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과 함께 거사가 있는 울산으로 향했다. 딸들이 KTX를 타 보고 싶대서 광명역에서 동대구까지 KTX를 타고 갔다. 네 명이 앉을 수 있는 동반석을 끊었는데 마주 앉아 가는 묘미가 좋았다. 대구에서 고속버스를 타고 울산까지 가서 무거동에서 버스를 내렸다. 점심은 내심 곱창구이로 정해놓고 있었는데 그 식당이 그 근처에 있다. 사람들은 '경상도 음식'하면 대개 고개를 설레설레 흔든다. 그런데 생의 대부분을 경상도에서 보낸 난 경상도 음식이 좋다. 열 가지가 넘는 밑반찬보다는 한두 가지 깔끔한 찌개를 더 선호한다. 울산을 떠나온 지 2년 반이 되었지만 아직 울산에서 즐겨 먹었던 음식을 먹을 만한 곳을 이곳 안양에선 찾지 못했다. 그래서 나름대로 울산에서 먹을 식단을 짜 놓았다. 곱창구이와 회, 오리불고기 등이다. 고속버스 내려 그 근처 금방일 것 같았는데 주택가를 굽이굽이 돌아 500M 이상은 족히 걸었으리라. 항상 차타고 큰 길로만 다녔지 걸어서 그 식당을 찾아 온 적이 없었다. 그 주위 100M이내에 있으리라 생각했는데... 땡양지 아래서 여행 가방을 끌고 걸었더니 딸들이 더위 죽겠다고 난리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주택가 안이라서 택시도 없고... 행인에게 물어 가며 겨우 찾아 들어갔다. 그래도 고생한 보람은 있다. 오랜만에 입에 맞는 곱창구이를 실컷 먹었으니... 울산에서 9년 살았었는데 초기에 그 집을 갔을 시절엔 선아심은 애기여서 항상 옆에 눕혀 놓고 셋이서 먹었었다. 그러던 애가 초6이 되었으니... 그러기에 세월은 화살 같다고 했던가. 식사가 끝나니 거사가 데리러 왔다. 첫 날은 각자 자기 친구들 만나고 둘째 날은 함께 계곡으로 놀러 가기로 했는데 고2인 큰 애는 친구 집에서 자고 계속 놀겠다고 해서 제외 시켜 주었다. 요즘 한 번도 따라 다닌 적이 없는데 여기까지 따라 온 것만도 고맙게 여겨야 할런지... 둘째날은 배내골에 있는 파래소 폭포에 가기로 했다. 2년 반 전 우리가 안양으로 이사 가야 한다는 소릴 들었을 때 처음 떠 오른 생각이 '이 좋은 계곡들을 두고 내가 떠나야 하는가'란 생각이었다. 그만큼 난 울산 주위의 계곡들을 좋아했다. 크고 깨끗한 바위, 콸콸 넘치는 계곡물.... 난 이런 계곡들이 정말 좋았었다. 지난 추억을 회상할 때, 난 사람이나 사건보다 그 때 있었던 장소 같은 것이 많이 기억에 남고 아스라한 동경을 일으킨다. 고양이가 장소에 연연한다는데 내가 어느 생에 고양이였을까... 난 고양이 무척 싫어하는데... 계곡 입구에 있는 신불산 휴양림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폭포를 향해 계곡을 따라 올라갔다. 많이 가물었던지 계곡의 물은 별로 많진 않았다. 군데군데 계곡 그늘아래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지만 사람들이 별로 많지 않아 더욱 좋았다. 하긴 한산한 곳을 골라 찾아 갔으니... 파래서 폭포 아래 자리 잡고 앉으니 시원한 폭포물이 이제껏 땀 흘리고 올라 온 더위를 말끔히 씻어 주었다. 맑은 계곡물에 발 담그고 가지고 간 과일을 깎아 먹기도 하고 물고기를 잡기도 하며 놀았다. 거사와 선아심 둘이 놀 땐 떨어지는 계곡물 보며 능엄주를 읊기도 하며... 저녁에는 애들과 친구들과 함께 울산대공원을 거닐었다. 거사에게 울산 살 때가 좋았던 것 같다니까 ‘살면 되지’란다. 글쎄... 큰 애는 울산 가려면 1년 반 후, 자기 혼자 두고 가라하고 선아심도 전학이라면 펄쩍 뛴다. 선아심이 언제 커서 울산 살러 내려 갈 수 있을까.... 항상 차를 가지고 놀러 다니다가 모처럼 대중교통을 이용해 여행을 하는 것도 색다른 맛이었다. 차를 갈아 타야기에 시간을 여유 있게 잡게 되니 마음도 여유로워졌다. 모처럼 큰애와 함께 하는 여행이어서 더욱 좋았던 것 같다.
첫댓글 정 들어 살던 곳에 가니 어머니 품인 듯 반가웠겠어요. 참! 추억 속에 장소는 중요하지 않나요? 울산에 배내골 함 가봐야겠네요.
선아심은 애기여서 항상 옆에 눕혀 놓고 셋이서 ..()..아련한 옛이야기 같네요.울산이 좋아도 ...정림사가 있는동안은 아마도 가기가 어렵지 않겠는지요?..()..
첫댓글 정 들어 살던 곳에 가니 어머니 품인 듯 반가웠겠어요. 참! 추억 속에 장소는 중요하지 않나요? 울산에 배내골 함 가봐야겠네요.
선아심은 애기여서 항상 옆에 눕혀 놓고 셋이서 ..()..아련한 옛이야기 같네요.울산이 좋아도 ...정림사가 있는동안은 아마도 가기가 어렵지 않겠는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