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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글나라 원문보기 글쓴이: 凡 草
<540회>
그림 같은 집
< 2013년 10월 29일, 화요일, 맑음 >
그전에 들꽃이야기님이 범초산장에 다녀갔는데 언제 한 번 초대를 하겠다고 하셨다. 10월 26일에 놀러오라는 연락을 받고 양산에서 윈드(들판)를 태우고 출발했다. 원래는 동그라미 계원 6명 모두를 초대했는데, 두 집은 바빠서 못 가고 우리 부부만 가게 되었다고 하자, 들꽃이야기님이 내 제자인 윈드와 세울 이영득씨를 대신 불렀다. 약 1시간 걸려 장유면 진암 계곡에 도착했다. 들꽃이야기님 집은 굴암산 등산로 입구에 자리잡고 있었다. 우리는 점심 시간에 초대를 받았는데 오전에 일찍 가서 굴암산을 올랐다가 내려온 다음에 들꽃이야기님 집으로 들어갔다. 굴암산 정상에서는 진해 앞바다가 환히 내려다 보였다.
세울이 굴암산을 오르다가 쉴 때 직접 만든 팔찌를 선물로 주었다. 무환자나무 열매로 만든 팔찌였다. 무환자나무는 근심과 걱정을 없애주는 나무라고 하던데 이 팔찌를 차고 다니면 근심이 없어질까? 이쁘게 만들어서 당장 차고 사진을 찍었다.
나와 아내, 윈드, 세울- 우리 네 사람은 들꽃이야기님 집에 들어서면서부터 입을 딱 벌렸다. “우와, 정말 그림 같은 집이다!” “어쩌면 이렇게 잘 가꾸었을까?” “나무와 집, 정원이 참 잘 어울리네!”
우리는 감탄사를 연발하며 집에 들어갈 생각은 잊고 사진 찍기에 바빴다. 나도 전원 주택을 꽤 봤지만 이만한 집을 본 적이 없었다. 물을 끌어들여 작은 연못을 여러 개 만들어 놓았고, 들꽃이야기님이 전국 분경 전시회에 출품하여 명품으로 뽑힌 분경 작품들이 마당 한켠에 놓여 있었다. 이처럼 정갈하고 아름답게 꾸며 놓으려면 얼마나 많은 정성이 들어갔을까? 들꽃이야기님은 봄에 와야 볼게 많다고 했지만 가을은 가을대로 멋이 있었다. 뒤뜰에는 제법 큰 계곡이 흘러가고 있어서 여름에도 시원할 것 같았다.
나는 이 댁에서 물을 끌어들인 방법을 알기 위해 질문했더니 들꽃이야기님 바깥분이 25밀리 파이프로 계곡물을 끌어들이는 방법을 자세히 일러주었다. 100미터가 넘을 때는 소켓을 끼워서 처리하는 기술도 눈으로 직접 보았다. 앞으로 범초산장에서도 전기로 물을 퍼 올리는 대신 들꽃이야기님 집처럼 파이프로 물을 끌어오는 방법을 적용해볼 생각이다.
우리는 볼게 많아서 이것 저것 한참 구경하다가 집안으로 들어갔는데 거실도 정갈하고 깔끔하였다. 게다가 또 한 번 놀란 것은 들꽃이야기님이 손수 차린 점심 밥상이었다. 맛깔스러운 김치에다 게찜, 쇠고기 전골, 된장찌개 등... 집도 명품인데 음식도 명품이었다.
김치가 어찌나 맛있는지 김치 하나만으로도 밥을 다 먹을 수 있을 텐데 다른 반찬도 많아서 도대체 무엇을 먼저 먹어야 할지 몰랐다. 밥을 다 먹고 들꽃이야기님 바깥분이 살아온 이야기를 듣고 놀다가 집으로 돌아올 때는 배추와 무까지 선물로 받았다.
들꽃이야기님 덕분에 행복한 가을나들이를 했다. 우리를 초대해준 들꽃이야기님 부부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날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드느라 수고하신 들꽃이야기님이 몸살은 안 했는지 모르겠다.
윈드는 들꽃이야기님 집 앞에 있는 과수원에서 감을 사더니 선물로 주었다. 윈드는 언제나 베풀기를 좋아해서 배울 점이 많다. 늘 남에게 많이 베푼 음덕 탓인지 이번 대학 수시에서 아들 성산이가 벌써 몇 개 대학에 합격을 했단다. 항상 남에게 잘 베풀더니 아들 농사도 잘 지었다고 축하해주었다.
한국아동문학인협회 청주 세미나에 다녀오느라 지난 주는 못 갔고 2주 만에 산장으로 갔다. 메나리 한정기씨 부부가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우스 안으로 들어가서 뽕잎차를 마시며 메나리와 쌓인 이야기를 나누었다. 메나리는 EBS에서 내년 2월부터 플루토비밀결사대 5권을 16부작 드라마로 만들게 된 뒷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추리 동화 다섯 권을 쓰기가 쉽지 않은데 그 노력 덕분에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니 참 축하할만한 일이다.
배추는 내가 없는 동안에도 잘 자라서 당장 김장을 해도 부족하지 않을 것 같았다. 웅장하게 잘 커준 배추가 고마웠다. 배추야 수고 많았어! 원래는 배추를 안 심고 돈을 주고 사서 김장을 할 생각이었는데 직접 키워보니 키우는 재미가 참 쏠쏠하다. 배추 심기를 참 잘 했다. 볼 때마다 기분이 좋고 나도 덩달아 성장하는 기분이다.
양파와 마늘도 잘 크고 있었다. 주인 없는 동안에도 투정 한 번 안 하고 잘 크고 있는 식물들이 대견스러웠다. 나도 너희들처럼 항상 현실에 만족하며 열심히 살아야겠다.
20일에는 동화를 배우는 정숙씨가 친구들과 놀러왔다. 생오리를 한 마리 사왔는데 어찌나 큰지 5명이 배부르게 먹을 수 있었다. 범초산장에 약초가 많아서 약초 오리탕을 맛있게 해먹었다.
화명동 글나라 동화교실에 나오는 주성희씨가 새로 나온 책 2권에 그림을 그렸다며 따끈따끈한 새책을 오늘 들고 왔다. <돈이 되고 싶은 아이; 조성자 글, 주성희 그림, 시공주니어>, <사랑해요 순자 언니; 김문주 글, 주성희 그림, 예림당>
나는 성희씨를 칭찬해주고 점심 먹으러 가서 밥을 한 그릇 사주었다. 앞으로 많이 뻗어갈 사람이라 큰 기대가 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