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접란 키우기 (수정4)

[박복자]

호접란 키우기 / 박복자

1) 따뜻한 봄바람이 베란다에 분다. 호접란의 꽃대가 뻗어 나오더니 줄기에 반점이 몇 개 있다. 맺은 반점이 온점으로 풀릴 기색이 없다. 바람이 이따금 창밖에서 불어와 따스한 기를 불어넣어 보기도 한다. 그러나 꽃잎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바람과 햇살이 창가를 드나들며 꽃망울을 터뜨려 보려고 안간힘을 쓴다.

2) 집안의 공기 정화를 위해서 베란다에 화초를 가꾸기로 했다. 실내이기 때문에 작고 앙증맞은 게 좋을 것 같았다. 집 가까이 대로에는 화원이 세 군데 있었다. 이 집 저 집 다니며 여러 가지 식물을 구경했다. 아름답고 예쁜 것 중에 희귀한 것도 있었다. 그중에서 분홍빛 나비 모양인 꽃이 눈에 들어왔다.

3) 호접란은 사람이 평안하다고 느끼는 환경에서 가장 적합하게 잘 자라는 식물이다. 조금만 특성을 알고 관리해주면 오랫동안 꽃을 감상하며 마음의 힐링을 할 수 있는 식물이라고 화원 주인이 설명을 덧붙였다. 호접란은 그 꽃핀 모양이 마치 호랑나비를 닮았다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호접란은 공기 정화 식물이다. 호접란은 팔레놉시스라고 불린다. 행복이 날아온다는 뜻이 있다. 그래서 이사나 개업할 때 사람들은 호접란을 선물한다. 잘 키워서 집 안 분위기를 바꿔볼 마음으로 기대에 부풀었다.

4) 베란다는 남쪽으로 향해있다. 바람이 잘 통하고 햇볕도 잘 든다. 집들이할 때 들어온 호야, 금전수, 꽃기린, 시클라멘, 뱅갈고무나무, 이름 모르는 몇 가지 다육 식물과 어우러져 제법 작은 식물원이 되었다. 아침에 일어나면 식물부터 들여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물과 영양제도 주었다. 식물들의 상태를 놓치지 않으려고 허리를 굽혔다, 발뒤꿈치를 들었다, 쪼그려 앉아서 보기도 하며 어디 아픈 식물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줄기가 튼실해지고 새순이 돋고 꽃도 피었다.

5) 작년에 우리 집 베란다에 온 호접란이 여름의 끝자락에서 꽃이 한 장 두 장씩 떨어졌다. 한 송이가 꽃대 끝에 대롱대롱 찬 바람이 부는 것이 두려운 듯 떨고 있었다. 가녀린 꽃대에 꽃이 지고 호랑나비가 날아가 버렸다. 꽃이 지고 기온이 낮아지면서 관리하기가 어려워졌다. 적정 온도는 20~30도로 맞추어야 했다. 온도가 18도 이하로 떨어지면 저온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에 잘 살펴보아야 했다. 식물들은 겨울을 잘 견뎌야 이듬해 꽃을 잘 피운다. 호접란의 뿌리가 표면 위로 표출되었다. 뿌리는 덮여 있어야 하는 줄 알고 뿌리를 덮어 주었다. 노심초사 지극정성으로 키웠다.

6) 어느 날 글쓰기에 입문하게 되었다. 할 말을 제때 못한다. 아, 그 말을 해야 했는데 필요한 말을 제때 못하는 아쉬움이 일상생활에 종종 있다. 말을 하려면 머릿속에 문장이 정리되어야 하는데 나는 한 번에 그게 잘 안된다. 그래서 글쓰기 교실의 문우들 틈에 끼었다, 호접란이 화원에서 우리 집 베란다로 옮겨 와 여러 식물 틈에 끼듯이, 선생님께서 글을 써내라고 하셨다. 여고 때 문예반에서 활동한 것뿐인 나는 어떻게 써야 할지 몰랐다. 호접란의 반점처럼 내 글귀도 풀리지 않았다. 체험한 일인가? 글은 참신해야 한다. 소제를 의미화 시켜야 한다. 에피소드를 끌고 와야 한다. 어깨가 무거워지고 글이 잘 써지지 않았다.

7) 호접란은 내 정성과 상관없이 잎이 하나씩 누렇게 되었다. 뿌리를 뽑아 보았다. 물을 너무 많이 주어서 뿌리가 약간씩 썩어있었다. 특성을 파악하지 못하고 물만 잘 주면 될 것 같이 생각했던 것이 잘못이었다. 식물의 성향을 알기 위해서 인터넷에 들어가 찾아보았다. 물 주는 시기는 상태에 따라서 달라졌다. 위로 올라온 뿌리가 하얗게 마른 상태에 물을 주어야 했다. 화원이나 온실에서 키우는 것보다 집에서 키우기는 너무 까다로운 식물이었다.

8) 베란다의 꽃기린은 작은 빨간 꽃봉오리를 잉태했다. 시클라멘은 일년내내 꽃을 피웠다 지기를 반복하고 있다. 수국도 이젠 제법 탐스럽게 꽃을 피워 자태를 뽐내고 있는데, 호접란은 이제 온점을 찍었다. 글쓰기에 진전이 더딘 내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글쓰기를 시도해도 A4 용지 한 장을 다 채우기가 힘들었다. 꽃에 물을 주면서 하루빨리 활짝 웃는 꽃망울이 열리기를 기도했다. 바람이 잘 통하고 햇볕이 잘 드는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9) 글쓰기 강의가 있는 곳이면 어디든 찾아다녔다. 소설과 산문집을 읽고 필사도 열심히 했다. 마음이 바쁘고 주위가 어수선했다. 일이 바쁘기도 했지만, 강의 시간은 놓치지 않고 열심히 들었다. 시간이 흐르고 조금 안정이 되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주제와 소제를 정하고 기, 승, 전, 결을 어떻게 풀어 쓸 것인가를 생각해본다. 풀리지 않는 매듭을 풀려고 노력했다. 알면 알수록 어려웠다. 문우들 사이에 낀 내 모습이 우리 집 화원에 놓인 호접란과 같았다.

10) 밖엔 바람이 불고 구름이 몰려오고 한바탕 천둥 번개가 치더니 비가 쏟아진다. 날은 밝아오고 해가 서산을 넘나들길 수십 번, 물도 주고 거름도 하며 인고의 시간을 보냈다. 한 장의 꽃잎이 열리기 시작했다. 호접란은 어렵게 꽃을 피우지만 꽃이 피면 6, 7개월 피어있다. 분홍빛 나비 모양의 꽃잎이 예쁘게 피어났다.

11) 글쓰기도 조금씩 늘어가고 있다. 우선순위를 글쓰기로 한다. 고도의 집중력과 정신력을 모아본다. 글을 쓴다는 건 어쩌면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서 느린 속도로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려본다. 마치 뚜벅이의 여행자가 된 것처럼 뚜벅뚜벅 길을 떠난다. 호접란이 꽃을 피우듯 언젠가는 글쓰기도 예쁜 열매를 맺어 꽃말처럼 행복이 날아오길 기다려본다.

[푸른돌고래]

전에보단 훨씬 정리가 잘 되었습니다. 구도를 조금 바꾸어보죠. 7단락을 5단락과 6단락 사이에 넣어보십시오. 호접란과 글쓰기를 중첩시키면서 어느 정도 형상화가 되고 있습니다. 구도를 바꾸고 제가 정리를 해보겠습니다.

[박복자]

네. 고맙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