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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20 전교조탄압 중단! 일제고사 중단! 부당징계철회를 위한 전.국.교.사.대.회] “우리 아이들을 더 사랑하기 위해 싸워서 이겨주십시오!”
단기 4341년 12월 20일. 11시 2분. 목포 신세계볼링장 앞에 도착했다. 관광버스가 저 만치 서있고 2009년 목포중등지회장 당선자 정찬길 동지가 차 문 앞에 서있다. 민노당 목포시위원회 조영규 동지도 함께 있다.
“아이고, 오랜만이요, 이?” “안녕하셨습니까, 선생님?”
“찬지리, 다 왔는가?” “아뇨? 몇 분 덜 오셨네요?”
차에 올랐다. 사람들이 많이들 와있다. 구신서 지부장을 비롯한 지부 간부들이랑 목포 식구들.... 뜻밖에 우리 진이언니도 와계셨다.
“워메, 우리 진이언니도 가시요?” “오랜만이야, 고자이성?”
“예, 오랜만이그만이라?”
용철이가 안 보인다. 가서 풍물 치자고 했는디.... 차에서 내려 전화를 했다. 오고 있단다. 광헌이 성이랑 작은 거인 정종삼이 동지허고 한담을 나누고 있는디 낯익은 차가 지나간다. 용철이의 희건 카니발이다. 조금 있응게 한 바퀴 또 돈다. 차 댈 자리를 못 찾았는갑다. 댈 만한 자리를 일러줄 양으로 신세계볼링장 모퉁이를 돌아가봤다. 저 만치서 세 여성이 걸어옴시로 아는 체를 헌다. 장영주 선생님이랑 정옥희 선생님, 맹자 낭자다. 반댓길로 왔는지 용철이는 이미 차에 타고 있었다.
11시 20분. 우리 서른셋을 태운 차가 신세계볼링장 젙을 떠난다. 진도대의원 이수진 선생님하고 정맹자 동지는 학부모, 교사 사이다. 용철이가 두 사람을 항꾸네 앉히고 내 젙에 앉더니 대뜸 이런다.
“이 놈의 정권이 약 묵었드만?” “쥐약을 처묵었제.”
“(연가)내지 마라고 공문 왔드만.” “그 사람들 할 일이고, 그래도 우리는 내고.... 무단으로 허겄제.”
11시 24분. 승태 성한테 전화를 했다. 백양사휴게소에서 지달리고 있단다. 지부 조직국장허고 통화했단다. 여느 교사대회허고는 다르게 차 안 여그저그서 야그꽃이 무성허다. 용철이가 소금(국악기) 연주를 헌다. 바로 앞 왼쪽에 앙거있던 김인순 선생님이 이 쪽을 보고 있다.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 찔레꽃 하얀 꽃은 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 엄마 엄마 부르며 따 먹었다오”
11시 36분. 기사양반이 소리대를 잡고 안내를 헌다.
“안녕하십니까? 하나고속관광 조**기삽니다. 지금부터 서울까지는 약 5시간이 걸릴 텐데요.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시겠습니다.(일동 박수)”
12시 15분께 휴게소에 들러 주먹밥을 묵는다. 김치볶음이 호빵 앙꼬맹키로 들어있고 김에 포위되어있는 주먹밥이 아직 따땃허다. 용철이가 우동국물을 종이잔에 따라다 준다. 국물이 시원허다.
12시 36분. 목포지회 김명종 선생이 소리대를 잡고 진행을 한다. 먼저 구신서 전남지부장이 인사말을 헌다.
“공정택 덕분에 여러 가지로 어렵습니다. 어제 검찰이 압수수색을 했습니다. 전교조에 전방위적, 폭압적 탄압을 자행하고 있습니다. 일제고사 관련 7명이 해직당하고, 3명의 사립 조합원이 해직예고 중입니다. 전라북도 김인봉 교장을 체험학습 허락했다고 중징계한다고 합니다. 조직내부가 어수선합니다.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면 새롭게 투쟁계획을 세워서 정권대응투쟁을 할 것입니다. 이 자리에 한결같이 함께해주신 동지들, 뜨거운 동지애를 가슴으로 느낍니다. 임기 마치면 (평)조합원으로 돌아갑니다.”
