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정철환 특파원 입력 2024.07.27. 04:22업데이트 2024.07.27. 05:01
“저 위에서는 아무것도 안보여요. 한 시간 넘게 줄을 서 들어왔는데…”
26일 오후 8시 30분. 빗줄기가 굵어지기 시작한 센강변의 올림픽 개막식 관람석엔 여기저기 자리를 뜨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비에 홀딱 젖은 모습으로 20분 넘게 떨어진 지하철역으로 종종 걸음을 치던 폴리나씨는 “가뜩이나 시야가 가려져 있는데,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앞쪽의 관람객들이 우산을 펼쳐드는 바람에 보이는게 아무 것도 없었다”고 했다.
프랑스 중남부의 리옹에서 일부러 파리까지 올라왔다는 루이지씨도 “강가 윗쪽에 마련된 (무료) 관람석은 경사가 별로 없어서, 맨 앞에 선 사람들이 아니면 센강 위에서 벌어지는 모습을 거의 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기 오려고 들인 노력과 시간이 아깝지만, 더 이상 여기 있어봐야 별 소용없겠다는 생각이 들어 일찌감치 자리를 털었다. 숙소에서 TV로 남은 행사를 보겠다”고 했다.
배를 탄 선수단의 입장과 축하 공연이 번갈아 이뤄지는 가운데, 공연들이 수㎞에 이르는 센강 곳곳에서 분산되어 열리는 통에 현장의 관람객들은 공연을 제대로 볼 수 없는 문제도 있었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측이 곳곳에 중계 화면을 보여주는 대형 스크린 71개를 설치했지만, 화면을 볼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빗줄기가 굵어지면서 자리를 떠나는 이들은 점점 더 늘어났다. 현장의 한 프랑스 기자는 “적지 않은 돈 내고 온 사람들도 그냥 다 나가고 있다”며 “날씨라는 변수를 너무 가볍게 여겼던 것 같아 아쉽다”라고 했다. ‘마리’라는 이름의 한 관람객은 프랑스 매체 프랑스앙포의 파리 올림픽 실시간 속보 사이트에 “이 행사는 (집에서) 화면으로 감상하는게 가장 좋은 것 같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