Ⅰ. 들어가며
관찰은 과학의 기초 기술 중 하나로서 과학정보의 가장 중요한 습득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관찰이 필요한 상황에서 관찰할 수 없는 학생은 과학기술 및 내용지식의 발달에 제한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시각장애학생은 큰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시각장애학생들은 사물을 관찰하는데 있어 시각적 기능을 사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청각과 후각, 촉각 등 다른 감각기관을 사용하여 사물을 유추하거나 형상화하여 속성을 이해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으로는 관찰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먼 풍경이나 사진속의 장면,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아주 작은 세포 등이 그것이다.
시각장애학생은 꽃을 만져보고 냄새를 맡아보면서 그 형태와 아름다움을 머릿속에 그려볼 수 있지만, 그 꽃이 지니고 있는 각 각의 세포들 간의 형태와 속성, 세포의 개념 등을 학습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현미경으로 꽃잎의 세포를 보고 그 형태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잔존 시력이 남아 있지 않는 시각장애학생에게는 그 어려움이 배가 된다할 수 있다. 그러므로 현미경으로 꽃잎을 관찰할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시각장애학생을 위한 꽃잎세포모형 교수-학습자료」를 제작하게 된 동기는 시각장애학생들도 비장애학생들이 현미경을 통해 여러 가지 세포 모양을 볼 수 있는 것과 같이 시각장애학생들도 세포 모양을 볼 수 있게 하여 꽃잎세포의 개념을 이해시켜 주기 위한 것이다.
따라서 지금까지 과학시간에 양파를 재료로 현미경으로 식물세포의 구조를 관찰하던 것에서 벗어나 시각장애학생이 '꽃잎은 과연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를 관찰하고, 만일 '꽃잎에도 세포가 있다면 어떤 형태를 이루고 있으며 양파의 표피세포와는 어떤 차이점이 있는가?'를 현미경을 이용하지 않고도 촉각으로 재미있고 쉽게 학습할 수 있는 자료를 제작하게 되었다.
Ⅱ. 자료 제작의 실제 및 적용
시각장애학생을 위한 꽃잎세포모형 학습자료의 제작은 1단계-꽃잎에 대한 연구, 2단계-1단계 연구를 바탕으로 촉각자료 제작, 3단계-제작자료의 수업시간 적용의 절차로 진행되었다. 각 단계는 상호간의 연관성과 서열성을 가지고 있기에 1단계부터 세심한 자료 준비와 조사가 요구되었다. 또한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준비해야할 꽃잎, 현미경 등의 자료를 미리 기록하고, 각 단계를 날짜별로 세분화하여 연구와 자료제작을 하였다. 본 장에서는 1단계부터 3단계까지의 과정을 요약하여 제시하고자 한다.
○ 1단계 : 꽃잎에 대한 연구
꽃잎세포모형 학습 자료를 제작하기 전에 시각장애학생들에게 제시할 꽃잎에 대한 연구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졌다. 이 단계에서는 학습자료에 제작될 꽃잎을 선정하는 작업과 꽃잎을 현미경으로 관찰하였을 때 나타나는 모양을 파악하는 것, 꽃잎세포의 형태와 크기의 파악, 꽃잎을 이루고 있는 세포의 물질들에 대하여 연구하는 작업을 실시하였다.
① 꽃잎의 선정
꽃잎은 길가나 집 근처 등 생활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의 잎으로 선정하였으며 장미, 철쭉, 봉숭아꽃, 카네이션꽃, 제비꽃, 점박이제비꽃, 흰제비꽃, 미국제비꽃, 졸방제비꽃, 알록제비꽃의 10종류로 선정 하였다. 선정 후 꽃잎을 확대해서 보기 위하여 각각의 꽃잎별 슬라이드를 준비하였다. 또한 꽃잎은 얇게 껍질을 벗기는 작업과 함께 슬라이드에 수용액 상태에서 붙이는 작업을 실시하였다.
② 꽃잎세포의 모양 알기
꽃잎세포의 모양을 알아보기 위하여 공초점 현미경을 이용하였다. 사전에 준비한 붉은 장미 꽃잎 슬라이드를 관찰한 결과, 놀랍게도 표면은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정한 형태의 퍼즐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③ 꽃잎세포의 크기와 두께 알기
꽃잎세포의 크기, 둘레나 직경을 분석하기 위하여 공초점 현미경과 같은 첨단장비와 컴퓨터를 연결하여 측정하였다. 컴퓨터를 이용해 측정한 결과 카네이션 꽃잎세포는 직경이 50~60 μm이며 면적이 798 μm2, 둘레가 124 μm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양파의 표피세포는 직경이 140~150 μm, 면적 9036 μm2, 둘레가 454 μm로 카네이션 꽃잎세포보다는 면적으로 볼 때에는 약 10배 정도 큰 것으로 파악되었다.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세포의 두께도 측정하였다.
