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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교사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콜롬비아]
오후에 우리들은 집으로 돌아와서 목에 못이 박힌 채 문틀에 걸려 있는 커다란 바닷뱀을 발견했다. 그것은 검고, 인광을 내뿜고 있었고, 아직 살아 있는 듯한 눈과 벌어진 양 턱의 톱날 같은 이빨들로 인해 마치 집시족의 저주 같았다. 그 때 나는 아홉 살 가량 되었는데, 급작스런 광경에 말을 잃을 정도로 커다란 공포를 느꼈다. 그러나 나보다 두 살이나 어린 내 동생은 산소통과 물안경, 물갈퀴를 벗어 던지고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미스 포르베스는 선착장에서 집까지 돌로 포장된 길에 솟아오른 돌계단 위에서 그 비명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숨을 헐떡이고 창백해져서 우리를 쫓아왔으나, 우리들이 공포에 떠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에는 문에 못 박혀 있는 동물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둘이 같이 있을 때 따로따로 행동하는 것은 두 사람 모두의 잘못이라고 그녀는 종종 말하곤 했다. 그녀는 내 동생의 고함 소리를 이유로 우리 두 사람을 꾸짖었고, 우리들의 부족한 통제력을 계속해서 나무랐다. 그녀는 가정 교사 계약서에 명시되어 있는 영어가 아닌 독일어로 꾸짖었다. 어쩌면 그녀 역시 놀랐고 또 그것을 용인하려 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곧 호흡을 가다듬자마자 그녀는 자신의 무뚝뚝한 영어와 교육적인 강박 관념을 되찾았다. "이것은 한 마리의 엘레나 바다 장어야." 그녀가 우리에게 말했다. "고대 그리스 인들에게는 신성한 동물로 취급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불리지." 우리들에게 깊은 물 속에서 수영하는 법을 가르쳐 준 이 고장 출신의 젊은이 오레스떼가 갑자기 풍조목들 뒤에서 나타났다. 그는 이마에 잠수용 물안경을 쓰고 조그마한 수영복 바지와 서로 다른 형태와 크기를 가진 6개의 단검을 찬 가죽 혁대를 하고 있었다. 그는 물 속에서 동물들과 몸으로 부닥쳐 싸우는 사냥법 이외에는 다른 방법을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대략 스무 살쯤 되었는데, 육지에서보다 바닷속에서 더 오랜 시간을 생활했고, 그 자신조차도 자기를 항상 엔진 오일을 몸에 바른 바다 동물이라고 생각했다. 그를 처음 보았을 때 미스 포르베스는 그처럼 아름다운 인간은 없을 것이라고 우리 부모님께 말했다. 그러나 그의 아름다움도 그녀의 단호함을 막지는 못했다. 그 역시 어떠한 변명도 할 겨를도 없이 문에 바다 장어를 걸어 놓아 아이들을 놀라게 한 것에 대한 질책을 이탈리아 어로 들어야만 했다. 그리고 나서 미스 포르베스는 그에게 고귀한 아이들에게 정중히 사과를 하고 바다 장어를 치우라고 명령했고, 우리들에게는 저녁 식사를 할 수 있게 옷을 갈아입으라고 지시했다. 지난 2주일 동안 미스 포르베스의 지도 아래 우리가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를 배웠기 때문에 조그마한 실수도 범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그녀의 말을 즉각 실행했다. 우리가 희미한 불빛에서 샤워를 하는 동안 나는 동생이 계속해서 바다 장어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사람의 눈을 하고 있었어." 나에게 말했다. 나는 그 말에 동의했으나, 다른 생각을 하라고 말했다. 