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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제19호 2010. 4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과 인정*1)
문 성 훈**
[논문개요]
1990년대 이후 전 세계는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하나의 통합된 네트워크
를 형성함으로써 인류를 구성원으로 하는 보편적 공동체로 재편되기 시작했으며,
이는 향후 인류가 추구해야 할 세계질서의 근본 방향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의를 사
회․정치철학의 핵심 쟁점으로 만들고 있다. 칸트는 이러한 논의의 가장 영향력 있
는 선구자이다. 왜냐하면 그는 현존하는 세계질서를 비판할 수 있는 규범적 토대이
자 인류가 추구해야 할 세계질서의 원칙으로 ‘세계시민사회이념’을 제시했기 때문이
다. 그러나 칸트의 이론은 내용적으로 볼 때 당시의 경험적 지평을 전제한 것으로
서 시대적 한계뿐만 아니라, 개념적 한계 또한 드러내고 있다.
본 논문은 이러한 전제 하에 우선 전 세계적 네트워크 등장 이후 국제정치학과
사회․정치철학에서 일어난 이론적 전환을 개괄하면서 세계적 차원의 사회비판이론
이 무엇이며, 왜 이러한 이론이 필요한 가를 설명한다. 그리고 본 논문은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을 합목적성, 항쟁, 시민사회라는 세 가지 개념적 틀을 통해 해명
하고, 이러한 이론이 세계적 차원의 사회비판이론으로서 가질 수 있는 장점과 한계
가 무엇인지를 밝힌다. 끝으로 본 논문은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의 규범적 기조
를 유지하면서도 그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호네트의 인정이론에 근거하여 개념적
재구성을 시도할 것이다. 호네트의 인정이론이 제공하는 개념적 장치는 세계적 차
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과 대립을 포섭할 뿐만 아니라, 그 대안 역시 제시할
* 이 논문은 2007년 정부(교육인적자원부)의 재원으로 한국학술진흥재단의 지원
을 받아 수행된 연구임 (인문사회 분야 : KRF-2007-354-A00033).
** 서울여자대학교 바롬교양대학 현대철학 담당 조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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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다는 점에서 칸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적절한 이론 틀이 될 수 있기 때
문이다.
주제어: 세계시민사회, 세계시민권, 인정, 민주주의, 분배정의, 문화다원주의
1. 들어가는 말
1990년대 이후 동서진영 간의 냉전이 종식되면서 오늘날의 세계는 이
전과는 질적으로 구별되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한편으로 환경파
괴, 자원고갈, 지역분쟁, 국제범죄, 핵 확산 등과 같은 전 세계적 관심사
의 등장은 개별 국가의 경계를 넘어 국제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국가 단위의 국제기구 뿐만 아니라, NGO 같은 민간기구 역시 초국
적 연대를 강화하고 있다. 그리고 다른 한편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자본,
노동, 상품의 전 세계적 이동을 촉진시킴으로써 국가 간의 경계를 허물어
뜨리고 있으며, 정보통신기술 및 교통수단의 비약적 발전은 지역 간의 시
간적, 공간적 거리를 축소시킴으로써 지구를 하나의 통합된 생활세계로 변
모시키고 있다. 이러한 새로운 현상이 야기한 결과는 정치적, 경제적, 문
화적 영역이 점차 세계적 차원에서 하나의 통합된 네트워크를 형성하게 되
었고, 이제 각 개인은 이러한 네트워크의 보편적 구성단위가 됨으로써 흡
사 세계가 인류를 구성원으로 하는 ‘제국’처럼 하나의 공동체로 재구성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일견 이러한 전 세계적 네트워크의 등장은 국가의 경계를 넘어서 전
인류가 서로 협력하고 화해할 수 있는 발전적 계기처럼 보이지만, 현실
적으로 볼 때 이는 세계적 차원의 의사 결정, 재화 분배, 그리고 문화 교
류를 둘러싼 새로운 갈등과 대립을 낳고 있다. 따라서 오늘날 세계적 차
원에서 인류가 공생 공영할 수 있는 대안적 세계질서가 모색되지 않는
한 이는 새로운 야만의 시대를 여는 파국적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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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 점에서 대안적 세계질서에 대한 이론적 모색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으
며, 2008년 미국에서 발원한 세계적 금융위기는 미국 중심의 세계질서
를 넘어서 ‘포스트 아메리카나(Post Americana)’ 시대의 새로운 세계질
서에 대한 논의를 더욱 중요하게 만들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제 어떤
세계질서가 요구되고 있고, 또한 추구되어야 하는가는 시대적 쟁점이자
과제라 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문제에 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세계적 차원의 규범
적 사회비판이론이 필요하다. 규범적 사회비판이론이란 규범적 방식으로
현존 사회를 비판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대안적 세계상을 제시하려
는 사회철학적 이론으로서 만약 세계적 차원의 사회비판이론이 가능하다
면 이를 통해 현존하는 세계질서를 비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안적
세계질서 역시 그려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본 논문에서는 칸트의 세계시
민사회이론이 세계적 차원의 사회비판이론을 가능하게 하는 이론적 단초
를 제시한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는 일국적 사회만을 문제 삼는 당시의
사회ㆍ정치철학적 경향에서 벗어나 비록 역사철학적이고 윤리적 관점이
지만 세계질서를 비판할 수 있는 규범적 토대이자 인류가 추구해야 할
대안적 사회원칙으로 ‘세계시민사회이념’을 정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
시에 칸트의 이론은 내용적으로 볼 때 당시의 경험적 지평을 전제한 것
으로서 그 시대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개념적으로 볼 때
오늘날 세계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과 대립을 포섭할 수 있을
만큼 탄력적이지도 않다. 이런 점에서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론을 세계
적 차원의 사회비판이론으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 이론의 시대적 한
계와 개념적 문제점을 극복하면서 오늘날의 상황에 적합하도록 재구성해
야 한다.
본 논문은 이러한 전제 하에 첫째, 전 세계적 네트워크 등장 이후 국제
정치학과 사회․정치철학에서 일어난 이론적 전환을 개괄하면서 세계적
차원의 사회비판이론이 왜 필요한가를 설명할 것이다. 둘째, 본 논문은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을 합목적성, 항쟁, 시민사회라는 세 가지 개념
적 틀을 통해 해명하고, 셋째, 이러한 이론이 세계적 차원의 사회비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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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으로서 가질 수 있는 장점과 한계가 무엇인지를 밝힐 것이다. 넷째, 본
논문은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의 규범적 핵심을 유지하면서도 그 한계
를 극복하기 위해 호네트의 인정이론에 근거하여 개념적 재구성을 시도할
것이다. 호네트의 인정이론이 제공하는 개념적 장치는 세계적 차원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과 대립을 포섭할 뿐만 아니라, 그 대안 역시 제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칸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적절한 이론 틀이 될
것이다.
2. 국제정치학 및 사회․정치철학의 이론적 전환
전 세계적 네트워크의 등장은 세계질서를 설명하려는 국제정치학에 있
어서 일종의 패러다임 전환을 일으키고 있다. 즉 전통적 의미에서의 국
제정치학은 세계질서를 상호의존의 관점에서 보든, 권력 확장의 관점에
서 보든, 그리고 이 두 가지의 이중적 관점에서 보든, 세계질서의 구성단
위를 개별국가로 보고 이른바 국가 간의 외적 관계인 ‘국제관계’를 통해
세계질서를 설명하려는 ‘국가중심주의’를 전제하고 있었다. 그러나 전 세
계적 차원에서 통합적 네트워크의 형성은 세계를 하나의 사회로 보려는
시각을 강화시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질서의 구성원을 단지 개별국
가가 아니라 전 인류와 이들 간의 연대를 통한 초국적 조직으로 파악하
도록 한다. 이런 점에서 국가중심주의에 대해 ‘다중심주의’를 제안한 코헤
인과 나이, 국가 간의 관계로 이루어진 국제사회 개념에 대해 ‘세계 사회’
개념을 제시한 버튼의 자유주의적 국제정치학은 탈 냉전기 국제정치학의
대안적 패러다임으로 조명 받고 있으며, 이는 국가 간 국제기구 개념에
대해 ‘글로벌 거버넌스’ 개념을 제시한 핀켈슈타인의 이론으로 이어지고
있다.1)
1) 박재영, 국제정치패러다임 , 법문사 1996.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과 인정(문성훈) 189
그러나 이러한 자유주의적 국제정치학이 비록 세계 사회의 구성원을 개
별국가가 아니라 전 인류로 보려는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고 있지만 사
실 이들의 연구는 현상주의에 빠져 있다. 즉 세계질서에 대한 자유주의적
접근 방식은 현존 질서를 기정사실화 하고 이 속에서 생기는 기술적 문제
들과 장애들을 해결하려는데 머물러 있을 뿐, 현존 질서를 비판하면서 그
변혁의 가능성과 대안적 방향을 모색하려는 ‘비판이론’적 성격을 결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근본적으로 자유주의적 국제정치학이 현존 질
서를 분석하는데 있어서 여기에 내재되어 있는 갈등과 대립의 요소를 간
과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현존 질서를 그 수혜자의 입장에서 바라보기
때문이다.
자유주의적 국제정치학과는 달리 이른바 ‘성찰주의’적 국제정치학자로 지
칭되는 콕스 그리고 좌파적 전통에서 세계질서를 분석한 네그리 등은 세계
사회를 전제하면서도 이를 내적 모순과 갈등의 차원에서 파악함으로써 현
존 질서를 기정사실화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넘어설 수 있는 대안의 가능
성을 모색한다. 또한 이들과는 상이한 지적 전통에 서 있지만 헌팅턴 역시
냉전 이후 세계질서를 문명 간의 충돌로 파악한다는 점에서 오늘날 세계
사회가 야기하는 갈등의 형태를 다원화시킨다. 물론 이들의 갈등론적 시각
은 국제정치학에 있어서 ‘비판이론’적 계기를 강화시킬 수 있지만 동시에
한계 또한 드러내고 있다.
콕스는 현존 세계 사회를 다양한 자본주의 형태가 서로 경쟁하면서 국
가 기구를 정치적 협상 수단으로 삼고, 자신들의 네트워크를 통해 의사결
정 권력을 집중시키는 ‘비영토적 제국’으로 규정하면서 이에 맞설 수 있는
‘대항적 헤게모니’ 형성을 요구한다.2) 그러나 콕스는 이러한 헤게모니 형
성을 위해 각 저항세력이 그람시적 의미에서 조합주의적, 계급적 의식을
넘어 헤게모니적 의식으로 통합되어야 한다고 역설할 뿐, 이러한 의식의
전제가 되는 대안적 세계 사회가 어떤 것인가에 대해서는 침묵한다. 이와
유사하게 네그리 역시 현존 세계 사회를 개별국가, 초국적 기업 및 경제기
2) 로버트 콕스, 다수 문명에 대한 사유 외 , 책세상 2005.
