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것은 인간으로 태어나 살아가는 우리의 가장 기초적인 윤리적 의무일 것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지금 세상의 미래가 암울하다고, 희망이 없다고, 단정하는 것도 크나큰 교만심의 발로인지도 모릅니다. 잘 생각해보면, 이 우주와 자연과 세계의 주인은 우리가 아닙니다. 그리고 아무리 미래가 어둡다고 하더라도 과연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될지는 누구도 정확히 알 수가 없고, 설령 파국이 닥친다고 하더라도 거기에는 우리의 머리로는 알 수 없는 어떤 섭리가 작용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그렇게 겸허한 자세로 생각하면서 우리의 동요하는 마음을 다독이는 지혜가 지금은 무엇보다 필요한 때라고 저는 믿습니다.
저는 ‘지혜’라는 말을 썼습니다만, 다른 말로 하면, 우리의 삶을 근원적으로 있게 하는 보이지 않는 원리에 대한 근원적인 ‘믿음’이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혹은, 종교인이라면 간단히 ‘신앙’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컨대,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에게는 언제나 그래왔지만, 지금과 같은 생태적, 사회적, 실존적 위기가 거의 극단적인 상태로 된 상황에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것이 그러한 지혜, 믿음, 신앙일 것입니다.
마하트마 간디는 근대문명의 파멸적 경향을 누구보다 명확히 간파했던 선각자였습니다. 그는 서구식 근대 산업문명이 제동을 받지 않고 세계 전역으로 확대된다면, 그것은 세상에 축복이 아니라 크나큰 저주가 될 것이라고 예언했습니다. 그리하여 세계와 인간을 살리는 구원의 원리로서 간디가 제시한 것이 ‘마을 자치’라는 이상이었습니다. 여기서 마을이란, 철저히 공생의 원리에 입각한 공동체, 즉 각자가 스스로를 낮추고--사람뿐만 아니라 자연만물을 포함한--타자를 드높임으로써 세계가 풍요롭게 되는 기적이 일상적으로 일어나는 삶의 공간을 뜻하는 것일 것입니다.
물론 이미 너무나 복잡하고 방대해져버린 산업문명체제 속에서 지금 ‘마을’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보일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 산업문명은 이제 수명을 다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여기서 방향전환을 하지 않으면 임박한 파국을 면하기는 불가능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마을’은 단순히 피난처가 아니라, 세상의 미래를 약속하는 가장 확실한 희망의 등대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19년 3월 12일, 녹생평론 김종철선생께서 보내 주신 마을인생대학 출발을 축하하는 편지 中]
아침 아홉시 삼십분, 바이세로제 책모임. 거북이, 은하수, 라떼가 보입니다.
그리고 김관용할아버지, 도서관에 오셔서 캐모마일차, 둘이서 따뜻하게 마셨습니다. 이정희할머니께서 서울 가셔서 적적하신지 나오셨네요. “책은 언제 와요?”하시며 풍경소리를 묻습니다. 오늘내일로 오지 않을까요?
열두시 오십분 맞이모임. 중정과 함께.
비오시니 어린동무들 개구쟁이방에서 도서관 평상위, 그리고 2층으로 가는 도서관계단을 왁자지껄, 우왕좌왕. “자, 이리로 천천히 와 보세요.” 가만가만 걸어 옵니다.
“눈 감고 바로 자세로 섭니다.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쉽니다.”
하하. 잠시후 꼬마환자 발생. 동그라미가 데리고 옵니다. 밴드 두 개로 엄지발가락을 감쌉니다. 작은 쇼파에 누워서 쉬게 합니다. <바보온달>를 꼬마환자한테 읽어줍니다. 잠시 뒤 징소리 들리고, 민들레가 “관율아!”하면서 옵니다. 배시시 웃으며 꼬마환자, 도서관을 나갑니다.
비오시고 흐린 날, 한가한 관옥나무도서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