그리고 내가 샤워를 마칠 때까지 이야기를 다른 주제로 바꾸었다. 그러나 샤워를 마치고 나오려고 할 때 동생은 나에게 같이 남아 있어 주기를 부탁했다. "아직 날이 밝아." 나는 말했다. 커튼을 열어젖뜨렸다. 완연한 8월이었다. 그리고 창문 너머로는 달아오른 달의 평원과 섬의 반대 편까지 보였으며, 태양은 하늘에 멈춰 있었다. "그래서 그런 게 아니야." 동생이 말했다. "두려움을 갖는다는 것이 두려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식탁에 앉았을 때 그는 침착을 되찾은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모든 것들을 미스 포르베스의 특별한 칭찬과 주일의 선행 점수 2점이 가산될 만큼 많은 정성을 들여 실행했다. 반대로 조금 전에 나는 급한 마음에 신발 바닥을 질질 끌고 숨을 헐떡이며 식당으로 들어왔기 때문에 이미 따 놓은 5점에서 2점이 감점되었다. 50점마다 우리들에게 두 배의 후식을 먹을 권리가 주어졌으나, 두 사람 중 어느 누구도 15점을 넘지 못했다. 미스 포르베스가 만든 것보다 더 맛있는 푸딩을 다시는 먹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이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었다. 저녁 식사 전 우리는 빈 접시를 앞에 놓고 서서 기도를 드렸다. 미스 포르베스는 카톨릭 신자가 아니었으나, 그녀의 계약서에는 우리에게 하루에 여섯 번씩 기도를 시키도록 규정되어 있었고, 그녀는 그것을 지키기 위해 우리들의 기도문을 배웠다. 그녀가 우리들의 행위 중 최하급의 세세한 것까지 확인하는 동안 우리 세 명은 숨을 죽여 가며 식탁에 앉아 있었는데, 그녀는 오직 모든 것이 완벽하다고 생각되었을 때에만 작은 종을 쳤다. 그 때에야 요리사인 플비아 플라미네아는 그 증오스러운 여름 동안 물리도록 먹은 국수 수프를 들고 들어왔다. 처음에 우리들이 부모님하고만 지냈을 때에는 식사 시간이 즐거웠다. 플비아 플라미네아는 인생에 기쁨을 주는 무질서의 자질을 가지고 허풍을 떨며 식탁 주위에서 우리들의 식사 시중을 거들어 주었고, 결국에는 우리들과 함께 앉아 모든 음식 그릇에서 조금씩 덜어 먹는 가운데 식사를 마쳤다. 그러나 미스 포르베스가 우리들의 교육을 떠맡고 나서부터 그녀는 잔뜩 인상을 쓰고 입을 다문 채 우리들의 시중을 들었는데, 우리는 그녀에게서 수프처럼 부글부글 끓는 소리를 들을 수가 있었다. 우리들은 의자의 등받이에 등을 붙이고는 예의 범절에 대한 강의를 암송하는 냉랭한 여자의 노골적이고 강한 시선에서 눈을 떼지 않고, 한쪽 턱으로 열 번을 씹고 다른 쪽으로 열 번씩 씹어 가며 식사를 했다. 그것은 주일 미사와 같은 것이었는데, 찬송가를 부르는 정도의 즐거움조차 없었다. 우리가 문에 걸려 있는 바다 장어를 본 날, 미스 포르베스는 우리에게 국가에 대한 의무에 관해서 말했다. 플비아 플라미네아는 목소리를 죽여 가며 발끝으로 걸어 우리에게 수프를 준 다음, 아주 좋은 냄새가 나는 숯불에 구운 흰살 고깃덩어리를 가져왔다. 그 때부터 나는 땅과 하늘에서 나는 어떠한 음식물보다도 생선을 더 좋아하게 되었는데, 구아까마얄에 있는 우리 집에 대한 그 추억은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그러나 내 동생은 손도 대 보지 않고 음식을 거절했다. "이 음식은 좋아하지 않아요." 그는 말했다. 미스 포르베스는 수업을 중단했다. "넌 그 맛을 알려고도 하지 않는구나." 그에게 말했다. "맛조차 보지 않고서 말야." 경고하는 듯한 눈길을 요리사에게 돌렸으나, 이미 너무 늦어버렸다. "얘야, 바다 장어는 이 세상에서 가장 훌륭한 생선이다." 플비아 플라미네아가 말했다. "어떤가 맛을 보렴." 미스 포르베스는 동요하지 않았다. 