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림 초보' 젊은 주부 김모(27)씨. 오늘도 부산 해운대신도시 좌동재래시장에 간다. 쇼핑을 하다보면 정이 넘치고 참견(?)이 심한 시장 아주머니들에게서 살림 노하우를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고등어는 등이 푸르고 눈에 총기가 있어야 신선해"라며 고등어를 직접 골라주는 생선가게 아주머니부터 "나물은 제철에 먹는 게 좋고 웬만하면 데쳐 먹는 게 몸에 좋아"라며 나물을 가득 퍼주는 야채가게 아주머니까지 인심이 후하다. 김씨는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재래시장만의 '정'을 좌동재래시장에서 만끽하고 있는 셈이다.
단층 아케이드·원형 동선 편의 배려
'예약 배달 시스템' 등 마케팅 차별화
좌동재래시장은 '전통 재래시장의 향기가 물씬한 시장'이다. 여기다 대형마트의 장점을 갖추면서 주변 주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총총히 밝혀진 백열등 사이로 재래시장의 인심좋은 풍경에다 편리한 쇼핑 환경까지 더해지면서 신도시 주변에 있는 대형마트 5곳과 고급 쇼핑몰의 공습에도 흔들리지 않고 있다.
좌동재래시장 송귀동 대표는 "좌동재래시장은 대형마트가 즐비한 해운대신도시 중심부에 위치해 있어도 절대 기죽지 않는다. 오히려 주부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며 "재래시장만의 매력을 간직하면서 대형마트에 떨어지지 않는 편리한 쇼핑 환경을 갖춘 게 성공 요인이다"고 설명했다.
좌동재래시장의 최대 강점은 재래시장만의 풍경을 잘 담아내 대형마트와 차별화했다는 점이다. 현대식 아케이드 지붕 대신 천막으로 지붕을 설치하고 밝은 형광등 대신 따뜻한 느낌이 드는 백열등을 내부 조명으로 활용한 게 주효했다. 시장의 중앙에는 좌판식 매장을 설치해 시골의 '장날' 분위기가 한껏 나게 만들었다.
좌동재래시장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처음 시장을 만들면서 대형마트처럼 현대식 건물로 짓자는 의견도 많았다. 그러나 대형마트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재래시장만의 매력을 충분히 살려야한다는 점에 공감해 현재의 모습으로 지었다"며 "천막 지붕의 경우 아케이드 공사비의 10%에 불과하고 재래시장만의 매력을 높일 수 있어 1석2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편리한 쇼핑 환경을 조성하고 고객들을 모으기 위해 전략적인 방법들을 도입했다. 다른 시장들이 현대식 건물로 3~4층 높이로 건립하는 것과는 달리 좌동재래시장은 처음부터 단층을 고집했다. 층수가 높아지면 고객들이 쇼핑하기에 불편하기 때문이다. 여기다 쇼핑 동선을 원형으로 만들었다. 고객들이 동선을 따라 돌면 모든 업소를 둘러볼 수 있도록 배려했다.
시장 내에 입주하는 상가에도 신경을 썼다. 우선 다른 시장에서 인기있는 음식점이나 상가를 적극 스카우트했다. 시장 내 한양왕족발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상가의 업종이 중복되지 않도록 하고 특히 추어탕 곰국 등 가정에서 인기있는 음식을 파는 가게들을 중간중간에 배치했다.
여기다 좌동재래시장의 독특한 마케팅 비법인 '예약 배달 시스템'도 한몫했다. 고객들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음식을 배달하는 서비스다. 주변에 맞벌이 부부나 자녀를 둔 가정이 많다는 점을 감안했다.
좌동재래시장 상인회 관계자는 "시장 전체의 전략에 더해 좋은 제품을 싸게 공급하려는 상인들의 노력도 시장의 힘"이라며 "소매상이지만 보통 새벽 3시에 일어나 그날 팔 신선한 상품을 구해올 정도로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