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사랑에게,
인천공항 3층 출국장, 그 첫 번째 이야기.
오전 6시 15분,
출국장 3층 편의점에 들러 흰 우유를 하나 집어 든다.
카운터 앞에서 계산을 마치고,
우유를 열어 전기 레인지 앞으로 다가간다.
우유가 데워지는 시간..1분 20초..
그 시간 동안만큼만 너를 떠올리리라.
우유 비린내가 역겨워 흰 우유를 마시지 못했던 나..
그런 나에게 흰 우유를 알게 해 준 너.
어느 날이었다. 그날도 오늘처럼 비가 내렸다.
비만 내리면 저기압이 되던 여자 상사,
그 여자 상사의 비합리적인 꾸중에 화가 머리끝까지 났던 나,
난 흡연 구역에서 줄담배를 피워대고 있었다.
그 때 너는 내게 따뜻한 우유 한 잔을 건넸다.
"이거 마셔요. 마시고 나면 좀 가라앉을 거예요.."
한 번도 마셔보지 않았던 불투명한 액체.
그 때 왜 나는 너에게, 흰 우유를 마시지 못한다고 얘기하지 않았을까..
"고마워요.."
바닐라 아이스크림도 우유 비린내 때문에 못 먹는 내가
그 우유를 다 마셨던 그 날, 그 날이었다.
내가 널 좋아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던 순간이..
너를 사랑하게 되면서 처음 해 봤던 일들이 참 많았다.
흰 우유 마시기, 2인용 자전거 타기, 봄날 꽃구경 가기..
그리고 미술관 가기, 뮤지컬 보기, 잠 안 오는 밤에 양 천 마리 세기,
비 오는 날..우산 대신 비옷 입고 다니기..
정확히 45분 후, 난 한국을 떠난다.
한 달 간의 여행..아니, 그 보다 더 길어질 지도 모른다.
내가 휴직계를 제출하자 그 여자 상사가 물었다.
“혹시..나 때문이에요?”
그 때 생각했다. 누구 때문일까..
그 여자 상사 때문일까, 아니면 너 때문일까..나 때문일까...
난 아직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알지 못한다.
네가 왜 나와 헤어지겠다고 결심했는지 그 이유를 알지 못한다.
그 이유를 알게 되는 날,
난 이 여행에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이...사랑에게 말합니다.
다 버리고 돌아오라고,
가벼운 마음이 되어 돌아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