옛날에는 바다 장어는 왕들의 식사였고, 초자연적인 기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전사들은 그것의 쓸개를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었다고 그녀는 엄격한 표정을 지으며 우리에게 말했다. 그리고 나서 좋은 미각을 갖는 것은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것도 아니고, 마찬가지로 나이를 먹으면 알게 되는 것도 아니라면서 어릴 때부터 강제로라도 습관으로 몸에 배야 한다고 우리에게 되풀이하여 말했다. 결국 먹지 않겠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가 없었다. 바다 장어의 맛이 어떠하다는 것을 알기 전에 그것을 목격한 나는 그 모순을 영원히 기억하게 되었다. 그건 비록 조금은 우울하지만 감칠맛이 돌았다. 그러나 문틀에 박혀 있는 뱀에 대한 기억은 내 식욕보다 더 강한 것이었다. 내 동생은 첫 숟가락을 뜨기 위해서 굉장한 고심을 했다. 그러나 그는 첫 숟가락을 넘기지 못하고 토해 버리고 말았다. "화장실로 가거라." 동요 없이 미스 포르베스가 말했다. "잘 씻고 와서 다시 먹어라." 나는 동생이 안쓰러웠다. 어두워질 무렵 집 전체를 가로질러 몸을 씻기 위하여 화장실에 혼자 간다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생은 다른 깨끗한 남방을 걸치고, 창백해져 가지고 속으로 감추어진 무서움을 간신히 떨친 채 금방 돌아왔다. 그리고 그는 그녀의 엄격한 청결 검사를 잘 넘겼다. 그리고 나서 미스 포르베스는 바다 장어 한 조각을 잘라 주며 계속해서 먹기를 명령했다. 나는 두 번째 숟가락을 가까스로 먹었다. 반대로 내 동생은 수저조차 들지 못했다. "먹지 않을 거예요." 그는 말했다. 그의 결심은 미스 포르베스도 돌릴 수 없을 정도록 확고했다. "그렇다면 좋아." 그녀는 말했다. "그러나 후식은 먹을 수가 없게 될 거야." 동생의 안도감은 나에게 그의 용기에 공감하게 했다. 미스 포르베스가 우리에게 가르쳐 준, 식사가 끝난 후에 해야만 하는 행동 양식대로 나는 접시 위에다 수저를 겹쳐 놓고 나서 말했다. "나도 후식을 먹지 않겠어요." "텔레비전도 볼 수가 없을 것이다." 그녀가 대답했다. "텔레비전도 보지 않겠어요." 내가 말했다. 미스 포르베스는 식탁 위에 냅킨을 올려놓았고, 우리 세 사람은 기도를 하기 위해 모두 일어섰다. 그리고 나서 우리들은 그녀가 식사를 끝낼 쯤에는 잠들어 있어야 한다는 주의를 듣고 침실로 돌아왔다. 우리들의 모든 선행 점수는 없어졌고, 우리들의 남은 생에서 다시는 맛볼 수 없을 것 같은 크림 파이, 바닐라 옥수수 부침, 살구 카스텔라를 맛보기 위해서는 오직 20점을 다시 따내야만 될 것이다. 우리들은 이 같은 단절이 조만간 오리라 생각했다. 1년 내내 우리는 시칠리아 남쪽 끝에 있는 빤떼라리아 섬에서 생활하게 될 자유로운 여름을 조바심 나게 기다려 왔고, 부모님과 함께 있던 첫 달은 정말로 좋았다. 타는 듯한 바위빛의 평원, 드넓은 바다. 바람이 없는 밤에 창문 너머로 보이는 아프리카 등대들의 날개, 현관 입구의 계단까지 선명하게 석회 칠을 한 집을 나는 아직도 꿈처럼 기억하고 있다. 섬 주위의 잔잔한 해저를 아버지와 함께 탐험하면서 우리들은 최근의 전쟁 때부터 숨겨져 있던, 염주알처럼 늘어놓은 노란색의 어뢰들을 발견하였다. 우리는 석화된 천일홍이 꽂혀 있는 높이가 거의 1m에 가까운 그리스 항아리를 건져 올렸다. 그리고 우리는 김이 나는 물웅덩이에서 목욕을 했는데, 그 위를 제대로 걸어 다니지 못할 정도로 그 물은 아주 걸쭉했다. 그러나 우리들에게 놀랄 만한 비밀을 알려 준 사람은 플비아 플라미네아였다. 그녀는 마치 행복한 주교 같았으며, 걷는 데 그녀를 거추장스럽게 만드는 졸린 듯한 표정의 밤 고양이들을 항상 데리고 다녔으나, 그것들을 키우는 이유는 좋아하기 때문이 아니라 쥐들에게 자신이 먹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저녁에 부모님께서 텔레비전에 나오는 성인용 프로그램을 보는 동안 플비아 플라미네아는 집에서 100m도 채 떨어지지 않은 자기 집으로 우리를 데려갔다. 