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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마치고 사진을 찍는데 코트에 앉아 있는 최태웅 감독의 모습이 자꾸 선수처럼 보였다. 옆에 배구공만 있으면 당장 코트에서 뛰어도 될 것만 같다.(사진=이영미)>
지난 10월 20일 대전에서 열린 NH농협 2015-16시즌 V리그 삼성화재 블루팡스와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의 시즌 첫 맞대결에서 현대캐피탈은 삼성화재를 상대로 3-0(25-21, 25-16, 27-25) 완승을 거뒀다. 현대캐피탈이 삼성화재에 한 세트도 내주지 않은 것은 2008년 3월 30일이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11월 4일. 현대캐피탈은 2라운드 첫 경기 상대로 삼성화재를 맞이했다. 이번에는 홈코트인 천안유관순체육관. 경기 결과는 또 다시 3-0(26-24, 25-23, 25-21) 승리였다. 1라운드에 이어 또 다시 삼성화재를 상대로 셧아웃 승리를 기록한 것이다. 경기 후 현대캐피탈 최태웅 감독은 “오늘은 200점을 주고 싶은 경기”라면서 “삼성화재를 만나면 선수들의 눈이 커지는 것 같다”는 소감을 나타냈다.
올시즌 V리그의 최대 화두는 현대캐피탈의 색깔로 장착된 ‘스피드 배구’이다. 좌우 쌍포에 의존하지 않고 5명이 모두 움직이며 공격할 수 있는 배구를 추구하고 있는 것. 선수 전원이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하는 스피드 배구는 공격 부담이 늘어나면서 체력적인 문제를 나타낼 수도 있지만 최태웅 감독은 “문제가 나타나면 보완해 나갈 것이다. 경기 결과에 연연해하지 않고 팀 색깔을 제대로 만들어갈 것”이라는 강한 의지를 내보인다.
매일 밤 ‘비디오’를 봐야 잠이 드는 감독
천안 현대캐피탈 숙소에서 만난 최태웅 감독은 눈이 시뻘개져 있었다. “어제 잠 못 잤어요?”라고 물었더니 “밤새 비디오를 보느라 잠을 설쳤네요”라고 대답한다. 최태웅 감독은 경기를 하고 숙소로 돌아오면 새벽까지 잠을 미루고 그날 경기를 보고 또 본다. 그는 “경기에서 졌든 이겼든, 그날 경기는 그날 보고 자야 한다. 그래야 경기 상황이 떠오르면서 내가 놓친 부분, 선수들이 약속된 플레이를 하지 않은 부분, 그리고 상대팀의 단점들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31일 천안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V리그 1라운드 OK저축은행전에서 1-3(25-22, 21-25, 22-25, 17-25)으로 패했다. 오레올과 문성민이 각각 21점과 16점을 터트렸지만 선수들의 범실로 무너지고 말았다. 이에 대해 최 감독은 선수들을 탓하지 않았다.
“그동안 선수들이 정말 잘해줬다. 그러다보니 경기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 OK저축은행은 지난해 우승팀이다. 선수들 모두 자신감으로 똘똘 뭉쳐 있더라. 그런 팀을 상대로 기복 없이 안정감 있는 플레이를 펼치기 힘들었다. 물론 내가 끊임없이 집중력을 요구하고 긴장하지 말라고 주문해도 선수들의 긴장감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경기 결과가 좋지 않다고 해서 선수들을 다그치거나 화를 내진 않는 편이다. 그래서 경기를 마친 이후에는 내 감정이 개입될까봐 선수들에게 경기에 대한 얘길 일절 꺼내지 않는다. 그 다음날 미팅을 통해 경기 영상을 보며 하나씩 체크하면서 대화를 나눈다.”
현대캐피탈은 비시즌 동안 외국인선수 없이 훈련했다. 권영민과 1:2 트레이드를 통해 현대 유니폼을 입은 노재욱과 선수들이 손발을 맞춘 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오레올 까메호가 뒤늦게 합류했고, 문성민이 라이트로 포지션 이동을 하는 등 선수단 전체가 어수선했다. 최 감독은 시즌 초반에는 그런 부분들이 팀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말한다. 최 감독과의 인터뷰를 문답 형식으로 풀어본다.
<올시즌 현대캐피탈은 오레올과 문성민이 고른 득점을 성공시키면서 공격과 수비에서 안정감을 나타내고 있다.(사진=현대캐피탈)>
신나는 팀, 기분 좋은 플레이, 그리고…
코트에 서 있는 모습을 보면 유독 선수들에게 박수를 많이 치는 장면들을 접하게 된다. 선수들의 사기를 끌어 올리려는 제스처인가.
