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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일/집결장소 : 2015년 9월 20일(일) / 양재역(8번출구) 버스편 코트라, 하나로마트앞 (10시 30분)
◈ 참석자 : 16명 <종화, 형채, 재홍, 윤환, 경식, 용복, 전작, 정한, 문형, 광일, 양기 및 뒤풀이 5명(용우, 정남, 원무, 재웅, 영훈) 참석>
◈ 산행코스 : 양재역-코트라앞-산악기상관측소-구룡산(정상)-불국사앞-자연학습장-대모산종합안내소-일원동한솔아파트-<버스>-가락시장-뒤풀이장소-가락시장역-집
◈ 동반시 : '섬' / 一紅 이행숙
◈ 뒤풀이 : '모듬회' 등에 소·맥주(막걸리) / '장원아구찜' <가락시장 내 (02) 409-1322>→ 용우, 영훈 산우 협찬
9월도 하순에 접어드니 날씨가 주야간의 기온차가 꽤나 심한 편이다. 산행을 하는 데는 괜찮을 것 같아서 마나님의 시집('꽃받침사랑') 몇 권을 배낭에 넣고 집을 나섰다. 집결 장소로 가며 카톡으로 위 총장, 재홍, 정남 산우와 잠시 심심풀이 농담을 주고받으며 양재의 모이는 곳에 도착하였다.
위 총장께서 오늘의 기자로 용복이를 선임하려고 하였는데 용복 산우는 다음기회로 미루고 불초 소생에게 아내의 시를 추천 하였으니 오늘 기자를 하라고 엄명을 내려 거절을 못하고 하는 수 없이 기자로 선정이 되었다.
최광일 산우 및 전작 산우는 산행 도중에 만나기로 하였고, 뒤풀이때에는 4~5명의 산우들이 참석하겠다고 한다. 구룡산이라서 그런지 오늘 산행에 참석한 아홉 산우가 들머리인 코트라를 출발하려는데 형채가 추석 송편을 가져왔다며 송편을 내어 놓는다. 떡을 먹으면서 내가 준비한 포도즙을 산우들에게 하나씩 제공하여 같이 먹으니 소화도 될겸 모두가 한결 좋단다.
산행을 시작한지 약 30분을 오르자 탁 트인 공터 앞으로 산불감시소가 보이고 그 왼편에는 강남구 일대의 조망이 장쾌하게 보인다. 등산로 오른편에는 산악기상관측소가 있다. 조금 더 오르니 구룡산 정상보다 조금 낮은 主峰인 국수봉(國守峰)이 있다.
조선시대 전 부터 정상에 봉수대(烽燧臺)가 있어 국가를 지킨다고 하여 붙여진 곳으로서 시내를 볼 수있는 전망대 시설을 해 놓았다. 이곳에서 단체 사진을 촬영하고 구룡산 정상에 오르니 좁다란 헬기장이다.
잠시 휴식을 취하며, 위 총장은 고맙게도 시원한 얼음과자를 하나씩 구입하여 드시라고 한다. 얼음과자를 입에 물고 종화 산우가 서울 둘레길을 완주할 때에 이 능선을 따라 걸었다는 경험담을 들으면서 최광일 산우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발길을 옮겨 만났는데, 전작 산우가 우리 일행이 쉴 수 있는 곳을 선점해 놨다고 한다.
우리들이 가는 방향에서는 볼 수가 없고, 반대 방향에서만 보이는 곳으로 식탁처럼 만들어진 벤치가 있었다. 산우들이 가지고 온 족발, 김치 등을 안주로 막걸리를 한 잔씩 마시면서 동반시로 선정된 마나님의 시 '섬'을 오늘의 기자로서 내가 낭송하였다.
