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한전 강당에서 어울림 공연을 보고 회원들을 만나 반가웠습니다. 이런 것 여기 음악동호회에 올려도 되나 조심스럽긴 한데, 전에 제가 이병욱 교수님을 어섬비행장으로 모시고 가서 체험비행을 시켜드렸기에 한번 조심스럽게 올려봅니다.
양 승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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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하늘 항공축제 가는 길
지난 토요일(2008. 11. 15.) 공주시 의당면 수촌리 들녘 옆 정안천 공주경비행장에서 열리는 제1회 공주하늘 항공축제에 다녀왔습니다. 전국의 초경량항공기 동호회원들의 축제의 날이라고 할 수 있지요. 저도 팬텀비행클럽의 회원으로서 이 축제에 다녀왔읍죠. "네? 항공축제니 항공기 타고 갔다왔냐고요?" "ㅎㅎ 물론 그렇습죠."
낮 1시 경기 화성시 송산면 고포리의 어섬비행장. 김포항공관제단의 운항허가를 받은 저는 스로틀(throttle)을 깊숙이 밀어 넣어 출력을 최대로 올리면서 조정간을 잡아당겨 평소에 타고 다니는 스카이레인저를 하늘로 끌어올렸습니다. "네? 직접 조정하였느냐고요?" "그렇습죠."
"면허가 있냐고요?" 아직은 배우는 단계라 면허가 없습니다. 그러나, 지난 6월에 필기시험에 합격하고, 바로 얼마 전에 20시간의 비행시간을 기록하여 드디어 실기시험 볼 자격이 되었습니다. 20시간의 비행시간 중에는 솔로비행 5시간을 채워야 하지요. 물론 혼자 타는 것이 아니라 교관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가운데에 혼자 조종하는 것입니다. 이제 12월에 실기시험에 합격하면, 후후! 저도 드디어 조종사 면허를 따게 됩니다.
어섬비행장을 이륙한 저는 기수를 남동쪽으로 돌려 공주를 향해 내려갑니다. 그동안 시화호 일대의 비행공역만 빙빙 돌다가 처음으로 이를 벗어나 비행을 하니 기분은 정말 날아갈 것 같습니다. 아니지, 진짜 날아가고 있는 것이지.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날씨가 쾌청하면 더할 나위 없이 최고일 텐데, 아쉽게도 안개가 많이 끼었습니다. 안개 때문에 김포관제단에서도 가급적 운항을 자제해달라고 하였지만 공주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항공축제 때문에 비행은 허가해주더군요.
그동안 익숙한 지형만 내려다보다가 처음으로 낯선 땅 위를 날아가고, 게다가 안개 때문에 시야가 멀리까지 나오지 않으니 제 몸은 긴장으로 조금 굳어져 러더(rudder) 위에 올려놓은 제 발이 뻣뻣한 게 조금은 아프기도 합니다. 그러나, 든든한 김교관님이 옆에 앉아계시니 두려울 것은 없습니다.
바로 발밑으로 요트들이 모여 있는 정곡항을 지나, 화성호를 건너는데 왼쪽으로 현대자동차 주행시험장이 보입니다. 저걸 보니 예전에 수원지방법원에 근무할 때 저 주행시험장에서 시속 200km 이상으로 달리는 시험자동차에 타봤던 것이 떠오릅니다. 코너링을 어떻게 설계하였는지 그렇게 빨리 달리는 자동차에서 핸들을 놓았는데도 차가 이탈하지 않고 코너를 따라 돌더군요. 발안컨트리클럽을 지나니 땅 위를 남북으로 길게 가로지르는 서해안 고속도로가 나타나 우린 고속도로를 가로 질러 아산호로 나아갑니다. 바로 오른편 밑으로 아산만 방조제가 보이고 시선을 왼편으로 더 멀리 두니 서해대교의 교각들이 안개 속에 희미하게 보입니다.