새 집행부가 목포로 이전해 오고 요청이 오믄 각자 일(‘역할’을 고침)을 허잔다. 새로운 목포시대를 열어가잔다. 이어 김기중 해남지회장이 소리대를 잡는다. 지난 번 서울 집회가 마지막이겠지 했는디 징계사태가 일어나자 직감적으로 다시 올라가야겠거니 했단다. 단결해서 나쁜 버릇을 고쳐야 한단다. 내년에는 해남 초중등이 합쳐서 새롭게 출발한단다. 전국대의원으로 최은숙 선생님, 김경옥 선배, 사무국장 김현주 선생님, 조직부장 최모선생님, 김현옥 차기 사무국장이 함께 하고 있단다.
진도지회 소개를 헌다. 나를 앞으로 부른다.
“안 반갑지라? 안녕 못허시제라? (일동웃음) 진도지회 고재성입니다. 작년, 아니 올해 대의원 김나리 선생님 저 뒤에 계십니다. 그라고 내년 대의원인 꽃처럼 어여쁜 우리 이수진 선생님 함께 오셨습니다.(일동 박수) 진도지회는 지난 월요일부터 교육청 앞에서 날마다 1인시위를 해오고 있습니다. 어제는 중학생 둘이 지나가길래 몇 학년이냐고 물었습니다. 1학년이라고 합니다. 그러고는 일제고사 보지야고 했더니, 대뜸 ‘일제고사 보기 싫어요, 체험학습 가요, 야아~!’하고 두 팔을 머리 위로 쳐들고 좋아라고 합디다. 우리 아이들의 행복을 위해서 일제고사 꼭 저지합시다, 투쟁~!”
목포중등지회 최강록 지회장이 음식을 많이 준비 못해 미안허단다. 대신 목포중등지회는 12명이 배당되었는디 20명이 참여했단다. 차기 목포중등지회장 당선자 정찬길동지랑 현 목포여고분회장 전상보 동지 등, 참석한 동지들을 차례대로 소개한다. 전국대의원인 중앙여중 강분희 선생님이 왜 자기는 빼냐고 볼멘소리를 헌다. 미안하다고 허고는 맺는다.
“투쟁은 재미있게, 투쟁!”
사회자가 월요일(25일)에 목포교육청 앞에서 있을 교사결의대회와 목포지회 송년의 밤 행사 안내를 허고 나서, 목포 초등 최성, 사립 김창현 동지를 잇따라 소개한다. 이어, 정찬길 동지를 소개한다.
“반갑습니다. 정찬길입니다.(일동박수) 오늘 아침 한겨레신문을 봤습니다. 운동장에 학부모들이 인간띠를 만들고 서있고, 그 안에 학생들이 쫓겨난 선생님과 야외수업을 하고 있는 모습이 일면에 실려 있었습니다. 상식 있는 사회라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부당징계를 철회시키는 데 온힘을 모야야 하지 않을까합니다. 차가운 벽 너머 새봄이 웅크리고 있습니다. (여러분)한분 한분이 희망입니다. 힘과 용기 잃지 마시고 넉넉하고 wmf거운 마음으로 서울 다녀오셨으면 합니다.”
4시 10분이 다 되어서야 광화문 열린공원 근처에 차를 댄다. 맨 먼저 차에서 내려 걸음을 서둘렀다. 김용철 선생이랑 이수진 선생이 바로 뒤에 쫓아온다. 가는 길이 공사로 꼬불꼬불 난리고 견찰들 닭장차가 도로 곳곳을 막고있다. 바로 앞서 가던 분이 분노를 터트린다.
“화염병으로 다 쓸어버려야 돼, 이 썅!”
승태 성이 무대 왼쪽에 있노라고 전화를 허신다. 대열 오른 쪽을 헤집고 앞으로 갔다. 연못이 있다. 그 연못하고 사람들하고 사이로 나아간다. 무대 오른쪽은 끝까지 물이다. 무대 뒤로 해서 왼쪽으로 돌아가자 승태 성이 보인다.