190 사회와 철학 제19호
구, NGO 등 상이한 조직과 기구가 혼성된 전 세계적 네트워크로 파악하
면서 이를 ‘제국’으로 규정할 뿐만 아니라, 이에 저항하는 ‘다중’ 개념을 제
시한다.3) 더구나 네그리는 콕스와는 달리 단지 저항의 거점형성을 주장하
는데 머무는 것이 아니라, 저항과 혁명의 목표로 ‘전 세계적 시민권’, ‘사회
적 임금권’, 지식, 정보, 소통, 생산수단에 대한 ‘재 전유권’을 설정한다.
그러나 그에게는 이러한 새로운 권리가 어떻게 규범적 차원에서 정당성을
가질 수 있을지는 논외로 남고 있다. 또한 헌팅턴은 이데올로기 간의 충돌
이 아니라 문명 간의 충돌을 통해 앞으로 도래할 세계질서의 재편과 이에
따른 분쟁을 설명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는 전 세계적 차원에서의 문명
간의 화해가 아니라, 미국과 유럽의 문화적 정체성 회복과 연대를 강조함
으로써 미국 중심의 패권주의를 강화하려는 현실주의 노선으로 퇴보한
다.4)
이러한 주장들이 비록 서로 간의 차이를 보이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결여하고 있는 것은 세계 사회 비판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규범적 토대에 대
한 철학적 반성이다. 즉 이들은 현존 세계 사회를 억압이나 갈등체제로 보
고 이에 대한 저항이나 해결을 당연시하지만, 과연 전 세계적 차원에서 사
회적 정당성의 기준은 무엇이고 이것이 인류의 삶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설명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대안적 사회 구성 원칙이 무
엇인지를 개념적으로 제시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설사 이를 제시한다 하
더라도 그것이 왜 인류가 추구해야 할 규범적 목표인지 이를 정당화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세계 사회를 연구하는데 있어서 현상 설명적 접근이
아니라, 규범적 관점에서 이를 비판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려는 비판 이론
적 입장을 취한다면 이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철학적 입장에서 세계 사
회 비판을 정당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안 설정을 가능하게 하는 규
범적 토대를 마련하는 작업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서술한 국제 정치학적 연구와는 달리 사회․정치철학적 연구
3) 안토니오 네그리 / 마이클 하트, 제국 , 이학사 2001.
4) 새무엘 헌팅턴, 문명의 충돌 , 이학사 1997.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과 인정(문성훈) 191
는 세계질서를 비판할 수 있는 규범적 준거점이 무엇인가를 밝힐 수 있
게 한다. 첫째, 민주주의가 정치적 세계질서를 평가하는 규범적 토대로
제시된다. 즉 일련의 사회․정치철학적 연구들은 일국적 차원의 민주주
의 급진화를 넘어서, 신자유주의 확산에 따른 초국적 자본 중심의 세계
정치적 권력 형성, 국가 중심의 제국주의적 정치를 비판할 뿐만 아니
라 대안적 세계질서를 제시하기 위해 민주주의 이념을 세계적 차원으로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여기서 쟁점이 되는 것은 국가적, 국제적
차원과 구별된 이른바 초국적 차원에서 인류의 보편적 권리를 추구하는
시민사회조직이나 사회운동단체들을 전제로 세계 민주주의를 구현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하버마스의 ‘세계 정부 없는 세계 내 정치’,5) 헬드의
‘세계시민적 민주주의’,6) 벡의 ‘세계시민적 국가’7)에 대한 논의 등이 해
당한다.
둘째, 분배정의가 경제적 세계질서를 평가하는 규범적 토대로 제시된다.
즉 일련의 사회․정치철학적 연구들은 분배의 문제를 일국적 차원에 국한
시킨 롤스의 정의론을 넘어서 세계적 차원의 경제적 불평등을 분배 정의
차원에서 비판하고 그 대안을 모색하려 한다는 것이다. 즉 롤스는 세계적
차원에서 분배 정의를 논할만한 사회적 협력 체제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
지만 사실 오늘날 같이 자본, 생산, 노동이 전 지구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정도로 초국가화되어 있는 상황을 볼 때 세계적 차원에서 분배가 공정하게
규율됨으로써 개개인의 복지가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의는
롤스의 차등의 원칙이 지구적 정의로 확대되어야 함을 주장한 베이츠8)에
5) J. Habermas, “Die postnationale Konstellation und die Zukunft der
Demokratie”, in: ders., Die postnationale Konstellation, Ffm., 1998.
6) D. Held, “Kosmopolitische Demokratie und Welt ordnung. Eine neue
Tagesordnung”, in: M. Lutz-Bachman / J. Bohman (hg.), Frieden
durch Recht, Ffm., 1996.
7) U. Beck, Macht und Gegenmacht im globalen Zeitalter, Ffm., 2002.
8) C. R. Beitz, Political Theory and International Relation, Princeton
University Press, 1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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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비롯된 것으로 지구적 차원에서 자원이용세를 주장하는 포거9)에 이어
최근에는 포어스트,10) 프레이저11)로 이어지고 있다.
셋째, 문화다원주의가 문화적 세계질서를 평가하는 규범적 토대로 제시
된다. 즉 이미 오래전부터 문화인류학적 연구는 서구 중심주의에서 벗어나
비서구 문화를 야만으로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고유
한 논리에 따라 이해하기 시작했고, 이는 사회․정치철학적 연구에서 타
문화에 내재해 있는 고유한 가치를 인정하라는 규범적 요구로 이어진다.
물론 이러한 입장이 모든 문화는 동등한 가치를 갖는다는 문화상대주의로
축소되는 것은 아니다. 문화다원주의는 각각의 문화가 갖는 특수성 속에서
그 가치를 존중하려는 것으로 문화 보편주의가 갖는 서구 중심주의적 한계
를 넘어서 타 문화에 대한 개방성을 강조한다. 이러한 입장은 대표적으로
테일러에 의해 제시되고 있다.12)
이렇게 오늘날 사회․정치철학적 연구들을 토대로 세계질서를 비판할
수 있는 규범적 틀을 제시한다면 그것은 세계적 차원의 민주주의, 분배 정
의, 문화다원주의로 대별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서 나타나는 문제는 이러
한 규범적 틀 이 어떻게 서로 연결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만약 이러
한 연관성이 제시될 수 없다면 세계질서를 평가하는 규범적 기준이 분열될
뿐만 아니라, 이런 세 가지 기준이 어떻게 모두 정당화될 수 있는가 하는
새로운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따라서 세계질서를 규범적 차원에서 비판
9) Th, W. Pogge, “Eine globale Rohstoffdividende”, in: Ch. Chwaszeza
/ W. Kersting (hg.), Politische Philosophie der internationalen
Beziehungen, Ffm., 1998.
10) R. Forst, “Zu einer kritischen Theorie transnationaler Gerechtigkeit”,
in: R. Schmücker / U. Steinvorth (hg.), Gerechtigkeit und Politik,
Berlin 2002.
11) N. Fraser, Scales of Justice. Reimagning Poltical Space in a
Globalizing World, Colombia University Press 2009.
12) C. Taylor, “Die Politik der Anerkennung”, in: Multikulturalismus
und die Politik der Anerkennung, Ffm., 1997; 정미라, 「문화다원주의
와 인정윤리학」, 범한철학 , 2005/봄.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과 인정(문성훈) 193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대안을 모색하기 위한 세계적 차원의 사회비
판이론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비판과 대안의 규범적 토대를 제시할 뿐만 아
니라, 이를 통일성 속에서 정립할 수 있어야 한다.
3.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의 개념적 구조
전통적으로 사회․정치철학은 일국적 차원의 사회 질서에 집중함으로써
세계적 차원의 사회 질서에 대해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러나 오늘
날 전 세계가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영역에서 하나의 통합된 네트워크를
형성하면서 국가 간의 경계를 넘어 보다 보편적인 질서를 요구하는 인류
공동체에 대한 논의가 강화되고 있다. 다시 말해 베스트팔렌 모델로 지적
되는 국가 단위의 세계질서, 즉 국제질서가 아니라, 이른바 초국적 질서가
세계질서를 논의하는데 핵심 쟁점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은 세계질서를 국가 간의 질
서로 보는 베스트팔렌 모델을 벗어나 개인을 세계질서의 주체로 본다는 점
에서 오늘날의 시대 변화에 적시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세계질서를 비판
적 시각에서 다룰 수 있는 이론적 단초를 제시한다. 왜냐하면 그의 세계시
민사회이념은 세계질서를 비판할 수 있는 규범적 토대이자 인류가 추구해
야 할 대안적 사회원칙으로 이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칸트는
세계적 차원의 사회비판이론의 선구자일 뿐만 아니라, 냉전 종식 이후 새
로운 세계질서를 모색하려는 이론적 논의에서도 기본 틀을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은 1780년대에서 1790년대에 쓰여 진
일련의 저작들에 산재해 있을 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관심에서 논의된 것
이기 때문에 상당한 다의성을 가지고 있지만,13) 그 핵심적 내용은 대략
13) 이러한 저작들로는 「계몽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답변 (1783)」, 「세계시민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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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합목적성, 항쟁, 시민 사회라는 세 가지 개념 틀을 통해 파악될 수
있다.
① 세계시민사회는 역사의 최종 목적이다.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을 파악하는데 역사적 합목적성 개념이 필요한
이유는 그가 역사를 일종의 목적 달성 과정으로 볼 뿐만 아니라, 그 최종
목적을 세계시민사회 건설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칸트에 따르면 인간은
한편으로 인과 법칙이 지배하는 감각적 현상 세계에 속하며, 다른 한편 자
유의지에 따라 스스로에게 부과한 도덕 원칙에 따라 행동한다는 점에서 초
감각적 도덕 세계에 속해 있다. 이러한 두 가지 세계 이론을 전제한다면
역사란 사실 이 두 세계 모두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역사적 사
건들은 분명 우리의 감각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법칙성이 지배하는 감각적
현상 세계에 속한다고 할 수 있지만, 역사적 사건들은 동시에 인간의 행위
를 통해 일어난다는 점에서 자유의지가 실현되는 도덕 세계와 관련되기 때
문이다.14) 그렇다면 역사는 어떻게 이해되어야 하는가? 역사는 법칙성이
지배하는 영역인가, 아니면 자유 의지의 영역인가?
칸트는 역사에 대한 양자택일 식 사고에서 벗어나 이 두 세계의 결합을
시도한다. 즉 칸트는 현상 세계의 법칙성이 불변적으로 관철되는 이유를
특정한 목적을 달성하려는 자연의 의도로 해석할 뿐만 아니라, 이러한 목
적 달성 과정을 자유의 실현으로 규정함으로써 인류의 역사 전체를 법칙성
과 자유의지가 통합된 합목적적 과정으로 본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류 역
사의 합목적성을 전제한다면, 이제 일견 무의미해 보이는 역사적 사건들의
관점에서 본 보편사 이념 (1784)」, 「추측해 본 인류 역사의 기원 (1786)」,
판단력 비판 (1790) , 「이성의 한계 안에서의 종교 (1793)」, 「영원한 평화
를 위하여 (1797)」, 도덕 형이상학 (1797) , 「실용적 견지에서 본 인간학
(1798)」, 「학부 간 논쟁 (1798)」 등이 있다.
