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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명한 사람들은 가끔 이런 말을 한다.
채우려 하기보다 가능하면 비우려는 연습을 하라고.
생각해 보면 그 말은 꽤 맞는 말이다.
자꾸 채우려 하다 보면 빈 공간이 없어져
채우고 싶어도 더 채울 수가 없지만
비우면 빈 공간이 많이 생겨
더 좋은것으로 더 많이 채울 수가 있다.
특히 달항아리나 달항아리 그림을 보면 그것이 더 맞는 말인 것 같다.
그 속이 텅~빈 하얀 무채색의 항아리.
아무 것도 없기에 무엇이라도 그 속을 채워 넣을 수가 있고
무채색이므로 무슨 색으로든지 그 색을 채워 넣을 수가 있다.
그리고 그 하얀 항아리 앞이나 옆에는 무엇을 가져다 놓아도
조화롭게 잘 어울린다.
그래서 가능하면 현인의 말대로 비우는 연습을 하면 우리 삶이
참 조화롭고 평화로워 질 것 같다.
오늘은 벗이 추천한 광안리 해수욕장 맛집을 찾아 나섰다.
순전히 맛집을 찾아 나선다면
그것이 무슨 숙제로 다가 와 쉬이 발걸음을 그 쪽으로 향하지 않았으리라.
더구나 집에서 광안리 해수욕장까지는 꽤 먼 거리이기도 하다.
만약 차가 있다면 남항대교와 북항대교를 거쳐 광안대교를 따라서 간다면
20분도 채 걸리지 않겠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해야 하는 나로서는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다시 서면에서 2호선을 탄 후
금련산역에서 내리면 얼추 50~60분이 걸린다.
오늘도 집에서 나와 광안 해수욕장에 도착하니 어김없이
그 정도 걸렸다.
다행히 벗이 추천한 식당은 해수욕장에서 그다지
걷지 않아도 되었다.
부산의 벚꽃 단지로 유명한 남천동아파트 바로 입구에 있기 때문이다.
벚꽃.
다음 주 중반쯤 되면 활짝 꽃망울을 터뜨리게 될 터이고
인근의 많은 주민들이 벚꽃을 보러 이 곳을 찾아 오리라.
참
벗이 추천한 식당은 중국집 자오준이다.
해물누룽지탕과 어항가지가 특히 맛있다고 한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집은 저녁에 술집도 거의 겸하고 있어
점심 메뉴가 아닌 저녁 메뉴다.
더구나 점심 메뉴라고 하여도
혼자서 주문해서 먹기에는 아무래도 그 양이 벅철 것 같다.
그래서 메뉴판에 점심 메뉴로 특히 표시 된
해물잡탕밥을 주문해 보았다.
평소 혼자 중국집에 가게 되면 종종 주문해 먹는 메뉴가
또한 유미짜장과 해물잡탕밥이기도 하다.
하지만 식당에서 보이는 뷰가 조금 아쉽긴 하다.
바다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앞에 건물이 막혀 있고 식당도 협소 하다.
그저 그냥 동네 작은 중국집 같은 분위기다.
요리는 맛깔스럽게 잘 나왔다.
먹음직 하기도 하고 또한 그 양도 푸짐하다.
그래서일까.
바로 앞 자리에는 젊은 여성 셋이 앉았는 데
그들은 이 해물 잡탕밥 하나로 세 명이 함께 먹고 있었다.
내가 식당에 오기 전부터 앉아 있었기에
그 전에 다른 메뉴를 주문해 먹었는 지는 모르지만
식탁의 분위기로 보아서는 앞에 따로 다른 음식을
주문 한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ㅎ
식사를 한 후에는 광안리 해수욕장으로 향하지 않고
용호만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다시 해수욕장 쪽으로 발길을 돌리기도 싫은 데 다가
오랜만에 이기대 쪽으로 한 번 걸어 보고 싶기도 했기 때문이다.
파도 한 점 없는 조용하고 잔잔한 바다가 마치 커다랗고 파란 보석처럼 눈 앞에 펼쳐 진다.
코발트 색
혹은
블루 사파이어 색이다.
당장이라도 그 보석 속에 풍덩 빠져들고 싶은 색깔이다.
아파트와 바다를 끼고 있는 꽤 긴 산책길.
약간 지루하기도 하다.
똑같은 아파트
똑 같은 바다.
딱 그 즈음에 카페가 눈 앞에 나타 났다.
지난 여름 광안리 불꽃 축제를 할 때 용호동 동생과 함께
바라 보던 그 곳.
파노라마처럼 쫙 펼쳐 지는 바다 뷰가 좋긴 하지만
창이 작아 조금 아쉽다.
갑자기 그가 내게 하던 말이 생각 난다.
'예쁘고 좋은 카페와 뷰가 좋은 대형 카페들을 많이 가 봐서
어지간한 카페는 눈에 들어 오지도 않겠다.'고 하던 그 말.
그 말이 맞는 모양이다.
가격대도 대체로 좀 비싼 편이다.
주변에 삼익 아파트 등 비싼 아파트가 많아서 그런 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중에서도 비싼 메뉴를 주문 했다.
커피는 집에서 나오기 전에 마신 데 다가
별로 입 맛이 당기지도 않아 자몽 원액을 주문했다.
뿐만 아니라 미리 온 손님들이 마시는 커피를 보니
그다지 내 취향도 아닌 듯 하다.
다만 실내 디자인은 내 취향에서 멀지 않아 좋다.
의자는 약간 불편 하지만.
때문에 스스로 좋다고 추천을 하여 누군가와 다시 찾아 오고 싶은
그런 카페는 아니다.
광안리 해수욕장과 용호동의 중간 쯤에 있어 교통도 그다지 좋지 않다.
차가 있다면 좀 더 다르게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더구나 이 정도의 카페는 내 집 주변에도 얼마든지 있으니까.
또 그래서 이렇게 생각을 하는 지도 모르겠고.
먼 길을 걸은 탓일까
집에 오니 약간 출출 하고 단 것이 당기기도 한다.
몸이 꽤나 피로한 모양이다.
코코아 한 잔과 빵 한 조각으로
오늘의 남은 하루를 마저 채워 가고 있다.
또 다른 내일을 기대하고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