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꽃 때맞추기가 힘들은 시절도 없을 것이다.
서울 시내에는 벚꽃이 만개하기 시작했다지만 시내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벚꽃은 좀 이른 편이기 마련이고, 복사꽃은 예년 같으면 지금부터 꽃망울을 터트릴 즈음인데 올해 들어선 어림도 없는 사정이다. 이러다가도 그 벚꽃, 복사꽃, 배꽃이 그 어느 날 한꺼번에 꽃망울을 터트리기라도 할 즈음이 되고 보면 사생단체 총무들은 도무지 어찌할 바를 모르고야 말게 되는 것이 요즘 무렵이다. 이러한 애매한 날이 또 오늘쯤에 해당된 모양으로 오늘 우린 꽃 욕심 버리고 그냥 봄바람이 솔솔 부는 광주시 남종면 수청리 강가로 봄 소풍 나왔다.
수양버들의 연록이 강바람에 하늘거리고 개나리 진달래 목련이 마을 어귀 곳곳에서 만개하였지만, 나는 오늘 어느 조그마한 농가 열린 안마당 돌담 밑에 수줍게 피어오른 앵두나무에 필이 딱 꽂혀버리고 말았다. 주인 할아버지의 양해를 얻어 이 댁 안마당에 이젤을 펴곤 단독으로 앵두나무를 마주해 서 있으려니 앵두나무가 한 가닥 또 한 가닥 화사한 꽃망울을 터트려 내보이는데, 나는 그야말로 황홀한 기분이 되어 그 주체할 수 없는 춘심을 붓에 듬뿍 찍어내 캔버스에 바를 밖에 다른 표현 방도가 없는 것이 오히려 안타깝기 조차 한 것이었다.
밥 때가 되어 도시락이 도착되었다. 이런 즈음에는 구지 식당 방안에서 식사를 하는 것보다 프릇프릇 새싹이 돋아나는 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민들레처럼 산개하여 도시락 뚜껑을 까는 낭만도 더 할 나위 없이 즐거운 일이다. 도시락 반찬을 안주삼아 쓰디 쓴 소주 한 잔 입에 탁 털어 넣으며 고개 한 번 휘적 돌려보면 강이 보이고 산이 보이고 봄이 온 천지에 가득 하니 아! 세상에 이만큼 멋진 인생이 또 어디에 있을까 보냐! 벗이 있어 이 경치 같이 하고, 벗이 있어 이 경치 같이 그리고, 벗이 있어 막걸리 함께 주고받으며 인생을 논하고 예술을 논하고 있으니 오늘 나는 이건희도 이명박도 하나 부럽지 않은 늘어진 팔자가 되어 버린다.
집이 요 근처인 강박사 부부가 오늘도 포도주, 소고기 바리바리 싸들고 봄 마중 나왔다. 고기 굽는 냄새가 사방에 진동하고 포도주 잔 어울려 부딪히니 어느덧 저물어가는 봄 날 햇살이 아쉽기만 하더라! 덕녀씨가 해온 약밥 오른 쪽 주머니에, 선영 누님이 해온 쑥 떡 왼 쪽 주머니에 선물로 두둑하게 챙겨 넣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 아침에 올 때 보지 못했던 가로수 벚꽃이 어느덧 만개하여 우리를 환송이라도 하는 듯 보이더라.
2011.4.17
첫댓글 미처 담아내지 못한 풍경을 올려주시니 감사합니다. 수고하셨어요...
도시락 봄소풍 멋있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ㅋ ㅋ 연기는 짜욱하고 ....난리법석 !! 이네요~~~~~~!!
아이쿠!! 그~ 큰고기가 한꺼번에 !! .....탈이나 안나셨는지요 ? >>> 감사님! ㅎㅎㅎ
그러게말입니다. 탈이나 안나셨는지?
ㅎㅎㅎㅎ 좀 거시기하네..
쌤이야기에 따뜻함이 물씬 풍겨서 가서 합류하고픈 맘이 많이 드네요~~^^ 꾸뻑 ^^
마음이 오셨으면 다음은 몸이 따라와야 함이 인지상정이겠지요?
먹을거 있고,,마실거 있고,,그릴것도 있고 ,.봄이 또한 옆에 있으니..이 보다 즐거울게 뭬있겠는가..
머~~그런 얘기 이지요..승철이 엉아..???
공부 잘한 티나네! 이해가빠른거보니~ 동상! 금상이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