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2박3일 일정으로 전 코스 완주를 목표로 출발.
아내와 아들녀석이 동행키로 해서 펜션도 예약하고 사전 코스도 연구하고 했는데
아들녀석이 사정이 있어 빠졌다. 출발부터 김이 좀 샜다.
이 길은 지리산 주위 사방을 둘러싼 500리길 중 북쪽 남원시 주천면에서
산청군 금서면 수철마을까지의 약66km의 노정을 말한다.
이를 다시 다섯 구간으로 나누어 1~5코스로 이름붙였는데 이토록 유명해진 데는
얼마전 방영된 1박2일이란 TV프로의 영향이 컸다.
세월아네월아 인월안내소에 도착한 것이 13시30분, 참 사람들이 많았다.
안내책자를 챙겨 우선 숙소를 찾았는데 내 참...
나는 원래 펜션이란 영어식 발음보다는 빵시옹이라는 불어식 발음을 더 좋아한다.
이름은 어떻더라도 도대체 이곳은 편히 쉴 수 있는 곳이 아니다.
망연자실해 있는 우리부부에게 그래도 눈치는 있는지,
주인아저씨 "숙박계약금 돌려드릴까요?"한다.
괜히 미안했지만 바로 돌려받아 다시 숙소를 찾아 나섰다.
TV서 자주 보던 매동마을도 갔고 인근에 구룡호텔에도 갔고
이렿게 두어군데 구두예약해 두었다.
그리고 떠난 첫 관광지가 그 유명한 實相寺.
실상사는 한마디로 한국불교 禪風의 발상지이다.
남원시 산내면 "동네 앞, 너른 들판 논 가운데 멋없이 들어앉았다."는
주지 스님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외형만으로는 참으로 볼품없는 절이다.
그러나 이 절 말사인 백장암의 3층석탑(국보 10호)과 보물 11점을 보유한 소중한 곳이다.
실상사 본전인 보광전, 전속 슈퍼모델은 박영희 씨다.
실상사 전경
百丈庵 3층석탑(국보 10호) 한창 조성공사 중이다.
탑의 돋을 새김이 돋보였다. 그래서 국보인가 보다 했다.
백장암 본전, 열평이나 될까?
해는 길고 더 볼 곳도 없고 코스길이나 걸어보자해서 오후 네시가 넘어
3코스 중군마을에 주차하고 해질녁까지 주천방향으로 무작정 걸었다.
중군마을-인월월평마을-흥부골-군화마을 까지두어시간 소요
첫날 걸은 인월~금계 구간(3코스)의 인월 쪽 구간.
우리가 둘러 본 지리산 둘레길은 이런 길이 태반이었다.
첫째날 저녁식사.
인터넷에서 본 식당이 있어 24km나 떨어진 주천면 들불식당을 찾았는데..
먹고 살기가 이렇게 힘든 줄 몰랐다.
잠이나 편히 자야지, 그래 머리를 스치는 곳, 지리산온천을 찾았다.
모든 구두 계약 무시하고(전화로 취소는 해 주었다.) 잠하나는 편히 잤다.
이틑날 아침의 두번째 식사, 지리산온천 입구에 있는 순두부집인데...
역시 먹고 사는 건 참 힘드는 일이로구나!!
주천파출소 앞에 주차하고 출발..
볼 것 없는 2km의 뙤약볕 속 볼품없는 경관을 지나니 비로소 산길로 접어 든다.
이곳이 개미정지인데 이곳부터 구룡치까지의 꽤 가파르고 힘든 길을 걸었다.
구룡치에 오르고 나니 이 길만 같아라싶을 만큼 예쁘고 참한 길이 끝없이 이어진다.
1코스(주천~운봉) 중의 산길.
개미정지에서 회덕마을까지의 두시간 길은 데체로 이런 멋진 산길이다.
이곳이 아니었더라면 정말 본전 생각날 뻔 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딱 회덕마을까지다. 그때부터 나머지 8km 가량은 거의 뙤약볕이다.
날씨도 덥고 볼 것도 없고 참 부질없이 걸었다.
길가에 핀 '쑥부장이'(라 쌍림교주님의 교시가 있었음) '구절초' 아님.
'닭의장풀'
'고마리' 혹은 '고만이'
덕산마을 느티나무
아아!! 으악새 슬피우니 벌써 가을인가아아요?
저 웃음속에 숨겨진 고통을 아시는지..
종착지 운봉읍의 산림청 종묘장에 피어난 무궁화...
오후 2시 마침내 운봉읍에 도착
세번째 식사, 식당에 들어갔는데 2명의 여자 종업원이 있었는데도 우리 보기를 소 닭보듯이 한다.
사정(?)하다시피 된장찌개 주문하여 빈 창자 채웠다. 역시 먹고 사는 건 참 힘들다.
일단 주천으로 원점회귀해야 하는데 버스 시간이랑 노선이 마땅치 않다.
택시를 물어보니 1만 오천원이란다. 그 길로 귀가해 버렸다.
물론 지리산둘레길 나머지 코스는 이젠 완전히 포기다.
언론은 미화하고 과장하기도 하겠지만 자꾸만 속은 기분이 든다.
20년 가까운 세월을 산하를 찾아 다녀 봤지만 이런 감정은 처음이다.
또 그렇게 근엄하고 그래서 무서운 택시 기사도 요즘 참 귀할거라 생각든다.
한끼 식사쯤은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
첫댓글 송천부부님! 연휴때 좋은 여행하셨네요.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지만 .
야생화중 쑥부장이(구절초는 잎이 쑥 같이 갈라진 모양), 닭의장풀( 닭장 옆에 잘 자란다고 하여 ), 고마리 또는 고만이 (이 풀은 물가에서 잘 자라며 물을 정화시켜 고맙다고 하여 )
가르침,감사합니다
자비군자님 부부, 멋진데! 사진 올릴 줄도 알고, 나는 24일 일월에서 주천까지 6시간 걸었고, 다음날 일월에서 금계까지 걸었지. 잠은 숙소가 없어 함양까지 가서 눈 부치고 다시 새벽에 일월나와 7시부터 걸었지. 사진보니 나도 지나갔던 곳이 많이 나와 있네. 날도 아침에는 정말 쌀쌀했어. 송천부부 고생한 거 고대로 느껴지는구만. 올봄 4,5코스를 갔으니 나는 다 가본거지. 구례, 하동코스가 개통한다니기대되고, 내년에 300키로 전 구간이 만들어진다니 기다려지누만. 곡식익어 누런들판을 바람과 같이 걷는 기분이 없었어면 얼마나 힘들었을까. 다음에 백수회 모두 같이 함 가세
사진올리는 거 금세 배워지데.. 이녁도 좀만 공부하시지요
아이고 자비군자님의 멋진 모습과 글을 인제사 보네. 그동안 내가 넘 게을렀음이 표가 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