"섬" / 一紅 이행숙
달빛 비치는 파도 그림자로 미루어 보아
그 바다는 마치 전체가
한 마리 물고기 같아서
나도 더 이상 의심 없이
푸른 비늘을 달고 그곳에 태어났으나
아뿔싸. 나오고 보니
나는 다만 이쪽 파도 그림자를 바라보던
언덕 기슭에 사는 한 그루 동백나무였다
눈감고 있어도
부는 바람으로 미루어 보니
지나간 봄은 몇 번 되지 않았고
뒤돌아보지 않는 구름만
줄기차게 흘러갔다
가끔 흰 소가 끄는 수레가
몇 번 지나긴 했으나
저 파도를 모두 비늘로 삼을
꿈을 가지고 태어난 나에게
그 일이 달가운 일이었는지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므로
기다리는 일 이외에 내가 더 이상
무슨 일을 저지를 것인가
지루하지 않을 것이다
동백 피니
섬과 꽃 사이로
다시 끼어드는 달
시를 조용히 낭송하며, 그동안 곁에서 지켜만 보았을 뿐 도와주지 못해 죄스러운 심정이다. 정남 산우가 이 시를 동반시로 추천하면서 시인이 깨달음의 경지에 이른 것 같다며 극찬을 해줬는데 나는 솔직하게 말해 시에 문외한이라 잘 모르겠다.
불교에서 집 나간 소를 깨달음에 비유하면서 찾아다니는 과정을 그린 10개의 그림이 심우도(尋牛圖)인데 주로 대웅전의 벽에 그려져 있다는 정남의 설명이 있었다. 소의 색깔이 처음에는 검다가 중간에 반백으로 변하고 마지막에 흰 소로 변해서 나온다는 얘기를 해주는데 그럴 듯하다.
그렇게 깨달음과 관련하여 구도(求道)의 과정에서 나오는 흰 소를 중요한 시어로 선택한 것은 심상치가 않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위의 설명도 고맙고, 산우들이 마나님의 첫 시집 발간을 축하해 주어서 감사하고 옛말에 자식 자랑 부인 자랑하면 팔불출이라 했는데, 혹시 내가 그러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되지만, 흔쾌히 감수하겠네.
가락시장에서 뒤풀이 약속시간이 14시 30분이라 모두들 잠시 쉬면서 시간을 맞춰서 내려가자고 한다. 잠시 동안 눕기에 편한 의자에 누워 단잠을 부친 산우들이 절반이었다. 상쾌한 기분으로 일어나 쓰레기를 정리하고 서울시에서 편안하게 만들어 놓은 둘레길을 따라 불국사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불국사 앞의 약수터에서 약수를 한 잔씩 마시고 불국사에서 수서역까지의 거리가 너무 먼 길이기에 시간관계상 일원동 방향으로 변경하여 야외 교육장이 시설된 자연 학습장으로 내려갔다.
이곳에서 일부 산우들이 행불되어 버스정류장에서 한 동안을 기다리다 합류하여 14시 20분경 뒤풀이 장소인 가락시장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예약해 놓은 장소에 도착하니 용우, 영훈, 원무 산우가 기다리고 있었고, 조금 뒤 정남 산우와 재웅 산우가 합류를 하였다.
횟집에서 미리 준비해 놓은 생선회를 안주로 소·맥주, 막걸리로 한 잔씩 건배하고, 어제 아들 결혼식에 축하를 하여 주었다는 감사의 뜻으로 용우 및 영훈 산우가 뒤풀이에 참석, 찬조를 해 줘서 푸짐하고 맛있게 먹었다.
마나님의 시집을 고맙게 받은 것에 대한 시산회의 답례로 금일봉을 줄려고 하였는데, 받기가 민망하여 거절을 하였더니, 시인과 직접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산우가 있어 송년회 때 초청을 할테니 그때에 시인이 직접 수령하면 좋겠다는 의견이 나왔다. 나는 승낙을 하고 후일을 기약하였다.
화기애애 했던 뒤풀이가 끝날 무렵, 다음번 시산회의 제270회 산행은 광교산으로 결정하고 즐거운 산행을 마쳤다. 용우와 영훈 산우에게 거듭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
2015년 10월 1일 조문형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