“젊은 선수들이다보니 분위기를 많이 타는 편이다. 한 번 맞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때도 있다. 그래서 웬만하면 코트에서만큼은 화를 내지 않으려고 한다. 경기장에서 소리치고 화를 내봐야 선수들 귀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걸 경험으로 알고 있다. 감독이라고 무게 잡고 근엄하게 서 있는 것보다 선수들과 함께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경기장 밖에서의 최 감독은 선수들에게 어떤 모습으로 다가가나.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선수로 뛰었던 터라 어느 감독들보다 선수들의 심리 상태를 잘 헤아리고 있다고 믿는다. 선수들과 격의 없이 친근감 있게 다가가려고 노력한다. 평소에 농담을 자주 하는 편이다.”
겉모습은 농담 자체를 좋아하지 않을 것 같은데.
“내가 그렇게 보이나?(웃음) 나도 사람인데 즐겁고 재미있는 배구하는 걸 좋아한다. 현대캐피탈 정태영 부회장님이 날 감독으로 선임하신 이후 미팅하는 자리에서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 회사에서 회의를 할 때 임원들의 표정이 좋아야 회의도 잘 풀린다고. 그 말씀이 크게 와 닿았다. 선수 시절을 돌이켜보면 감독님의 표정에 따라 그날 훈련 분위기나 경기 내용이 달라지는 일이 많았다. 그래서 가급적이면 인상 쓰고 있기 보단 미소로 ‘포장’을 하려 한다. 나도 사람이다 보니 경기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어이없는 플레이가 나오면 표정 관리가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온화한 표정을 놓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기분 좋은 플레이, 신나는 경기가 이어질 땐 선수들과 같이 소리 지르며 기뻐한다.”
삼성화재에선 신치용 전 감독한테, 현대캐피탈에선 김호철 전 감독의 영향을 받으며 선수 생활을 영위했다.
“그런 점에서 난 운이 참 좋은 사람이다. 한국 프로 배구를 이끌었던 두 지도자를 감독으로 모시고 배구를 했다. 배구 기술이나 경기 운영은 김호철 감독님으로부터, 팀 운영, 선수 관리와 관련해선 신치용 단장님의 노하우를 배웠다. 그런 두 가지 면을 배울 수 있었던 게 감독 생활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한치 앞을 모르는 게 우리네 인생이다. 2010∼11시즌을 앞두고 삼성화재가 최 감독을 보호 선수 명단에서 제외했을 때만 해도 배구 인생에 암흑이 드리운 듯 했는데 지금은 삼성과 현대를 경험한 선수 출신으로 지도자 생활하는데 도움을 받고 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현대캐피탈이 날 지명했을 당시엔 2주 동안 휴대폰을 꺼놓고 외부와의 연락을 차단했을 정도로 충격이 컸었다. 그 충격이 서운함은 아니었다. 하루아침에 신치용 감독님에서 김호철 감독님으로 지도자가 바뀌었고, 팀도 달라졌다. 그런 변화가 생소했다. 무엇보다 삼성화재 프랜차이즈 선수가 ‘현대맨’이 된 첫 번째 케이스였다. 그걸 받아들이는데 약간의 시간이 필요했다. 프로니까 이런 변화를 전환점으로 삼자는 생각도 한몫했다. 한 팀에만 있었다면 그 팀의 배구만 알고 있었을 텐데 현대로 오면서 지는 법도 배우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배구 시각이 더 넓어진 것만은 분명하다.”
그래도 선수 생활하는 동안엔 삼성화재에서 은퇴할 거라고 생각했을 텐데.
“어떤 사람은 신치용 감독님이 날 버렸다고 얘기하더라. 그건 프로의 속성을 모르는 뒷담화이다. 철저히 팀의 환경을 고려한 선택이었다고 이해했다. ‘난 프로니까 선택받은 팀으로 가는 게 맞아’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현대로 옮긴 후 외국 경기 영상을 많이 봤다. 누가 시킨 게 아니라 내가 좋아서 비디오를 구해 봤다. 그때 본 외국 경기 영상들이 지도 철학을 세우는데 좋은 영향을 미쳤다. 물론 당시엔 내가 감독이 될 거라곤 꿈도 꾸지 못했지만 말이다(웃음).”
“감독 제안 받고 김호철 감독한테 미안했다”
그럼 그때부터 스피드 배구에 대해 고민을 했던 것인가.
