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꼭 알아야 할 재미있는 어원 이야기
① 바람- 본체는 보이지 않으나 소리로만 들리는 자연 현상을 바람이라 한다. 소리로만 들리는 것이라 말도 소리를 흉내낸 의성일 것이다. 바르, 부르는 소리말에 암이라는 명사형 접미사를 붙여 바람이 된 것이다. 그 자체가 움직임을 뜻하기에 노래를 부르다. 소리쳐 부르다. 나발을 불다. 처럼 부르다 불다는 동사로 쓰인다. 윤동주의 <자화상>-하늘에서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는 소리 자체가 바람이다. 조상들을 바람을 공기 흐름으로 보지 않고 더 높은 차원의 의미, 하늘 기운, 우주 숨결 정도로 알았다. 단군시화에서 환웅이 거느린 세 신 중 우사나 운사보다 풍백을 앞세움도 우주론적 상징성 때문이다. 구름이나 비는 바람을 만났을 때 비로소 땅 위에 생산과 풍요를 준다. 봄에 부는 동풍- 샛바람. 샛바람 새는 동쪽, 맨 처음 시작을 나타낸다. 날이 새다. 설을 쇠다의 동사 새를 비롯하여 새벽 새롭다의 관형사 새-와도 어원을 같이한다. 샛바람 이는 초봄에는 살바람, 소소리바람, 꽃샘바람까지도 곁다리로 따라붙는다. 서풍을 하늬바람. 갈바람이라 한다. 하늘 높은 곳에서 불어온다고 하늬바람이며 가을에 분다고 가수알바람, 갈바람이라 한다. 이 바람은 별로 강하지 않게 소솔 불기에 실바람, 늦더위를 식혀 주기에 선들(산들)바람이며 서릿바람에게 자리를 내주게 된다. 마파람은 남풍 마빡의 뜻, 정면에서 불어와 마빡에 부딪치는 바람. 된하늬는 북서풍, 된새는 북동풍, 높하늬는 서북풍, 갈마-서남풍, 한동안 허파에 바람든 사람처럼 설치게 힘든다. 신바람이라는 비장의 바람으로 댓바람에 일어서서 훈훈한 봄바람을 맞자
② 논다- 윷놀이를 ‘놀았다’고 하며 무당이 굿을 할 때도 한판 ‘놀았다’고 한다. 신난다는 말은 바로 무당이 될 수 있음을 뜻한다. 신이 날 때 그 신이 몸에 내리기 때문
③ 수리수리마하수리는 염불인데 수리 곧 길상존을 세 번 연거푸 암송하여 모든 업을 씻어 달라는 간절한 염원이다. 도라지는 (길 나 알)-내가 가는 길을 아는 것.
④ 고맙습니다.는 영어의 댕큐와 다르다. 고맙다는 사이의 대상이 그 누구도 아닌 인간 이상의 위대한 존재에 대한 외경의 표현이다. 고맙다 어원‘고마’는 신, 신령을 지칭하며 동사 고마하다는 공경한다는 뜻이다. 고마 경敬 고마 건虔, 고마 흠欽이라 훈한자전이 이를 말한다. 기원형이 신령스럽다는 신에 대한 찬미로 본다.
-경상도 방언에서 수고했다는 인사말 대신 욕 봤다‘는 강간이나 치욕의 욕이 아니라 그저 어려움을 잘 이겨냈다는 격려다. “욕설은 한꺼번에 세 사람에게 상처 입힌다. 욕 먹는 사람. 욕하는 사람, 욕 전하는 사람. 여기서 가장 큰 상처 입는 사람은 욕설을 뱉는 바로 그 사람이다.”-막심 고리키
⑤ “감고 감아라 수레바퀴처럼 감아라”가 감감술래가 되고 이것이 강강술래가 되었다. 머리 꼭대기를 정수리하 하는 정은 곁다리로 붙은 한자어로 수리라는 말 자체가 맨 꼭대기란 뜻이다.수릿날은 태양이 머리 꼭대기에서 똑바로 내리쬐는 날이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⑥ 짓다는 농경 용어를 대변하는 말로 논사만 짓는 게 아니라 집, 옷, 밥도 짓는다. 의식주 전반에 생산과 창조의 근원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짓다(作)과 집(家)이 같은 어원이다. 짓은 사람에게 붙어 지아비, 지어미 부부 호칭으로 활용된다. 부창부수(夫唱婦隨)는 부부 남편과 아내가 모두 농사일에 종사한다는 뜻이다.
