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드리는 글
모든 것이 부족하고 어려웠던 그 시절 하늘의 인연으로 부부로 만
나 가정을 세우고, 늘 자식들 때문에 걱정이 끊일 날이 없는 고단한
삶이었지만 서로 의지하며 반세기의 세월을 살아 오늘 결혼 50주년
을 맞은 두 분의 금혼식과 아버님 자서전 출간을 진심으로 축하드립
니다.
아버님 어머님 고맙습니다.
아버님 어머님의 성실한 삶의 열매인 저희 3남매도 어느덧 이렇게
자랐습니다. 저희도 이제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키우면서 새삼 부모
란 이름의 무게와 부모님께서 저희에게 베풀어주신 지난날을 생각
해 봅니다.
아버님은 저에게 있어 서울시 공직의 선배로서, 가장의 역할이 무
엇인지를 보여주신 우산이었고, 든든한 가림막이었습니다. 20여 년
전 할머님이 집에서 투병하실 때 아버님 혼자 새벽에 거실에 우두커
니 혼자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가장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보여 주
셨고, 저 역시 아버님이 작년 담낭염으로 투병하실 때 아버님의 모습
을 보면서 자식의 도리와 가장의 역할에 대하여 많이 고민하였는데
다행히도 아버님의 건강한 모습을 보면서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이집의 맏딸 우직한 누나는 어머님, 아버님의 고향인 논산에서 태
어나 할머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지만 때로는 외아들인 저와
막내딸인 동생 틈 사이에서 맏이로서의 희생을 말없이 감수하면서
도 집안의 대소사를 꼼꼼히 챙기는 것을 보면 부모님을 생각하는 속
깊은 정은 누구보다 깊은 모습을 보면서 역시 맏이는 아무나 하는 것
이 아니구나 하고, 부모님의 든든한 영원자 후원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어머님, 아버님의 기억에도 생생하시겠지만 막내인 여동생
은 어렸을 적 쓰레기받이로 부채춤을 추면서 부모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고, 어릴 적 교통사고로 부모님께 심려를 끼쳐 드렸지만 예쁘게
자라 아버님 모시고 유럽여행도 다녀오고, 신앙생활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맏이는 듬직하지만 막내는 세심하면서도 다정다감
한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막내만의 특권인 것 같습니다.
저희들도 자식을 키워보면서 느끼지만 세월이 얼마나 빠른지 벌써
결혼한 지 50년이 되신 것이 믿기지 않으시지요? 부모님께서는 자식
에게 가지고 계신 사랑을 남김없이 주셨는데 저희가 부모님께 해드
리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 같습니다. 자식 낳고 사는 저희들이지만
아직도 부모님 앞에서는 어릴 적 그 모습 뿐입니다.
또한 저희들도 지난날의 두 분이 젊고 건강하신 모습을 지금도 가
슴 속에 간직하고 있습니다. 부디 두 분이 오래오래 사셔서 저희를
위한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십시오. 아버지의 건실하신 추진력 어
머님의 밝고 명랑함. 이런 두 분의 모습을 저희도 언제까지나 마음속
에 간직하고 살겠습니다.
아버님 어머님 결혼 50주년과 아버님 자서전 발간을 진심으로 축
하드립니다.
이수철, 윤석기 장남 이제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