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한 장
안도현
또 다른 말도 많고 많지만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이 되는 것
방구들 선득선득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 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 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물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나면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하였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ㅡ안도현 시집 『외롭고 높고 쓸쓸한』 (문학동네, 1994)
첫댓글 저는 저 자신도 잘못 추스려서 늘 허둥댑니다ㆍ
연탄까지는 안 되어도 흉내는 내면서 살아가야 하는데 그게 참 어려운일이지요ㆍ
대학 시절 돌 좀 던졌던 걸 위안 삼기는 하지만
누굴 위해 연탄처럼 뜨겁게 희생적이었냐
되묻곤 합니다.
마냥 부끄럽지요. ㅜ
@고메(창원) 그때 돌을 많이 던지셔서 창원쪽에 석재산업이 부실한가봅니다 ㆍ
@황등고구마(익산)
전 서울에서 보도블럭 깨서 던졌죠.
ㅋㅋ
연탄한장의 그리움이
11월이 되니 절실히 느껴질거 같아요..
추위에 연탄난로 하나 피우면 교실안이 부대 내무반 안이 따뜻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합니다..
물론 군대에서 첨엔 빼찌까 난로를 태웠지만두요..
자기자신을 불태워 남을 따뜻하게 해 주는 연탄
요즘 세상에서 절실하게 요구되는 정신같아요..
맞습니다 맞구요~ ^^
현실이 어렵고 혼란스러우니 더 절실해지는 것 같아요.
한국의 미래가 암흑 천지라 더더욱ᆢ ㅜㅜ
주변에 연탄한장과 같은 삶을 사는 분을 보면서
나자신을 반성하게 됩니다
네.
주위에 그런 삶을 사시는 훌륭한 분들이 계시죠.
닮고는 싶으나 그러지 못하는 제 자신을 책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