14) I. Kant, “Idee der allgemeinen Geschichte in der weltbürgerlichen
Absicht”, Surkamp Werkausgabe Ⅺ, Ffm. 1982, 33쪽 (이하 IGW).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과 인정(문성훈) 195
연쇄가 어떤 단일한 과정 속으로 통합되고, 흡사 인간이 서로 모순된 것처
럼 보이는 각자의 의지에 따라 행동함에도 이것을 어떤 조화로운 계획에
따라 수행되는 것처럼 파악할 수 있게 된다.15)
흔히 합목적성이란 문자 그대로 어떤 존재나 과정이 특정한 목적 달성
에 합치되는 것을 의미하지만, 칸트에게 합목적성이란 이를 넘어서 자연
의 모든 생명체들이 전체와의 관계 속에서만 존재하고, 각 생명체들이
자신의 목적을 추구하면서도 동시에 다른 생명체의 수단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하나의 보편적 목적-수단 연관 망 속에 통합되는 것을 말한다.16)
그리고 이런 연관 망이 유지되는 것은 자연의 모든 생명체들이 자신의
목적을 실현할 수 있는 자연적 소질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
에서 칸트는 모든 생명체의 자연적 소질이 언젠가는 그 목적에 맞게 완
전하게 발현되도록 결정되어 있다고 말하고 있으며,17) 근대 계몽주의 사
상가답게 다른 생명체와는 달리 인간만이 갖추고 있는 자연적 소질을 이
성적 능력에서 찾았다. 따라서 그에게 인류의 역사란 인간의 자연적 소
질인 이성적 능력이 그 목적에 맞게 계발되고 실현되는 과정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이성적 능력이란 어떤 능력을 말하는가? 칸트는 이를 네 단
계로 설명한다.18) 첫째, 이성은 본능적 지식의 한계를 넘어서 이를 확장
시킴으로써 동물과 같이 단일한 삶의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삶의 방식
자체를 선택할 수 있게 한다. 둘째, 이성은 상상력을 통해 성적 본능을
지속적인 것으로 만들 뿐만 아니라 이를 확대함으로써 일시적이고 주기적
충동의 한계를 넘어선다. 셋째. 이성은 현재의 순간적인 삶에 만족하지
않고,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는 능력이다. 이 때문에 인간은 고통스런 노
동을 감내해야 한다. 넷째, 이성은 자연의 모든 피조물을 자신의 의도에
15) IGW, 34쪽.
16) 임마누엘 칸트 (백종현 옮김), 판단력 비판 , 아카넷 2009, 426-431쪽.
17) 같은 책, 35쪽.
18) 칸트, 「추측해 본 인류 역사의 기원」, 칸트의 역사철학 , 서광사 1992, 78-
82쪽.
196 사회와 철학 제19호
따라 사용할 수 있는 수단으로 간주하면서 인간 자신을 자연 전체의 최고
목적으로 설정한다. 이렇게 볼 때 이성이란 궁극적으로 인간이 자기 자신
을 목적으로 설정하는 능력을 의미하며, 피조물의 세계에서 인간을 수단
으로 삼을 수 있는 목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성이 사용되는
목적이란 바로 이성 그 자체라고 말 할 수밖에 없다. 즉 인간이 이성을
사용하는 목적은 인간 자신을 목적으로 설정하는 것 자체를 위해서라는
것이다.
또한 칸트에게 이성의 사용이란 동시에 자유의 실현을 의미한다. 왜냐하
면 그에게 자유란 일종의 자기규정(Selbstbestimmung)으로서 인간이 자
신 이외에 그 어떤 원인이나 강제에 구속됨 없이 스스로 행동을 산출하는
능력을 말하지만, 사실 인간이 이성을 통하여 본능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
신의 삶의 방식을 선택적으로 만들고, 상상력을 발휘하고, 미래를 대비할
뿐만 자신을 최고의 목적으로 설정한다는 것은 결국 자기의 삶을 위해 모
든 것을 스스로 창조한다는 뜻이라는 점에서 이는 자유 실현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칸트에게는 인간의 음식, 의복에서부터 오락, 통찰
력, 재치, 그리고 선한 의지에 이르기까지도 모두 인간의 작품이며, 인간
이 이성을 통해서 스스로 창조한 것이다.19) 따라서 자유란 이성이 있을
때 가능하며, 이성은 자유의 토대가 된다.20) 그리고 사실 이성이 자유의
토대가 될 수 있는 것은 앞서 서술한 이성의 네 가지 측면 모두가 그 어
디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 능력에 다름 아니기 때문
이다. 즉 이성 자체가 바로 자유라는 것이다. 결국 인간의 역사를 인간의
자연적 소질이 발전되고 실현되는 과정이라고 본다면, 이는 이성의 발전
과 실현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자유의 발전과 실현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인간이란 개개의 인간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
의 유(類)로서의 인간, 즉 인류 전체를 말한다. 왜냐하면 역사라는 것은
19) IGW, 36쪽.
20) IGW, 36쪽.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과 인정(문성훈) 197
개개인의 인생이 아니라, 이것들이 모아진 전체이기 때문이며, 또한 한 세
대의 이성적 능력이 발휘된 결과를 토대로 다음 세대의 이성적 능력이 발
휘된다면, 이제 이성적 능력의 계발과 실현을 전 인류의 장구한 삶의 과
정, 즉 역사와 동일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역사의 시작은 인류의
이성적 능력의 발현이고, 역사의 목적은 이의 완전한 실현에 있다. 이런
점에서 칸트가 역사의 목적을 이성의 완전한 실현으로 규정하면서 이를 동
시에 세계시민사회의 건설로 파악한다는 것은 그에게 세계시민사회가 바로
이성이 완전히 실현된 상태를 의미한다는 뜻이다.
② 세계시민사회는 항쟁을 통해 건설된다.
칸트는 세계시민사회를 인류 역사의 최종 목적이자 이성이 완전히 실현
된 상태로 규정하지만, 이에 도달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역설적으로 인간 상
호 간의 ‘항쟁(Antagonismus)’에서 찾는다. 즉 그에 따르면 이러한 항쟁
때문에 인간의 이성이 계발되고, 또한 이를 통해 역사적 진보가 이루어지
며, 결국 인류는 세계시민사회를 건설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칸트가 말하는 항쟁이란 왜 일어나며, 그것은 또한 무엇을 말
하는 것일까? 칸트에 따르면 인간 상호간의 항쟁이 발생하는 이유는 ‘반사
회적 사회성(unsellige Geselligkeit)’이라는 인간의 이중적 성향에 있
다.21) 즉 인간은 사회를 유지하려고 하면서도, 동시에 이를 해체하는 성
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인간 상호 간의 항쟁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사실
인간이 혼자 산다면 타인과의 항쟁은 존재하지 않는다. 항쟁은 타인과 함
께 살 경우에만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이 타인과의
공존만을 추구한다면 항쟁은 발생하지 않는다. 항쟁이란 타인으로부터 자
신을 분리시키고 자신과 타인을 대립시킬 때 발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칸트에게 인간이란 철저히 사회적 존재도, 그렇다고 철저히 반사회적 존재
도 아니며, 타인과 함께 살면서도 자기중심적 성향 때문에 타인과 갈등하
21) IGW, 37쪽.
198 사회와 철학 제19호
는 이중적 존재이다.
그런데 인간은 왜 사회 속에서 살려고 할까? 또한 인간은 왜 사회 속에
서 살면서도 반사회적이 될까? 이에 대한 대답은 인간의 삶을 어떻게 이
해하느냐에 달려 있다. 칸트가 생각하는 인간이란 이성적 존재이며, 따라
서 인간의 삶은 이성적 능력을 발휘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
성적 능력의 핵심이 바로 인간 자신이 스스로를 최고의 목적으로 설정하면
서 자신의 삶의 방식을 창조하는 것이라면, 이제 인간의 삶이란 본능적 욕
구 충족과 동일시 될 수 없으며, 단순한 생명 보존으로 축소될 수도 없다.
이런 점에서 칸트에게 인간의 삶은 삶의 방식의 창조를 통하여 자신의 이
성적 능력을 발휘하면서 자기 자신에게 ‘자존감(Selbstschätzung)’을 느
낄 수 있도록 스스로를 존귀하게 만드는 과정이다.22) 칸트에 따르면 인간
이 사회를 유지하려 것도 바로 사회 속에서만 자신의 이성적 능력이 실현
되고, 이에 대한 가치 부여를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이렇게 자존감을 갖게 하는 사회 속에서 살면서도 동
시에 반사회적이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무엇보다도 인간이 자신만
의 의도에 따라 이성을 실현하기 때문이다.23) 즉 인간은 사회 속에서 자
신의 자연적 소질이 발전하고 여기에 가치가 부여됨을 느끼기 때문에 사회
를 유지하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자신만의 의도에 따라 모든 것을 수행
하려고 하기 때문에 반사회적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간의 삶이 이성
을 발휘하는 과정이며, 이는 동시에 자유를 실현하는 과정이지만 이성과
자유의 실현이 자기중심적으로 일어나게 되면 역설적으로 이성적 자존감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에 대해 파괴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인간의 이중성 때문에 벌어지는 인간 상호 간의 항쟁
이란 어떤 특징을 가질까? 인간이 이성적 존재임을 전제한다면, 이는 분명
동물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생존을 둘러 싼 싸움과는 다른 것이며, 바로 이
성적 자존감을 둘러 싼 투쟁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인간은 자신의 이성
22) IGW, 37쪽.