“성, 안 친다요?” “이미 해부렀어야?”
“길이 맥혀부러각꼬. ” “마지막에 한 번 더 헌다드라.”
가수 박진 씨가 노래헌다. 이어 사회자가 오늘 서울 어떤 마음으로 왔냐고, 이 자리에 머리라도 채울 양으로 오지 않았냐고, 파면, 해임당한 일곱 분들 손이라도 붙잡고 힘내시라는 말씀 해줄라고 오지 않았느냐고 한다. 한 분 한 분 이름을 외자, 집회참가자들이, “힘내세요~!!”하고 목소리를 하나로 외친다. 일곱 분을 대표해서 최혜원 선생님으로부터 가슴 속에 묻어둔(?) 이야기를 듣자고 한다. 최선생님이 소리대를 잡는다.
“예, 안녕하세요?”하고는 ‘하하하’웃는다. 이내 죄송하다고 한다. 동지여러분이 우리가 혼자가 아님을 강한 연대의 끈으로 확인시켜 도라고 한다. 이어 학부모가 발언을 한다.
“길동초 학부모 김원철입니다. 선생님께 힘이 될까 해서 오늘도 출근투쟁 함께 하고 왔습니다. 아이들 통곡소리를 들었습니다. 학교는 아이들을 혼란에 빠트려서는 안 됩니다. 학교장, 교육청, 이명박 정부는 아이들은 안중에도 없나봅니다. (중략) 수많은 학부모들이, 우리가 뭉쳐야 학교와 세상이 더 나아질 수 있습니다. 학부들이 나섬으로 인해서 터무니없는 징계를 철회시키고 모두 복직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일곱 분 선생님, 힘내십시오.”
“와아아아~~!!!!”
이어서 준비된 공연을 한단다. 밤마다 명동성당에서 무한도전을 하고 있는 청소년들이 있는디 어제는 1,024명이 모였단다. 여섯 젊은이가 무대에 오른다.
“차렷! 절!” “와아아아~~!!!!”
“저희는 12월 9일 한 명으로 시작해서 매일 밤 무한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2,048명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전교조 선생님들, 힘내십시오!”하고는 글씨판을 넘기기 시작한다.
“2008년 유난히 힘들었던 한 해가 저물어갑니다.
그리고 여전히 우리들 삶은 벼랑 끝
사람이 죽어도 외면하는 차가운 현실에서
고장난 부품처럼 버려지는 냉혹한 현실
경찰아저씨 우리 선생님 그냥 놔줘요
아이들 눈물 외면하는 차가운 현실
우리는 함께 눈물을 흘려야 했다(중략)
교육을 위한 길, 싸움의 승자는
바로 당신입니다. 선생님들 사랑해요!”
게콘 ‘풍퐁퐁’차림의 세 젊은이가 무대에 오른다. 머리부터 검정 모자, 검정쫄바지로 이어지는 통옷에 노랑 반바지가 우습다. 근디 겁나게 춥겄다. 노래, ‘미쳤어’에 맞춰 익살을 부린다.
정진화위원장이 대회사를 헌다.
“아, 전국에서 이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달려와서 함께 이 자리에 계시는 시민, 학생 여러분 반갑습니다. 겨울 한파가 몰아치는 이 때, 이명박의 공안탄압이 힘들게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일제고사 때문에 해마다 책상 앞에서 시들어간단다. 동지들이 이 미친정권, 미친교육에 맞서 끝까지 저항할 것을 결의하고 투쟁해달란다.
“23일은 슬픈 화요일입니다. 미친교육을 물리치기 위해 다 같이 검은 옷을 입고 학교에 출근합시다. 부당한 징계로 희생당하지 않게 10만 서명운동을 합시다. 학부모와 소통해서 교육문제를 함께 풀어가겠습니다. 날마다 촛불집회를 열어 부당징계가 철회 될 때까지 물러서지 않고 투쟁합시다. 선생님들을 아이들 곁으로 돌려보냅시다. 제2참교육운동으로 교단에 돌아갈 수 있도록 투쟁을 약속합니다. 정말 단결하여 하나된 마음으로 어려움을 돌파해갑시다. 우리가 가진 것은 단결뿐입니다. 우리 모두 지혜를 모아 정의와 진실이 승리할 수 있도록 합시다. 동지들 고맙습니다. 함께 투쟁하십시다. 투쟁!”
