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싫다는 180만원 책가방... 日부모들 오픈런하는 이유
김자아 기자
입력 2023.02.16 15:41
일본 초등학생들이 란도셀 책가방을 메고 있다./일본 란도셀 공식홈페이지.
일본에서 초등학생 책가방으로 유명한 ‘란도셀’이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고가의 가방이 아이들 사이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과 함께 아이들이 무거운 가방 무게로 인해허리 통증을 호소하면서 ‘란도셀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일본 TBS뉴스는 매년 4월 신학기를 앞두고 일본 학무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란도셀 오픈런’ 현상에 대해 조명했다.
란도셀은 대다수 일본 초등학생들이 메는 이른바 ‘국민 가방’으로, 가방 상단의 덮개가 가방 아래까지 닿는 모양으로 제작됐다. 이름은 네델란드어 ‘란셀(ransel·배낭)’에서 따온 말이다.
매체에 따르면 최근 일본 유명 백화점 앞에는 란도셀을 구매하려는 학부모들의 구매 대기 행렬이 길게 늘어서고 있다. 특히 일본 학부모들의 ‘란도셀 오픈런’ 시기는 매년 조금씩 앞당겨지고 있다고 매체는 전했다.
최근 란도셀 가방을 구매하기 위해 백화점 매장을 찾았다는 학부모 A씨는 “2024년 4월에 아이가 입학한다”며 “요즘은 오픈런 시기가 빨라져 입학 2년 전부터 가방을 준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바라키현 가시마시가 1975년부터 초등학생 입학생들에게 무료로 지급한 란도셀. 올해부터는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 카멜색으로 통일해 지급한다./일본 TBS 뉴스 캡처
이바라키현 가시마시가 1975년부터 초등학생 입학생들에게 무료로 지급한 란도셀. 올해부터는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 카멜색으로 통일해 지급한다./일본 TBS 뉴스 캡처
다만 일본 사회에서는 란도셀 제품의 소재와 제조 방법 등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로 차이 나면서 학생들 사이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일본란도셀공업회가 집계한 란도셀 평균구입 가격은 5만6425엔(약 54만원)으로, 2001년 대비 평균 2만엔 가량 올랐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구매한 가격대는 6만5000엔(약 62만원) 이상으로 조사됐다. 소가죽이나 말가죽 등 고급 재료를 사용해 장인이 직접 만든 일부 고가 제품은 우리 돈으로 180만원이 넘는다.
이런 가운데 란도셀 가격은 최근 크게 인상됐다. 부모가 아이 1명에게 투자하는 금액이 늘어난 데다, 원재료 가격 상승했기 때문이다.
2024년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또다른 학부모는 “가격이 비싸긴 하지만 (초등학교) 6년 동안 쓸 계획”이라며 “5만엔 안팎 가격으로 구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 같은 학부모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초등학교 입학생들에게 란도셀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매년 남학생은 검은색, 여학생은 빨간색 란도셀을 지급해온 이바라키현 가시마시는 올해부터 입학생들의 가방을 모두 카멜색으로 통일해 성별에 따른 차별도 없애기로 했다.
란도셀에 물건을 넣었을 때 무게./NHK 캡처
란도셀에 물건을 넣었을 때 무게./NHK 캡처
란도셀의 가방 무게도 사회 문제로 꼽히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에 따르면 책과 각종 용품으로 가득 채운 란도셀의 평균 무게는 4.28㎏이다. 일부 어린이들은 10kg이 넘는 가방 무게로 힘들어한다고 매체는 전했다.
어깨나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초등학생들도 나오고 있다. 초등학생 수영복 제조업체인 풋마크(Footmark) 조사에 따르면, 란도셀을 사용하는 6~12세 초등학생의 90% 이상이 가방 무게가 문제라고 답했다. 가방의 무게가 문제라고 언급한 어린이 4명 중 1명은 어깨나 허리 통증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고, 전체 응답자의 65%는 가벼운 가방으로 바꾸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같은 신체적 고통이 통학 스트레스로 연결되면서 ‘란도셀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란도셀 관계자는 “일본 사회에 오랫동안 ‘초등학생 책가방=란도셀’이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 잡아 학부모들이 가벼운 소재 가방으로 바꿔주기가 쉽지 않다”며 “학생들 역시 다른 친구들과 다른 모양의 가방을 사용하는 데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아이들과 학부모의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 가죽제 란도셀 외에 다양한 소재를 도입한 가방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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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kim88
2023.02.16 16:27:18
일본의 문화중에 제일 멍청한 게 저 란도셀임. 란도셀은 1학년 아이에게는 너무 크고 무겁고, 6학년 아이에게는 너무 작음. 그런데도 수십만원을 들여 산 것이니 아이가 무럭무럭 크는데도 몸에 맞는 가방을 사주지 못하고 꾸역꾸역 6년 동안 같은 가방을 지게 함. 5만원 짜리 배낭을 매년 바꿔줘도 30만원밖에 안 하는데, 이런 한심한 일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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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gi69
2023.02.16 16:10:12
군중심리일까, 개인 주체성을 더 강조하는 서양과 다른 동양의 특성일까. 한국에서 부모 등골 뽑아먹던, 고등생들의 고가 노스페이스 광풍이 생각난다. 아이의 개성을 살리는 것은 동양에서는 참 어려운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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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kim88
2023.02.16 16:30:21
또 하나 일본의 문화중에 이해가 안 되는 게, 히나 인형이라는 것임. 여자 아이에게 주는 장식 인형인데, 인형 하나에 200만원이나 함. 바가지 그 자체인데도 아이를 사랑하는 증표라 생각하고 할머니 할아버지가 사주는 것임. 정작 인형을 사면 아이는 만지지도 못하게 하고, 그냥 1년에 한번 잠깐 꺼내놓고 구경만 함. 그리고 그 인형은 평생 버리지도 팔지도 못하고 자리만 차지하는 애물단지가 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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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박멸
2023.02.16 16:39:19
일본다운 고민이네...한국도 어느정도는 비슷한듯 노스페이스가 중고생 겨울교복이 되었던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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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레쎄
2023.02.16 16:54:28
저런모양의 가방은 60년전 우리나라초등학생들도 사용했었는데..그때는 소가죽으로 만들었고 모양은 똑같네..유행이 육십갑자로 돌아오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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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심성
2023.02.16 16:52:55
돈도 없는 가난한 일본 가정에서 육십만원을 호가하는 가방을 사 준다니..... 있는 사람들이야 사 줘도 무방하지만 가처분소득이 월 30만엔도 안 되는 가정에서는 매우 큰 부담일 것이다. 그냥 적당하고 가벼운 것 사 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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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K
2023.02.16 18:37:53
김자아 기자님. 오픈런이란 이상한 말 대신 개장 질주 또는 개점 질주라고 올바른 한국어를 사용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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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사불성
2023.02.16 18:20:06
가방이 구조적으로 단단하고, 안에 공기가 커 부력으로 뜨기 때문에, 지진이 나는 일본에서 계속 쓰는 것이 본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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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네
2023.02.16 16:36:20
'일본 학무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학무보'가 아니라 '학부모'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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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과 모차르트
2023.02.16 18:47:01
쓰잘데 없는 허영심...나도 10,000~20,000원짜리 백팩 메고 다니는데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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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이아빠
2023.02.16 18:40:06
일본에도 개딸들이 판을 치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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