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탁발 그리고 덧버선
수행 기간이라 뉴스를 듣지 못하여 전혀 몰랐지만.. 동남아시아에 지진으로 인한 해일 피해가 극심하다 한다.
오늘은, 그 분들의 어려움을 위로하기 위해 (수행 일정을 조금 변경하여) 시내를 돌며 모금에 나서는 탁발이 있다.
강릉 월정사 포교당에서, 주지스님 등을 모시고 "동남아 지진/해일 피해를 위한 자비 탁발" 입재식을 가졌다.
건장한 청년(?)이라는 이유로, 바람이 몹시 부는 한겨울 날, 플래카드를 들고 일행을 뒤따라가는 소임을 맡았다.
강릉 시내 한복판의 재래시장을 지나간다.
족발과 순대 등등..
음식 냄새가 바람결에 요란하지만, 수행의 이력이 조금^^ 붙어서인지,
살생의 내음(?).. 우리 중생의 먹을 거리로 가득한 시장 좌판의 냄새가 약간은 낯설기도 하고 편치만은 않다.
두어시간 탁발을 다니다보니, 그럴싸한 점포의 주인들은 조금 인색하시지만..
거리에 물건을 벌려놓고 (추위에 옷을 감싸입고) 노점 장사하시는 아주머니들은 오히려 인정이 푸근하기도 하다.
아차...
내가 탁발 발우를 들었더라면,
그 행자님에게 양말 하나 사드릴 수도 있었겠구나 !
어찌하랴. 플래카드를 들고 뒤따라가니, 돈은 만져 볼 수도 없다.
앞에 가시던 행자님에게 (몇 번을 망설이다..) 조심스레 묻는다.
"저.. 꼭 필요한 게 있어서 그런데, 죄송하지만 이천원만 꺼내 쓰면 안될까요?"
흥성님이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네. 그렇게 하세요~"
흔쾌히 대답해 주시는 행자님이 참 고마웠다. ()
그 행자님의 발우에 얹혀있던 이천원을 꺼내어, 시장 구석의 양말가게에 살짝 들어갔다.
양말 하나로는 남은 십여일을 지내기에 부족할꺼 같다.
마침 덧버선 두툼한 게 보인다.
"얼마에요?" "이천원이요."
자비 탁발을 마치고 월정사에 돌아와 저녁 공양 시간이다.
공양을 마치고 내 그릇 설겆이를 하고 있는데, 저 짝 너머 그 여행자님이 계신다.
얼릉 설겆이 마치고 공양간 문 앞에서 잠깐 기다린다. 행자복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덧버선을 내밀었다.
"이거 신으세요~"
"네?"
"제가 어떻게, 어떻게 구한거니까, 따듯하게 양말에 덧대어 신으세요."
"아.. 네.. 고맙습니다.."
며칠이 지난후 새벽예불 마치고 법륜전 참선 시간.
저 건너편에 앉아있는 그 행자님의 발에는 어느덧 그 덧버선이다.
마음이 좋다. ^^
부처님 고마워요. 나중에 꼬옥~ 갚을게요. ()
(지금도 추운 겨울이면 꺼내어 신는, 일불의 그 덧버선^^)
2010. 1. 1. 선일
0. 출가
1. 자자회
2. 꿈길과 버스안에서
3. 탁발 그리고 덧버선
4. 채공
5. 자원봉사, 수광전 보살님
6. 프로방스의 스파게티
7. 강릉 아산병원 응급실
8. 크리스마스 출산
9. 함께하는 수행의 길
첫댓글 역시 선일법우께서는 멋진 마음씨를 갖으셨습니다....다음편 기다릴께요!
탁발식 많은걸 느끼게 해주었던 시간들 시장 길가에서 채소 파시던 할머니가 주셨던 오천원 발우에 받으면서 눈시울이 붉어졌던 ....커다란 가게를 하는사람은 오백원도 안주더만 추위에 떨면서 오백원 천원 팔아서 오천원 주시는데 지금도 가슴이 뭉클합니다 선일님 덕분에 행자시절이 새록새록 느낌이 좋습니다
다음편 언제 나와요
빨랑올려 주세용

선일님 따듯한 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