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해가 벌써 산 너머 아래에서 빛을 발광하고 있었다. 시간은 벌써 새벽 5시를 넘기고 있었다.
차에서 미지는 신수한에 대하여 궁금한 것이 상당히 많은 상태였다.
그녀는 한참 윤유주를 힐끗거리며 수한에게 참았던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
"신수한! 넌 나에게 숨긴게 있는 거지?"
수한은 운전을 하면서 백미러로 그녀의 표정을 확인하며 말했다.
"숨긴 거 없어."
"그럼 어떻게 나를 찾아온 거지?"
"작년에 너를 만났을 때는 몰랐지. 최근에 목포에 사건이 터진 뒤에야 나도 알게됐어. 나도 사실 언더커버였어."
"이중스파이 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던 거야?"
"그래. 나는 이미 대학생 때 정치를 한다는 놈들이 다 한 패라는 것을 알고 있었어. 그리고 형성된 반정부 TSS에 들어가게 된 거지."
"정말 놀랠 놀자네. 네가 나와 같은 소속이었다니. TSS는 사실상 탑시크릿서비스니 오현우 대통령의 직속 비밀정보국이나 다름없으니 반정부라 볼 수는 없지."
"왜 나에게 그때 말하지 않았지?"
"그야 넌 반도안보국 팀장이었으니까."
"잘했다고 칭찬하는 거였어."
"쳇!"
윤유주는 마치 연인처럼 대화하는 둘 사이를 껴들 수가 없어서 왠지 부아가 올랐다.
사실상 유주는 수한과 사랑을 나눈 사이지만 미지처럼 그런 친분관계는 아니었다.
그런 유주의 마음을 읽었는지 미지는 피식 미소를 지으며 수한에게 말했다.
"유주씨랑 사귄지는 오래 된거야?"
유주는 더이상 침묵을 유지하기 싫어서 입을 열었다.
"네. 하지만 얼마 안됐어요. 사실상 사귄다고 못을 박기는 그렇고요. 지금은 서로 감정을 교류하는 중이죠."
"축하드려요. 좋은 관계 계속 이어가셨으면 해요. 저는 오래 전 남편을 잃어서 이제는 그냥 솔로로 살면서 지난 잘못에 대하여 반성하는 중이니까요."
유주는 그녀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 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더이상 말을 이어가면 예의가 아닌 것 같았다.
미지는 그가 비밀정보국에 어떻게 들어가게 됐는지 궁금했다.
"어떻게 들어온거야? 대학교 중태하고?"
수한은 문득 대학생당시의 일이 떠올랐다.
그때 미지를 보고 그는 사랑에 빠졌었다.
새벽 해가 벌써 산 너머 아래에서 빛을 발광하고 있었다. 시간은 벌써 새벽 5시를 넘기고 있었다.
수한은 유주와 미지와 함께 장시간에 걸쳐 중부내륙을 가로질러 서울 장위동의 안전가옥에 도착했다.
장위동 안가에는 이산인이 그들을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었다.
산인은 미지에게 눈인사를 한 뒤 검지를 들어 그녀가 양 어깨에 매고 있는 가방을 가리켰다.
"변종바이러스인가요?"
미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가방을 이산인에게 건네 주었다.
"네. 맞아요."
"당분간 변종바이러스는 내가 보관하겠어요."
산인은 말하는 도중 시계를 쳐다보았다.
"지금 당장 이곳을 빠져 나가야 해.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 곳곳에 스나이퍼가 배치되어 있다. 이미 이곳은 노출됐어. 자네들이 도착한 순간!"
수한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소장님, 그럼 지금 이곳이 위험하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래! 설명할 시간이 없다."
산인은 말을 마치기도 무섭게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 힘차게 테이블을 옆으로 밀고 바닥에 깔린 양탄자의 양쪽 끝을 확 잡아당기자 바닥에 붙어있던 양탄자가 두두둑 하며 뜯어졌다. 양탄자 밑에는 문고리가 달린 사각 모양의 뚜껑이 있었고 산인이 문고리를 잡아당겼다. 사각 문을 위로 열어 올리자 뚜껑 아래에는 아래층 집으로 통하는 통로가 길게 이어져 있었다.
"어서들 따라와."