⑦ 지금 열차가 도착하고 있습니다.고쳐- 지금 열차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승객 여러분들은 안전선 안으로 한걸음씩 들어와 주기시 바랍니다.로 바뀌었다. 열차를 바꿔 타는 역을 환승역이라 하는데 두 선이 서로 교차하는 역을 ‘만남역’이라 하면 좋을 듯. 고석도로 휴게소를 ‘만남의 광장’이라 부르듯. (우리말의 속살) 저- 천소영(문학박사).출-창해
살려써야 할 우리 말 톺아보기
이산가족이 하나 될 남북한 말
박경선
곧 새해가 오고, 조금 지나면 설 명절이 다가온다. 먼 거리에 있어도 가족, 친척 핏줄을 찾아 달려가 모이는 명절은 민족의 잔치판이다. 무릇 인간은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탈 없이 오순도순 모여 사는 것이 세상 제일의 행복이요, 축복이다. 그런데, 우리 민족은 일제 강점기, 6.25 전쟁이라는 소용돌이 속에서 기막히게 이산가족으로 찢어져 사는 사람들이 많다. 남북 분단으로 헤어져 사는 사람들은 죽기 전에 한 번 만나볼 날만 기다리며 평생 한을 품고 산다. 이에, 남북 적십자회담으로 2015년에 20차 이산가족 상봉 때까지 총 4500 가족 2만 2700명이 상봉했고 2018(21차)년에는 8월 20일부터 26일까지 두 차례에 걸쳐 170가족 521명이 상봉했다. 상봉 신청자는 13만 3603명이었는데 생존자 5만 6890명 중 5천여 명이 80세 이상 고령자였다고 한다. 이중 90세 이상 고령자를 50% 선 배정, 부부나 자식 등 추첨하고 직계가족일 경우 가중치를 두어 컴퓨터 추첨으로 무려 570:1의 경쟁을 거쳐 만났다니…. 이들이 만나 나눈 이야기는“아버지가 돌아가셨다니 어디다 모셨나?” “못 만나 평생 한을 안고 살았는데 살아계셔 이렇게 만날 수 있어 감사합니다.”며 드라마보다 더 애절한 사연들이었다. 만나 얼싸안고 정담 나누는 모습도 애잔하지만 아직도 못 만나 마냥 기다리며 늙어가는 사람들 이야기는 우리들 가슴을 더 먹먹하게 하였다.
