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가을 경남 창원에서 습지 보호를 위한 세계적 협약인 람사르(Ramsar)총회가 열리면서 가장 주목 받은 곳이
우포늪이었다.
낙동강 중류의 작은 지류를 끼고 있는 우포늪은 옛날에는 홍수가 잦아 쓸모 없는 골칫덩이였으나 이제는
자연생태계의 보고로 애지중지되는 극과 극의 대접을 받고 있다.
늪지대 특유의 얕고 농염한 물은 여름이면 수초로 뒤덮이고, 겨울에는 철새들의 낙원이 된다.
우포늪으로 통칭되지만 네 개의 늪으로 이뤄져 있고, 이 매력적인 늪지대를 돌아볼 수 있는 흙길 탐방로도 잘 나 있다.
늪 전체를 걸어서 돌기에는 너무 멀어 자전거가 가장 좋은 동반자가 된다.
* 낙동강의 못난(?) 자식
열대우림도 아니고 산악지대가 대부분인 이 땅에서
늪은 보기 드문 풍경이다. 우포늪은 국내에서 가장 큰 자연 내륙습지로 수면 면적이 2.3제곱킬로미터에 달한다. 우포늪, 목포늪, 사지포, 쪽지벌 네 개의 늪으로
이뤄져 있는데 가장 큰 우포늪으로 일괄해서 부른다.
어쩌면 우포늪은 낙동강의 밉살스런 자식이다. 낙동강은 강원도 태백의 고산지대에서 발원하지만 아직 한참 상류인 안동 즈음부터 맥이 빠진 듯 유장해져서 수량도 적은 데다 흐르는 듯 멈춘 듯 흐느적댄다.
창녕은 하구까지 백 킬로미터 이상 남았는데도 수위는 10미터 남짓이다(비슷한 지점에서 한강은 약 40m).
이렇게 경사가 완만하니 강물은 잘 흐르지 않고 바닥에는 퇴적물까지 쌓여 더욱 유속을 막는다.
그러다 갑자기 화기(火氣) 충천한 창녕의 진산 화왕산(757m) 앞에서 그 왕성한 불기운을 잡으려는 듯 자연 늪지대가 생겨났다. 본류조차 물이 적고 유속이 느린데 늪으로 물을 가뒀으니 낙동강으로서는 이 늪지대가 재산을 축내는 못난 자식 같지 않을까.
멀리 보이는 화기 충천한 화왕산을 늪이 중화시키는 듯하다. 질척일 듯 얕고 탁한 늪에 조각배 몇 척이 쉬고 있다.
* 수초와 철새의 고향
우포는 늪이라고는 해도 겉보기에는 꽤 넓은 호수다. 어디에 발을 담가도 어른 허리를 넘지 못할 것 같은 얕은 수심과
개구리밥처럼 수면에 뜬 수초들, 물가에 빽빽이 자란 갈대와 군무로 하늘을 수놓는 철새들이 늪지대 특유의 잔잔하면서도
나른한 풍경을 빚어낸다. 늪과 호수는 어떻게 다를까.
늪(습지)은 물에 젖어 있는 땅으로, 물도 아니고 땅도 아닌 중간지대를 말한다.
람사르협약이 규정하고 있는 늪의 기준은 바닷물, 민물 관계없이 물이 빠졌을 때 수심이 6미터 이하인 곳이다.
이 기준에 따른다면서 서해안의 갯벌과 농촌의 저수지 상당수도 습지에 포함되는 셈이다.
늪은 다양한 생물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물을 걸러 주는 정수기능을 하며, 홍수를 막아주기도 한다.
우포늪도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고 있어 낙동강 본류로 흘러 드는 수량을 조절해주는 역할을 하는 셈이다.
우포늪은 보존가치를 인정받아 이미 1962년에 철새도래지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
이후 철새가 줄어들자 73년에 해제되었다가 97년에 다시 자연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늪 입구에는 우포늪의 생태를 알아 볼 수 있는 생태관과 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으며, 늪지대를 한 바퀴 돌아 볼 수 있는
자연스런 흙길 탐방로도 조성되어 있다.
제방길과 갈대숲, 호반길 등이 뒤섞인 탐방로는 따사로움이 넘치고, 멀리 비슬산(1084m)과 화왕산(757m)의 웅장한
봉우리들은 풍경의 감칠맛을 더한다. 늪지대는 생각보다 넓어서 걸어서는 생태관 주변밖에 볼 수 없다.
일주 14킬로미터의 이 거대한 늪지대 여행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방법은 단연 자전거다.