오창익 인권실천시민연대 회원(?)분이 연대발언을 헌다.
“춥습니다. 마음은 더 춥습니다. 우리가 이 자리에 모여서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일곱 분이 짤렸다는 사실입니다. 그저 아이들을 사랑한 게 파면, 해임이라니 황당한 일입니다. 웃기는 일입니다. 이 분들 복직? 확신합니다. 춥습니다. 마음은 더 춥습니다. 담임선생님을 빼앗긴 어린이들이 선생님들을 돌려달라고 울부짖고 있습니다. 이명박, 공정택이 무슨 자격으로 이런 일을 벌입니까? 어머니는 말씀하셨습니다. 남의 눈에서 눈물 흘리게 하면 그의 눈에서는 피눈물이 난다고 말입니다. 일제고사 때문에 반인권적인 파면, 해임을 한 것은 부당합니다. 하나, 당부합니다! 선생님들은 어려운 학기말, 바쁜 시기에, 싸우기 위해, 싸워서 이기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부디 싸워서 이기십시오! 일곱 분을 지켜주십시오! 유일한 교육희망, 전교조가 싸워서 이겨주십시오! 무엇보다 선생님들의 존재이유는 아이들입니다. 우리 아이들을 위해, 우리 아이들을 더 사랑하기 위해 싸워서 이겨주십시오!”
“옳소~!!”
김윤주 선생님이 막 도착했단다. 설은주 선생님과 전교조 지도자문위원이신 김귀식 선생님을 소개하고는 김윤주 동지를 무대 위로 부른다. 가슴 속에 묻어둔 이야기를 듣는단다.
“반갑습니다. 얼마전 해직된 김윤줍니다.” “와아아아~~!!!!”
“정신줄 놓기 일보직전입니다. 부족한 잠에, 출근투쟁에,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어떻게 투쟁해야하나? 고달프고 지치고 가련한 모습으로 인터넷에 제 얼굴이 뜨고, 많은 국민들이 저희들 처지에 공감하더군요. 기자 여러분 감사합니다. 그러나 동정이나 연민에 기대어 우리 입장을 알아달라 호소하지만은 않으렵니다. 이번 징계는 부당한 것 아닙니까? 매우 폭력적으로 앞으로 각계각층에서 정치적 탄압을 하리란 것을 보여주는 상징의 한 단면입니다. 일곱 명 뿐 아니라 우리나라 곳곳에서 이 정권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생계를 박탈할 것입니다. 우리는 그 중 하나입니다. 여기 모인 교사분들께 부탁합니다. 막상 생계 걱정 않습니다. 죽도록 힘들지도 않습니다. 견딜 만합니다. 위축당하거나 웅크리지 말고 몰아치는 저항정신으로 일어서야 합니다. 23일 중학생 일제고사는 국면이 다릅니다. 23일, 교육을 장악하려는 이명박과 공정택의 음모를 폭로하는 투쟁을 해야합니다!” “와아아아~~~~!!!!!!!!”
“감사합니다! 교육문제는 나라 전체 문제입니다. 이 번 일제고사 싸움은 대단히 중요하고 상징성이 있습니다. 7명이 해임, 파면이면, 100명은 견책이고 1,000명이면 7인을 복직시키고, 만 명이면 공정택을 퇴진시킬 수 있습니다. 앞으로 투쟁 준비해갑시다. 감사합니다!”
그의 목소리는 언제나 시원시원하고 명쾌허다. 지발로 그의 바람대로 되믄 좋겄다.
‘100명은 견책이고, 1,000명이면 복직시키고, 만 명이면 공정택 퇴진이라.... ;;’
사회자가 전교조는 해직과 복직투쟁의 역사란다. 이 분들이 복직하는 날, 시루떡과 막걸리 놓고 환영대회를 열잔다. 다시 일곱 분의 이름을 하나하나 선창하고 군중들은 ‘힘내세요~~!!!!!’하고 외친다.
