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

[정덕진]

드디어 부산 판매부로 발령받은 필자는 본사에서 요주의 인물로 낙인찍혀 처음 1년 동안은 고생만 무지하게 했다.

즉, 사무실 내 나의 자리는 있었지만, 10분도 앉아 본적 없이, 매일 고참 들(200여 명) 쓰레기통 청소와 잔심부름은 독차지였고, 어쩌다가 기안을 올리면, “너 따위가 무슨 기안이냐”며, 서류뭉치가 공중으로 나부끼고, 청소 잘못했다고 야단맞기는 다반사이며,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퇴근한 적도 많았다.

나중에 안일이지만 담당과장은 고등학교 선배였기에 더욱, 본사에서 혹독하게 가르치라는 주문으로 인해 가혹한 지시가 이어졌다는 사실을 알았다.

드디어 1년의 세월이 지나자, 내 자리에 앉아 정상적인 업무를 보게 되었다.

그동안 모진 고통을 참아가며, 어깨 넘어로 배운 업무 지식은 상당한 도움이 되었고, 본사 주관 ‘판매 활성화 기획안 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했으며, 비로소 나의 진가(?)가 알려지기 시작했다.

대구 부산 제주도를 포함하는 부산판매부는 자체 판매부 가(주제가)가 없어, 이를 제정 하기 위한 경진대회에서 여성 판촉직원 50여 명을 구성하여 1달간 연습한 결과 최우수상을 받아 상금 1백만 원(당시 필자 월급 235,000원)을 받는 쾌거를 달성했고, 이후 필자가 만든 노래는 아침 회의가 끝나면 전원(250여 명)이 일어나 합창하면서 회의를 마무리했다.

매년 하계 및 추계 때는 300여 명(부산, 대구, 제주 전 직원)이 야유회를 가졌는데, 고교 때 Y활동 덕분으로 사회는 필자의 몫이었고, 3시간이 넘는 야유회 메인 행사 때마다 인기는 절정을 이루었다.

그러다가 군 입대 영장이 나와 입대를 했으며, 의정부 쪽에서 훈련병 시절(6주간)을 보낸 필자는 전체 동기(250여 명)생 중 1등을 하여 육군 소장(20사단장/투 스타)상을 받았다.

그 덕분(?)으로 자대배치도 20사단으로 하게 되어 매우 힘든 졸병 시절을 감수해야 했다.

당시 20사단은 차량화 기계사단(교육부대)으로 사회에서는 한참 데모가 빈발하던 시기라, 데모 진압훈련을 주로 수행했다.

즉, 삼청교육대에서나 하던 목봉 체조는 물론, 총을 장착한 데모 진압훈련은 관절염 환자를 속출하게 만들 정도로 매우 힘든 훈련이었다.

군기가 바짝 선 필자는 투 스타 상을 받은 신병으로서 고참 들의 따가운 눈총(시기, 질투)과 함께 부대장의 기대로 더 힘든 군대 생활을 감내해야만 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중공기가 인천 상공을 넘어오던 날(일요일)은 민방위 본부에서는 실제 상황이라고 방송했고, 전군이 비상이 걸려 곧 전쟁이 일어나는 줄 알고 이제 “우리는 죽었구나” 하고 생각했었다.(곧 바로 해제되어 다행이었지만, 이후 군대 훈련은 좀 완화되는 결과를 가져왔다)

군 생활 5개월 만에 필자에게 또 다른 행운이 찾아왔다.

경기도 서오능 근처에 신설되는 부대가 있어 전출자를 선별했다.

필자의 이름이 호명되고, 육군 트럭이 아닌 간부들 전용 버스에 올라타자, ‘아! 편안한 부대로 가는구나’ 생각했고, 예상은 적중했다.

전출된 부대는 훈련단(군기도 없고, 민간인 같은 부대 생활)이였으며, 소위 말하는 카츄사 부대보다 더 좋은 시설에 훌륭한 부식 등은 전 부대에 비하면 천국이었다.

당시 출•퇴근 하는 방위병과 함께 병영생활을 했으며, 마치 장교 대우만큼 우리 부대원들은 호강을 받았다.

군화 닦는 일, 굽 가는 일, 군복 세탁하고 다리는 일 등은 전부 방위병들이 해주었으며, 이발도 사회의 모범이발소와 동일한 시설에서 실력 좋은 방위병들이 전부 맡아 했다.

막사 1~2층마다 자판기가 구비되어 있어 우유와 커피, 율무, 유자차 등도 잔돈만 넣으면 먹을 수 있었고, 공중전화로 사회와 전화도 할 수 있었다.

당시 군대에선 상상도 못 하는 일이 이 부대에서는 가능했다.

훈련단장(준장/원 스타)은 당시 유명한 가수 ‘현숙’의 열렬한 팬으로, 매주 2~3차례 관사에서 ‘현숙’ 양을 초대하여 파티가 열렸으며, 그날은 우리 부대원들에게도 특식(소고기 등)이 내려왔다.

한번은 육군본부에서 인사검열이 있었다.

즉, 경계근무(보초 서는 일)를 잘하고 있는지, 일 년에 두 차례 정기점검을 실시하곤 했는데, 그날 보초자 중 십중팔구는 근무 불량으로 영창을 가곤 했다.

그런데 하필 필자는 그날 밤 열시~열두시 에 외곽 보초를 명 받았고, 고참인 상병과 함께 2인 1조로 근무지로 향했다.

