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10 여년 전
일자리를 찾아 헤매고 있을 때,
어이없는 일들을 경험하였고,
그 중 당할뻔 했던 일들을 묵과할 수 없어
일기를 정리해
고발성 책자를 출간하려고 했었다 ㅡ
출판사에서
시비에 휘말려 들까봐
거절 당했다ㅡ
그 후 10년,
그동안 얼마나 많은 퇴직자들이,
노인들이 당하고 있을까ㅡ?
10 여년 전의 일들을 더듬어
두 가지만 정리를 해본다.
1. 어이없던 일 하나ㅡ
전철에선가ㅡ?
'보령제약' 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광고지를 봤다.
그 광고지를 들고 찾아 간 곳은
영등포구청역에서 가까운 곳 어느 빌딩 2층이었다.
2층으로 올라갔다.
넓직한 사무실에
사람들이 북적댄다ㅡ
안내원의 안내에 따라 접수를 했다.
좀 있다가 건강식품에 대한 강의가 시작된다.
보령제약에서 나온 건강식품이 여러가지다.
주로 혈액순환에 좋다는 설명이다ㅡ
강의가 끝나고
점심을 대접할 터이니 식사하러 가잔다.
점심은 접수한 곳에서 안내한다.
그러고 보니 접수한 곳이 여러군데다.
접수한 곳에서 따로따로 무리지어 각자 다른 식당으로 향한다.
그제서야 좀 냄새나는 것을 눈치 챘다.
아하ㅡ
식사를 마치고 다시 모여들었다.
그리고 안내방송이 들린다.
여러분의 혈액 검사를 해 줄터이니
우선 여러분부터 시험해 보고
이웃에게 권하라는 것이다.
나도 피 한방울 뽑아
현미경에 올려놓고
들여다 보란다.
붉은피톨이 거의 엉겨붙었다.
그 검사한 유리판을 내려 놓고
또 다른사람을 검사해 준다.
그리고 다시 내것을 올려놓고 다시 들여다 보란다.
아까보다 더 엉겨붙었다.
그리고 건강식품 하나를 권한다.
생각해 보았다.
뽑은 피를 한참 방치했으니
그 피가 살아날 리 있나ㅡ?
의심이 간다.
사기다ㅡ
그들은 판매원을 뽑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판매원 지원하러 온 그들에게
건강식품을 팔아먹는게 목적인 것이 틀림 없었다.
난 빠져 나오고 말았다.
2. 크게 당할뻔 한 일 하나ㅡ
ㅡ그 회사에서 나오는 각종 정수기들ㅡ
어느 날
인천 친구를 만나고 올라오는 전철 안에서
사람을 구하는 쪽지들이 너덜너덜 붙어 있는 것을 보았다.
하나를 떼어가지고 왔다.
내근사원 물품관리원을 구한단다.
봉급은 150만원에서 250만원 준단다.
전화를 걸었다.
남자의 목소리다.
어디서 사느냔다.
광명에서 산다고 했더니
반가운 목소리로 자기도 광명에서 산단다.
꼭 한번 나오시란다.
사무실이 있는 빌딩 이름은 기억이 안 난다.
남대문에서 남산 올라가는 오르막길 조금 올라가다가
오른쪽에 있는 빌딩이다.
그 빌딩 2층으로 기억하는데 아침 8시까지 나온란다.
다음 날 일찍 그 광고지를 들고 찾아갔다.
2층에 올라서자
웬 노래소리, 박수 치는 소리, 북 치는 소리가 빌딩을 뒤흔든다.
소리 나는 곳으로 찾아가니
넓직한 사무실에 사람들이 삥 둘러서서
손에 손을 잡고 난리가 아니다.
정신이 없다. 혼줄을 빼놓는 것이다.
아!
잘못 왔구나ㅡ
언젠가 다단계 모임에도 한번 가본 일이 있는데
그와 똑 같다. 최면요법이다.
좀 들어가다가 안되겠다싶어 돌아서는데
어느 젊은 여인이 앞을 막아선다.
왜 나가시느냐고 팔뚝을 잡고 끌어 의자에 앉힌다.
8시가 되니까
삥 둘러 서서 손에 손잡고 늘어서서
인사하고 조회가 시작 되는 것이다.
인사는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한다.
그리고 오늘 하루 성공을 기약하면서 구호를 외치고 각자 의자에 앉는다.
그리고는
앞쪽에 있는 분이
서서 그날의 계획(?)을 훈시한다.
그는 진짜 회사에서 나온 총책임자인것 같다.