아산호를 건너는데 조종석 전면 유리창 너머로 이제껏 평평하던 땅이 갑자기 불쑥불쑥 솟아오릅니다. 전방 11시 방향으로 고용산이, 1시 방향으론 영인산이 우리를 맞이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 영인산을 2005년 서울지방변호사회 봄철 산행 때 넘었는데, 오늘은 그보다 높은 허공으로 영인산을 넘네요. 저는 비행기 기수를 무명산과 영인산 사이로 향하게 하면서 고도를 1,800피트로 올립니다. 산과 산 사이에는 계곡풍이 불기 때문에 낮게 계곡을 통과하다간 자칫 돌풍을 만날 수도 있기 때문이죠. 고도를 1,800피트로 올렸건만 그래도 비행기가 흔들흔들합니다.
이제 밑에는 아산 시가지입니다. 김교관이 아산 공설운동장을 찾아보라고 합니다. 그걸 기점으로 하여 다시 비행기 방향을 정하려는 것이죠. 열심히 눈을 돌리고 있는 제 레이다에 드디어 공설운동장이 잡혔습니다. 우린 여기서 다시 방향을 왼쪽으로 더 틀어 배방산을 왼쪽으로 돌아 내려갑니다. 그대로 직진하였다간 금북정맥(차령산맥)의 광덕산, 망경산 등의 높은 산을 넘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수를 좀 더 올려 넘어가면 되지만, 안개에 밑의 지형을 놓칠까봐 안전하게 우회하였습니다. 배방산을 돌 때 경부고속철도가 힘차게 지나가고 있는데, 그 중간의 큰 역사(驛舍)는 아산역이 틀림없겠죠?
곧바로 천안-논산간 고속도로와 그 왼편을 나란히 가는 23번 국도가 나타나 저는 비행기를 고속도로 위에 나란히 올려놓고 내려갑니다. 이렇게 고속도로를 따라 내려가면 길 잃어버릴 염려는 없겠지요? 앗! 갑자기 고속도로가 사라집니다. 고속도로가 잠시 차령터널 속으로 사라진 것이죠. 비행기 기수를 좀 더 올리니 고속도로가 반대편으로 빠져 나오는 게 보입니다. 저는 지금 금북정맥을 넘고 있습니다. 2006. 10.에 안성 칠장산을 오를 때 한남정맥과 금북정맥이 갈라지는 지점에서 마음만 훨훨 금북정맥을 따라 내려갔는데 오늘은 비행기로 금북정맥을 넘고 있읍니다그려.
나란히 달리던 고속도로와 국도가 이별하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이별하면 우린 어떡합니까? 우리는 고속도로에 미안하다 하고 국도를 따라갑니다. 이제부터 정신 바짝 차려야 합니다. 5km 정도 더 가면 우리가 내려야 할 공주경비행장이 보여야하니까요. 저와 김교관은 열심히 머리를 좌우로 돌리며 비행장을 찾습니다. 이 비행장 만든지 얼마 안 되어 김교관도 처음 오는 것이라네요. 비행장 못 찾으면 큰일이겠지요? 그러나, 헤드셋을 통하여 비행장에서 교신하는 소리가 들리고 있어 비행장이 멀지 않음을 느끼겠습니다. 드디어 예리한 김교관의 안테나에 비행장이 잡히고, 비행장으로 다가가니 이미 전국에서 모인 경비행기들이 비행장에 앉아 있거나 비행장 주위를 선회하고 있습니다.
처음 오는 비행장이라 착륙은 김교관에게 맡겼습니다. 그런데, 착륙하는데 활주로 길이가 어섬 비행장보다 훨씬 길어 이 정도면 저도 충분히 내리겠습니다. 드디어 비행기 바퀴가 활주로에 닿는데, 제가 주조종석에 앉아 있는지라 비행기 제동은 제가 해야 합니다. 이윽고 속도를 줄인 비행기를 활주로에서 벗어나 안전하게 계류장에 세우고 비행기에서 내리니 시계는 2시를 넘어서고 있습니다.
