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이켜보면 대통령으로서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 했던 적이 여러 번 있었다. 사드(THAAD) 배치처럼 갑작스레 떠오른 현안도 있었지만, 전임 정부들이 손대지 않고 뒤로 떠넘긴 ‘인기 없는’ 정책들을 떠맡게 된 것도 적지 않았다. 공무원 연금개혁이 그 대표적인 사례였다.
대통령이 되기 전부터 전문가들을 만나 시급하고 중요한 국정 과제에 대해 논의했던 나는 연금 문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었다. 이미 한나라당 대표 시절이던 2006년 1월 2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무원 연금과 군인 연금도 국민 혈세를 부담하며 언제까지나 개혁을 미룰 순 없다”고 강조한 적이 있다. 그래서 대통령에 취임할 무렵 연금 개혁만큼은 반드시 해놓고 퇴임하겠다고 결심한 상태였다.
2013년 9월 26일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임시국무회의에서 기초연금 문제에 대한 해결을 강조했다. 중앙포토
연금 제도는 출발부터 적자가 예정되어 있었다. 도입 당시 정부는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적게 내고 많이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가입자 수를 확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적자 폭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여기에 더불어 고령화도 무섭게 가속화했다. 과거엔 청년 두 사람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수준이었다면, 얼마 후엔 청년 한 사람이 노인 3~4명을 부양하는 시대가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연금의 속성상 일단 주기 시작하면 이것을 도로 빼앗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매번 연금 개혁을 꺼내 들었던 역대 정부는 결국 근본적인 수술 대신 세금을 더 걷어 적자를 메우는 쪽으로 물러서곤 했다. 포퓰리즘이 이래서 무섭다는 것이다. 이렇게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땜질 처방이 계속되다 보니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돌리기나 다름없었다.
얼마 전 프랑스에서도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2년 늦춰서 연금 수령 시점을 늦추는 법안을 추진하자 프랑스 전역에서 시위가 열리고 폭력사태가 발생하는 등 난리가 난 적이 있다. 어느 나라든지 가장 추진하기 어려운 정책 중 하나가 연금개혁이다.
연금 개혁 손 안 댔다면 가슴 치며 후회했을 것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인 2014년 2월 25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관련 대국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중앙포토
늦으면 늦어질수록 개혁하기가 힘들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2014년 2월 집권 2년 차를 맞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하면서 공무원·군인·사학 등 3대 연금개혁 계획을 핵심 과제로 꺼냈다. 당정청은 우선 공무원연금을 ‘더 내고 덜 받는’ 방식으로 손질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