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춘이를 데리고 있었으니까 누구보다도 그 애를 잘 알고 있어. 쉽게 이야기하는 게 서로를 위해서 좋으니까 바른대로 말해, 춘이는 어떻게 해서 죽었지?」
「그럼…… 제가 춘이를 죽였다는 말입니까?」
「그랬을지도 모르지. 사람이란 알 수 없는 거니까.」
「생사람 잡지 마십시오!」
포주는 벌떡 일어서면서 외쳤다. 두 손이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고 눈은 크게 치떠 있었다. 이마에 나타난 핏줄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았다. 오 형사는 사내의 가슴을 밀어젖혔다.
「이 새끼가 어디서 큰소리야? 앉지 못해?」
「억울합니다. 어떻게 알고 그러시는 줄은 모르지만…….」
「그러니까 내가 묻는 말에 대답하라고 그러지 않아. 어떻게 해서 춘이가 죽었는지 말이야.」
「전 정말 모릅니다. 춘이는 갑자기 없어졌으니까요.」
「그때가 언제야?」
「지난 일요일 밤이었습니다.」
「도망쳤다면서?」
「네. 그러니까 그 날 밤 춘이가 손님을 한 사람 받았었는데 바로 그 남자하고 도망쳤습니다.」
「도망치는 걸 봤나?」
「보지는 않았지만. 그 손님이 나간 뒤에 바로 없어졌으니까 함께 도망친 게 분명합니다.」
「그런 엉터리 같은 말이 어디 있어 도대체 함께 도망쳤다는 걸 뭘로 증명해?」
오 형사는 책상 주위를 빙빙 돌았다. 그는 빨리 핵심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증명할 수가 있습니다. 춘이는 그놈한테서 화대를 받지 않았거든요.」
「왜 받지 않았어?」
「아마 그놈한테 단단히 반했던 모양입니다. 그 날 밤 그놈이 나간 뒤에 제 방에서 춘이를 기다렸는데 오지 않더란 말입니다.」
「왜 춘이를 기다렸지?」
「그건…… 손님한테서 화대를 받으면 누구든지 제 방으로 와서 방세를 내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알겠어. 자세히 말해 봐.」
「그래서…… 춘이 방으로 가 봤지요. 그랬더니 막 울고 있더군요. 방세를 내라고 했더니 뭐, 그놈한테 외상으로 줬기 때문에 돈이 없다나요. 화가 나서 몇 대 때리려다가 그만뒀지요. 세상에 외상으로 몸을 주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아무튼 외상으로 몸을 줄 정도였으니까 그놈한테 반해도 여간 반했던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춘이는 왜 울고 있었나?」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아마…… 그놈을 사랑하게 되었지만 결국 이룰 수 없는 사랑이니까, 그렇게 울지 않았나 생각합니다만…….」
포주의 이마는 진땀으로 번들거리고 있었다. 불기 하나 없는 실내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것을 보면 그자는 꽤나 놀라고 있는 것 같았다. 오 형사는 두 손을 비비다가 바지 주머니에 쑤셔 넣었다.
「당신 정말 춘이를 때리지 않았나?」
「때리지는 않았습니다. 울고 있는 그 애한테 손을 댈 수가 있어야죠.」
「춘이는 큰소리로 울었나?」
「그 애는 원래가 조용한 애가 돼 놔서 별로 소리를 내는 일이 없어요. 아주 서럽게 울긴 했지만.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기를 쓰더군요.」
「춘이가 외상으로 몸을 주었다고 해서 그 남자한테 반했다고 할 수 있을까? 더구나 함께 도망쳤다는 건 말도 안 돼.」
「잘 모르니까 그러시는데…… 창녀들은 웬만한 사이가 아니곤 절대로 외상 거래를 하지 않습니다.」
「춘이가 없어진 건 바로 그 뒤였나?」
「네. 제가 그 애 방에서 나온 뒤 얼마 안 있다가 없어졌어요. 틀림없이 그놈을 만나러 나갔을 겁니다. 아마 둘이서 만날 약속을 미리 해 놓고. 그놈이 먼저 나가 춘이를 기다리고 있었을 겁니 다. 틀림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