4시 59분. 결의문 낭독을 끝으로, [전교조탄압 중단! 일제고사 중단! 부당징계철회를 위한 전.국.교.사.대.회]는 막을 내린다. 집회참가자들이 외치는 ‘우리의 결의’가 차가운 열린공원(공사로, 견찰차로 꽉 막혀버린 닫힌공원) 허공에 떠돌다 이내 흩어져버린다.
“하나, 파면, 해임당한 동지들의 복직을 위해 총력투쟁을 결의한다!”
“결의한다, 결의한다~~!!!!”
“둘, 12월 23일 일제고사 저지를 위해 총력, 투쟁할 것을 결의한다!”
“결의한다, 결의한다~~!!!!”<땡>
<사잇야그>
결의문 낭독할 즈음 이수진 선생님한테서 전화가 온다.
“선생님? 저 대의원대회 안 가도 되겠네요.” “아니, 왜요?”
“구신서 지부장님이 그러시는데 대의원 명단에 안 올라 있다네요? 그래서 참석할 수 없대요.” “그럴 리가 없는디?” “저, 그냥 내려갈래요.”
그 때 마침 구지부장이 근처에 있길래 가서 물었다. 그랬더니 18일까지 대의원명단을 보고해야 헌디 진도는 안 했다고 대대 참석할 수 없다고 한다. 본부게시판에 발의자 명단에도 올라있다고 했다. 그런디, 보고를 안 했다고 진도지회장을 오히려 나무란다.
“글믄 김나리 현 대의원이 왔는디, 김나리 선생님이 참석하믄 되겄네요?”허자 그도 안 된단다. ‘뭐, 이런 법이 다 있데?’하고 속으로 궁시렁거리고 있는디, 김나리 선생한테서 전화가 온다.
“형, 사무처장한테 김재석 선생님이 전화했는데요. 이수진 선생님이 진도대의원인 것만 지부 식구가 확인해주면 된다네요?” “알았네.”
진도지회 지회장님한테 전화를 했다. 전원이 꺼져있다. 사무국장한테 전화를 해서 확인해봤더니, 지부에 보고를 하지 않았단다. ‘우째, 이런 일이....’
집회가 마무리되자 전남지부 식구들이 있는 뒤쪽으로 갔다. 이수진 선생님이 상기된 표정으로, “저 그냥 내려갈래요.”하고 볼멘소리를 한다. “기분 나빠요, 정말.”
이수진 선생님을 다독이고는 영등포에 있는 전교조본부에 항꾸네 갔다. 7층이 대의원대회장이다. 올라갔더니 지부 사무처장 임원택 선생님이 명단 올렸다고 대의원 인명부를 보여준다. 손으로 쓴 ‘이수진’이름을 확인하고 나서 서울교육청으로 향했다.
[12.20 서울시교육청 촛불집회]“촛불을 거역하는 자는 역천자입니다,”
7시 35분. 한길에서 서울교육청으로 가는 언덕배기 길로 접어든다. 오른 쪽 저 앞에 교통견찰차가 경광등을 빤딱거림서 자빠져있다. 조금 더 올라가자 진풍경이 펼쳐진다. 도로 양쪽으로는 짭새들이 두 줄로 길게 손을 잡고 서있고 도로 양쪽 인도에 촛불들이 길게길게 꼬리를 물고 앙거있다. 나는 견찰들 똥개들 사이, 도로 한 복판을 질러서 교육청 앞에까지 갔다. 교육청 안에는 견찰특공대맹키 보이는 시커먼 승냥이떼들이 겹겹이 떼지어 서있다. 정문 바로 앞에는 견찰방송차가 도로를 가로질러 서있고(소리나팔들이 차 옆굴탱이에 붙어 있어서) 모자를 눌러쓴 여경이 방송을 헌다.
“여러분은 지금 불법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 해산하십시오!”
차문을 똑똑 두드렸다. 여경이 나를 본다. 나는 허지 말라고 손으로 가새를 만들어보였다. 그 여경이 보고는 얼른 고개를 숙여버린다. 문 젙에 있던 전경이 웃음시로 위에서 시킹게 할 수 없이 하노라고 헌다. 그때 누군가 “고선생님, 안녕하세요?”하고 인사를 헌다. 서울지부 이민숙 수석부지부장 당선자가 자그마한 몸에 등짐가방을 메고 활짝 웃음시로 지나간다. “예, 선생님. 반갑습니다.”
