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여자 개인전 & 단체전 시합
내일은 12월 8일,,,
개회식이 있고, 여자 개인전, 단체전 시합이 있는 날.
여자팀원과 같이 저녁식사를 했다.
내가 좋은 곳이 있으니 같이 가자고 해서 간곳은 대만대학 앞의 한식집.
대부분 불고기를 시켰는데 모두들 무척 좋아했다. 추사범님의 동의를 얻어 나와 추사범님 두사람이 다음날 뉴질랜드여자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그날 저녁 식대를 모두 계산했다.
팀내 여자 선수들에게서 나의 인기가 치솟았다. ^^
드디어 기다려 오던 12월 8일 개회식 날...
개회식에 앞서 여자 선수들의 워밍업을 위해 연습실에서 음료수, 장비등등 이것 저것 챙겨 주고, 도와주면서 일본 여자팀의 연습장면을 옆에서 볼수 있었는데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였다.
기합, 기세 그리고 몸을 날려 머리를 치는 모습등 일본 여자 선수들의 연습장면은 나로 하여금 남자 선수들 이상의 전율을 느끼고 만들었고, 특히 서로 돌아가며 양손찌름을 하는 모습에서는 찌르는 사람들은 강하게 찌르고 그리고 찌름을 받는 사람은 꿈쩍하지 않고 더욱 강하게 받아 내는 모습에서 ‘아직은 여자검도는 일본이 독보적이다’라는 느낌이 충분히 들게 만들었다.
개회식을 위해 시합장에 들어 서는데 선수임에도 몸수색등 여러 가지 출입에 관한 조치가 까다로워 불편했는데 알고보니 대만의 천수이벤 대만총리가 와서 축사를 했기 때문이었고, 개회식 이후 그가 돌아 가자 출입이 쉬워졌다.
선수 대기석에 가보니 뉴질랜드 옆자리가 한국선수 대기석이었다. 한국선수들과 한마음으로박수를 치며 한국여자선수들에게 응원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
드디어 여자 개인전이 4코트에서 동시에 시작 되었다.
한국선수중에서는 박연정 선수가 유독 돋보여 보였고, 변아름 선수 역시 선전하였으나 아쉽게 두선수 모두 개인전에서는 입상권에는 들지 못했다. 그러나 변아름, 박연정 선수를 이긴 각각의 일본 선수들이 결승에 진출해서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뉴질랜드 여자팀원중에서 ‘사치오 리(5단)’ (스승이 지난 12회 대회 일본팀의 감독이셨던 토시야키 다카하시 선생으로 이번 세계대회전 일본으로 건너가 스승밑에서 개인수련을 했음)라는 일본출신의 뉴질랜드 여자팀의 코치이자 선수에게 우리는 개인전에서 좋은 성적을 기대했었다.
그러나 1회전에서 태국출신의 무명선수에게 1:0으로 지고 나오는데, 그 결과가 너무 예상 밖이라 받아 들이기가 어려웠다. 더구나 그 태국선수가 말레이시아 선수까지 이겨 버려 본선 진출이 좌절 되어 버렸다. 조금만 올라 갔음 한국의 변아름 선수와 맞붙게 되는 상황이어서 기대를 많이 했었는데 무척 아쉬웠고, 역시 시합의 결과는 아무도 모르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시합장에서 나와서 승패와 상관없이 “나중에 열리는 단체전이 더 중요하잖아,”라며 짓는 그녀의 미소가 멋졌다.
그리고, 제니 최(한국계)선수와 씬씨아 림(말레이지아계)선수, 막내였던 루비 황(대만계) 그리고 고일수(한국계)이상 네선수 역시 개인전에 나가 분전하였으나 모두 높은 벽을 넘지 못하고 모두 석패하고 말았다.
개인전이 끝난후 뉴질랜드 여자팀의 단체전 첫 상대는 홍콩이었다. 우리 여자팀의 대진은 만일 홍콩에게 지면 16강전에서 일본과 맞붙게 되어 있었고, 이기면 헝가리와 호주의 패자와 그리고 그팀 역시 이기면 한국과 맞붙게 되어 있었다.
우리의 여자팀은 홍콩을 이겨 버렸다. 그래서 맞붙은 팀은 호주,,,
호주의 여자검사들은 키위 여검사들이 당해 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뉴질랜드 여자팀의 선수들은 역부족인 상황속에서 눈물겨운 투쟁을 하고 있었다.
20시간 이상 비행기를 타고 와서 펼치는 경기에 아무도 자신들을 보아 주지 않고 오로지 몇몇 뉴질랜드 남자 선수과 임원들만의 박수와 응원속에서 자신들이 할수 있는 한계속에서 최선을 다했고, 그 경기를 지켜 보고 있는 나와 다른 남자 선수들이 새로운 결의를 가지게 만들었다.
호주와의 시합에서 지고 시합장에서 올라 오는 여자 선수들은 모두 풀이 죽어 있었다.
특히 웰링턴에서 사치오 리 사범 밑에서 수련중인 제니 최 선수는 시합후 눈이 퉁퉁 부을 정도로 울며 시합장에서 선수대기석으로 올라왔다. 그 마음을 나는 안다. 외롭고, 힘들게 운동 해 왔고,어렵게 이곳 타이완까지 왔는데 종이 한,두장의 차이로 상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무너질때의 그 마음은 고등학교 졸업식을 몇일 앞둔 어린 한국인 소녀의 마음으로는 너무 애절했으리라. 그러나 그 눈물을 통해 제니의 검도가 한층 업그레이드됐을것으로 믿는다.
단체전에서 호주에게 진후 내가 여자팀원들에게 분위기 돌리고자 했던 말,,,
“이왕에 질거면 홍콩에게 일부러 져서 일본팀이랑 한번 맞붙어 보지. 그래야 좀 더 값진 경험을 했을것 아냐?“
모두들 나에게 눈을 흘긴다...
알고보니 그녀들은 호주까지 이겨서 한국팀이랑 맞붙어 보고 싶었던것 이었다.
어제 올랐던 나의 인기는 찬물을 뒤집어 썼다.
이날 저녁 팀미팅때 우리는 악조건속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멋진 검도인의 자세를 보여 준 뉴질랜드 여자팀원들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내일 남자 개인전을 기대하며 잠자리에 들었다.

<한식집에서>

<뉴질랜드 여자팀>
첫댓글 류성문님, 최고의 댓글,,, 감사합니다.^^
박현진 님 ..잘읽고 있습니다...< 체험기 1 >의 키위검사 가 뭘 의미 합니까...?
이곳 뉴질랜드에는 세가지의 키위가 있습니다.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과일-키위, 이곳의 국조인 날지 못하는 새-키위 그리고 이곳 현지인들을 키위라고 부르죠. 우리가 흔히 '태극전사'라고 부르듯이 키위는 이곳 뉴질랜드에서는 뉴질랜드 사람을 일컫는 통칭입니다.
오..! 예스...! 2가지는 들어 보았는데 뉴지랜드 현지인을 키위라 한다함은 처음 듣습니다...고맙습니다...언제 한번 만나셔야지요...ㅎ
추동호,박현진 사범님! 한번도 만나뵌적은 없지만 사진과 글에서 검도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열정을 느껴 봅니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참으로 아름답기 까지 합니다. 부디 성검하소서~~
도복5단님. 안녕하세요? 추사범님을 통해 말씀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냥 현진씨라고 불러 주세요. 사범이란 호칭은 이곳의 상황이 그래서 억지로 쓰고 있을뿐 입니다. 부디 통촉하여 주시옵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