긴장이 풀리니 배에서 쪼르륵 소리가 나는데 다행히 주최측에서 도시락을 줍니다. 우리가 점심 도시락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개회식이 시작되었습니다. 공주시장님은 비록 비행은 못하지만 멋지게 비행복을 차려입고 축사를 하시고, 탈렌트 배도환도 한마디 합니다. 배도환도 비행을 하는 줄은 몰랐네요. 전국의 초경량 항공기의 동호회 회원들이 다 모이니 정말 축제 분위기 속에서 베테랑 교관들이 곡예비행 시범도 하고, 편대로 비행하면서 꼬리로 비행구름을 길게 늘어놓기도 합니다. 그리고, 땅위에선 꼬마들이 신기한 듯 이 비행기에서 저 비행기로 뛰어다니고 있고요.
축제는 일요일까지 이어지는데 저도 내일까지 축제에 참가하고 다시 비행기로 올라오고 싶으나 이번 일요일은 1년에 한번 밖에 없는 추수감사절인데 교회를 빠질 수는 없겠죠. 하여 저는 눈물을 머금고 김교관과 어섬비행장에서 온 다른 회원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비행장을 빠져나와 공주고속버스터미널로 향합니다. 다행히 전주에서 자가용으로 올라온 동호회 회원이 돌아간다기에 그 승용차로 터미널까지 신세를 졌죠. 5:30 고속버스에 올라탔습니다. 올 때는 거침없이 하늘을 날아왔지만, 가는 길은 땅에 붙어 달려갑니다. 문득 내가 날아온 하늘을 쳐다봅니다. 머릿속으로 오늘의 날아온 길을 그려보는데 다시금 몸속에 아드레날린이 솟는 듯합니다. 오늘은 정말 하늘을 나는 자유를 마음껏 누려본 하루였습니다.
첫댓글 멋지세요, 제 고향이 공주라 그런지 왠지 눈이 번쩍 양변호사님은 눌 바쁜가운데 늘 여가생활을 알차게 하시는 모습이 존경 스러워요, 공연에서 자주 뵜으면 합니다,.산이면산, 하늘이면 하늘, 혹시 바다는 언제쯤 점령하시려는지요
예전에는 제가 행글라이더를 하고 싶었는데 ~~~~~~~~~~~~~~항공스포츠 ㅎㅎㅎ 넘 좋네요
변호사님 너무 멋져요 다음번 기회땐 꼭 알려주세요 ...체험해보고 싶네요 어울사랑 회원들과요
황선생님 고향이 공주이셨군요. 공주는 이번에 정말 오래간만에 가보았군요. 바다요? 후후! 사실 바다는 진작에 점령하였습니다. 내년 2월 사라예보 가는 것과 인도네시아 시밀란 스쿠버 가는 것과 일정이 겹쳐서 어떻게 하나 고민하는 중입니다.
예! 다음에 어울사랑 회원들중 희망하시는 분들과 함께 비행기 체험하러 가죠. 그런데, 날씨가 추워져서 어떨지 모르겠네요. 겨울엔 기상이 안정되어 마음먹으면 언제든지 갈 수 있는대신 춥고, 봄, 여름에는 춥지는 않은 대신 기상상태 때문에 막상 일정 잡아도 못가는 경우가 많지요.
감사합니다^*^ 하늘을 나를 날만 쏜꼽아 기다리겠습니다 ~~~~~~~~~
새처럼 하늘을 날고 싶을때가 많지요, 꼭 그런 날 오기 기대할께요, 혼자는 용기를 못내셔------그날(출석체크)합니다어울사랑
내년 봄에 날씨가 풀리면 희망하는 회원들 함께 모여 체험비행하지요.
공주에 갈 때마다 심심찮게 경비행기를 볼 수 있었지요. 가끔 금강을 따라 아주 낮게 날아서 아찔해 보이는 경우도 봤구요. 변호사님 멋지시구요, 글 너무 재밌게 봤습니다. 저는 고소공포증이 있어서 체험 사양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