그리고 우리들에게 먼 곳의 지껄임, 노래, 뚜네스에서 부는 바람의 흐느끼는 파열음들을 구분하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그녀의 남편은 그녀에 비해 너무 젊은 사람이었는데, 섬 건너편에 있는 관광 호텔에서 여름 동안 일을 하였고 집에는 잠만 자러 왔다. 오레스떼는 조금 더 떨어진 곳에서 그의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그는 항상 생선 두름과 막 잡아 올린 새우 바구니를 가지고 저녁에 나타나서 그것들을 부엌에 걸어 놓았는데, 플비아 플라미네아의 남편이 다음 날 그것들을 호텔에 팔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나서 그는 잠수용 헬멧 플래시를 다시 쓰고 부엌 음식 찌꺼기를 노리는 토끼만큼이나 큰 산쥐들을 잡으러 가는데 우리를 데려갔다. 때때로 우리들은 부모님들께서 주무실 때 집으로 돌아왔고, 쥐들이 앞마당에 버린 음식 찌꺼기를 차지하려고 싸우는 소리 때문에 겨우 잠이 들었다. 그러나 그 방해물조차도 우리들의 행복한 여름의 신비스런 혼합물이었다. 독일인 여자 가정 교사를 들이기로 결정한 것은 아버지 혼자만의 생각이었는데, 그는 능력보다도 더 큰 명성의 얻고 있는 카리브 출신 작가였다. 사라져 가는 유럽의 명성에 현혹된 그는 실제 생활에서만큼이나 책에서도 항상 자신의 출생지를 무시하려고 지나치게 전전긍긍하는 것처럼 보였고, 자기 자신의 과거에 대한 어떠한 흔적도 아이들에게 남게 하지 않으려는 환상을 가졌다. 나의 어머니는 과히라에서의 임시 교사를 하던 때처럼 항상 겸손한 분이었고, 한번도 자신의 남편이 계시적인 것 이외의 다른 생각을 하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따라서, 그 두 사람 중 어느 누구도 자신들이 에게 해의 섬에서 열리는 문화 행사에 50명의 현대 작가들과 함께 참석하는 5주일 동안 유럽 사회의 가장 오래 된 습관들을 강제로 우리들에게 단단히 타이르도록 책임 진 도르트문트의 여자 중사와 함께 지내는 우리의 생활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지 않았다. 미스 포르베스는 팔레르모에서 출항하는 조그마한 정기선 편으로 7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도착했다. 그리고 우리들은 그녀를 처음 본 순간부터 잔치가 끝났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녀는 군화를 신고, 남쪽 지방의 더위를 피하기 위하여 옷깃을 접은 차림으로 펠트 모자를 눌러 쓴 남자 모리 모양의 짧은 머리를 하고 도착했다. 그녀에게서 원숭이의 오줌 냄새가 났다. "유럽 사람 모두에게 이런 냄새가 난단다. 특히, 여름에는 더하지."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이 냄새가 바로 문명의 냄새야." 그런데 군인 같은 외모와는 달리 미스 포르베스는 아주 연약한 여자였는데, 때때로 우리가 만일 그녀보다 더 어른이었거나 혹은 그녀가 부드러운 행동을 취한다면 어떤 동정을 유발했을 정도였다. 세상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우리가 초여름부터 계속해서 상상해 오던 6시간의 바다 생활이 1시간으로 줄어들었다. 부모님과 함께 있었을 때 우리들은 싸울 때 쓰는 조그마한 손칼 이외에는 아무런 무기도 없이 탁한 먹물과 피를 뿜어내는 문어들과 맞서 싸우는 오레스떼의 대담성과 예술적인 면에 놀라며 모든 시간을 그와 함께 수영을 하며 보냈다. 