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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문가들 "역량저하, 동맹균열, 자국중심주의…미국이 중러 도전 제압 어려워”
— “북중러 위협 말하지만, 미국 속셈은 대리전 치를 동맹 결합시키려 위협 강조”
— 미국 싫어도 생소한 다극화에는 아직 주춤…러시아가 평화・번영 비전 내놔야
[서울=스푸트니크] 이상현 기자 = 미국 주도의 기존 세계질서가 명백하게 부당하고 취약하지만. 미국의 국력이 여전한 데다 ‘다극화(multipolarization)’라는 실험 차제가 생소해 국제사회가 선뜻 따라 나설 지 불분명하며, 이 때문에 러시아가 앞장선 소위 ‘불만자들’이 미국 단극(unipolar) 패권을 종식시키기는 쉽지 않다는 전문가 분석이 나왔다.
다수의 한국 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이 입으로는 자유와 민주주의 가치동맹을 주창하지만 최근 동맹국들에게 부쩍 자국 이기주의를 드러내면서 동맹국 포함 비서방국들의 신뢰를 잃어, 중장기적으로 미국의 단극 패권에 균열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공민석 제주대 교수(정치외교학과)는 최근 7명의 국제정치 학자들과 함께 펴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세계질서의 변화’라는 책에 실은 글에서 “미국의 현실적 역량과 동맹체계 내부의 잠재적 균열, 미국의 자국중심적 태도 등을 종합 고려할 때 미국이 가치와 규범, 동맹을 앞세워 중러의 도전을 제압하고 자유주의 질서 재건에 성공하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공 교수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미국의 상대적 우위는 현저히 약화됐고,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동맹국들이 중국과의 디커플링(decoupling)에 속도조절을 요구하는 한편 일본・대만・한국・유럽 등 이른 바 기술・생산동맹도 내부 이해가 엇갈려 갈등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유주의적 국제질서의 핵심인 ‘다자주의’를 표방한 미국이 스스로 이를 파괴하는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 하는 이기주의적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이런 미국의 자국 중심적 정책은 동맹국과 갈등을 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김준형 한동대 교수는 지난 22일 열린 세종국방포럼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진영 내에 자유주의가 없다”면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서 나타났듯, 결국 미국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동맹국 내에서 보호주의가 작동했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미국에서는 정권을 잡기 위해 중국을 때려야 하고 국내산업경쟁력 회복이 절체절명의 과제”라며 “이 때문에 ‘고립주의’가 필수적이고, 오바마에서 트럼프, 바이든까지 그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바이든이 자유주의 회복을 공약했지만, 현실은 미국 내부에서도 트럼프 2.0으로 평가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미국의 ‘고립주의’ 징후로 “우크라이나에서 절대로 지상군을 보내지 않고 중동에서도 후퇴했으며 북아프리카에서도 후퇴하고 있다”면서 “아시아에서도 개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리전을 치르며 사실상 후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뒤에 빠져 있고 대리 갈등과 갈등 전가, 대리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 교수는 다만 “북중러를 밀착시키는 것은 미국의 전략이며, 대리전을 치를 동맹을 결합시키는 것이 독립변수”라면서 “이를 통해 북중러, 이란 등 반대진영의 결합이 강화되는 게 종속변수”라고 설명했다. 북중러, 이란 때문에 동맹의 결속을 강화한다는 식으로 말하지만, 실은 동맹에게 겁을 주기 위해 북중러, 이란을 규합하게 유도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편 미국의 단극 패권이 여러 한계에 봉착했지만, 지구촌이 다극화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제성훈 외국어대 교수는 지난 2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러·우 전쟁 1년, 세계는 어디로 가는가?’라는 주제로 열린 국회 세미나에서 “서방 주도 세계질서가 명백한 취약성에도 높은 안정성을 갖고 있고, 비서방국가들이 다극 체제와 같은 추상적이고 모호한 정치적 지향을 따를지 명확치 않다”고 주장했다.
제 교수는 특히 “러시아가 미국 단극체제의 대안이 될 수 있는 평화와 번영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비서방국가들은 미국이 설정한 가치와 제도에 대한 경로의존성 때문에 다극화로 선뜻 나서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푸트니크 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