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항공문학상
최우수상] 글뤽 아우프 / 최형만
새하얀 삼단 생크림 케이크에
비행기까지 본떠 올린 칠순 날이었죠
오남매를 낳기도 전에 비행기를 탔다는 당신
곧잘 하는 말로 우리는 또
훨훨 비행기를 태우지 않았겠어요
그때마다 아이처럼 웃던 당신은
케이크에 장식된 비행기만 만졌더랬어요
하늘을 날아간다는 건 그리움이라고
그래서 어떤 마음은 아픈 거라고,
당신 말을 따라 하며 놀던 어린 시절
나는, 타본 적 없는 비행기를
타봤다고 아이들에게 자랑하곤 했죠
그런 날엔 내가 하늘을 나는 것 같았어요
유명인의 공항패션이 비칠 때면
아이고, 하며 얕은 숨을 내쉬던 당신
그래요, 당신은 그 옛날 파독 광부였다지요
떠남과 돌아옴의 약속도 없이
보냄과 헤어짐만 있던 시절이라는 거
그때 탄 비행기는 이 땅의 꿈이었다는 거,
영화 국제시장을 볼 때마다 아버지가 보였어요
노을 같은 붉은 문서 한 장 쥐려고
까만 점이 되어 머나먼 이국으로 날아간 사람들
막장은 하늘과 너무나 멀어서
해가 뜨고 지는 일에도 목이 타더니
비행운만 남기고 흩어진 청춘들
아버지의 그 까만 시간을 이제는 찾고 싶은데요
글뤽 아우프가 무슨 뜻인지
나는 왜 이제야 아는 걸까요
무사하자고, 살아서 만나자는 말이었다죠
이제 누구보다 높은 곳에서
해가 지지 않는 곳으로 날아간 당신
지금은 어느 항로의 편도에 올랐나요
그곳은 그리움만 가득하라고, 나는
하늘 한쪽에서 당신의 꿈을 꾸고 있어요
* 파독 광부들의 전통적인 인사말로 광산에서 일할 때 무사히 작업을 마치길 바라는 뜻의 인사다. 영화 <국제시장>에서는 ‘살아서 만납시다’로 번역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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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만에 저는 생각합니다
-피카소의 꿈-
며칠 굶주린 사냥개가 먹잇감을 포획하듯
갈기갈기 찢겨 졌다
매의 눈으로 부릅뜨고 온 몸을 이글거리는 눈으로 사지를 뒤틀었다. 아니, 감정을 뒤흔들어 놓았다
'그런 눈으로 쳐다본 건 너가 처음이야'
귓가에서 달콤하게 속삭이듯 한다
뱀의 혀로, 사탄의 속삭임으로.
글뤽 아우프를 읊는다
안에서 끓어 오르는 알 수 없는 울림에
저도 모르게 자판기 위에 손을 올려놓고
버튼을 누르면 속 시원한 음료가 나올거라
기대 아닌 혼자만의 피카소의 꿈
그린다.
**(피카소의 꿈)- 명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