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지인들과 교류를 하다보면 자주 느끼게 됩니다. 세월이 유연함보다는 경직성을 가져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것을... 주변의 적지 않은 이들이 나이 들어가면서 새로운 만남을 피하면서, 오래된 인연마저도 자신의 생각과 다르다고 배척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잦아짐을 느낍니다. 자기주장이 강해지는 걸 느낍니다. 남의 얘기를 잘 들으려 하지 않는 경향 또한 강해지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가 외톨이가 되려고 기를 쓰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합니다. 타인과 생각이 다르고 행동이 다른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 함께 하며 좋은 느낌이 조금이라도 더 컸다면, 앞으로도 그러할 것 같다면 나와는 다른 말과 행동이 거슬릴지라도 감수한다는 게 제 지론인데, 그렇지 못한 이들이 참 많은 것 같습니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50년을 함께 한 다양한 모임에서 요즘 충돌이 잦아지고 있어 걱정입니다. 지나고 보면 별 일 아닌데 감정의 대립이 커지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오랜 펜데믹의 영향으로 만남의 맥이 끊어지면서 이해의 폭이 줄어든 탓도 있을 것이고, 끝이 보이지 않는 경제 위기, 정치 혼돈, 생활물가 폭등 따위도 크게 영향을 미쳤을 거란 생각이 들긴 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신을 닦고 다듬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싫은 말, 행동이 나오면 즉각 반응하기보다는 평소에 그렇지 않던 사람이 왜 저럴까, 어떤 생각으로 저런 말, 행동을 할까 한 번 더 생각해보면 이해할 여지가, 받아들일 공간이 생길 거라 믿습니다.
만화나 만화영화를 즐겨보는 편이 아니었지만 40년 전 인기를 끌었던 아기공룡 둘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워낙 인기 있었던 만화영화였으니까요. 그 ‘아기공룡 둘리’가 리마스터링-기존 매체의 해상도를 올리고 화질, 음질을 개선하여 재발매하는 것을 지칭-되어 우리 곁에 돌아온다는 뉴스가 며칠 화제가 되면서 잊고 있었던 둘리의 존재가 새삼 떠올랐습니다. 이슈메이커지만 밉지 않았죠. 꼰대의 대명사였던 고길동도 마찬가지고요. 이번 리마스터링의 홍보 일환이겠지만, 배급사 대표가 쓴 ‘고길동의 편지’가 요즘 화제입니다. 4장의 편지지에 펜으로 쓴 내용 중 요즘 제가 느꼈던 주변인들의 말과 행동에 대한 교훈이 될 글을 발췌해 보았습니다. 물론 제게도 해당되는 금과옥조의 말씀입니다... 살아온 세월보다 남은 시간이 훨씬 짧은 우리 또래의 삶 속에서 다툼과 질시, 갈등보다는 이해와 포용, 용서의 마음이 더 커가기를 기원합니다. 그래서 아름다운 추억이 훨씬 많아지기기를 바랍니다.
고길동의 편지(모셔온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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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그런 것입니다.
이해하지 못한 상대를 이해해 나가는 것.
내가 그 입장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는 것.
그 모든 거절과 후회가 나를 여기로 이끌었음을 아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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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날 누군가를, 어느 장소를, 그 기억들을 추억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축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추억하는 모두의 모습을 축복하고,
추억을 통해 지나온 시간을 다시 마주하고 싶어 하는,
여전히 앳된 당신의 모습에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마지막으로 꼰대 같지만 그럼에도 한 마디 남기니 잊지 마십시오.
'한 때를 추억하는 바로 지금이 내 미래의 가장 그리운 과거가 된다'는 것을.
-----아기공룡 둘리 재배급사인 워터홀컴퍼니 주현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