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1차관 이창윤
얼마 전, 트럼프 신정부의 과학기술 정책을 탐색하고, 미국과의 R&D 협력을 확대하기 위하여 보스턴을 방문했습니다. 미국 내 많은 과학자는 트럼프 신정부의 과학예산과 간접비 삭감 등 과학기술 정책을 우려하는 한편, 미국의 과학기술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한 ‘미국 과학기술 비전(VAST)’를 발표하면서 또 다른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었습니다.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도 하버드, MIT 등 우수한 대학 R&D 역량을 바탕으로 글로벌 빅파마와 세계 유수의 병원, 그리고 VC와 함께 새로운 혁신 아이템을 찾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습니다.
미국의 다양한 과학기술 혁신을 위한 노력은 우리의 혁신 생태계를 되돌아보게 합니다. 정부뿐 아니라, 연구 현장의 많은 분이 그동안 우리나라의 과학기술과 경제 발전을 이끌어준 추격형 R&D 시스템은 한계에 도달했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래서 정부는 산·학·연 다양한 전문가들과 함께 어렵지만 선도형 R&D 생태계를 구축하고, 우리의 자원을 집중할 영역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이 우리나라의 향후 50년, 100년 경제를 책임질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는 것입니다.
정부는 먼저 작년 9월 국가 인공지능위원회를 신설하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AI 기본법」을 제정하였습니다. 연내 국가 AI 컴퓨팅 센터에 GPU 1만 장을 수급할 계획이며, GPU 8천 장 규모의 슈퍼컴 6호기도 내년 상반기에 정상 가동될 수 있도록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난 1월에는 국가 바이오위원회를 출범하고, 부처 간 칸막이를 넘어 20여 개의 클러스터를 연계함으로써 다양한 기술·주체 간 협력과 R&D부터 사업화까지 이어지는 ‘한국형 바이오 클러스터’를 본격적으로 추진하려고 합니다. AI 기술을 통해 바이오 의약품 설계·합성 등이 가능토록 공공 바이오파운드리와 컴퓨팅 인프라도 신속히 갖출 계획입니다. 양자분야도 3월 중 민관합동 양자 전략위원회를 구성하고, 양자 기술의 주도권을 잡을 수 있도록 국가적 역량을 결집하고 양자컴퓨터, 양자 인터넷 등 산업계 수요가 큰 실증사업을 적극 지원해 나가겠습니다.
선도적인 과학기술 연구력을 보유한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함으로써 우리 연구자와 기업이 세계 무대에서 없어서는 안 될 파트너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기반을 만들려고 합니다. 우리나라는 아시아 최초로 세계 최대 연구 협력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에 올해부터 준회원국 자격으로 참여할 수 있게 됩니다. 미국과의 국제공동연구, 인력 교류가 활발하게 이어질 수 있도록 국제 협력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외교적인 노력도 계속될 것입니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인 것처럼, 혁신 기술이 경제적 성과로 연결될 수 있도록 3월에는 관계 부처 합동으로 ‘국가 R&D 기술사업화 전략’을 마련하고, ‘범부처 기술사업화 민·관 협의체’를 구축하여 정부 R&D 성과 등에 기술사업화 체계를 정비하고 활성화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글로벌 인재 전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노력도 소홀히 하지 않겠습니다. 우리 인재들이 마음껏 공부하고 연구할 수 있도록 연구생활장려금, 국가 장학금 등 재정적 지원을 확대하는 한편, 해외 인재를 확보하기 위하여 관계 부처와 함께 언어, 교육, 주거, 비자 등 다양한 지원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간 수많은 연구자의 헌신으로 지금의 경제적 풍요를 누릴 수 있는 것처럼, 우리의 과학기술은 이번에도 어려움을 잘 헤쳐 나갈 것이라 믿습니다. 시니어 과학기술인들의 아낌없는 조언과 지지를 부탁드립니다.
필자소개
연세대학교 화학공학 학사
연세대학교 법무대학원(특허법) 석사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연구개발정책실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지원단 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