코스 전체를 돌아보려면 언덕과 싱글트랙도 지나야 해서 MTB가 적당하다.
* 코스안내
우포의 4개 늪을 일주하면 14km 정도 되며, 대부분 비포장이고 볼거리가 많아 4시간 정도 잡고 여유 있게
돌아보는 것이 좋다.
1. 창녕 읍내나 중부내륙고속도로에서 우포늪 방향으로 진입할 경우, 늪 입구에 있는 우포늪생태관을 출발점으로 잡는다.
생태관 앞에 넓은 무료 주차장이 있고 더 이상은 자동차로 갈 수 없다.
2. 자전거 코스는 우포, 쪽지벌, 목포, 사지포를 차례로 둘러오는 일주 코스다.
생태관을 출발해 300m 가면 바로 우포늪이 나오고 늪 옆으로 탐방로가 나 있다.
왼쪽으로 진입해 시계방향으로 돌아 나온다. 반대로 가도 되지만 왼쪽 방향에 전망대가 있고 오른쪽으로 늪을
볼 수 있어 편하다. 길은 폭 3m 전후의 편안한 흙길이어서 생활자전거도 무리가 없다.
3. 생태관에서 1.6km 가면 우포늪과 쪽지벌 사이로 호젓한 싱글트랙이 갈대밭 사이를 지난다.
싱글트랙은 600m 정도로 매우 운치 있다. 싱글트랙을 벗어나면 작은 개울을 지나게 되는데 이 물줄기가
낙동강으로 흘러드는 토평천이다. 우포늪이 얼마나 물을 잘 가두고 있는지 상당히 넓은 저수지인데 하류의 물줄기가
고작 이 정도다.
4. 싱글트랙에서 벗어나 큰 길로 나오면 왼쪽 쪽지벌 방향으로 간다. 1.2km 가량 가면 쪽지벌 남쪽의 제방이 나온다.
막다른 길이므로 여기서 되돌아 나와야 한다. 앞서 지나왔던 싱글트랙 삼거리에서 그대로 직진하면 목포가 나오고,
북쪽으로 목포를 돌아 푸른우포사람들을 거쳐 주매마을 근처에서 포장도로와 합류한다.
주매마을에서 우회전하면 사지포제방~대대제방을 통해 우포늪 생태관으로 되돌아간다.
제방길은 주변 평지보다 높아서 조망이 좋고, 가을에는 억새가 피어난 매력적인 길로 변신한다.
주변의 농로도 아름답다.
우포늪과 쪽지벌 사이로 나 있는 갈대 지대는 비밀을 감춘 듯한 늪지대의 매혹을 더한다.
* 주변관광지
* 전망대
- 우포늪생태관에서 우포늪 왼쪽 길로 돌아가면 곧 언덕 위의 전망대가 나온다. 잠시 계단을 올라야 하지만,
우포늪 일대가 훤히 보인다. 우포늪 모형도 있어서 방향이나 위치를 가늠하기 좋다.
* 푸른우포사람들
- 목포의 동쪽, 장재마을 옆에 있는 자연학습원이다. 물에 뜨는 수초가 가득한 작은 늪이 조성되어 있고,
우포늪에 서식하는 어류와 식물들을 볼 수 있다. 잔디밭으로 이루어진 뜰은 쉬어가기 좋다.
* 가는길
중부내륙고속도로 창녕IC에서 나와 합천 방면 20번 국도를 타고 6km 가량 가다 대대리 회룡마을에서 우회전,
2km 가면 우포늪생태관이 나온다. 표지판이 잘 되어 있어 찾기 쉽다. 입장료는 없으며 자전거를 빌려 탈 수 있다.
* 주차 : 우포늪생태관 옆에 넓은 무료주차장이 있다.
* 숙박 : 우포늪 근처에는 숙소를 구할 수 없고 창녕읍내로 나가야 한다. 기왕 창녕까지 가는 길이라면 읍내에서
20km 거리에 있는 부곡온천을 이용하는 것도 좋겠다.
* 식사 : 우포 주변에는 식당이 드물다.
* 휴식 : 늪 일주코스 곳곳에 벤치가 마련되어 있다. 전망대, 쪽지벌제방, 목포제방, 푸른우포사람들이 조망과 쉼터로 좋다.
* 주의 : 늪을 보호하기 위해 물에 들어가거나 새들을 놀라게 하는 행동은 삼간다.
휴지통이 따로 없으므로 쓰레기는 모두 챙겨 나와야 한다.
첫댓글 못난자식의 의미를 알게되었네요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