23) IGW, 37쪽.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과 인정(문성훈) 199
과 자유를 실현하며 자신의 사회적 가치를 체험하기를 원하지만 이성과 자
유의 실현이 자기중심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이는 결국 다른 사람과 분리된
자신만의 이성적 자존감을 위한 것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인
간 상호간의 항쟁은 타인에 대해 자신의 존귀함을 인정받으려 하면서도 타
인의 존귀함은 부정하려는 상호 투쟁으로 이해될 수 있으며, 이런 점에서
사실상 이는 루소가 말하는 우월성을 둘러싼 투쟁으로 이해될 수 있다.24)
또한 반사회적 사회성이란 타인을 필요로 하면서도 자기중심성 때문에 타
인과의 항쟁을 일으키는 이중적 성향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이는 궁극적으
로 타인의 파괴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타인의 존재를 전제하면서도
그와 항쟁하는 인간관계로 귀착되며, 이런 점에서 인간 상호간의 항쟁이란
사실상 우월성 투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처럼 남보다 우월한 존재가 되기 위한 인간 상호간의 항쟁을
통해 역설적이게도 인간의 이성이 계발되고, 역사적 진보가 가능하다면 이
는 무엇 때문일까? 이에 대한 칸트의 대답은 타인의 저항으로 인한 인간
간의 불화와 이를 통한 학습 효과에 있다.25)
우선 개개의 인간들은 자기가 자기중심적으로 행동하면서 타인에게 저
항적이 되듯이 타인 역시 그렇게 행동할 것이라고 추측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이렇게 예상된 타인의 저항을 제압하기 위해 인간은 게으름에서 벗어
나 자신의 모든 능력을 계발하고 명예욕, 지배욕, 소유욕을 충족하며 남들
보다 우월한 존재가 되려고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우월성 욕구가
끊임없이 충족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남들보다 우월한 존재가
되기 위해 더 많은 명예, 권력, 재산을 원할수록 인간은 이러한 목적을 위
해 타인을 수단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타인이 자기 자신을 목적
으로 설정하기 위해 이성적 능력을 사용하고 자신의 삶의 방식을 자유롭게
24) 악셀 호네트는 칸트가 말하는 인간 상호간의 항쟁을 루소 식의 우월성 투쟁으
로 해석한다. A. Honneth, “Die Unhintergehbarkeit des Fortschritts.
Kants Bestimmung des Verhältnissrs von Moral und Geschichte”,
in: ders., Pathologien der Vernunft, Ffm., 2007, 22쪽.
25) Axel Honneth, 같은 책, 20-27쪽.
200 사회와 철학 제19호
창조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타인의 저항 역시 점점 더 커
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월성 욕구를 통해 촉발된 인간 상호 간의 항쟁은
인간을 수많은 악행의 원천이 되는 불화 상태에 빠뜨린다. 그 결과 인간의
자유 실현 자체가 불가능해지며, 사실 이는 삶의 부정과 다를 바 없다. 왜
냐하면 자유 실현이 불가능하다는 것은 이성적 인간으로서의 삶, 즉 자신
을 존귀하게 만드는 삶의 방식의 창조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과 같기 때
문이다. 그러나 칸트에게 불화와 자유의 훼손을 낳는 인간 상호간의 항쟁
이 절망적인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는 인간의 이성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즉 이제 인간의 이성은 훼손된 자유를 회
복하기 위해 그 해법을 모색하고, 나만의 자유뿐만 아니라 타인의 자유 역
시 보장하면서도 최대의 자유를 향유할 수 있는 법적 질서를 창안해 낸다
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 인간의 이성은 개개인이 자신만의 자유, 내지 자
신만을 목적으로 설정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상호 간의 자
유, 내지 타인 역시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우하기 위해 사용된다.
그렇다면 이러한 학습 과정은 실제적으로 어떻게 역사적 진보로 이어질
까? 자기중심적 자유가 야기하는 문제점을 자각하고 보편적 자유의 실현
을 위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면 곧바로 역사는 진보하는 것일까? 아니
면 이는 사회 변혁적 실천과 이를 추진하는 진보적 주체를 필요로 하는
가? 물론 칸트가 사회변혁이나 진보적 주체에 대해 언급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자기중심적 자유를 넘어 보편적 자유를 실현함으로써 타인
역시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우하는 것을 개개인의 의무라고 믿는 도덕
적 주체 없이도 과연 역사의 진보는 가능할까? 더구나 이러한 의무를 현
실 속에서 실천하려는 도덕적 행위 없이도 역사적 진보가 이루어질 수 있
을까? 사실 모든 인간을 목적으로 대우하라는 도덕적 관점을 공유하고 있
을 뿐만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 자유를 확대하려는 정치적 개혁이나 혁명
과 같은 역사적 사건들을 돌이킬 수 없는 역사적 진보로 보는 사람들에게
만 역사란 중단 없는 진보의 과정일 수 있으며,26) 이들이 “야만적 자유를
26) Axel Honneth, 같은 책, 14-20쪽.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과 인정(문성훈) 201
포기하고 법적 체제 속에서 안식과 안정”을 찾으려 한다는 것은 사실 역사
적 진보를 가로막는 사회적 지배에 대한 저항과 다를 바 없다.27) 이렇게
볼 때 인간 상호 간의 항쟁은 이성의 발전을 낳고, 이성의 발전은 사회 변
혁적 실천을 통해 역사의 발전을 낳는다고 할 수 있으며, 칸트가 말하는
세계시민사회란 바로 이러한 사회 변혁적 실천이 낳은 최종 결과라 할 수
있다.
③ 세계시민사회는 완전한 시민적 법적 체제이다.
세계시민사회는 지금까지의 설명처럼 인류 역사의 최종 목적일 뿐만 아
니라, 인간 상호 간의 항쟁을 통해 인간의 이성이 최고로 발전된 결과이기
도 하다. 그렇다면 과연 세계시민사회란 어떤 사회이기에, 칸트는 이를 역
사의 최종 목적이자 인간 이성이 최고로 발전된 상태로 설정했을까? 칸트
에게 세계시민사회란 무엇보다도 ‘완전히 정의로운’ 혹은, ‘완전한’ 시민적
법적 체제(bürgerliche Verfassung)를 말한다.28) 따라서 칸트가 말하는
세계시민사회가 어떤 사회인지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시민이란 개념과 이들
로 구성된 시민적 법적 체제, 즉 시민사회 개념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
다.29)
역사적으로 볼 때 시민이란 개념은 고대 그리스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당시에는 경제적 활동에서 벗어나 정치적 활동에 참여하는 자유민을 의
미했다. 이런 점에서 고대 그리스에서 시민으로 구성된 공동체, 즉 시민
사회란 사실 정치라는 공적 활동을 통해 통합된 국가 공동체와 동일한
것이었다. 이에 반해 근대적 시민이란 그 등장 배경이 되었던 시민 혁명
이 보여주듯이 경제적 활동을 통해 다져온 경제력을 기반으로 정치적 활
27) IGW, 44/42쪽.
28) IGW, 39/41쪽.
29) 김석수, 「칸트 ‘시민’ 개념의 현대적 의의」, 칸트와 정치철학 , 철학과 현실사
2002.
202 사회와 철학 제19호
동에 참여하는 부르주아지를 의미한다. 이런 점에서 근대적 시민에게 경
제적 영역과 정치적 영역, 내지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사적 영역과 공익
을 추구하는 공적 영역은 상호 독립된 영역이 아니며, 오히려 정치적 영
역, 내지 공적 영역이 경제적 영역, 내지 사적 영역에 종속될 뿐만 아니
라, 이 영역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 이런 점에서 근대에 이르러
시민으로 구성된 공동체란 국가와 동일한 것이 아니며, 오히려 이를 수
단화하는 경제적 영역으로 통합된다. 따라서 이제 사회 전체는 헤겔이
지적하듯이 시민 각자가 자신을 최고 목적으로 삼고, 타인을 자신의 목
적을 위한 수단으로 삼는 일종의 사적 이익을 위한 각축장으로 변하기
시작했다.30)
그러나 칸트가 말하는 시민이란 이렇게 사적 이익만을 추구하면서 국가
를 수단화시키는 부르주아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칸트는 사적
이익 추구에 한계를 설정하고 국가를 수단화시키는 것에 제동을 걸고 있기
때문이다. 즉 칸트에게 시민이란 자신이 동의하지 않은 어떠한 법도 따르
지 않을 수 있는 법적 자유의 주체이며, 이러한 법 이외에 자신을 구속할
수 있는 그 어떤 우월한 존재도 인정하지 않는 평등한 주체이며, 자신의
힘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자립적 주체이다.31) 또한 그에게 시민이란 사적
이익을 추구하지만 이는 경제적 자립을 위한 것이고, 이를 토대로 시민은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로서 공적 영역에 참여하여 자신의 이성을 실현하는
존재이다. 이런 점에서 칸트에게 시민이란 고대 그리스처럼 정치적 존재
로도, 근대 부르주아지처럼 경제적 존재로도 환원될 수 없는 존재이며, 공
적 영역이 허용하는 틀 내에서 사적 이익을 추구하고, 또한 사적 이익은
공적 활동을 위한 전제가 된다는 점에서 이 양자가 통합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시민들로 구성된 공동체, 즉 시민 사회는 무엇을 말하는가?
30) G. W. F. Hegel, Grundlinien der Philosophie des Rechts, Werke 7,
Ffm., 1986, § 182 Anhang.
31) I. Kant, Metaphysik der Sitten, Werkausgabe Band Ⅷ, Ffm., 1982,
432쪽.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과 인정(문성훈) 203
시민사회란 앞서 시민적 법적 체제라고 규정했듯이 자연 상태와 달리 모든
사람이 법, 즉 시민법의 지배를 받는 법치 상태를 말한다. 칸트에 따르면
자연 상태란 일종의 무법 상태로서 여기서 인간은 타인이 자신에게 실제로
해를 입히지 않더라도 자신의 안전에 대해 위협을 느낀다는 점에서 이는
모든 사람이 서로를 적대시하는 일종의 전쟁 상태이다. 그러나 모든 사람
이 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면 타인이 자신에게 실제로 해를 입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타인이 자신에게 적대적으로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제될
수 있다. 왜냐하면 법이 모두에게 힘을 행사하면서 안전을 보장하기 때문
이다. 이런 점에서 법적 상태로서의 시민 사회는 그 구성원이 상호 적대에
서 벗어나 모두에게 안전을 보장하는 평화 상태를 말한다.32)
또한 칸트에게 시민 사회란 공화제적 정치 체제를 말한다. 왜냐하면 칸
트는 시민법의 토대가 바로 공화제라는 통치 방식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
다. 즉 공화제란 시민의 의지에 따라 법이 제정되고, 이들에게 이것을 제
외하고는 그 어떤 것에도 복종하지 않을 수 있는 법적 자유가 부여되고,
이 법은 누구에게나 준수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시민들 사이에 평등이 보장
되면서 모든 시민을 하나의 공통된 법적 질서에 종속시키는 통치 체제를
말한다. 물론 법 제정이 시민들의 직접적인 참여와 합의를 통해 이루어지
는 것은 아니다. 법은 입법부라는 대의제 기관을 통해 제정되며, 이것은
다시 행정부를 통해 집행된다.33) 이런 점에서 결국 시민 사회란 법치, 법
적 자유와 평등 보장, 권력 분립, 대의 제도를 통해 공동체가 운영되는 사
회를 말하며, 이는 앞서 지적한 자유롭고 평등하고 자립적인 시민의 존립
기반이자 삶의 터전이다.
이렇게 시민과 시민 사회를 이해한다면 세계시민사회란 과연 어떤 사회
를 말하는가? 세계 시민이란 일국적 차원에서 파악된 시민을 세계적 차원
으로 확대시킨 것이며, 세계시민사회란 바로 이들을 구성원으로 하는 사회
를 의미하는 것일까? 만약 그렇다면 세계 시민은 일국적 차원에서 시민이
32) 칸트, 영원한 평화를 위하여 , 서광사 1992, 23-24쪽, 각주 1.