“그렇다. 내가 감독이 돼서 이런 배구를 하겠다가 아닌 우리 팀이 이런 방향으로 간다면 어떠할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그런데 이걸 직접 실현시키려다보니 세터한테서 공이 전달되는 시간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수비 블로킹 조직력 등이 모두 맞물려야 가능했다. 스피드 배구에 대한 공부는 선수 생활 때의 경험과 수많은 외국 경기 비디오, 그리고 우리 팀의 장단점을 파악한 후에 나온 최상의 카드였다.”
현대캐피탈 세터로 옮겨 오면서 배구계에선 ‘현대가 차기 감독으로 최태웅을 점찍었다’란 얘기가 오갔다. 혹시 그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있었나.
“들은 적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감독 자리에 욕심을 내본 적은 없다. 아직 배울 게 많았기 때문에 이 나이에 감독을 맡는 건 위험한 도박이라고 생각했다. 그저 마지막까지 선수로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였다. 사실 지난 시즌 팀 성적이 떨어지면서 김호철 감독님이 굉장히 힘든 시즌을 보냈다. 그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기 때문에 감독 선임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김호철 감독님을 떠올렸다. 마치 내가 감독님을 밀어 내고 그 자리를 차지한 듯 해 죄송했다.”
코치 경험도 없기 때문에 최 감독의 팀 운영 능력에 대해 의구심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나도 내 자신에 대해 ‘물음표’가 있었는데 외부에서 그런 생각을 하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그런데 내가 삼성화재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됐을 때처럼 이번에도 외부의 소리에 대해 신경쓰지 않았다. 팀 맡고 선수들 챙기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 7월, 코보컵 대회를 치르며 나에 대한 외부의 시선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예상보다 감독 최태웅에 대해 우려의 시각이 많다는 걸 알았다. ‘아, 내가 더 잘해야겠구나’ 싶더라. 정신 바짝 차리고 시즌을 준비하자고 다짐했다.”
그런데 팀 감독이 되다 보면 선수만 가르치는 게 전부는 아니다. 미디어 대응, 배구인들과의 관계 등 신경 써야 할 일이 유난히 많다.
“그래서 가끔 코치들에게 농담 반 진담 반으로 감독이 배구만 가르치면 안 되느냐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선수 때는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지만 감독은 경기 당일에도 다른 일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하나의 예로 내가 나이가 가장 어린 감독이다 보니 배구장에 가면 인사하러 다닐 곳이 많다. 기자들과의 인터뷰도 선수 때보다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그래도 지금은 많이 익숙해졌다. 이렇게 하나둘씩 노력하다보면 나중에 표시가 나지 않겠나.”
노재욱 트레이드는 신의 한 수
감독으로 부임하자마자 권영민을 KB손해보험으로 보내고 신인이나 다름없는 노재욱을 세터로 데려왔다.
“사실 그 트레이드는 내가 진행한 게 아니다. 시즌 종료 후 권영민과 노재욱을 맞바꾸는 트레이드가 진행되고 있었고, 감독 선임 후 그 안건이 올라와 있는 걸 보고 많이 고민했었다. KB손해보험은 베테랑 세터가 필요했고, 우린 장신 세터를 원하는 상황이었다. (이)승원이가 지난 시즌 경기 출전 횟수가 많았기 때문에 재욱이를 데려와도 괜찮은 조합일 거라 생각했다. 무엇보다 문성민을 중심으로 선수 구성을 하려다보니 트레이드하는 게 맞다고 봤다. 만약 내가 우리 팀의 미래가 아닌 성적 내는 것만을 고려했다면 트레이드는 포기했을 것이다. 그런데 재욱이를 데려오면서 우리 팀 전체가 젊어지는 효과를 보고 있다. 재욱이는 지금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솔직히 재욱이가 이렇게 잘해줄지 정말 몰랐다. 재욱이는 대학 4년 동안 주전 세터를 한 번도 못해본 선수이다. 거의 5년 만에 주전을 맡고 있는 셈인데 프로 2년차 치고 굉장히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문성민을 라이트 고정으로 못 박은 이유가 있나.
“성민이는 재작년에 무릎 십자인대 대수술을 받았다. 회복하는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는 수술이었다. 그러다보니 수비 부담을 덜어주는 게 중요했다. 라이트를 맡으면서 성민이의 공격이 살아나고 있다. 결혼의 힘도 크더라. 주장까지 맡다 보니 책임감이 강해진 것 같다. 선수들 개인 운동하는 시간에도 항상 같이 운동한다. 성민이한테는 강하고 부드러운 카리스마가 공존한다. 선수들을 끌어 가는 힘이 존재한다.”