다행히 그날 낮 근무 때 지형지물을 눈여겨 봐둔 덕분 이었을까...

이윽고 밤 열한 시경 두 사람이 초소로 진입하고 있었다.

난 즉시 암구호를 요구했다.

‘손들어, 움직이면 쏜다 가방(암구호 질문)이라고 묻자(그날 답변 암구호는 부인이었는데 검열단은 몰랐나 보다)대답을 못했다.

필자는 즉시 3회를 더 물었고, 답변이 없자 총을 겨눈 채 방아쇠 전진 후퇴를 하며 1발을 장전했다.

놀란 검열단은 후레쉬로 자신을 비추며, 검열단이라고 말하며 쏘지 말라고 손을 저었다.

이어서 경계구역과 적의 예상 침투로 등을 물었으며, 보초의 7대 수칙(이 부분은 전 부대에서 매일 암송하던 내용이라 달달 외우고 있었다)을 물어오자 필자는 거침없이 답변했고, 검열단을 물러갔다.

다음 날 아침점호시간에 전 부대원들이 연병장에 모여있자. 당직사관(대위/야간 사단장 역할)이 사열대에 올라 마이크로 전날 C-5구역 밤 열시~열두 시 근무자를 호명했다.

나와 고참 상병은 겁에 질린 듯 사열대로 향했고, 당직사관은 말했다.

“우리 부대 창설 이래 전무후무한 일이 발생했다. 육본에서 나온 인사검열단은 어제 보초 근무상태를 점검한 결과, 최우수 근무부대로 평가를 내린다 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두 사람은 사단장 포상과 함께 특별휴가를 내린다고 아침 식사 후 휴가 신고 등을 준비하라고 말했다.

당직사관의 말이 끝나자 연병장은 떠나갈 듯이 환호성이 터졌고, 우리두 사람은 일약 스타가 되었다.

드디어 첫 휴가를 나온 필자는 제일제당을 찾았고, 동료 고참 및 부서장들은 매우 반갑게 맞아주었으며, 난 포상 휴가를 받게 된 무용담을 늘어놓기 바빴다.

마침 그때 ‘다시다’가 첫선을 보이는 시기였다.

판매부에서는 홍보를 위한 7g 짜리 샘플을 만들어 대대적으로 무료 배부를 했고, 필자가 콩나물국에 넣어 먹어보니 그야말로 환상적인 맛이 났다.

귀대 전날 부서장에게 부탁하여 다시다 샘플을 한 봉지(약 20kg/3,000개)얻어 귀대 하여 다음날 점심때 고참 순으로 1개씩 나눠주자, 식사를 마친 고참 들은 환호성을 지르며, 난리가 날 정도였다.

당시 부대 식사 질은 사회보다 떨어져 콩나물국은 맹물이나 마찬가지였기에 더욱 가치가 있었다.

이후 부대 생활은 탄탄대로로 ‘갑 아닌 갑’의 위치에서 편안한 생활로 이어졌다.

제대 후 2년 뒤 PX에 납품(군납으로 이어짐)하여 제일제당에서 1계급 승진하는 쾌거를 달성했다.

[군대 생활 이야기는 여성분들은 식상 할 수 있지만, 남성 들(군대갔다 온) 입장에서는 젊은 시절 혈기 왕성한 청춘을 3년씩이나 썩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고, 또 인생에서 중요한 일부분이기에 좀 더 기록을 하더라도 양해를 바란다.]

다시 군 생활로 돌아가서...

일병이라는 계급장을 가슴에 달고, 이제는 소위 말하는 짬밥도 좀 먹었을 때, 부대는 수방사예하 부대로 편입되어 훈련단은 해체되고 56사단으로 승격하게 되었다.

당연히 사단장은 투스타 였고, 수방사와 똑같은 훈련 일정을 소화해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충정훈련(데모 진압)을 주로 해야 하는데, 잘 아는 장병이 없었다.

또 한 번의 호기가 왔는지, 충정훈련을 잘 배운(전 20사단 부대 복무시)덕분에 필자는 조교로 발탁되어 소령을 교관으로 모시고 부대 전체를 순회하며 위관급 장교를 대상으로 특강을 하게 되었다.

부대에서 교육은 사회처럼 교과서가 필요한데, 교과서는 교범이라 부르고, 교관이 만든 교육자료는 교안이라고 불렀다.

교관은 충정훈련 교범에 수록된 사진은 필자의 자세 자신을 찍어 만들었으며, 자세에 대한 설명도 필자가 기록한 데로 100% 수용하여 편찬했으며, 현재도 육군본부에 비치되어있다.

덕분에 또 한 번의 포상 휴가를 나왔고, 이후 군대 생활은 더욱 탄탄대로를 걷게 되었다.

이제 시간을 거슬러 첫 휴가 때 일어난 일화(첫사랑 여인에 대해)를 소개하고자 한다.

5부에서 계속

[시온성]

국장님!
숨긴다고 숨겨지지 않는 낭중지추(囊中之錐)이십니다.
군계일학(群鷄一鶴)이십니다.
사람향기 나는 사람, 멋인는 삶을 들여다 보는일
설레는 일입니다.
아주 잘 쓰셨습니다. 지속하여 쓰십시오.
모아지면 한편의 <자전소설>로서 진가를 발휘하게 될 듯합니다.
다음호를 기다리겠습니다.^^

[정덕진]

낭중지추
군계일학!
과찬이십니다
걍 정구죽천은 아닐런지
염려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