추석이나 설 명절이면 이북에 고향을 두고 온 실향민들의 마음은 어떻게, 무엇으로 달랠 수 있을까? 하루 빨리 통일이 이루어지게 하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어떤 대기업 제약회사는 남북적십자사와 함께하는 <희망의 소리 나눔 프로젝트>로 고령의 상봉자들에게 그날, 일억이 넘는 보청기를 지원해주었다고 한다. 이렇듯, 남북이 통일되면 함께 힘 모아 해결해 나가야 할 일이 무척 많겠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의 마음과 생각을 담는 말부터 다듬어야 할 것 같다. 남북한의 국어학자들이나 우리말 살리는 겨레 모임 학자들은 평양말을 기준으로 한다는 북한의 문화어(북한의 표준어)와 남한의 표준어를 함께 두고 맞춤법을 포함한 말을 쉽고 실효성 있게 다듬어나가야 할 것이다. 친족 호칭을 보면 남한의 ‘아버지’‘어머니’는 북한에서도 표준어이지만 평양을 위시한 북한이 쓰는 호칭어는 ‘아반’ ‘아바니’ ‘아바지’ ‘오만’ ‘오마니’다. 우리도 ‘엄마’ ‘아빠’를 비롯하여 ‘어메’ ‘어무이’ ‘아베’ ‘아부지’ 등을 쓰고 있다. 이런 호칭은 그대로 써도 쉽게 알아들을 수 있으니 별 문제가 없겠다. 우리네 외래어 표기법은 “외래어는 국어 현용 24자모만으로 적는다(1장 1항)”며 된소리 표기를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북한의 외래어 표기에서는 된소리 표기를 인정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도 뻐스나 천연까스를 버스나 천연가스로 쓰고 있다. 이런 문법 체계는 통일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공산주의를 속되게 이르던 ‘빨갱이’같은 말이나 북한의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생긴 신조어 ‘꽃제비(집 없이 떠돌며 구걸하거나 도둑질하는 유랑자)’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김일성 일대기 총서 『불멸의 력사』 시리즈의 하나인 장편소설 『열병광장』에 주인공이 넝마 차림으로 해주 바닥을 사흘 째 헤매는데 조무래기들이 쫓아다니며 “야, 꽃제비다!”소리치는 장면이 나온다. 소련사람들이 유랑자나 유랑자의 거처를 가리키는 말로 ‘코체브니크’ ‘코제보이’ ‘코제비예‘라는 말을 해석해 옮긴 것이란다. 6.25 전쟁 후 나돌았던 ’꽃제비‘가 1985년 이후 경제난이 악화되면서 다시 등장했고 1990년대에는 ’꽃제비‘가 북한의 가난을 상징하는 단어가 되었고, 남한은 ‘보리고개(북한은 보릿고개)’라는 단어가 힘들었던 시대를 대변하고 있다. 남북한이 만나면 <꽃제비와 보리고개> 연극이라도 펼쳐서 몸으로 함께 한을 풀며 ‘거방지게’ 화합의 잔치를 놀아봐도 좋겠다. ‘거방지게’라는 말이 났으니 말인데 ‘거방지게’는 ‘걸판지게’의 표준어라 하지만 대다수가 ‘거방지게’ 대신 ‘걸판지게’를 쓰고 있다. 북한에서도 ‘걸판지다’를 문화어인 표준어로 사용하고 있는 만큼 통일되면 비현실적 표준어들을 바로 잡는 게 좋겠다. ‘골덴(바지)’만 해도 ‘코르덴(corded veiveteen)’의 잘못된 표기라 하지만 우리는 대부분 ‘골덴’이라는 말을 쓰고 북한에서도 ’골덴‘을 표준어로 쓰고 있으니 말이다.
그간, 텔레비전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흥미 위주로 북한말을 만들어 쓴 경우도 있었다. ‘얼음보숭이’와 ‘떼불알’이 그렇다. 북한에서 나온 『조선말대사전』에는 ‘아이스크림’은 있고 ‘얼음보숭이’는 없다. 그렇지만, 통일되면 ‘얼음보숭이’라는 예쁜 말로 통일하면 좋겠다. 또한 북한에서 ‘상들리에’를 ‘떼불알’이라고 한다는데 <조선말 대사전>에는 ‘떼불알’이 없고 ‘무리등-여러 개의 전등알이 각자 모양의 형광등으로 이루어진 큰 조명등’이라고 설명하며 우리가 일컫는 ‘상들리에’는 ‘샨데리아’ 라는 외래어와 함께 쓴다고 한다. 문제는, 우리네 잡지와 인터넷에서 그릇된 정보가 사실처럼 유포되는데 있다. 이제, 남북의 이질감을 부추기는 말들을 조심하고 아름다운 우리말로 뭉쳐가야 할 때다. 나아가, 굳이 입으로 내뱉는 말이 아니더라도 따스한 눈빛으로 형제애가 전해지는 그런 말이 통하는 날을 염원해본다 (우리 말 우리 얼) 105호. 19년 6월 게재된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