그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11시에 돛이 없는 조그만 모터보트로 뒤따라 도착했으나, 미스 포르베스는 그에게 잠수하는 법을 가르치는 시간 이외에는 단 1분도 우리와 함께 머물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미스 포르베스는 하인들과의 지나친 친분 관계는 좋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우리가 저녁에 플비아 플라미네아의 집에 놀러 가는 것을 금했고, 전에는 쥐 사냥에 즐거워해야 할 시간에 우리들은 셰익스피어의 작품 분석에 전념해야만 했다. 정원에 있는 망고를 춤치거나 과까마얄의 타는 듯한 길거리에서 벽돌로 개들을 죽이는 데 습관이 든 우리들에게는 이 귀족적인 생활보다 더 잔인한 고통은 생각할 수가 없었다. 우리들은 매우 빨리 미스 포르베스가 우리들에게처럼 자기 자신에게는 엄격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아차렸고, 그것은 그녀의 권위를 깎아 내리는 첫번째 요인이었다. 처음에 그녀는 오레스떼가 우리들에게 잠수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동안 전투복을 입고 실러의 발라드를 읽으면서 백사장에 있는 현란한 파라솔 밑에 누워 있었다. 그리고 곧 우리에게 사회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예절 교육을 점심 휴식 때까지 시간마다 계속 가르쳤다. 어느 날 그녀는 오레스떼에게 관광객을 상대하는 호텔 상점까지 모터보트로 태워 달라고 요구했다. 그리고 마치 물개의 가죽처럼 검고 무지개빛이 나는 원피스 수영복 하나를 사 가지고 돌아왔다. 그러나 한번도 물 속에는 들어가지 않았다. 우리들이 수영을 하고 있는 동안 그녀는 해변에서 일광욕을 했는데, 샤워도 하지 않고 타월로 땀만 닦아 냈다. 그런 까닭에 사흘 후에 그녀는 살아 있는 커다란 왕새우 같아 보였고, 그녀의 문명 냄새는 맡을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해졌다. 그녀의 밤들은 어느 정도 해방감의 시간들이었다. 그녀의 재임 초기부터 우리들은 누군가 어둠 속에서 빗질을 하며 집 안을 걸어 다니는 것을 느꼈고, 내 동생은 플비아 플라미네아가 우리에게 여러 번 이야기해 준 대로 목매 죽은 방랑자들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두려움을 갖게 되었다. 우리는 곧 그것이 미스 포르베스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그녀는 자신이 낮시간 동안에는 비난하곤 하던 고독한 여인의 현실을 밤시간에 보내고 있었다. 어느 날 새벽에 우리는 그녀가 부엌에서 여학생이 입는 잠옷을 걸치고 밀가루를 온 몸뿐만 아니라 얼굴까지 바른 채 멋들어진 후식을 준비하면서, 낮의 미스 포르베스에겐 충분히 스캔들이 될 정도로 난잡하게 포도주를 마시고 있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다. 이미 그 때에는 우리들도 그녀가 우리들을 재우고 나서 자신의 침실로 가지 않고 숨어서 수영을 하러 내려간다든가, 혹은 옥수수 부침과 아버지가 특별한 날에만 먹으려고 아껴 둔 귀한 포도주를 병째로 마시면서 거실에 앉아 아이들에게는 금지된 성인 영화를 방송하는 텔레비전을 소리 죽여 가며 늦게까지 본다는 것을 알았다. 스스로의 엄격한 설교와 몸가짐을 무시한 채 그녀는 억제할 수 없는 열정과도 같은 것에 숨막혀 했으며 모든 것에 굶주려 있었다. 그리고 나서 우리들은 그녀가 자신의 방에서 혼자 이야기하고, < 오를레앙의 아가씨들 >의 가사를 독일식 억양으로 암송하고, 혼자 노래하고, 동이 틀 때까지 침대에 누워 흐느끼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곧 그녀는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하고 아침 식사 시간에 나타났는데, 그녀의 모습은 점점 더 침울하고 엄격하게 바뀌어 갔다. 