33) 칸트, 영원한 평화를 위하여 , 24-30쪽.
204 사회와 철학 제19호
법적 자유와 평등의 주체이자 자립적 주체였듯이, 자국의 영역을 넘어 세
계적 차원에서도 법적 자유와 평등, 그리고 자립성을 향유하는 주체를 의
미할 것이고, 일국적 차원에서 시민 사회가 법치, 법적 자유와 평등 보장,
권력 분립, 대의 제도를 통해 운영되는 공동체였듯이, 세계시민사회 역시
국가의 경계를 넘어 세계적으로 적용되는 시민적 질서로 이해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칸트에게 세계시민이란 단지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인간, 즉 인류를 뜻한다고 말할 수 있을 뿐 이들이 일국적 차원에서 향유
하는 시민으로서의 지위를 전 세계적 차원에서도 향유한다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세계시민사회 역시 이 지구상에 살고 있는 모든 인간을 구성원
으로 하는 공동체이지만 이것이 법치에서 대의 제도로 이어지는 시민적 정
치 체제, 즉 세계 공화국을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그 이유는 칸트가 세계시
민사회의 토대를 세계적 규모의 단일 국가, 즉 ‘국제 국가 (Völkerstaat)’,
내지 ‘세계 공화국(Weltrepublik)’이 아닌, 국가 간의 연맹체, 즉 ‘국제
연맹(Völkerbund)’에서 찾고 있기 때문이다.
칸트에게 국제 연맹이란 독립된 국가들의 연합체로서 이는 하나의 통일
된 법, 즉 ‘국제법’에 의해 소속 국가들의 자유와 안전, 그리고 평등한 권
리를 보장한다.34) 따라서 국제 연맹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된다면 세계 각
국은 대립과 전쟁에서 벗어나 평화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독립된 국가로서의 자율성을 발휘하며 서로 경쟁할 수 있다. 칸트가 이러
한 질서를 완전한 시민적 법적 체제, 즉 세계시민사회의 토대로 본 것은
우선 이를 통해 각국의 시민적 법치 체제가 국제적으로 보장될 수 있기 때
문이다. 물론 시민적 법적 체제는 자국의 법을 통해 보장되지만, 국가 간
의 전쟁 상태가 지속되면 각국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고, 이를 통해 시민
들의 자유, 평등, 자립 역시 위협받을 수 있다. 따라서 각국 시민의 지위
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타국의 위협으로부터 시민적 법적 체제가 보호되어
야 한다. 이런 점에서 국가 연맹을 통해 평화적 세계질서가 형성된다면 각
국의 시민은 자국의 법적 절서를 통해 자유롭고, 평등하고, 자립적인 지위
34) 칸트, 영원한 평화를 위하여 , 30-36쪽.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과 인정(문성훈) 205
를 보장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타국에 의해 이러한 지위를 위협받지
않을 수 있다. 이런 점에서 국제 연맹은 일국적 차원의 시민적 법치 체제
가 갖는 한계를 극복하고 이를 완성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왜 칸트는 국제 연맹을 통해 완성된 시민적 법치 체제를 세계시
민사회로 보았을까? 국제 연맹이 만들어 낸 질서는 사실상 일국적 시민
사회를 보장하는 국제 질서일 뿐, 이것이 인류를 구성원으로 하는 공동체
는 아니지 않는가? 그러나 국제 연맹을 통해 인류를 공동체로 하는 세계
시민사회가 형성된다는 것은 국제 연맹이 바로 인류가 전 세계에서 보편적
으로 향유할 수 있는 권리, 즉 ‘세계시민권’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권리는 일국적 차원의 시민권과는 다른 것이다. 왜냐하면 시민권은 소속된
국가 내에서 보장되지만, 국경을 넘는 순간 이를 보장할 수 있는 정치적
권위 체는 존재하지 않는다. 칸트가 말하는 세계시민권은 자국이 아니라,
타국에 있을 때도 보장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하며, 국제 연맹이 이를 보
장한다. 또한 시민권은 소속된 국가의 국적을 갖고 있는 사람만이 향유하
지만, 세계시민권은 국적을 떠나 전 인류가 향유하는 권리를 말한다. 이런
점에서 세계시민사회란 국제 연맹을 통해 보장된 세계시민권의 주체인 전
인류를 구성원으로 하는 세계 공동체라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시민적
법치 체제의 완성이라 할 수 있다면 이는 이제 전 인류가 세계시민권을 통
해 일국적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세계적 차원에서도 시민으로서의 지위를
보장받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는 사실 상 세계 공화국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도 칸트가 세계 공화국이 아
니라, 국제 연맹을 세계시민사회를 가능케 하는 정치적 통일체로 보는 이
유는 어디에 있을까?
사실 칸트가 세계 공화국을 통한 세계시민사회건설을 부정하는 것은 아
니다. 다만 그는 이러한 방안이 비록 이론적으로는 옳지만, 실천적으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점에서 국제 연맹을 세계시민사회의 정치적 토대로 규정
한다.35) 왜냐하면 칸트에 따르면 각국의 국민들이 하나의 국가로 통합되
35) 칸트, 영원한 평화를 위하여 , 35쪽.
206 사회와 철학 제19호
면 국가 내부에서 민족들 간의 지배관계가 형성될 수 있으며, 또한 이러한
단일 국가 내에서는 각 민족의 문화적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
다.36) 따라서 칸트는 이러한 부작용 때문에 세계 공화국이라는 적극적 방
식이 아니라, 국제 연맹이라는 소극적 방식을 택한다. 따라서 세계시민사
회가 세계 공화국이 아닌 국제 연맹이라는 토대 위해서 건설되어야 한다는
칸트의 주장은 결국 세계시민사회에서 전 인류가 국적을 떠나 세계시민권
이라는 보편적 권리를 향유할 뿐만 아니라, 이를 통해 자유롭고 평등한 관
계를 형성함으로써 그 어떤 위계 관계도 허용하지 않고, 각자의 문화적 정
체성을 실현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4. 세계질서비판의 규범적 토대로서의
세계시민사회이념과 그 한계
이렇게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의 핵심을 합목적성, 항쟁, 완전한 시민
적 법적 체제라는 세 가지 개념적 틀을 통해 파악한다면 이러한 이념이 세
계적 차원의 사회비판이론을 위해 가질 수 있는 의의뿐만 아니라 그 한계
또한 명백해진다.
우선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론은 두 가지 차원에서 세계질서를 비판할
수 있는 규범적 토대를 제공한다. 첫째, 칸트는 역사에 대한 목적론적 접
근 방법을 통해 세계질서의 역사적 발전 수준을 평가할 수 있는 규범적 척
도를 제시한다. 즉 인류의 역사는 이성의 발전과 실현 과정으로서 최종적
으로 인간을 목적으로 대우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발전과 미 발전,
36) IGW, 46쪽; 이에 대해서는 하버마스의 해석 참조. J. Habermas, “Eine
Politische Verfassung für die pluralistische Weltgesellschaft”, in:
ders., Zwischen Naturalismus und Religion, Ffm., 2005, 327쪽.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과 인정(문성훈) 207
경우에 따라서는 퇴보로 판단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세계질서는 얼마
나 많은 사람들이 그 누구를 위한, 그 무엇을 위한 수단도 아닌 목적 그
자체로 대우 받느냐에 따라 그 발전 수준이 평가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역사철학적 사회비판은 동전의 양면처럼 사회철학적 사회비판을 가능하게
한다. 즉 인간을 수단이 아니라 목적으로 대우한다는 것은 모든 인간을 자
유롭고 평등한 존재로서 대우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세계시민권을 통
해 보장되어야 한다. 따라서 현재 세계가 전 인류의 자유롭고 평등한 지
위를 보장할 수 있는 세계시민권적 체제를 얼마나 구축해 놓고 있느냐에
따라 정의로운, 내지 완전한 사회인가 그렇지 못한 사회인가가 평가될 수
있다.
둘째,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은 세계질서를 둘러 싼 사회 변혁적 투
쟁을 평가할 수 있는 규범적 척도를 제공한다. 앞서 설명했듯이 칸트는
역사발전의 가능성을 인간 상호간의 항쟁에서 찾는다. 왜냐하면 항쟁은
이성이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즉 인간이 이성과 자유를
자신만의 의도에 따라 실현하면서 인간 상호간의 항쟁이 발생하지만, 동
시에 이러한 항쟁은 서로의 자유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점을 깨닫게 함으
로써 모든 인간의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개개인이 최대의 자유를 향유할
수 있는 사회를 추구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노력 자
체가 아무런 방해 없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인간 상호간의
항쟁을 넘어서 완전한 시민적 법적 체제를 건설하는 과정 역시 현실과의
투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인류 역사의 진보는 항쟁에서
비롯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성취하는 과정 역시 항쟁이라는 것이다. 이
렇게 본다면 인간 상호 간의 항쟁은 두 가지 형태로 구별된다. 즉 하나는
이성과 자유를 자신만의 의도에 따라 관철시키기 위한 항쟁이요, 다른 하
나는 이러한 항쟁을 넘어서 모든 시민의 자유와 평등이 보장된 시민적 법
적 질서를 건설하기 위한 항쟁이 그것이다. 따라서 인류의 역사에서 벌어
지는 사회 변혁적 실천 역시 이러한 항쟁의 일종으로 본다면 이 역시 완
전한 시민적 법적 체제라는 기준에 따라 진보적, 또는 반동적으로 평가될
수 있다.
208 사회와 철학 제19호
이렇게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은 세계질서를 비판할 수 있는 규범적
틀을 제시하지만 이는 동시에 일정한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첫째, 칸트가
비록 현존 세계질서를 완전한 법적 체제라는 차원에서 비판할 수 있게 하
는 세계시민권 개념을 정립하고 있지만 그가 구체적으로 제시한 세계시민
권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는 오늘날의 상황에서 볼 때 아주 초보적인 것에
불과하며, 따라서 적시성을 갖기 어렵다. 즉 그것은 각국의 시민들이 타국
을 방문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타국에서 적으로 취급받지 않을 권리에
불과하며, 이것이 확장된다 하더라도 타국의 주민들과 물자를 거래할 수
있는 권리 정도로 한정될 뿐, 최소한의 자유로운 정주권이나 이주권 조차
포함하지 않는 것이었다.37) 따라서 세계시민권은 일국적 차원에서 보장된
시민의 권리가 세계적 차원으로 확장된 것이 아니며, 어떻게 보면 세계시
민권은 각기 자국에서 시민권을 향유하는 시민들이 자국의 경계를 넘어선
지역에서도 서로 공존할 수 있게 하는 가장 초보적인 우호의 조건을 법제
화 한 것에 불과하다. 물론 이러한 세계시민권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볼
때 가히 혁명적이라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는 서구 열강이 세계 각처에
서 약탈과 정복을 자행하는 것에 대한 전면적 거부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
다. 칸트가 서술하고 있듯이 당시 서구 열강은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을 때 이를 주인 없는 땅으로 간주했을 뿐만 아니라 원주민들을 전
혀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으며, 세계 곳곳에서 군대를 통해 거주민을 억
압하고, 전쟁을 확산시키고, 온갖 죄악상을 연출했다.38) 그러나 과연 방
문과 환대라는 초보적 권리만 보장하는 세계시민사회를 이성이 완전히 실
현된 상태, 내지 모든 인간이 자유롭고 평등한 존재로 대우받는 사회질서
라고 할 수 있을까? 왜냐하면 방문과 환대란 일종의 여행의 권리에 지나
지 않으며 타국에 정착하여 자신의 이성과 자유를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
은 원천적으로 고려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칸트가 방문과 환대
37) 이재승, 「칸트 법철학에서 세계시민과 세계국가의 구상」, 법철학연구 2001
/2, 한국법철학회, 62-64쪽 참조.
