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교황 주일'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께 대한 각별한 사랑을 고백한 베드로 사도에게 '당신의 양들을
사랑으로 잘 돌보라'고 분부하셨습니다. 과연 우리 교회는 베드로 사도의 후계자인 교황님을 중심으로
하나 되어, 타 종교를 포용하는 맏형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하느님의 사랑을 세상에 증거 하면서,
정의와 평화를 구현하는 일과 가난한 이들과의 나눔을 실천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오늘 주일에도 교회는 복음 말씀과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을 들으면서 교회의 사명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께서는 질병과 궁핍, 죽음 앞에서 고통스러워하는 인간의 무기력한 상황에
개입하십니다. 주님께서는 12년 동안 '하혈'이라는 고질병 때문에 가산을 탕진하고 절망 가운데 살아가던
한 여인, 오늘날로 치면 '기초생활 수급자'에 해당되는 여인에게 자비와 사랑을 보이십니다. 주님은 그녀의
믿음을 칭찬하고 힘을 북돋아 주었을 뿐 아니라 건강까지 회복시키면서, 온전한 사람으로 되돌리셨습니다.
또한 회당장의 열두 살 된 딸이 죽음에 이르렀을 때, 당신의 권능으로 그녀를 다시 일으키심으로써
죽음 앞에 선 인간의 무기력함과 비참함으로부터 해방과 구원을 선포하셨습니다.
“탈리타 쿰! - 소녀야, 내가 너에게 말한다. 일어나라!” (마르 5,41 참조)
인간의 비참한 상황에 마음 아파하시는 주님은 치유와 해방과 구원을 주고자 우리 가운데 오셨습니다.
그러면서 당신은 오히려 인간의 그 비참한 처지와 죽음을 받아들이셨습니다. 과연 오늘 2독서 바오로
사도의 가르침처럼 "주님께서는 부유하시면서도 우리를 위하여 가난하게 되시어,
우리가 그 가난으로 부유하게 되도록 하셨습니다."(2코린 8,9)
주님께서는 당신의 사랑과 자비를 세상에 전하고 드러내도록 구원의 표지인 교회를 세우셨습니다.
우리 교회는 그래서 주님의 사랑과 자비를 드러내고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세상에 투신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교회는 이웃의 궁핍함을 채워주기 위한 나눔의 삶을 계속 선택해야 합니다. 세상에 불의가
만연하다면 그것을 바로잡고 정의로운 하느님 나라의 가치를 구현하는 일에도 투신해야 합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사랑을 세상에 널리 전해야 합니다. 아울러 하느님의 '창조질서'를 잘 보존하면서 인류
공동의 집인 지구를 돌보는 소명 역시 교회가 선택해야 할 명료한 방향성입니다.
오늘 '교황주일'을 맞아, 특별히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기억하며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인류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가 잘 드러나려면 우리 교회가 선봉이 되어야 하는데, 그 최선봉의 자리에 바로 교황님께서 계시기
때문입니다. 감사하게도 우리 교회는 지금 참으로 '착한 목자'를 모시고 있습니다. 교황님은 교회가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한층 깊은 자비의 눈으로 바라보도록 독려하십니다. 모든 피조물을 통해 하느님을 찬미할
수 있도록 독촉하십니다. 그리고 모든 사람이 훌륭한 평화의 일꾼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하십니다.
오늘 교황님을 위해 특별히 기도합시다. 그리고 교회가 세상 안에서 하느님 나라의 표징을 드러내는 소명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각자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다지는 주일이 되기를 바랍니다.
(20240630 연중제13주일,교황주일)
춘양 본당 주임
황재모 안셀모 신부님