내 동생뿐만 아니라 나 역시 그 때처럼 아주 무기력해 본 적이 다시는 없었으나, 어떤 경우라도 그녀의 명령을 우리가 어길 수 없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나는 끝까지 참으려 했다. 반대로 내 동생은 자신의 과격한 성격대로 그것에 맞섰다. 그래서 그 행복한 여름은 우리에게 지옥으로 변했다. 바다 장어 이야기는 감정을 극단에 치닫게 했다. 그 날 밤에 우리들은 미스 포르베스가 조용한 집 안에서 끊임없이 무엇인가 운반하는 소리를 침대에서 듣고 있었는데, 내 동생은 마음에 품어 두었던 모든 분노를 갑자기 폭발시키며 일어났다. "그녀를 죽여 버리겠어." 그는 말했다. 그의 결심 때문만이 아니라 나도 그 생각을 저녁 먹을 때부터 하고 있었기 때문에 깜짝 놀랐다. 그렇지만 나는 그를 달래려고 했다. "사람들이 네 머리를 잘라 버릴 거야." 그에게 말했다. "시칠리아에는 단두대가 없어." 동생이 말했다. "게다가, 누가 했는지 아무도 모를 거야." 나는 물속에서 건져 올린 영원의 포도주 찌꺼기가 아직도 남아 있는 항아리를 생각했다. 그 독성의 종류와 심도 깊은 분석을 하기 위해서 우리 아버지는 그것을 잘 보관했다. 그것은 단순한 시간의 흐름의 산물이 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미스 포르베스에게 그 독을 사용하면 아무도 사고나 혹은 자살이 아니라고는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동이 트자마자, 그녀가 광란의 밤샘을 해서 지쳐 있다는 것을 알고, 우리는 아버지가 아끼는 포도주 병에다 항아리에 있던 포도주를 넣었다. 우리가 들은 바에 의하면, 그 용량은 한 마리의 말을 죽이기에도 충분했다. 우리는 플비아 플라미네아가 아침 일찍 오븐에 넣어 둔 쨈을 바른 빵을 미스 포르베스가 직접 가져다 주어, 오전 9시 정각에 부엌에서 아침 식사를 했다. 우리가 포도주를 바꾸어 넣은 지 이틀 뒤, 아침 식사를 하면서 내 동생은 독이 든 포도주 병이 아직 손도 대지 않은 채 장식장에 놓여 있다고 놀란 눈짓으로 나에게 말했다. 그 날은 금요일이었고, 그 독이 든 병은 주말까지도 손 대지 않은 채 놓여 있었다. 그러나 화요일 저녁에 미스 포르베스는 텔레비전에서 방영하는 성인 영화를 보면서 독 포도주를 반 병이나 마셨다. 그런데도 그녀는 언제나처럼 정확하게 수요일 아침 식사 시간에 나왔다. 그녀는 악몽의 밤을 새운 푸석푸석한 얼굴을 하고 있었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안경 안에서 눈동자를 불안하게 굴렸다. 그리고 그녀의 눈은 빵을 담은 바구니에서 독일 우체국 소인이 찍힌 편지 한 통을 발견하고는 더욱 불안한 빛을 띠었다. 우리에게 해서는 안 된다고 여러 번 말해 온 것과는 달리 그녀는 커피를 마시면서 그 편지를 읽었다. 그리고 편지를 읽는 동안 편지에 쓰여진 내용이 비추는 섬광들이 그녀의 얼굴을 스쳐 지나갔다. 곧 그녀는 편지 봉투에 붙어 있는 우표들을 떼어 내 우표 수집 취미를 가지고 있는 플비아 플라미네아 남편을 위해 아직 빵이 남아 있는 빵 바구니에 집어넣었다. 예전의 불쾌한 경험에도 불구하고, 그 날 그녀는 우리의 해저 탐험에 동반해 주었고, 우리는 산소 탱크의 산소가 다 떨어질 무렵까지 낮은 바닷물 속을 돌아다녔으며 바른 예절 수업을 하지 않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 미스 포르베스는 하루 종일 생기 발랄했을 뿐만 아니라 저녁 식사 때는 전에는 볼 수 없던 활기까지 있어 보였다. 내 동생은 실망스러움을 견딜 수가 없었다. 저녁 식사를 하라는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동생은 도전적인 몸짓으로 국수 수프 그릇을 밀어 놓았다. "나는 이 지렁이 국물에 물릴 데까지 물렸어요." 그는 말했다. 그것은 마치 전쟁 중의 유탄이 식탁 위에 떨어진 것과 같았다. 