38) 칸트, 영원한 평화를 위하여 , 38쪽.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과 인정(문성훈) 209
의 권리를 세계시민권으로 제시한 것은 그 누구도 지구상의 어떤 지역에
대해서도 우선권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이란 점을 염두에 둔다면 사실 모
든 인간이 자국의 영토에서만 살아야 하는 것도 아니다.
물론 칸트가 세계시민권을 방문과 환대의 권리로 한정한 것은 당시의
시대적 상황이 그 이상의 권리를 필요로 할 만큼 충분히 세계화되지 않았
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당시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세
계적 차원의 교류가 확산된 오늘날의 상황에서 이러한 초보적 세계시민권
만으로 모든 인간의 보편적 자유의 실현을 보장한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불
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떤 권리가 오늘날의 상황에 맞게 인류의 보편적 권
리로 보장되어야 할까? 아마도 이러한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근본적으로 전
인류가 세계적 차원에서 자신의 자유를 실현하면서 자신의 삶에 대해 자존
감을 갖게 하는 것을 저해하는 인간 상호간의 다양한 항쟁들은 어떤 것인
가 하는 점과 관련된다. 왜냐하면 항쟁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면,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권리 역시 알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적했듯이 오늘날 세계는 탈국경화와 세계화가 확대되면서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영역에서 하나의 통합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흡사
이 네트워크를 유목민처럼 이동하는 개개인을 보편적 구성단위로 세계 공동
체가 출현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 이러한 흐름은 인류의 화해와 통합을 확
대시킨다기보다는 역으로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갈등과 저항, 즉 인간 상호
간의 항쟁을 낳고 있다. 그러나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은 이렇게 다양화
된 인간 상호 간의 항쟁을 해결하기 위한 세계시민권을 설정하는데 있어서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이는 단지 세계시민권을 방문과 환대의 권리로
한정했던 시대적 한계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 이유는 칸트의 세계시민
사회이념이 전제하고 있는 항쟁 개념이 오늘날 요구되는 세계시민권이 무엇
인지를 구체화시킬 수 있을 만큼 정교화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칸트는 인간 상호간의 항쟁이 발생하는 이유를 타인과 함께 살면서도
자신만의 의도에 따라 이성을 사용하고 자유를 실현하는 것, 따라서 자신
만을 목적으로 설정하고 타인을 수단화하는 것, 그리고 이로 인한 타인의
저항을 봉쇄하기 위해 타인보다 우월해지려는 데에서 찾는다. 이런 점에서
210 사회와 철학 제19호
그에게 인간 상호간에 벌어지는 항쟁은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 성향 때문
에 벌어진 일종의 우월성 투쟁이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항쟁의 원인을
단순화시킨다면 그 해결책은 모든 인간에게 보편적으로 동등한 권리를 보
장할 수 있는 법적 질서를 형성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자신을 목적으로 설
정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유를 실현하게 한다는 일반적 원칙으로 축소
되고 만다. 따라서 구체적으로 어떤 식의 권리가 필요한가 하는 문제는 여
전히 대답되지 않은 채로 남는다. 이런 점에서 칸트의 항쟁 개념으로는 오
늘날 전 세계적 차원의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을 개념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이 이러한 갈
등에서 벗어나 자신의 자유를 실현하고 자신에 삶에 자존감을 갖기 위해서
는 어떤 보편적 권리가 보장되어야 하는지 그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다. 물
론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 자체는 탈 국경화 시대의 세계질서를 모색하
는데 있어서 충분한 규범적 지침이 될 수 있지만, 그 개념적 한계 때문에
오늘날의 새로운 시대 경험을 이론적으로 수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
5. 세계시민사회이념의 인정이론적 재구성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이 현존하는 세계질서를 비판할 수 있는 규범
적 토대를 제공함에도 그 시대적, 개념적 한계 때문에 새로운 시대경험을
이론적으로 수용하는데 문제가 있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칸트의 세계시민
사회이념의 규범적 핵심을 유지하면서도 그 한계를 극복하고 이를 오늘날
의 시대적 상황에 맞게 재구성하는 작업이다. 악셀 호네트의 인정이론은
이러한 작업을 위한 적절한 개념 틀을 제공한다. 왜냐하면 인정이론은 보
편적 권리의 확대를 역사적 진보로 본다는 점에서 칸트의 입장과 궤를 같
이 하면서도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을 포
섭할 수 있는 투쟁 개념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갈등의 해결을
보장하는 보편적 권리 역시 다원화시킬 수 있다.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과 인정(문성훈) 211
인정이론이란 악셀 호네트가 사회적 관계에 대한 청년 헤겔의 통찰을 경
험 과학적으로 체계화시킨 것을 말하며,39) 여기서 핵심이 되는 것은 다음
과 같은 이론적 통찰이다. 즉 개인의 자기의식, 내지 자아정체성은 타인과의
갈등과 상호 인정 과정을 통해 형성될 뿐만 아니라, 이 상호 인정은 개인의
성공적 자아실현의 조건이 된다는 점에서 도덕적 정당성을 갖는다. 그리고
한 사회의 도덕적 발전은 점차 고도화되는 개인의 정체성 요구에 상응하여
사회적 인정의 대상과 내용을 확장하려는 인정투쟁을 통해 달성된다. 따라
서 이러한 이론적 통찰을 전제한다면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은 다음과 같
이 재구성될 수 있다. 즉 세계시민으로서의 자기의식은 세계적 차원에서 벌
어지는 갈등과 상호 인정 과정을 통해 형성되며, 세계시민사회는 세계시민
으로서의 정체성 요구가 고도화됨에 따라 점차 세계적 차원의 사회적 인정
의 대상과 내용을 확장하려는 인정투쟁을 통해 발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재구성은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영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을
자기의식의 발전과 이에 따른 인정투쟁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그 해결 방안으로 보편적 권리의 다양화를 제시하도록 한다.
그러나 이러한 재구성이 인정이론의 세계시민사회이론으로의 확장이 아
니라,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에 대한 인정이론적 재구성인 이상 그것이
정당성을 갖기 위해서는 비록 구체화되지는 않았지만 칸트의 세계시민사회
이념 자체에 인정이론적 단초가 내재되어 있음이 입증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러한 재구성은 사실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과의 이론적 연관성
을 주장하기 어렵다. 물론 인정이론은 칸트 이후에 등장한 헤겔에 기원한
다는 점에서 헤겔과 칸트 철학의 차이처럼 이 둘은 양립 불가능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과 인정이
론이 일정 정도 수렴하고 있음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는 무엇
보다도 법을 매개로 한 사회적 관계, 그리고 항쟁을 매개로한 역사적 진보
에 대한 칸트의 입장 때문이다.
39) 문성훈, 「악셀 호네트. 병리적 사회 극복을 위한 인정투쟁」, 프랑크푸르트학
파의 테제들 , 옹기장이 2010.
212 사회와 철학 제19호
첫째, 칸트가 말하는 사회적 관계가 개념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분
명치 않지만 그의 ‘반사회적 사회성’에 대한 설명은 그가 염두에 두고 있는
사회적 관계가 어떤 것인지 그 단초를 제공한다. 즉 ‘반사회적’이란 표현이
개인이 자신만의 의도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자신과 타인을 구별하고 분리
시키는 성향을 의미한다면, 아마도 사회적이란 자신만의 의도가 아니라,
보편적 의도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타인과 통합하려는 경향을 의미한다고
추론할 수 있다. 또한 칸트에게 개인이 사회를 유지하려는 것은 이 속에서
자신이 인간으로서 갖는 자연적 소질, 즉 스스로를 목적으로 설정하는 이
성적 능력이 발전됨을 느끼고 이에 대한 자존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란
점을 상기한다면 결국 칸트에게 사회적 관계란 각 개인을 포괄하는 보편적
의도에 따라 형성된 것일 뿐만 아니라, 각 개인들로 하여금 자신에 대한
자존감을 경험하게 하는 도덕적 인간관계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칸트에
게 사회적 관계란 모든 인간관계를 포괄하는 것은 아니며, 한 개인이 타인
을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취급하는 부도덕한 관계는 사회적
관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런 관계는 보편적 의도에 기초한 것
도 아니며, 이를 통해 수단화된 개인은 자신을 목적으로 설정하는 이성적
능력을 발휘할 수도 없고, 결국 이성적 존재로서의 자존감 또한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는 반사회성이란 표현과 비교하여 반사회적 인간
관계라 규정할 수 있을 것이다.
칸트가 생각하는 사회적 관계의 구체적 예는 법적 관계 속에서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인간 간의 가장 기초적인 관계라고 볼 수 있는 가족 관계는
남성과 여성의 성적 충동에 기인하지만, 이는 법적 결혼을 통해 이성적 관
계로 전화되면서 각 개인은 본능적 충동에서 벗어나 서로의 성을 정당하게
사용할 수 있는 관계를 갖게 된다. 또한 시민 사회라는 법적 질서가 형성
되면서 인간은 자신의 이기적 충동에 따라 자신만의 자유를 실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자유뿐만 아니라 동시에 타인의 자유도 보장하는 공적 상
태에 놓이게 된다.40) 이러한 관계에서 알 수 있는 것은 각 개인이 법이라
40) 최인숙, 「칸트의 역사철학의 현실성」, 칸트 연구 , 한국칸트학회, 17집, 2006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과 인정(문성훈) 213
는 일종의 보편적 의도에 따라 행동할 때 서로의 자유를 보장하게 됨으로
써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인간이 자유를 발휘하며 자존감을 경험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는다는 점이다.
