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8월 28일 수요일
강아지
김미순
내가 원희씨를 안 것은 삼 년 전 일이다. 내 딸 마리가 어린이집에서 유치원에 입학할 때. 그 자리에서 만났다. 원희씨는 루이라는 딸을 데리고 나타났다. 어찌나 오목조목 예쁜지 부러웠다. 그에비해 내 딸 마리는 새침할 정도로 각이져서 남자아이 같았다
입학식이 끝나고 내 손을 잡아야 할 마리가 루이 손을 잡고 나섰다. 우리 두 사람은 어색한 뭇음을 짓고 집을 향해 걸었다.
그런데 이게 뭔 일? 우리집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다. 그것도 바로 옆집이라니?
작년에 그 집에 초상이 났다. 우리집 들어오는 사거리에서 삼중 추돌사고가 일어났다. 그때 루이 아빠가 죽었다. 그때 그 집에 울음 소리가 삼일이나 그치지 않았다. 그리고 친척들이 와서 무척 시끄럽고 왁자하게 초상을 치렀다.
나는 불행을 당한 원희씨를 속으로만 위로했다. 그냥 쥐 죽은 듯 지냈다.
내가 남편을 잃은 건 오년 전 포크래인 사고를 당해서다. 집에 자주 못 오긴 했지만 끼니는 거르지 않을 수입에 나는 집에서 주부로 지냈다.
그래도 아직 엘리베이터가 없는 오층 짜리 맨션에 살았다.이다. 계단참도 울퉁불퉁해서 싼 월세를 증명하는 못 사는 사람들의 아픈 손가락이다.
젊은 과부들이라 금방 친해졌다.
마리와 루이도 그에 못지않게 친하게 지냈다. 키가 두 배나 큰 우리 마리가 꼭 언니처럼 루이를 이끌었다.
알고 보니 원희씨는 집 근처에 있는 대형마트에 계산원이었다. 나는 조금 떨어진 식당에서 서빙을 하여 살림을 보탰다. 남편의 보상금이 있었으나 평생 갈 돈은 아니었으니 뼤빠지게 일해야한다.
원희씨도 마찬가지겠다.
아이들은 매일 손을 잡고 집에 둘아왔다. 그리고 내가 집에 돌이올 때까지 함께 놀았다. 그건 원희씨의 루이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9시 30분에 끝나 집에 왔고 원희씨는 10시에 끝나 집에 왔다. 그래서 매번 루이는 우리 집에서 저녁을 먹을 때가 많았다.
그런데 마리 손등에 빨간 생채기가 자주 눈에 띄었다. 우리집 강아지도 귓볼에 피멍울이 생겼다. 나는 짐작만 할 뿐 모른 척 했다. 말이 없는 루이가 울어버릴 것 같아서다 아빠를 잃은 지 별로 안 되어서 끄덕만하면 울음줄을 놓으니까 조심해야 한다. 그건 원희씨에게도 마친가지다.
최근에 무척 기분 상하는 일이 발생했다. 유치원 선생님이 매장으로 전화를 했다. 무척 바쁜 점심시간이었다.
"마리 어머님, 저 죄송한 말씀 드릴려고요. 마리 손등에 상처가 났을거예요. 치료는 했는데 파상풍이 걱정되니까 병원에 마리를 데리고 가셔서 주사라도 맞히세요"
전화를 받고 나는 급하게 유치원으로 달려갔다. 마리는 아무 말 없이 내 손을 잡고 병원으로 갔다.
"마리야, 누가 그랬어?"
마리는 한참을 서성대다가 루이한테
"너네 아빠 잘생겼어? 하고 물었어"
그래서 루이가 손바닥에 연필을 찔러버렸다는 말이었다.
"니가 잘못했네. 루이가 아빠를 잃은지 일 년도 채 안 되었는데 조심해야지"
나도 마리도 말을 잃고 집에 왔다. 그런데 우리 집에 루이가 와 있었다.
"아줌마, 죄송해요, 마리야 미안해"
용서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일을 루이가 원희씨에게 말했는지 모르지만 내 마음 속에 원한이 생겼다.
그렇게 세 달인가 지났을 때 원희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갑지기 먼 친척이 안 좋은 일이 생겼다, 루이를 하룻밤 재워줄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염려하지 말라고 했다.
루인는 그 아저씨일거라고 했다. 자주 집 대문에까지 엄마를 데려다 준다고 . 택시 기산데 굉장히 잘 생기고 루이에게 인형을 가끔 사다 준다고 했다.
나는 배신감이 느껴졌다. 한편 걱정도 되었다. 그 택시 기사가 가정이 있는 사람이면 가정을 버리고 원희씨를 받아들일까, 루이는 어쩌고?
그런데 며칠 후 우리집 강아지가 사라졌다. 주변 대로변은 말할것도 없고 조그맣게 조성된 꽃밭에도 자취가 없었다. 강아지를 찾는다고 수위실에 방송을 해달라고 몇 번 부탁을 했다.
마리는 실망했는지 밥도 거르고 유치원에 안 가러고 떼를 썼다. 다시 강아지를 사 줄테니 기운 내라고 달랬다. 그날은 아무 일 없이 유치원에 갔다.
내 원한이 깊어졌다. 식당이 휴업하는날이라 먹거리를 사러 전통시장에 갔다. 이리저리 돌아보는데 어떤 할머니가 조그만 다섯 마리 강아지를 팔고 있었다.
" 한 마리에 얼마요?"
" 삼 만원만 주시요"
"껌 값이네"
"두 마리 주시오"
나도 한 마리 살까 하다가 마리 눈에 드는 걸 사야지 싶어 그만 두었다.
나는 유치원에 마리를 데리러 갔다 루이 손을 잡고 즐거운 듯 발걸음도 가볍게 통통 튀기며~~
"엄마, 루이 엄마가 강아지 사 준데. 어제 우리 강아지가 죽었대. 루이 강아지가 물어서~"
"멀리멀리 가라고 강물에 띄워버렸대"
으악! 이걸 어쩌면 좋아!
그렇게 우니집 강아지가 생겼다. 귀엽고 예쁘긴 했지만 정이 안 갔다.
원희씨는 아무일 없는 듯 생활했다.
그런데 루이가 우리집에서 안 가려고 했다. 삼 일인가 지내다 나는 원희씨에게 전화를 했다. 꺼져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
부랴부랴 집으로 갔다. 옷장이 비어 있었다.
"강아지도 버리더니 이젠 딸도버리다니!'
나는 원통하고 분통이 터져 식음을 전폐하였다. 무엇보다 루이를 어떻게 해야할까? 시설에 보내자니 마리가 걱정되고 내가 데리고 살자니 경제적으로 어렵고~ 경제적으로 어느정도 되어야 입양도 된다는데~
늦은 밤 더위가 시작되었는지 식은 땀이 흐르는데, 나는 영영 잠을 못 들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