이민숙 동지가 지나간 자리에 윤희찬 선생님이 무대 쪽을 보고 서계신다. 뒷모습이 겁나게 쓸쓸해 보인다. 가서 인사를 드렸다.
“희찬이 성님?” “아, 고선생님?” “고생이 많으시죠?” “예.”
3,000개가 훨씬 넘어 보이는 촛불들이 길 양쪽으로 길게 일렁인다.
“일제고사 반대한다, 공정택은 퇴진하라~!”
“일제고사 반대한다, 공정택은 퇴진하라~~~~!!!!!!!!”
“함성, 시이~작~!” “와아아아~~~~!!!!!!!!”
진보신당 심상정 씨가 연설을 헌다. 최혜원 선생님과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얼굴과 표정이 가슴 아프단다. 그 때 김민곤 선생님이 다가와, “고기자님?” 하신다. “아이고 선생님, 안녕하십니까?” “고기자님은 명문을 기록하게, 나는 사진을 찍겠네.” “예, 하하..”
심상정 씨는 서울시민의 힘으로, 국민의 힘으로 우리 아이들한테 선생님들을 반드시 돌려보내잔다. 촛불들이 환호한다. 우리 박광술 싸부님이 전화를 허신다. “광수 성?” “응, 지금 어디야?” “예, 저 교육청 정문 앞에 있그만요?” “알았어. 그리 갈께.” “예.”
창디기디기가 그의 반쪽 오미영 씨와 함께 모습을 보인다.
“아이구, 재성이 형 왔어요?” “그래, 왔능가?”
“선생님, 저도 왔어요.” “예. 미영낭자, 반갑습니다. 아이들 잘 있제라?”
“그럼요~.”
낯익은 목소리가 촛불들 위를 날아 내 귀에 박힌다. 순천중등지회 차기 지회장 신선식 동지의 목소리다. 전남에서도 지난 10월 14, 15일에 교사 세 명이서 연가 내고 아이들 체험학습을 시켰다고 한다. 이 기회에 자기도 한 번 찍혀서 짤리고 싶단다. 경찰들한테 사진 채증해서 도교육청에 왜 그런 놈 가만 놔두느냐고 항의해란다. 그 때 싸부님이 오신다.
“형님, 바쁘실 것인디 오셨소?” “응, 강의 끝나고 왔어.”
“밥은 먹었나?” “예, 본부 근처에서 묵고 왔습니다.” “부탁한 것 여깄네.”
색채치유싸인펜을 건네 받고 있는디, 창디기가 내 소리 한번 들어보고 싶다고 한다. 싸부님이랑 미영 씨도 충동질을 헌다. 그러믄 그러마고, 이따가 보자고 하고 무대 가까이로 나갔다. 가던 길에 장혜옥 전위원장님이랑 송원재 서울지부장님을 뵈었다. 길 오른편에 촛불을 들고 앙거계신다. 눈인사를 드리고 앞으로 갔다.
신선식 동지가 공정택으로 삼행시를 지었단다. 촛불들이 운을 뗀다.
“공~~!!!!” “공교육 수장이란 사람이 학원 돈을 받아 선거해도 됩니까?”
“정~~!!!!” “정당한 학부모, 학생의 선택권을 막아도 됩니까?”
“택~~!!!!” “택하세요! 공교육 수장이 될 것인지, 사교육 영업상무를 할 것인지!”
“와아아하하하....!!!!!!!!”
‘나도 삼행시 지을 수 있는디.... 공....공정? 정....정말? 택... 택시!’
누구한테 말허까 허고 있는디 두터운 흰 잠바를 입고 있는 여성이 종우때기를 갖고 있는 것이 눈에 띈다. 그한테 민요 한 자리 헐 수 있겄냥게 선생님이냐고 묻는다. 근다고 했더니 맨 뒤에 허란다. 그러마고, 고맙다고 했다.