미스 포르베스는 창백해졌고, 그녀의 안경알은 눈물로 얼룩이 졌다. 그녀는 곧 안경을 벗어 그것을 화장지로 닦았다. 그리고 일어서기 전에 영광 없는 항복의 씁쓰레한 표정을 지으며 식탁 위에 화장지를 올려 놓았다. "너희들이 하고 싶은 대로 하려무나." 그녀는 말했다. "내가 없다고 생각해." 7시부터 그녀는 방문을 닫고 들어가 버렸다. 그러나 우리가 이미 잠이 들었을 거라고 상상했을 때인 자정이 되기 전, 우리들은 그녀가 여학생 잠옷을 입고 반 쪽의 초콜릿 파이와 4분의 1 이상이 남아 있는 독 포도주 병을 방으로 가져가는 것을 보았다. 나는 연민의 전율을 느꼈다. "불쌍한 미스 포르베스." 나는 말했다. 내 동생은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녀가 오늘 저녁에 죽지 않으면 불쌍한 것은 우리들이야." 동생이 말했다. 그 날 새벽에 그녀는 다시 오랫동안 혼자 이야기를 하였다. 그녀는 억제할 수 없는 광기에 고무되어 큰 소리로 실러를 외쳤고, 집 안 전체를 울릴 듯한 마지막 큰 소리를 질러 정점에 달했다. 그리고 나서 마음 속 깊이까지 들이마시는 숨을 여러 번 내쉬고 표류하는 배처럼 계속적으로 슬픈 휘파람 소리를 내며 앞으로 쓰러졌다. 밤샘의 긴장으로 아직 기운이 빠진 상태로 우리가 아침에 일어났을 때는 햇빛이 페르시아산 양탄자에 내려꽂고 있었으나, 집 안 분위기는 물 속에 가라앉은 듯 적막에 잠겨 있었다. 그 때 우리는 시간이 10시가 다 되어 가는데, 미스 포르베스의 일상적인 기상 신호가 없었다는 것을 알았다. 우리들은 8시에 화장실에서 들리는 배수물 소리, 세면대 수도꼭지를 트는 소리, 장화 뒷굽 소리, 그리고 그녀의 냉혹한 손바닥으로 두드리는 세 번의 가혹한 노크 소리조차도 듣지 못했다. 내 동생은 벽에 귀를 갖다 댔고, 옆방에서 들리는 아주 조그마한 소리라도 듣기 위해 호흡을 멈추었다. 그리고 동생은 마지막으로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이제 됐어!" 그는 말했다. "유일하게 들리는 소리는 파도 소리 뿐이야."우리들은 11시가 되기 조금 전에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그리고 플비아 플라미네아가 고양이를 데리고 집 청소를 하러 도착하기 전에 각각 두 개의 산소통과 다른 두 개의 장비를 가지고 곧바로 해변으로 내려갔다. 오레스떼는 이미 선창에 승선해서 방금 낚시로 잡은 6리브라(약 3kg)가 나가는 도라도 물고기의 내장을 꺼내고 있었다. 우리는 11시까지 미스 포르베스를 기다렸는데, 계속해서 자고 있는 것을 보고 우리끼리 바닷가로 내려오기로 결정했다고 그에게 말했다. 덧붙여 그녀가 전날 저녁 식탁에서 서럽게 흐느꼈고, 어쩌면 잠을 잘 자지 못해 침대에 더 있기를 원했을 거라고 말했다. 오레스떼는 우리가 기대했던 것만큼 그런 설명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해저 잠수를 하여 1시간 남짓 동안 우리와 함께 채집했다. 그리고 나서 그는 우리에게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올라가라고 지시했다. 그리고 그는 잡은 도라도 물고기를 관광 호텔에 팔러 모터보트를 타고 가 버렸다. 우리들이 집으로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고 그가 벼랑 뒤쪽으로 사라질 때까지 우리는 돌계단에 서서 그에게 손을 흔들며 인사를 했다. 그 다음 우리는 산소 탱크를 짊어지고 아무에게도 허락을 받지 않게 계속해서 수영을 했다. 그 날은 날씨가 흐렸고 지평선 끝에는 천둥이 울고 있었으나, 바다는 잔잔하고 투명하고 푸른빛을 띠고 있었다. 우리는 물 위에서 빤뗄라리아의 등대 부근까지 수영을 했고, 오른쪽으로 약 100m 정도 더 돌아가서 우리가 초여름에 보아 두었던 전쟁 때 쓰던 어뢰가 있다고 계산한 장소까지 잠수를 해서 갔다. 어뢰는 그 곳에 있었다. 