호칭은 확실히 기억이 나지 않는데 '국장'님이라 했던 것 같다.
그리고 몇 군데 그 밑 지위자로 본사에서 나온 책임자가 앉아 있다.
그리고는 군데군데 소호(SOHO)라는 소상인들의 책임자들이 앉아
그 그룹별로 사람들을 모집하는
전에 가봤던 영등포구청역 근처의 그사람들과도 똑같은 조직인 것 같다.
다만 취급하는 물품이 다를뿐이다.
이곳에선 주로 정수기를 취급하고, 그외 공기청정기등도 취급한단다.
그러니까
다단계와 조직이 똑 깥은 것 같다.
소호(SOHO)라는 소상인을 모집하여 사무실을 빌려주고,
책상을 빌려주고,
그 회사 직원인양 소장(?)이란 직위를 주고,
본사에서 나온 책임자 국장이란 사람이 총 지휘를 한다.
그러니까 그 본사에서는 책임자를 내세워
최면요법을 써서 혼줄을 빼놓고,
선전해주고, 관리 하면서 물건 팔면 그 이익금도 분배 받고ㅡ
회사에선 물건 팔아먹는 것이다.
나중에서 안 사실이지만
그 소호 책임자들도
처음 들어와선 물건을 팔다가
좀 능력이 된다싶으면
일정 책임 한도액을 팔게 하여 소장 자리를 주어 장사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그 소장들도 최면에 걸려 소장을 하기 위해서
무리해서 물건을 구입해 집에 쌓아 놓는단다.
그런데
장사하는 건 흠잡을 수 없지만
자기도 당했으면서
또 사람을 모집하여
정수기 등 물건을 팔아먹는 수법이 문제인 것이다.
사무실을 빌려주고, 선전해주고,
시간을 내어 회사차원에서 교육을 시키고,
모여놓고 갖은 수단을 동원하여
장사가 되도록 최면요법을 써주고ㅡ
한마디로 짜고치는 고스톱이다.
그러니까 동업자들이다.
그리고 군데군데 큰책상을 중심으로 사무를 시작하는데,
새로 온 사람들 면담을 시작한다.
나도 면담을 하였다.
전화 받던 남자가 책이자 즉 그 소호의 사장인 소장이고,
그 젊은 여인은 직원 행세를 한다.
봉급은 물품 파는 성적에 따라 나간단다.
일단 면접보고 입사가 되면
교육을 1주일인가 받는다.
교육이 끝나면 판매하러 나간다.
그리고 일주일에 실적을 올려야 한다.
처음부터 실적을 올릴 수 없으나까 우선 자기가 사야 한다.
좀 떨어져서 보면 다 보일터인데ㅡ
이상하리만치 빨려 들어간다. 최면요법에 걸리는 것이다.
봉급은 나온다니까 걱정할것 없단 생각이다.
월부로 계약하고 월급으로 갚아나가면 될것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나도
가정용 정수기 한대 계약하고,
생각하다가 아들이 학원을 운영하는데
그곳에 얼음정수기 한대를 계약하게 된다.
그 정도는 봉급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다음이 문제인데
그때부턴 실지로 물건을 팔아야 하지 않나 생각이 든다.
그런데
집에서 그냥 넘어갈 리 없다.
아내는 영문을 몰라 딸들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 한다.
둘째 딸에게서 전화가 걸려온다.
지가 다니는 교회에서도 교장 출신 여러분이 당했다는 것이다.
아내가 막내딸에게 간 모양이다.
막내딸이 울며불며 야단이다.
그래서 일찍 끝내고 막내딸네로 갔다.
자세하게 이야기 했지만 곧이 듣지 않는다.
아빤 벌써 500만 여원을 당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난 걱정이 안된다.
속은거 같지 않다.
다음 날
아침 부산한 일과를 마치고
교육을 받고,
나와서 정수기에 대한 책자로 정수기에 대해서 공부하고 있는데ㅡ
옆에서 차심부름도 하고 바쁘게 돌아다니던 할머니 한분이
나에게로 다가오더니
날 좀 보잔다.
할머니를 따라 밖으로 나갔더니
조용한 곳으로 가서 하는 말이
"제가 옆에서 지켜보았는데ㅡ"
목소리를 낮춘다.
점잖은 분이 또 당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서 보자고 했다는 것이다.
교사 출신인데
나이도 들고 할일도 없고 심심해서 몇달 전에 왔다는 것이다.
봉급 준다는 거 순 거짓말이란다.
자기도 몇달째 몇 십만원 밖에 못 받았다는 것이다.