④ 꽃잎세포 비교하기
현미경을 통해 10가지의 선정된 꽃잎세포를 관찰한 결과 모든 꽃의 형태는 다양한 퍼즐모양으로 되어있으며, 꽃의 형태에 따라 세포의 형태도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를 시각장애학생을 위한 촉각자료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각각 꽃잎세포의 형태에 대해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였다. 예를들어 붉은색 장미꽃은 부정형의 퍼즐모양, 철쭉은 육각형 퍼즐모양에 주름이 많은 특징이 있었으 며, 봉숭아는 장미꽃과 비슷하지만 또다른 형태의 세포 구조를 나타내었다. 카네이션 꽃잎세포와 양파 표피 세포 및 입안의 상피 세포는 그 구조 및 형태가 현미경으로 관찰했을 때 쉽게 구별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⑤ 꽃잎을 구성하고 있는 물질 알기
꽃잎세포를 구성하고 있는 물질을 알아보기 위하여 phalloidin-TRITC라는 염색액을 이용하였다. 꽃잎과 관련된 문헌분석 결과 꽃잎세포는 인체의 골격과 같은 액틴(actin)이라는 물질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되었으며 이 물질은 phalloidin-TRITC라는 시약을 사용시 염색되어 나타났다.
⑥ 꽃잎세포 구조로 꽃을 분류하기
같은 과에 속하는 제비꽃이라고 하더라도 동일한 세포의 형태를 유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비슷한 형태를 유지하는 종류도 있다는 것을 관찰 결과 알 수 있었다. 졸방제비꽃은 종지나물(미국제비꽃), 흰젖제비꽃과 꽃잎세포 형태가 비슷하며 흰제비꽃은 제비꽃과 꽃잎세포 형태가 비슷하였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꽃잎세포의 구조로도 어느 정도 꽃의 분류가 가능하다는 것을 연구를 통해 알 수 있었다.
○ 2 단계 : 꽃잎세포모형 제작
1 단계의 연구결과로 시각장애학생들이 촉각을 통해 꽃잎의 세포 형태가 꽃마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하는 촉각놀이 세트와 꽃잎세포의 배열, 두께, 너비 등을 파악할 수 있는 퍼즐놀이 세트를 제작 하였다. 촉각놀이 세트와 퍼즐놀이 세트는 각 12종(꽃잎세포 10종, 양파 표피 세포, 입안 상피 세포)으로 총 24종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작과정은 다음과 같다.
① 촉각놀이세트
a. 현미경으로 관찰된 세포를 컴퓨터로 스캔하기
b. 스캔된 세포 사진을 시각장애학생들이 만져볼 수 있도록 확대하기
c. 꽃잎세포 사진과 양파 표피 세포, 입안상피 세포 사진을 두꺼운 스티로폼 위에 붙이기
d. 한지 노끈을 사진 속 꽃잎세포 모양대로 붙이기
e. 세포에 대한 점자설명 부착하기
② 퍼즐놀이세트
a. ~ c. 까지 촉각놀이 세트와 동일하게 제작
d. 실제 세포모양으로 5cm 두께의 입체적인 퍼즐로 잘라서 만들기
e. 세포에 대한 점자설명 부착하기
완성된 꽃잎세포 모형 촉각놀이 및 퍼즐놀이 세트는 아래 그림과 같다.
비장애학생은 눈으로 볼 수 없는 미세한 사물의 특성을 현미경을 통해 관찰할 수 있지만, 시각장애학생은 현미경을 사용할 수 없기에 관찰에 제한을 받는다. 만약 비장애학생을 위한 학습 자료로 현미경이 주어진다면 시각장애학생을 위해서는 현미경을 대처할만한 학습 자료가 주어져야 할 것이다.
이 자료는 시각장애학생이 볼 수 없는 꽃잎의 세포 형태를 꽃잎세포를 퍼즐조각으로 맞추는 놀이와 촉각놀이를 통해 여러 가지 꽃잎, 입안 상피, 양파 표피 세포형태를 비교함으로써 수업시간에 비장애학생과 같이 수업내용을 습득하고 관찰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또한 이 학습자료는 시각장애학생들뿐만 아니라 지적장애, 정서장애 등 다른 장애를 가진 학생들과 특수학급 학생들, 비장애학생들까지 모두 수업에 활용한다면 세포에 관한 흥미를 높이고 꽃잎세포와 일반세포 형태에 대해 재미있고도 쉽게 학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 글을 마치면서 앞으로 장애학생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학습 자료를 제작되었으면 하는 바램과 이를 위해 특수교사의 적극적인 관심과 노력 그리고 각 단체의 많은 지원이 이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