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없이,
어디선가 뚝 떨어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한 기분이랄까요.
덕분에 오늘은, 청계천 벼룩시장에 들릴 수가 있었습니다.
작은이가 좋아하는 곳 중 하나인, 청계천 벼룩시장.
그곳에 들려 이것저것 헌 책들도 사고,
옆에 있는 청계천 동물상가에 들려
동물들 좀 구경하다가 지하철을 타고 왔는데..
역을 나오는 순간, 역 앞의 길에서
낡은 플라스틱 바구니에 채소를 놓구 파는 노인 부부를 보았습니다.
할머니는 채소가 담긴 바구니를 바닥에 내려놓고
사람들을 쳐다보고 계셨고,
할아버지는 그 옆에서 작은 방울을 흔들고 계시더군요.
딸랑딸랑 거리는 방울 소리가 신기해서
지나가다 잠시 쳐다보았습니다.
아무래도, 할아버지는 어디 회사를 퇴직하시고
할머니가 하는 일을 옆에서 도와주고 계신 듯 보였습니다.
음, 흐뭇한 광경이군. 나두 크면 저렇게 살아야지..하구 있는데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서로를 쳐다보고
이리저리 손짓을 하고 계시더군요.
처음에는 무슨 일이 생겼나하구 있다가
조금 지나서야 그것이 수화인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제서야 다시 보니 두 분은, 청각장애자인것 같았습니다.
말을 들을 수 없고, 그래서 말을 할 수 없는 사람들.
채소는 팔아야 하고, 다른 사람들처럼 입으로 소리쳐
손님들을 부를 수가 없기에
할머니는 채소 바구니 앞에 앉아있고
할아버지는 옆에서 방울을 흔들고
몇일전, 포항에 내려갔을때 본,
한 과일장사를 하던 청년이 생각났습니다.
뇌성마비 장애자이던 청년. 하지만 자신이 직접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자신이 직접 고른 과일만을 판다던 청년,
맛있다고 웃으며 과일을 팔던 청년,
자신이 포항에서는 그래도 유명하기에 절대 나쁜 과일은 못판다던 청년,
워낙 동정심이 많으신 작은이 어머님 때문에
그 리어카에서 참외를 샀던 작은이는
사온 네개의 참외중 하나가 곪은 참외였던 덕분에
어머니는 잠시 속상해 하시기두 하셨습니다.
하지만 꿋꿋한 작은이,
다 먹을 수 있는 거라고 우기며 깨끗하게 다 먹었습니다.)
장애인 2% 의무고용 법안이 시행된지도
꽤 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30대 재벌의 장애인 고용비율은 평균 0.6%...
아예 한 명도 고용하지 않은 기업도 많다고 합니다.
차라리 벌금을 내면 냈지, 장애인을 고용하긴 싫다고 합니다....
아마, 싫긴 싫을 겁니다.
장애인을 고용하기 위해 장애인 편의 시설을 설치할 비용과,
그들에게 직업훈련을 시킬 비용을 감당하느니
차라리 벌금을 내고 마는 것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대학 역시 다를 바가 없겠지요.
작은이가 다니던 H대학교는,
산 위에 자리잡고 있어 높은 계단으로 악명(?)이 높은 대학입니다.
하지만, 장애인이 편하게 다닐 수 있는 편의시설은
대학을 7년동안 다니면서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H대학에 입학한 장애인 학우들은,
80%가 1년안에 휴학하고 만다고 합니다..
딸랑딸랑. 방울 소리가 울립니다.
할아버지는 열심히 수화를 하시는 할머니를 보면서
그냥 웃고, 고개를 한번 끄덕입니다.
퇴근 시간에 맞춰, 바삐 지나가는 사람들.
어디선가 핸드폰을 파는 아가씨들이 왔다갔다 합니다.
선글래스와 가방을 파는 청년은 음악을 틀어놓고
혼자 춤추고 있습니다.
딸랑딸랑. 울리는 방울 소리를 들으며,
담배 한대를 피고 싶었습니다.
태어나면서 부터 평등하지 않은 이 세상.
같이 배우고 일할 기회 마저 주지않는 세상에서,
방울 흔드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면서,
아침부터 직접 나가 과일을 골라온다는 뇌성마비 청년을 보며,
작은이는 아직, 무슨 말을 해야좋을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오늘 어디선가 태어날지도 모를 장애인 아가들은
내일 어디선가 태어날지도 모를 장애인 아가들은
꼭, 최소한의 기회라도 가질 수 있는 세상에서
살아갔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런 나라를 우리가 만들수 있기를..
* <100점과 0점>
어떤 학생이 학기말 시험을 앞에 두고
공부는 하지않고 딴 일에 몰두하다가
드디어 시험날을 맞았다.
앞에 놓여진 시험 문제의 답을 모르는 것은 뻔한 일이었다.
한참을 그냥 붙들고 있다가,
"그래도 백지로 낼 바엔"하는 궁여지책으로
"하느님은 다 아십니다."하고
써놓고는 교실을 나왔다.
시험지를 회수한 교수는 우습기도 하거니와
너무나도 기가 막힌 일이었다.
그래서 그 학생의 답안지에 이러한 채점 기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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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은 100점"
"학생은 0점"
"'한밤중에
자꾸 잠이 깨는 건 정말 성가신 일이야.'
한 노인이 투덜거렸다.
다른 노인이 말했다.
'하지만 당신이 아직 살아 있다는 걸
확인하는 데
그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지.
안그런가?'"(류시화, 지금 알고 있는 걸...)
어느덧 1월도 저물어 가네요.
저희는 그런 가운데,
삶의 뒷부분에 위치한 분들의 삶의 뒷모습이
아름답도록 하는 노인대학 연합회 창립 미사를,
저물어 가는 1월 30일에 봉헌한답니다.
모든 노인분들이 의미있는 삶을 끝까지 사시기를 빌어 봅니다.
나이에 관계없이,
의미 없는 삶은 참된 삶이 아닙니다.
의미가 있을 때,
거기에 기쁨과 행복과 보람과 감사와
부활에 대한 희망이 샘물처럼 솟아나지 않을까요.
♬ 노찾사-광야에서
* 음악 안 들리시면 아래 사이트에 등록하시어 참조
첫댓글 태어나면서 부터 평등하지 않은 이 세상. 같이 배우고 일할 기회 마저 주지않는 세상에서, 방울 흔드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보면서, 아침부터 직접 나가 과일을 골라온다는 뇌성마비 청년을 보며, 작은이는 아직, 무슨 말을 해야좋을지 모르겠습니다. 신부님의 독서의 폭도 엄청 다양하고 넓으신것 같아요. 덕택에 여느 딱딱한 영성의 글보다 감동도 크네요^.~ 신부님 감사합니다!!
신부님 어디 다녀 오셨나요^^* 매일 먹어야 하는 밥처럼 이젠 신부님의 영성글도 먹어야 살것 같네요 ^^* 좋은글 다시 만나게 해주시니 우선 감사 드리구요~` 언제나 건강하시고 늘 저희아 함께 해주셔요~~ 장애인에대하여 우리 모두가 잊고 살때가 많은데 .........죄송하고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의미있는 삶이 무엇인지 잊지않고 좀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해야 할것 같습니다 이 밤 조용히 마무리하는 기도로 머물다 갑니다 신부님 ^^*
간접적인 기법으로 영성을 일깨워 주시며 잔잔한 감동에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신부님의 作法에 신선한 매력을 느끼게 되네요. 엮느라 수고 많으심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