다소 놀란 듯한 미지와 유주, 수한은 이산인을 따라 차례차례 통로의 계단을 밟고 내려갔다.
마지막으로 내려간 수한은 문을 닫는 것을 잊지 않았다.
창문이 와장창 깨지며 두 개의 연막탄이 집 안으로 날아 들어왔다. 연막탄은 푸른색 가스가 뿜어내며 색깔 진한 연막가스가 집 안을 가득채웠다.
침입자들은 인간 탑승용 기갑로봇 병기인 검은 빛깔의 스페셜 아머 유닛(SAU, Special Armor Unit)이었다.
투명 방탄창 속 백인 SAU 대원들이 눈에 불을 켜고 주변을 스캔하기 시작했다.
연막탄으로 가득찬 내부를 고글 투시경으로 살피던 그들은 밑바닥에 정교하게 제작된 사각형 문짝을 발견했다. 그 중에 팀리더인 캐빈 렉스가 여러 대원들에게 로봇의 오른 쪽 검지 손가락을 아래로 향한 채 두 차례 신호를 보냈다.
다섯 명으로 구성된 SAU팀들은 양팔에 달린 기관단총의 총구를 바닥 아래로 향한 뒤 자신들의 주변의 원형을 그리며 발포했다.
거친 화염이 불을 뿜으며 바닥에 둥그런 형태로 구멍을 내자 거대한 불꽃과 소음으로 온 건물이 진동했다.
순식간에 바닥이 폭삭 내려앉으며 전술팀원도 함께 바닥으로 떨어지며 가볍게 잔해 위로 착지했다.
산인과 미지, 수한, 유주는 이미 외부 계단을 타고 신속하게 2층에서 1층으로 이동하고 있었다.
SAU 전술팀들은 창문 방향으로 일제히 몸을 날려 유리창을 깨면서 튀어 나가 골목 위로 착지했다.
그들은 맞은편으로 목표물들이 도주하는 것을 확인고 기관단총을 들어올렸다.
어마어마한 불꽃과 대포알 같은 총알들이 총구에서 뿜어져 나오며 도주하는 산인, 수인, 미지, 수한의 등을 향해 쏟아졌다.
총알들은 무자비하게 그들의 등을 뚫고 지나가며 맞은 편 벽을 박살냈다.
이산인 일행들은 분명 등에 총알 세례를 받았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듯 계속 달리고 있었다.
대원들이 확인한 목표물의 뒷모습은 실제가 아닌 홀로그램이었다.
이산인이 이미 그 상황을 예측하고 주변에 홀로그램 빔프로젝터 장치와 카메라들을 달아놓은 것이었다.
타탕탕탕
그때 사방에서 스나이퍼들의 총알이 날아와 여러 SAU 전술 팀원의 가슴에 명중됐다. 하지만 그들에게 전혀 피해를 주지 않고 그저 불꽃만 튕길 뿐이었다.
SAU팀들은 저격수들을 찾기 위해 사방을 둘러보았다. 곧이어 50미터 정도 떨어진 반대편 아파트 형 빌라 방향에서 스나이퍼들의 움직임이 발견되었다.
저격수들은 심장을 조준하여 저격했지만, SAU대원들의 기갑은 총알을 맞아도 꿈쩍도 안 했다.
고글의 원적외선으로 저격수들을 조준한 로봇전술대원들은 저격수를 향해 발포했다.
쩌렁쩌렁한 굉음과 진동을 일으키며 기관총에서 불을 뿜었다.
저격수 세 명이 있는 건물이 대포 수준의 총알에 허무하게 무너져 내렸다. 사망한 저격수들의 온몸에는 주먹 크기 만 한 구멍이 뚫려 있었다.
마지막 한 명의 저격수가 몸을 피했지만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채 그가 있던 집이 처참히 무너져 내렸다.
산인이 미리 정해 놓은 길목으로 대피를 하자 무장된 신형 SUV 지프 차량 몇 대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장요원 팀장 안광식이 나와서 그들을 맞이했다.
산인은 수한과 미지, 유주에게 말했다.
"안광식 요원은 TSS(Top Secret Service) 비밀정보국 전술팀이야. 안요원님이 중간 안가로 데려다 줄거니 거기서 날 기다려. 나는 이 변종바이러스를 처리하고 돌아올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