이런 법적 관계가 인정이론에서 말하는 상호 인정 관계로 해석될 수 있
다면, 이는 근본적으로 법적 관계 속에서 각 개인이 서로를 동등한 권리의
주체로 인정하고 있고, 따라서 이를 통해 각 개인 스스로도 권리의 주체라
는 자기의식을 형성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자유를 아무런 방해 없이 성공
적으로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정이론에서 말하는 상호 인정 관
계는 보다 포괄적인 의미에서 상호 주관적 관계를 말한다. 즉 인정이론에
따르면 개인의 자신에 대한 의식적 자각은 자기 자신을 대상화함으로써 얻
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에 대한 타인의 시각을 경험함으로써 이루어진
다. 그러나 그렇다고 개인의 자기의식이 단지 타인의 시각을 내면화함으로
써 형성된다는 것은 아니다. 자기의식은 오히려 타인의 시각과 이에 대한
자아의 무의식적 반응이 대립하고 갈등하는 과정뿐만 아니라, 이를 해결하
려는 상호 인정 관계 형성을 통해 확립된다. 따라서 상호 인정 관계의 형
성은 근본적으로 자기의식의 주체들이 상대방의 시각에서 자기 자신을 반
성하는 상호주관적 관계를 전제한다. 그렇다면 칸트가 말하는 법적 관계가
인정이론에서 말하는 타인을 통한 자신에 대한 자각과 이로 인한 갈등, 그
리고 상호 인정 관계 형성을 통한 갈등의 해소라는 역동적 과정을 통해 형
성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실 법적 관계 형성에 대한 칸트의 설명은 자기의식이나 개인적 정체
성 형성과는 무관하게 보인다. 왜냐하면 그에게 법적 관계의 형성은 핵심
적으로 각 개인이 자신만의 의도에 따라 자유를 실현함으로써 벌어지는 항
쟁 상황과 이를 극복하려는 이성적 능력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데 개인 간의 항쟁이 벌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지 이를 타인이 나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이라고 대답해야 할까, 아니면 더 나아가 타인이 나
년 6월, 354-355쪽 ; I. Kant, Die Metaphysik der Sitten, Werkausgabe
Ⅷ, 1982 Ffm., 389-392 (§§ 24-27), 429-459 (§§ 43-49)쪽.
214 사회와 철학 제19호
의 자유를 침해한 것은 그가 나를 자유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고, 자신의
자유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라고 말해야 할까? 이렇게 항
쟁의 이유에 대한 이해가 달라진다면 항쟁의 극복을 위해 형성된 법적 관
계의 의미 역시 달라진다. 즉 법적 관계는 단지 각 개인의 자유를 보장하
기 위한 것일까, 아니면 더 나아가 각 개인이 서로를 자유의 주체로 인정
하고, 따라서 성공적 자유 실현을 보장하기 위한 것일까? 또한 항쟁 상태
에서 법적 관계로 이행하게 된 것을 이성적 능력의 발전으로 본다면, 이는
자신의 자유를 일정 정도 제한하는 대가로 자신의 자유를 확실하게 보장하
려는 계산적 합리성의 발전을 의미할까, 아니면 자신을 다른 모든 인간과
동일하게 자유의 주체로 보려는 보편적 자기의식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일
까?
칸트는 이성의 발전을 도덕성의 발전과 동일시한다는 점에서 법적 관계
의 등장을 계산적 합리성이 발전한 결과로 보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그럴
경우 도덕성의 발전은 단지 완화된 이기주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칸트에 따르면 가장 발전된 이성적 능력이란 인간이 자신을 목적으로 설정
하는 것을 말하며, 이는 동시에 다른 인간도 자신과 동등한 이성적 인간이
라는 자각을 내포한다.41) 따라서 칸트에게 법적 관계를 형성하게 한 이성
의 발전이란 자신을 다른 모든 인간과 동등하게 보려는 보편적 자기의식의
발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이성의 발전을 자기의식의 발전으로 본다면 항쟁의 원인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법적 관계를 어떻게 이해할지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즉 자신만의 의도에 따라 자유를 실현하던 인간이 법적 관계에 도달하는
과정은 항쟁을 통한 자기의식의 발전 과정이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간
이 자신과 다른 동물들을 자신의 목적을 위해 수단화시킬 수 있는 것은 자
신이 동물들보다 우월한 존재라는 자기의식의 표현이며, 이러한 자기의식
은 자신만을 목적으로 설정하는 단계에서 다른 모든 인간 역시 나와 동등
한 존재라는 단계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항쟁의 원인은 각 개인이
41) 칸트, 「추측해 본 인류 역사의 기원」, 칸트의 역사철학 , 82쪽.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과 인정(문성훈) 215
타인을 자유의 주체가 아니라 자신의 자유 실현을 위한 수단으로 대우했기
때문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형성된 법적 관계는 각 개인이 서로를 자유
의 주체로 인정함으로서 서로의 자유 실현을 보장하는 관계라고 할 수 있
다. 이렇게 비록 칸트가 자기의식이란 개념을 사용하지는 않지만 그가 말
하는 이성의 발전을 자기의식의 발전 과정으로 본다면 칸트가 염두에 두고
있었던 사회적 관계는 사실인정 관계로 해석될 수 있다.
둘째, 이러한 칸트에 대한 인정이론적 해석을 더욱 강화할 수 있는 것은
항쟁을 통한 역사적 진보라는 그의 생각 때문이다. 앞서 설명했듯이 인정이
론은 인정투쟁을 통한 사회적 인정의 확대를 역사적 진보를 보며, 그 이유
는 이를 통해 보다 많은 개인에게 성공적 자아실현이 가능하다는 점에 있
다. 그렇다면 항쟁을 통한 역사적 진보라는 칸트의 신념은 이런 인정투쟁을
전제할 수 있을까? 앞서 설명했듯이 항쟁이 발생하는 것은 각 개인이 서로
를 자유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법적 관계의 형성이 이런 항
쟁의 해결책인 이유는 이를 통해 비로소 서로를 자유의 주체로 인정하기 때
문이다. 이러한 해석이 옳다면 항쟁의 발생과 법적 관계의 형성을 매개하는
것은 당연히 인정투쟁일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항쟁의 원인이 서로를 자유
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투쟁은 각 개인이
타인으로부터 자유의 주체로 인정받기 위한 것일 수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
에 그 결과인 법적 관계가 다름 아닌 상호 인정관계라는 것이다.
사실 각 개인이 타인과의 항쟁을 통해 경험하는 것은 각 개인 스스로
당연시 해 온 자유의 주체라는 자연적 믿음이 타인에 의해 부정당하는 것
이며, 동시에 타인을 자유의 주체로 인정하지 않는 자신의 무의식적 태도
에 대한 타인의 저항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인간 상호간의 항쟁
은 서로 상대방이 자유의 주체임을 부정한데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으며,
항쟁의 방향은 이러한 부정에 대해 투쟁하며 자신이 자유의 주체임을 인정
받기 위한 것이다. 물론 이러한 투쟁이 반드시 인정투쟁으로 나아가는 것
은 아니다. 왜냐하면 이러한 투쟁은 자신이 자유의 주체임을 부정하는 타
인을 파괴하는 데로 나아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과연 칸트에게
서 인간 상호간의 항쟁이 인정 투쟁으로 나아간다고 말할 수 있을까? 물
216 사회와 철학 제19호
론 이에 대한 명시적 답을 칸트에게 찾을 수는 없다. 인정 투쟁이란 개념
은 그에게 전적으로 낯선 개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쟁의 극복을 위해
형성된 법적 관계가 서로를 자유의 주체로 인정하는 상호 인정 관계이란
점에서 비록 칸트가 사용한 개념은 아니지만 법적 관계 형성의 전제는 서
로를 파괴하려는 투쟁이 아니라, 서로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투쟁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각 개인이 자유 실현을 보장하는 법적 관계 속에서만 자
존감을 경험할 수 있는 것도 이를 통해서만 자신이 단지 존재하는 것 이상
으로 자유의 주체라는 사회적 인정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각
개인이 이성적 존재로서의 자존감을 경험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인정이 절
대적이며, 법적 관계의 형성을 통한 항쟁의 종식은 타인으로부터 인정받기
위한 투쟁을 통해 매개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보편적 권리의 확대를 역사적 진보로 보는 칸트의 입장은 인정투
쟁을 통한 사회적 인정의 확대를 역사적 진보로 보는 인정이론적 입장과
일맥상통한다. 왜냐하면 인정의 확대란 한편으로 인정 수혜자의 확대를
의미하며, 사회적 인정의 표현이 법적 권리로 제도화할 경우 이는 법적
권리의 수혜자가 확대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유의 권리
가 점점 보편화됨으로써 그 수혜자가 확대된다는 것은 자유의 주체로 인
정받기 위한 투쟁을 통해 사회적 인정이 확대된다는 것과 동일하다. 그런
데 인정이론이 말하는 사회적 인정의 확대란 단지 인정의 수혜자가 확대
된다는 것뿐만 아니라, 인정의 내용 역시 확대된다는 의미이다. 즉 어떤
하나의 권리가 보편화되면서 이러한 권리의 주체로 인정받는 사람이 확대
되는 것뿐만 아니라, 권리의 종류가 다양화되면서 한 개인이 다양한 권리
의 주체로 인정받는 것도 사회적 인정의 확대라는 것이다. 칸트가 말하는
사회적 관계가 인정 관계로 해석될 수 있고, 이런 관계의 형성이 인정투
쟁에 의해 이루어진 것이라 하더라도, 칸트에게서 발견할 수 있는 한계는
그가 권리의 보편화를 진보로 보았지만 권리의 다양화에는 주목하지 않았
다는 점이다. 따라서 칸트가 세계시민권을 협소하게 규정한 것은 단지 그
의 경험적 한계 때문만이 아니라, 권리의 다양화가 아니라, 권리의 보편
화에만 주목한 그의 역사적 진보관이 갖는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과 인정(문성훈) 217
역사적 진보가 단지 권리의 보편화만이 아니라, 동시에 권리의 다양화를
의미한다는 인정이론의 진보관은 근대적 권리의 역사적 확대 과정에 대한
마셜의 고전적 연구에 의해 뒷받침된다.42) 즉 그는 어떠한 특권이나 예외
도 인정하지 않는 평등의 원칙이 근대적 법질서의 기본 원칙임을 전제하면
서 역사적으로 볼 때 근대법이 권리의 내용을 단계적으로 확대하여 왔음을
해명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18세기에는 개인의 자유, 생명, 소유권을 보
호하는 자유권적 자유권이 주를 이루었다면, 19세기에는 공공의 의사형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정치적 참정권이, 20세기에는 제반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실질적 조건을 마련하기 위해 사회 복지권이 새로운 권리로 도입
되었다. 그리고 이렇게 권리의 내용이 역사적으로 확대된 것은 공동체의
모든 구성원이 실질적으로 완전한 구성원으로 대우받는 것을 목적으로 한
다는 것이다.