태양빛의 노란색 칠을 하고 일련 번호가 적혀 있는 여섯 개의 어뢰였다. 그 어뢰들은 우연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록 나란히 화산의 안쪽에 놓여 있었다. 플비아 플라미네아가 우리에게 이야기 해 주었던 아주 놀랄 만한 해저 도시를 찾으며 우리는 등대 주위를 따라 돌았다. 해저 도시는 찾을 수가 없었다. 2시간 뒤, 우리들은 신비스런 새로운 발견이 없자 지쳐서 마지막 산소를 들이마시고 수면으로 나왔다. 우리가 잠수를 하는 동안 여름 태풍이 몰려오고 있었고, 바다는 얼굴을 바꾸었다. 그리고 육식성 새 떼들이 해안에서 방황하는 물고기들의 흐름 위에서 날카로운 부리로 위협하며 날고 있었다. 오후의 햇빛은 기울어져 갔지만 지금까지 미스 포르베스가 없는 삶은 살 만했다. 그러나 벼랑 쪽 계단으로 힘들여 막 올라갔을 때 우리는 집에 모여 있는 많은 사람들과 문 앞에 서 있는 두 대의 경찰차를 보았다. 그리고 그 때에야 우리는 우리가 행한 일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이 미쳤다. 내 동생은 겁에 질려 몸을 떨며 다시 돌아가려고 했다. "나는 들어가지 않을래." 그는 말했다. 그와 달리 나는 시체를 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의심으로부터 빠져 나올 수 있으리라는 불확실한 생각이 들었다. "침착해라." 내가 말했다. "깊은 숨을 들이쉬고 한 가지만 생각해. 우리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것 말이야." 아무도 우리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우리들은 산소통, 물안경과 물갈퀴를 문에 놓고, 야전 침대 옆 바닥에 앉아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두 명의 남자들이 있는 집 옆으로 난 통로로 들어갔다. 그 때 우리는 뒷문에 앰뷸런스 한 대가 서 있고 소총으로 무장한 여러 명의 군인들이 있는 것을 알아챘다. 거실에는 이웃 여인들이 벽을 등지고 놓여 있는 의자에 앉아 사투리가 섞인 말투로 기도를 하고 있었고, 그녀들의 남자들은 죽음과는 무관해 보이는 쓸데없는 이야기를 하면서 뜰에 어지럽게 앉아 있었다. 나는 굳고 차가운 동생의 손을 더 세게 붙잡고 뒷문을 통해서 집으로 들어갔다. 우리들의 침실 문은 열려 있었는데, 방 안은 아침에 우리가 해 놓은 대로였다. 우리들 방과 나란히 있는 미스 포르베스 방에는 캘빈 총으로 무장한 한 군인이 입구를 지키고 있었으나, 방문은 열려 있었다. 우리들은 마음을 끓이며 방 안을 넘겨다보았다. 우리는 플비아 플라미네아가 섬광처럼 부엌에서 나와 비명을 지르며 문을 닫을 때 순간적으로 방 안을 잠깐 들여다보았다. "제발! 얘들아, 그녀를 보지 마라!" 이미 늦었다. 우리는 그 짧은 순간에 본 광경을 일생 동안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어떤 사람이 공원의 사진사들이 가지고 다니는 것 같은 검은색의 사진기로 사진을 찍는 동안 두 명의 남자 경찰이 쇠 줄자로 벽에서 침대까지 거리를 재고 있었다. 미스 포르베스는 뒤집어진 침대 위에 없었다. 그녀는 방 가운데, 방바닥 전부를 물들일 정도로 많은 양의 말라붙은 핏덩어리 위에 벌거벗고 있었고, 시체에는 칼침 자국이 있었다. 전부 스물일곱 군데의 칼자국이 시체에 있었다. 그 많은 칼침과 잔혹함으로, 나는 평온함이 없는 사라의 광기가 그녀를 죽였고, 그녀도 같은 감정으로 칼침을 맞았고, 소리조차 지르지 못하고, 울지도 못하고, 그녀이 아름다운 군인 목소리로 실러를 암송하면서, 또 그것이 그 행복한 여름의 냉혹한 대가라는 의식을 가지고 죽었다는 것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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