여성사회자가 목소리를 높인다.
“오늘 분위기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습니까? 광화문, 청계천 광장 기억나십니까? 예, 우리는 지금 촛불시즌 투(2) 첫발을 내딛고 있습니다. 파면, 해임에도 굴하지 않고 23일 일제고사 거부투쟁을 계획하고 있는 전교조를 지지합니다. 우리도 함께 하겠습니다. 다음은 청소년 인권활동가 한 분을 모셔보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중학교 2학년 아수나로 회원입니다. 얼마 전 선생님이 파면당하셨는데요? 겨우 일제고사 가정통신문 보냈을 뿐인데 이건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중략) 너무 안타갑고 안쓰럽습니다. 우리 모두 일제고사 거부하고 참된 교육을 찾아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무대 오른쪽 언덕배기(화단?)으로 올라갔다. 바로 위에 정은교 선생님허고 창익이 성이 짜란히 앙거계신다. 손에는 촛불을 들고....
“학생, 선생님, 시민이 일제고사 폐지하고, 공정택을 몰아냅시다! 함께 외쳐보겠습니다!”
“징,계,를~!” “철.회.하.라~~!!!!”
“일,제,고,사~!” “반.대.한.다~~!!!!”
“공,정,택,은~!” “퇴.진.하.라~~!!!!”
추운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줄 인권단체 노래패를 소개한단다. 이름이 아직 없단다. 사람들이 ‘와~!!’하고 웃는다.
“예, 이름이 아직 없습니다. 명박이가 이름 지을 시간도 안 줍니다. 선생님들이 공정택과 이명박을 끌어내리면 그 때 이름을 지어보겠습니다.”
그 때 종로경찰서 경비대장이란 자가 협박을 헌다.
“집회에 참석한 여러분, 자유발언을 하는 등, 여러분은 불법집회를 하고 있습니다. 1차 해산명령을 합니다. 지금 즉시 해산하십시오!”
짭새들의 공갈, 협박에도 끄떡하지 않고 노래패, ‘이름 하나 못 짓고’는 ‘촛불의 거리’를 노래한다. 아까 언덕배기 초입에 올라섬시로 보았던 비범한 차림의 사람이 저 만치 서있다. 흰 갓에 흰 도포를 입고 팻말을 들고 서있다. 가차이 가봤다. ‘다함께’에서 만든 팻말이다. 미친교육 앞잡이 공정택을 파면, 해임시키잔다. 왼손에는 팻말을, 오른손에는 곰방대를 들고 서있다. 그 바로 앞에는 긴 나무의자가 있는디 나이 지긋하신 영감님이 노래를 유심히 듣고 계신다. 비상한 차림의 사내가 나한테 줄 것이 있다면서 ‘천부경’을 건넨다.
“촛불을 거역하는 자는 역천자입니다,”
촛불파도타기를 한다.
“징계를 철회하라~!” “와아~~!!!!”
촛불파도가 앞에서부터 일어나 뒤로 멀리멀리 움직인다. 한번 더 허잔다.
“공정택은 퇴진하라~!” “와아~~!!!!”
8시 20분. 2006년 고려대에서 출교당한 뒤, 올해 복교를 한 학생이 대중선동을 한다. 전교조에 빚을 갚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단다. 선생님들과 시민의 힘을 합쳐 입시지옥을 깨부수고, 이명박, 공정택을 파면시킬 때까지 끝까지 함께 하겠단다. 이어 89년 해직교사를 아버지로 둔 젊은이가 말을 잇는다. 일곱 분이 사랑하는 제자들 곁으로 돌아갈 것을 확신헌단다.
종로서 경비대장이란 작자가 또다시 해산허라고 악악댄다. 아까 맨 마지막에 노래하게 한다던 사람이 다가와 시간이 없어서 못허겄단다. 미안허단다. 괜찮다고 마음쓰지 마라고 했다.
은교 성님허고 헤어지고 정문 쪽으로 올라갔다. 집회에 참석한 노약자, 학생들은 경찰이 공권력을 행사하기 전에 해산하란다. 참말로 친절허신 견찰님이시다.