이러한 마셜의 입장을 인정이론과 연결시킨다면 그 이론적 귀결은 개인
의 새로운 정체성 요구가 등장하면서 이의 실현을 보장하는 사회적 인정
역시 법적 권리를 통해 다양화되며, 그 궁극적 목적은 모든 사회구성원의
완전한 자아실현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칸트가 말하는 사회적 관계를 인정관계로, 그리고 역사적 진보를
인정투쟁을 통한 권리의 보편화와 다양화로 해석한다면 오늘날 세계적 차
원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갈등들을 포섭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에
대한 해법으로 다양한 세계시민권의 원칙을 제시할 수 있다. 왜냐하면 오
늘날 세계가 다양한 갈등과 저항에 직면해 있다면, 이는 새로운 자기의식
의 표현이며 동시에 이에 상응한 새로운 인정 요구를 함축한다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세계는 어떤 갈등에 직면하고 있으며,
또한 여기에 함축된 인정 요구는 무엇이라 할 수 있을까? 이는 아마도 정
치, 경제, 문화라는 세 가지 거시적 사회 영역에서 세계질서를 살펴본다면
대략의 윤곽을 확인 할 수 있을 것이다.
42) 악셀 호네트, 인정투쟁 , 200-202쪽; T. H. Marshall, Citizenship and
social class, in: Socialogy at the Crossroads, London, 1963.
218 사회와 철학 제19호
첫째, 1990년대 현실사회주의의 몰락 이후 세계경찰을 자임하고 나선
미국이 세계 공동의 적에 대한 국제적 응징을 인류의 보편적 과제인 양
선전하면서 새로운 세계질서를 형성하고 있지만 점차 패권주의적 성향을
드러내면서 오히려 국제적 분쟁과 테러의 요인이 되고 있다. 또한 전 세
계적 관심사에 대한 국제기구의 대응 역시 약소국이 의사결정과정에서 배
제됨으로써 서구 강대국의 이익을 전 세계로 확장시키는 전략적 도구로
변질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미국의 패권주의와 강대국의 독점적 의사결
정은 ‘세계적 차원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새로운 저항의 대상이 된
다. 그러나 이러한 저항이 단지 국가 간의 새로운 세력을 형성하면서 세
계 권력을 다극화시키거나 이들 간의 세력 균형을 목표로 하는 것만은 아
니다. 왜냐하면 국가중심의 의사결정구조에 저항한 시민사회조직과 사회
운동단체들이 초국적 연대를 강화하면서 개별국가, 국제기구를 넘어 전
세계적 차원의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는 제3의 세력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러한 초국적 연대는 구성원 개개인이 자신을 세계 공동체의 일
원으로 보는 세계 시민적 자기의식을 전제하지 않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
렇지 않다면 이는 개별 국가의 구성원으로서, 아니면 국제기구에서 각국을
대표하는 국적적 존재로서 전 세계적 차원의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
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초국적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자
기의식은 단순히 세계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자기의식만이 아니다. 왜냐
하면 초국적 연대는 국가나 국제기구 차원을 넘어 자신도 전 세계적 차원
의 의사결정주체라는 보다 발전된 자기의식을 전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
라서 이에 상응하여 초국적 연대는 이미 각국의 시민들이 국경을 넘어 세
계적 차원의 의사결정주체로 인정받으려 한다는 것을 함축한다.
둘째,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는 생산의 효율성과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자
본과 노동의 국경 없는 이동을 촉진시키고 있지만 세계화된 생산 과정이
자신들의 경쟁을 위해 국가 기구를 수단화하는 초국적 자본과 이들 간의
네트워크 하에 놓이게 되면서 세계 노동 인구가 다층화 된다. 즉 이러한
세계화 체제 속에서 고용안정과 높은 연봉을 누리는 최소 규모의 핵심부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과 인정(문성훈) 219
노동자층과 고용불안과 복지삭감에 시달리는 대다수 주변부 노동자층, 그
리고 세계화된 생산 과정에 통합되지 못한 채 일자리를 찾아 전 세계적으
로 이동하는 비고용 노동자층이 그것이다. 이러한 노동 인구의 다층화는
소득불평등과 생활수준의 격차로 말미암아 ‘세계적 차원의 분배 정의’를 둘
러 싼 사회적 갈등과 적대의 요인이 되고 있으며, 이러한 대립 구조가 초
국적 자본을 통해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저항 역시 초국적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제반 사회운동세력들이 연대하여 대안적 세계경제질
서를 형성하려는 세계시민사회적 전망이 등장하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바로 이러한 대안적 세계경제질서를 모색하려는 저항 세
력의 자기의식이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물론 그 토대가 되는 것은 초국적
자본이 전 세계적으로 하나의 통합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이
에 대한 저항 역시 초국적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는 일종의 경제
적 공동체 의식일 것이다. 따라서 현존하는 경제적 세계질서에 대한 저항
은 이러한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자기의식, 그것도 자신들이 세계적 생산
체제의 구성원으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비판적 의식 없이
는 불가능하다. 이런 점에서 경제적 세계화로 인한 노동인구의 재구조화가
낳은 세계적 차원의 저항이 그 어떤 대안적 질서를 모색하던 그것은 필연
적으로 자신들도 동등한 생산의 주체로 인정받고자 하는 규범적 요구를 전
제할 수밖에 없다. 셋째, 지역 간의 시간적, 공간적 거리가 사라지고 동
시적 문화가 가능해지면서 전 지구가 하나의 생활세계를 이루게 되었지만
이는 동시에 문화권 간의 충돌이라는 새로운 갈등의 요인이 된다. 왜냐하
면 정보, 통신, 교통 기술의 발전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기 시작한
문화란 바로 전 세계적 차원에서 의사결정과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주도
하는 서구 열강의 문화이며, 이는 타 문화에 대한 평가절하와 타 문화권
출신에 대한 배타성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서구 문화의
헤게모니화 경향은 ‘세계적 차원의 문화적 공존’을 위한 저항의 원인이 되
고 있으며, 이는 각 문화권이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집단적 저항
으로 드러날 뿐만 아니라, 구체적 생활 현장에서 일어나는 문화적 무시에
대한 개인적 저항의 성격을 갖는다.
220 사회와 철학 제19호
이러한 저항은 그것이 집단적이던 개인적이던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한 것으로 이는 각 저항의 주체들이 세계 공동체의 구성원이
라는 새로운 자기의식을 갖고 있음을 반영한다. 왜냐하면 타 문화권이나
타 문화권에 소속된 사람들에게 인정을 요구한다는 것은 자신이 이미 그
들과 함께 세계 공동체에 소속되었다는 새로운 공동체 의식을 전제하지
않는 한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러한 자기의식은 자신이 세계
공동체의 동등한 구성원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타인과 구별되는 개성적
존재임을 함축하고 있다. 자신의 문화적 정체성을 인정받으려 한다는 것
은 자신의 문화적 차이에 대한 인정 요구와 동일한 것이기 때문이다. 따
라서 문화적 갈등 속에서 발견될 수 있는 것은 이제 각 개인이 서구 문
화의 헤게모니화 경향에 맞서 자신의 문화적 개성을 인정받으려 한다는
점이다.
이렇게 볼 때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차원에서 세계적 네트워크 형성은
동시에 세계적 차원의 민주주의, 분배 정의, 그리고 문화적 공존을 둘러싼
갈등과 저항을 야기하고 있으며,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영역에서 그 수
혜자가 세계적 차원의 통합된 지배층을 형성할 때 일종의 양극화 현상으로
첨예화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칸트의 사고의 빌린다면 이는 세계적 차원
에서 시민 사회적 법적 체제를 형성할 수 있는 역사적 진보의 계기가 될
수 있으며, 이를 달성할 수 있는 길은 각 개인을 정치적 의사결정 주체,
경제적 생산 주체, 문화적 개성 주체로 인정함으로써 세계시민적 권리를
다양화시키고 확대시키는데 있을 것이다.
6. 나가는 말
이렇게 세계시민사회이념을 인정이론적으로 재구성한다면, 갈등해결과
보편적 권리의 보장이라는 칸트의 규범적 관점을 유지하면서도 세계질서
를 비판할 수 있는 대안적 모델을 도출해 낼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세
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과 인정(문성훈) 221
계질서 비판과 대안 모색을 가능하게 하는 규범적 기준의 분열을 의미하
는 것은 아니다. 왜냐하면 정치적 의사결정 주체, 경제적 생산 주체, 문
화적 개성 주체로의 인정이 필요한 이유는 이를 통해 완전한 사회구성원
으로서의 성공적 자아실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세 가지 주
체로의 인정에 상응하여 인류의 보편적 권리를 다양화한다는 것 역시 인
류를 세계 공동체의 완전한 구성원으로서 대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갈등을 통해 점차 고도화된 자기의식에 도달하며, 이는 다
양한 정체성 차원으로 표현된다. 즉 인간은 다른 인간과 동등한 이성적
존재, 다른 인간과 구별되는 개성적 존재, 또한 노동을 통해 자신의 능력
을 발휘하는 생산적 존재라는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행복이 다름 아닌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감에 있다면, 이는 다양한 정체성 차원으로 구성된
개인적 자아가 성공적으로 실현될 때 느낄 수 있는 만족감일 것이다. 인
정이론은 바로 그 조건을 사회적 인정으로 규정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타
인의 인정을 경험할 때 자신에 대한 긍정적 의식을 가질 수 있을 뿐만 아
니라, 타인의 보장 하에 자기 자신을 적극적으로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
다. 이런 점에서 세계질서의 규범적 정당성은 세계 사회구성원의 성공적
자아실현을 보장하는 사회적 인정의 지속적 권리화에서 찾을 수 있다.
따라서 세계 사회구성원에 대한 인정의 유보나 무시는 인류의 성공적 자
아실현을 저해하는 파괴적 현상으로 비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
적 인정의 확대를 세계 사회가 추구해야 할 ‘규제적 이념’으로 설정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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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트의 세계시민사회이념과 인정(문성훈) 225
Kant's Idea of the World Civil Society and
Recognition
Moon, Sung-hoon
【Abstract】
Since the world in the 1990s has begun to be reorganized as the
political, economical, and cultural network which consists of mankind,
has it become the main debate in the social-political philosophy, what
is the basic principle of world order. In this debate Kant is a
influential pioneer, because he presents the idea of the world civil
society that is the normative foundation for criticism of world order
and it's principle. But Kant's idea has empirical and conceptual
limits. In this article I try to summarize the theoretical paradigm-shift
in the area of the international politics and the social-political
philosophy and to explain what is the critical social theory in the
world scale and why is it necessary. And I try to explain Kant's idea
according to three concepts: fitness of purpose, antagonism, civil
society, and to make clear where is it's merits and demerits. Finally
on the basis of recognition-theory I try to reconstitute Kant's idea of
the world civil society in order to maintain it's normative core and to
overcome it's limits. I think that Honneth's recognition-theory appropriate
conceptual flames for this attempt.
226 사회와 철학 제19호
Key word: world civil society, world civil rights, recognition, democracy, justice of
distribution, cultural pluralism
논문접수일: 2010년 2월 26일 논문심사일: 2010년 3월 5일 게재확정일: 2010년 3월 17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