스피드 배구가 잘하면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지만, 잘못하면 엄청난 폭탄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충분히 알고 있다. 그렇다고 스피드 배구를 포기할 수는 없다. 성적이 안 나온다고, 선수들이 힘들어한다고,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고 해서 미래를 내려놓을 수 없다. 장신 세터, 젊은 세터로 팀 색깔을 바꾼 부분도 이런 시도를 하지 않으면 3,4년 후에도 바꾸기 힘들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만의 확실한 색깔을 만들고 싶었다. 물론 선수들의 고정 관념을 바꾸는데 상당한 시간과 인내가 필요했다. 선수들은 ‘왜 나쁜 공을 때려야 하느냐’라는 의문을 나타낸다. 이전까진 세터가 안정감 있게 올려준 공을 강하게 때리는 게 정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고정관념을 바꿔나갔고, 설령 패하더라도 물러서지 않고 우리 색깔을 갖고 가자고 결심했다.”
스피드 배구의 맹점도 알고 있지만…
그러나 경기가 잘 안 풀리거나 성적이 나지 않을 때 이전처럼 ‘몰빵배구’를 하는 게 보이기도 한다.
“우리카드와의 시즌 개막전 때 그런 모습이 가장 많이 나타났다. (노)재욱이가 마음이 급했는지 계속 오레올한테만 공을 올리더라. 그렇게 하지 말라고 말했지만, 코트에 들어가선 이전의 습관을 보였다. 이후 다른 팀과의 경기에선 ‘져도 괜찮으니까 우리가 연습했던 패턴대로 경기를 풀어가자’고 주문했다. 한순간에 모든 걸 바꾸기란 어렵다. 그래도 재욱이가 연습할 때부터 오레올에게 많은 공을 올리지 않는다. 점유율이 35%를 넘어간 적이 없다.”
최 감독이 선수로 뛸 때는 주로 외국인선수에게 공을 올리지 않았나.
“난 많이 올려줬다(웃음). 그렇게 해야 한다고 배웠으니까.”
스피드 배구를 하려고 하는 가장 큰 배경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사실 스피드 배구는 우리 팀만 하는 게 아니다. 다른 팀도 다 그 배구를 추구한다. 물론 만들어 가는 과정이나 방법에선 차이가 있지만 이번에 갑자기 나온 배구 스타일이 아니란 것이다. 대표팀에 들어가면 세터들이 외국인선수한테 토스하는 법에 익숙해 있어 국내 선수들끼리 모여 있을 때 제대로 된 토스 배급이 되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세터의 실력 저하로 나타났다. 상대의 빠른 플레이에 준비와 연습이 안 돼 있다 보니 블로킹이 되지 않았다. 이번에 팀을 맡고 나서 저녁에 개인 운동할 때 선수들끼리 상황을 만들어서 연습해 보라고 주문했다. 감독, 코치 눈치 보지 말고 장난치듯이, 재미있게, 노는 것처럼 해보라고 설명했는데 처음에는 생각처럼 잘 되지 않았다. 시간이 필요했고, 난 그 시간을 조용히 기다려줬다.”
지금은 선수들 플레이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 편인가.
“빠른 플레이에 대한 신뢰가 쌓이다 보니 경기할 때 잘 안 풀려도 서로에 대한 믿음은 놓지 않는다. 세터와 리베로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의 이단 연결이 좀 더 빨라야 한다. 난 우리가 추구하는 배구가 우리 팀은 물론 한국 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초반에 연습 게임이 승률이 3할 밖에 안됐고, 코보컵대회에서 예선 탈락했다. 그래도 걱정하지 않았다. 아마 시즌 중반까진 계속 오락가락할 것이다. 정착되려면 인내와 기다림이 필요한 부분이다.”
현대캐피탈은 이례적으로 전력분석관이 2명이다. 여기에 기술 트레이너도 최근 영입했다. 의무 트레이너는 무려 5명이다. 최태웅 감독이 현대캐피탈을 어떻게 이끌어가려 하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시즌이 시작되고 나선 양복 입고 구두 신은 채 몇 시간 씩 코트에 서 있는 게 힘들었다. 배구 시작한 이래 구두를 그토록 오랫동안 신어본 것도 이번이 처음이었다. 마치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양 어색하고 불편하기 그지없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부분도 자연스럽게 적응해 갔다. 우리가 추구하는 배구도 그런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난 우리 팀이 꼴찌를 해도 배구 색깔은 바꾸지 않을 것이다. 팬들한테 비난을 받아도 우리의 색깔은 가져가고 싶다. 성적에 연연해하면 우리의 배구, 한국 배구는 계속 ‘고인 물’로 남는다. 욕을 먹어도, 시간이 걸려도 난 나와 선수들이 믿고 있는 배구를 해보이고 싶다.”
<천안=이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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