그나마 정수기, 선풍기 등등 집에 쌓아 놓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건너편에 앉아있는 노인을 가리키며,
평택에서 올라오는 분인데
교장 출신이란다.
그 분은 몇 천만원어치를 집에 쌓아놓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기들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 걱정 중이란다.
그때서야 실감이 난다.
다음 날은 출근을 않고, 인터넷을 뒤적이며 해결책을 고민하는데,
그때 마침 인터넷 모 금융감식 싸이트에서 싸인이 왔다.
그 싸이트 이름은 기억이 안 나는데
몇 년 전에 가입한 싸이트다.
내용인 즉
삼성보험(?)에서 내가 계약한 액수만큼(기억이 안 난다) 그러니까
500여 만원이 내 이름으로 대출 해 나갔다는 것이다.
옳거니ㅡ!
무릎읕 쳤다.
난 정수기를 월부로 계약 한 것이지,
돈을 대출 받은 일이 없다.
당 한 것이다.
그 젊은 여자하고 계약서 작성할 때
누군가하고 전화를 하더니
나에게 주민등록증 발급 일자를 묻는다.
엇결에 일러 주었는데 그것이 화근이었다.
대출회사에서 전화로 계약할 때 본인을 확인하기 위해 거치는 확인방법이다.
그때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그냥 지나친 것이다.
그것도 그 금융회사하고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었다.
아ㅡ 사기가 이런 것이로구나ㅡ
인터넷으로 법률상담코너에 물었다.
답이 왔다.
우선 경찰에 신고 하라는 것이다.
잠시 생각했다.
경찰에 신고하면, 경찰서에서 오라가라 할 것이 뻔하다.
그렇게 되면 아내가 안절부절 잠을 못 잘것이고,
딸들은 야단법석이 날 것이다.
그래서 나 혼자 해결 해보기로 했다.
우선 내용증명을 보내 떠보기로 했다.
그 내용증명에 대처하는 것을 보아서
최악의 경우 경찰에 신고 하기로 마음 먹었다.
내용증명에 그동안 해내려온 것 다 쓰고,
그 돈만 내 주면 조용히 해결 하겠노라고ㅡ
몇일 후에 전화가 걸려왔다.
만나잔다.
근처 다방으로 나갔다.
그 소장이 나왔다.
그 대출금을 자기가 갚을 터이니 믿고 자기에게 맡겨 달란다.
남의 일 같으면 어림없을 터인데
광명 한 동네에 산다는 그를 어떻게 밑고 그러자고 했는지 모른다.
그렇게 합의하고 돌아오는데ㅡ
아무래도 잘못 합의한 것 같아 다시 전화를 걸었다.
집에 가족들이 난리 났다고 안되겠다고 했다.
알았다는 것이다. 지금 오란다.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카드 긁은것 취소작성하고,
집에 설치한 정수기는 내일 떼어가기로 하고,
소장네 집에 보관한 얼음정수기는 반납한단다.
출고한지 14일 안에 환불하지 않으면 일이 낭패 될것 같아 조바심을 냈는데ㅡ
마침 그 날이 14일 되는 날이다.
삼성보험에서 대출받은 돈은 해약하고 내 통장에 넣도록 한단다.
집에 와서 삼성보험에 확인해보고,
몇일 후에 다 회수 되었다.
그 정수기 계약한 대가로 월급 80만원(?)인가는 안 돌려줘도 되겠지만,
사정을 한다,
물건이 해약되어 그로 인한 윗분들의 봉급에서도 토해 내놓아야 된단다.
짜고 치는 고스톱ㅡ
소행은 괫심 하지만
한편 좀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도 당한 사람들이다.
그 소장을 하기 위해서
물건들을 팔지 못하고 집에 쌓아 놓고 진퇴양난이란다.
삼성보험회사에서 몇일간의 이자를 뗀 금액만큼 공제하고 돌려 보냈다.
길게 느껴졌던 고통은 끝내고 말았다.
그동안 발을 동동대던 가족들과,
내게 귀띄움해 주던 할머니 선생님과,
또 인터넷과,
구매한지 14일 내에 환불받을 수 있다는 법이
나를 살렸다.
조금은 내 체면도 살아난 것 같다.ㅡㅎㅎ
도둑 하나를, 지키는 열사람이 못당해낸다고 했다.
사기를 칠려고
갖은 수단을 연구하는이들에게
어떻게 당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ㅡ?
이 글을 보는 이가 있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ㅡ
2018년 2월 8일
이 민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