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당 시집 제1권 3-9
3 술회述懷 9 배민排悶 답답한 것을 보내며
뢰락동산일로옹磊落東山一老翁 활발한 동녘 산의 한 늙은이가
퇴연한와북창풍頹然閑卧北窓風 쓰러진 듯 북녘 ·창 바람 앞에 한가히 누워 있다.
초황도경음귀거草荒陶徑吟歸去 도경陶徑에 풀 거칠어서 歸去來辭 노래하고
화락지원오색공花落祇園悟色空 기원祇園에 꽃이 지니 色空을 깨닫겠네.
인세기회운우변人世幾回雲雨變 인간 세상 몇 번이나 雲雨처럼 변하였나?
강산의구화도중江山依舊畫圖中 강산은 의구하게 그림 속 같았더라.
일장정원혼무사日長庭院渾無事 해는 긴데 빈 뜰에는 아무 일도 없어서
사의남헌간죽총徙倚南軒看竹叢 남쪽 마루로 옮겨 앉아 대숲을 보고 있다.
답답한 것을 물리치며
화통한 동산의 한 늙은이
쓰러진 듯 북창 바람에 한가히 눕워있다
세 갈래 길에, 풀은 거친데 귀거래사 읊으며
지원정사에 꽃이 지니 색공임을 알겠노라
인간 세상 몇 번이나 비구름 변하고
강산은 옛처럼 그림 속에 있구나
날은 긴데 빈 뜰에는 아무 일도 없고
남쪽 마루로 옮겨 앉아 대숲을 바라보노라
►뢰락磊落 마음이 활달豁達하여 작은 일에 거리낌 없음.
‘돌무더기 뢰(뇌)磊’ 돌이 많이 쌓인 모양. 큰 모양
►퇴연頹然 무너지는 모양. 의기소침하다
낙담한[실망한] 모양. 풀 죽은 모양. 술에 취하여 비틀거리는 모양.
‘무너질 퇴/턱 퇴頹’ 무너지다, 무너뜨리다. 기울다, 기울어지다 쇠衰하다, 쇠퇴衰頹하다
►도경陶徑 도연명陶淵明의 三徑,
동진東晉 말기의 시인 도연명은 팽택현령彭澤縣令 재임 80여 일로 官界를 자진하여 물러나
전원생활로 돌아오며 <귀거래사歸去來辭〉라는 유명한 글을 지었는데
그 글에서 자기 집 마당에 만들어 놓은 세 갈래길[三徑]이 풀로 거칠어졌다고 탄식하였다.
►사의徙倚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함.
‘옮길 사/고을 이름 사徙’ 옮기다, 이사移徙하다. 교화敎化되다. (자리를)옮기다
‘倚 의지할 의, 기이할 기’ 의지依支하다. 기대다
►‘집 헌軒’ 추녀, 처마, 수레, 초헌軺軒(벼슬아치가 타던 수레)
►기원祈園 인도印度의 급고독장자給孤獨長者가 석가여래에게 바친 자기의 집.
이 집은 佛敎 홍포弘布에 쓰게 되어 기원정사園精舍라고도 한다. ‘땅 귀신 기, 다만 지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