8시 35분. 누가 선생님하고 부른다. 전제고 제자 진우성이다. 싸부님이랑 창디기한테 소개를 했다. 일행이 있어 그리 가겠노라고 헌다.
“우성아, 이따가 연락허자.” “예, 선생님. 건강하세요.” “그래, 고맙다.”
서울교육청 정문 맞은편에 카페가 있었다. 이름이 ‘나이스데이’다. 왼쪽 문에는 12월 20일자 한겨레신문 1면이 붙어있다. 박수영 선생님의 운동장 수업모습이다. 가운데에 아이들과 선생님이 앙거있고 그 둘레를 엄마들이 성처럼 둘러서 팔짱을 끼고 서있다. 기사 제목이, “아스팔트 수업은 따뜻했네.”이다. 나중에 경찰이 철수해서, 끝내는 교실에 들어가 수업을 할 수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 오른쪽 문에는 일제고사 반대시민모임에서 내다 붙인, “선생님 힘내세요.”하는 팻말이 붙어있다.
아홉시가 조금 못 되어서 우리 넷은 정문 맞은편 골목으로 내려갔다. 근디 길이 끊겼다. 다시 나와서 도로로 걸어 내려갈라고 헝게 견찰들이 인도로 가라고 막는다. 거구 한 놈이 나한테 으름장을 놓는다.“안 들어가면 밀어넣습니다?!” 열이 뻗쳐서 실갱이를 벌여볼까 허다가 싸부님이랑 창디기 내외랑이 있어서 참았다.‘그래, 징허니 친절한 견찰 나리놈들아, 나 인도로 간다.’<땡>
<뒷이야기>
우리 넷은 무대 오른쪽 아래로 나있는 골목으로 내려갔다. 내리막길 끄트머리께에 곱창집이 있다. 그리로 들어가서 막걸리 있냐고 물었다. 갖다준다고 한다. 그리 들어갔다. 아는 선생님들 몇 분이 자리를 잡고 있다. 한 분이 다가와 아는 체를 한다. 인사를 나누고는 술국에다 막걸리를 시켰다. 막걸 리가 나오고 순대술국이 나왔다. 몇 잔 나누고 있는디 순천 신선식 동지한테서 전화가 온다. 어디가 어딘지 몰라 해서 내가 무대로 간다고 기다리라고 했다.
벗었던 옷을 걸치고 골목 위를 걸어간다. 사람들이 쏟아져내려온다. 낯익은 선생님이 바로 앞에서 내려온다. 이번에 해직당한 정상용 선생님이다.
“아이고, 정상용 선생님이시죠?” “예, 그렇습니다만....”
“전남지부 고재성입니다.” “아, 그러십니까?”
“선생님, 괜찮으시다믄 막걸리 한 잔 하실랍니까?” “집에 애들만 있어서 얼른 가봐야겠습니다.” “아, 그러십니까? 선생님, 그럼 고생하십시오.”
무대 가차이 가서 뚤레뚤레 해봤다. 안 보인다. “신선식~!”하고 소리쳤다. 그러자, 한 무더기 사람들 속에서 손을 흔들고 걸어온다. 창익이 성이랑 다른 두 분이 항꾸네 온다.
가게가 비좁아 탁자 두 개에 따로 자리를 잡았다. 똑같이 순대술국에 쐬주를 시킨다. 막걸리 떨어지고 없다던 아짐이 다섯 병이나 사온다. 전라도식구들한테도 서울막걸리 한 잔씩 맛을 뵈고는 가게를 나섰다. 창디기가 두 자리 다 계산해분다.
“저 전라도 갈 때가 있을 겁니다?” “아예, 오시면 언제든지 연락하십시오, 하하하하..”
우리는 택시를 타고 영등포에 갔다. 대의원대회가 아직 안 끝났다. 1호 의안에 대한 긴긴 토론이 끝나고 마지막 말씀을 이번에 파면당한 윤여강 선생님이 허신다. 그러고는 표결이다.
1호 의안이 부결되었다. 이럴 수는 없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싸우자는 안이 부결되다니! 나도 모르게 소리가 높아지고 누군가와 고성이 오갔다. <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